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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관계를 가꾸는 100일 필사 노트
김종원 지음 / 청림Life / 2025년 9월
평점 :
어떤 관계에서도 나다움을 잃지 않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사람을 우리는 어른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성숙한 어른은 관계에서 발생하는 문제로 자신을 괴롭히지 않는다. (중략) 이 책을 필사하며 단지 문장을 베끼는 데서 그치지 말고, 그 문장이 내 삶의 태도가 되도록 마음에 새겨보자. 관계속에서 흔들릴 때마다 손으로 쓴 문장들은 다시 나를 붙잡아 줄 것이다. 방향을 잃었을 때는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고, 타인에게 상처를 받았을 때는 조용히 위로해 줄 것이다. - '프롤로그' 중에서

(사진, 책표지)
책의 저자 김종원은 20년간 철학, 자기계발, 자녀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100여 권의 책을 출간했고, 누적 120만 독자를 사로잡은 인문학 멘토를 지향하며, '당신이 당신의 눈 그리고 가슴과 머리로 생각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라는 인문학 편지를 매일 한 편씩 공유하고 있다.
이미 독자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은 베스트셀러 <어른의 품격을 채우는 100일 필사노트>에 이어 저자가 두 번째로 선보이는 이 필사집에는 '건강한 관계는 적당한 거리에서 탄생하는 꽃이다'에서부터 '다정함은 지적인 섬세함과 이해에서 시작한다'까지 총 100일 간의 필사 여정을 담고 있다.
참된 어른은 '관계를 넓히는 게 아니라 지혜롭게 좁히는 사람'이라고 강조하는 저자의 인간관계 정수 100문장을 모두 짧은 지면에 담을 수가 없으므로 이 중에서 특별히 나에게 감동을 준 대목을 소개함으로써 서평에 갈음하고자 한다. 자, 하루하루 성장하는 어른의 길 속으로 들어가 보자.
건강한 관계는 적당한 거리에서 탄생하는 꽃이다
우리들 대부분은 학업을 마치고 취업하여 직장 생활을 통해 사회인으로서의 인간관계를 시작한다. 그런데, 인간관계를 집중적으로 교육받지도 않은 상태에서 직장과 사회에서 몸으로 부대끼고 상처받으며 직접 체험을 통해 하나둘 건강한 관계를 배워 나간다.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이란 말이 있다. 이는 너무 가까워서도 안되고 그렇다고 너무 멀어서도 안된다는 교훈을 담은 글로, 대학 선배이면서 직장 선배이기도 한 상사로부터 한 수 가르침을 받았던 상사와의 인간관계였다. 호불호好不好를 직선적으로 표현하는 내 행동이 안쓰러워 관련된 고사와 일화 등을 예로 들며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말과 함께 적당한 거리의 유지는 반드시 필요함을 일깨웠던 것이다.

(사진, 건강한 관계)
모든 것을 이해할 필요는 없다
공감을 잘하는 사람은 남들보다 더 깊고 넓게 포용하다 보니 타인의 슬픔과 고통 같은 부정적인 감정까지 함께 떠안으려 한다. 상대방을 위한 이해심과 불편함조차 감내하려는 마음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인간관계일까? '모든 것을 내가 다 이해할 수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는 사실을 마음에 새기라'는 글귀도 내 마음 속에 쏙 들어온다. 타인에게 내 인생을 소모할 필요가 없으니 말이다.

(사진, 거절)
(문問)곱씹을수록 새로운 의미를 남기는 한 권의 고전처럼, 자꾸 만나고 싶은 사람이 주변에 있는가? 나 역시 그런 사람으로 성장하려면 무엇을 연습하고 배워야 하는가?
(답答) 나이가 들면서 자꾸 만나고 싶은 사람은 확 줄어들고 있음을 느낀다. 현재 친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내 뿐이니 말이다. 사업 실패와 파산, 그리고 이혼을 거치면서 사람보다는 오히려 책과 더 가깝게 지내는 편이다.
눈에 띄지 않는 가치를 발견하는 사람
이 글에선 사실 난 크게 부끄러움을 느꼈다. 평소 이혼한 아내가 한 말 중에서 '없다고 없음을 티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그냥 무시하고 헛웃음으로 대신하며 살아왔다. 이런 생활이 연속되다 보니 정말로 나는 영락없는 빈자貧者로 전락해 있었다.
예전엔 그래도 받아야 할 채권이 많으니 이중 일부라도 건진다면 다시 내 사업으로 재기할 수 있다는 막연한 믿음이라도 있었지만 도무지 성과가 없는 삶이 연속되다 보니 오히려 내가 채무자보다 더 초리한 삶을 영위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즉 현재는 빈곤하다는 생각에 값싼 의식주에 익숙해지면서 스스로를 옥죄고 있었던 것이다. 고급스러움은 유지해야 한다는 사실을 새삼 떠올리게 된다.

(사진, 고급스러운 취향)
더 좋은 내가 되는 인간관계
인간관계도 알고리즘과 비슷하다. 내가 어떤 사람과 연을 맺는지에 따라 비슷한 결을 지닌 사람들과 자꾸 인연을 맺게 된다. 내가 읽는 책과 자주 사용하는 말, 그리고 내가 추구하는 신념과 철학이 나의 현재 수준을 완성하며, 내 인간관계의 한계를 결정한다. 더 좋은 사람을 만나려면 더 좋은 내가 되어야 한다.
모든 관계의 시작은 도움을 주려는 아름다운 마음에서 시작한다. 세상은 우리가 건넨 진심만큼 다시 되돌려준다. 나의 말과 행동이 누군가의 삶에 빛이 된다면, 마치 부메랑처럼 그 빛은 언젠가 내 삶에도 닿아서 어두운 곳을 밝게 비춰준다. 진짜 성장을 이루고 싶다면, 먼저 도움을 주려는 고운 마음을 품어야 한다. 그 마음이 모든 변화의 시작이다.

(사진, 알고리즘)
정중함은 나를 지키는 방식
고양시 덕은지구 대덕산 아래에 위치한 나의 원룸 임대아파트는 무척 덥다. 가난이 무슨 자랑거리가 아닐진대 내 방엔 에어컨이 없어서다. 일산동구 장항동에 살다가 이곳 국민임대아파트로 이사올 적엔 마치 천국에 입성하는 기분까지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내와 이혼한 뒤, 줄곧 난 고시원에서의 삶을 장기간 영위한 탓이다.
그런데, 너무 더운 날은 도무지 실내에 있기가 정말 힘들어 종종 동네 편의점으로 피서가기도 한다. 뭘 살 거리도 없으면서도 매장 진열대를 기웃거리며 찬 기운을 느끼는 비굴한 모습을 보인다. 사실 이런 행동을 편의점 점주는 이미 눈치 채고 있지만, 노인의 마음에 상처를 줄까 봐 못본 척한다. 척할 뿐이다.
한번은 아이스 음료를 정말로 구매하려고 편의점에 들렀다. 계산대에 두 명의 고객이 서 있다가 한 사람은 마을버스 출발 시간 때문에 구매를 포기하고 자리를 떠났다. 계산대엔 '잠시 화장실에 다녀 오겠습니다'란 팻말을 올려 놓았다. 사실 동네 편의점의 내부 공간은 협소한 편이다. 이런 위치에 편의점이 들어온 것만도 사실 고마운 일이다. 약 2백 세대 입주민들의 호주머니 상태가 넉넉한 편이 아니기에 편의점 장사가 힘들다는 말을 자주 듣는 편이다.
편의점 내부가 비좁은데도 불구하고 이후에도 고객들의 입장은 연속됐다. 여전히 계산대는 가동되지 않아서 난 잠시 편의점 가게 밖 파라솔 좌석에 앉아 있다가 편의점 점주가 오는 걸 보고 재차 편의점 안으로 입장해 애초에 내가 서 있던 위치에 서려는데, 젊은 친구가 나에게 새치기를 지적했다.
그래서 이를 해명했음에도 한번 줄에서 이탈했으면 제일 뒤에 줄을 서는 것이 순리라고 나를 교육시켰다. 이게 맞나 싶지만 난 급한게 없으니 대기줄 뒷자리로 순순히 갔다. 그러자 계산대 맨 앞에 서 있던 여성이 내가 두 번째가 맞다고 따지면서 시비가 붙었다. 이제 나이까지 들먹이며 다투다가 젊은 친구는 '나이가 무슨 벼슬이냐?'고 외치며 구매를 포기하고 나가 버렸다. 나이값을 해야 함을 새삼 느꼈다.

(사진, 정중함)
누군가 뒤에서 나를 헐뜯는 이유는 단순하다. 앞에서는 말할 용기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 말에 휘둘리거나 굳이 해명하려 애쓸 필요는 없다. 나에게는 나를 증명해야 할 이유도 그를 설득해야 할 의무도 없다. 사람은 자신의 수준에 맞는 자리에만 머물 수 있다. 그리고 그의 자리가 나의 ‘뒤’라면, 나는 굳이 돌아볼 필요가 없다.
살다 보면 무례한 사람을 만나게 된다. 그럴 때는 적당한 예의로 대하는 것이 좋다. 그는 자신이 무례하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에 아무리 좋은 말로 설명해 줘도 통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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