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벽선사의 전심법요·완릉록 해설
황벽 지음, 나영석 해설 / 하움출판사 / 202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깨달음이란 자신이 누구라는 것, 혹은 자신의 본성이 무엇인지 아는 것입니다. 우리가 견성성불見性成佛이라고 할 때, 견성은 위와 같이 자신의 본성인 일심, 즉 절대의식을 깨달아 아는 것이고, 성불이란 육체를 가진 나라는 에고의 마음을 없애 버림으로써 항상 자신의 본성인 일심(한마음), 즉 절대의식으로 머무르는 것을 말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러한 깨달음이나 깨달음의 지혜를 진리라고 합니다. - ‘서문’ 중에서


(사진, 책표지)


황벽희운黄檗希運( ? ~ 850년)은 중국 남선종 계열인 임제종의 제10대 조사이다. 중국 당나라 푸젠성福建省 출생으로, 농사꾼의 3째 아들로 태어났다. 10살 때, 어머니를 따라 황벽산의 사찰에 가서, 큰 스님의 법문을 들은 후, 집에 돌아와서 계속 생각에 잠겨 있다가 10일 후에 10살의 나이로 홍주洪州 황벽산(황보산)에 들어가 승려가 된 인물이다.선사(禪師)의 설법을 당시 지방 수령이었던 배휴裴休가 듣고 편찬한 것이 바로 ‘전심법요’이다.


전심법요傳心法要 해설


모든 부처와 더불어 일체의 중생은 오직 하나의 마음이다. 세 가지 의미의 마음이 있다. 첫 번재는 나라는 에고의 마음, 두 번째는 좀 더넓은 의미의 마음, 세 번재는 이 어록의 핵심인 일심(하나의 마음)이라는 마음이며 이는 곧 부처이다.


상相에 집착하여 수행하는 것은 깨달음의 도가 아니다. 즉 상에 집착하여 수행을 함으로써 좋은 결과를 바란다는 것은 마치 수레가 앞으로 나가지 않을 때 수레를 치는 것과 같은 이치라는 것이다. 아래의 선문답禪問答을 살펴보자.


남악(주1):그대는 왜 참선을 하는가?

마조(주2):부처가 되기 위해서입니다.

그러자 남악은 깨진기왓장 조각을 돌에다 갈기 시작했다.

마조:무엇을 하러 기와를 돌에 갈고 계십니까?

남악:거울을 하나 만들어 볼까 하네.

마조:기와로 어찌 거울을 만든단 말씀입니까?

남악:만들 수 없다면, 좌선을 한들 부처가 될 수 있겠는가?

마조:그러면 어찌 해야 되겠습니가?

남악:수레가 나가지 않으면 수레를 쳐야 할까, 소를 쳐야 할까?


(주1)남악 회양선사(677~744년)~선종 7대 조사

(주2)마조 도일스님(709~788년)~남악의 제자

 

만약에 여러분이 지금 이 생각하는 나라는 것을 실재實在하는 나라고 여기고, 이 나가 무언가 깨달음을 얻어 부처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이것은 크게 잘못된 것이다. 여러분이 지금 나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한마음인 참 나의 그림자일 뿐이니, 이 에고의 마음인 나가 부처가 될 것이라는 생각은 마치 그림자를 나라고 여겨서 그 그림자를 통하여 부처를 이루려고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생각이나 감정, 기억 등의 정신 작용과 생명 작용을 주관하는 하나의 의식의 작용에 불과한 여러분의 개인적인 마음(표면의식, 에고의 마음)은 실체가 아니어서 절대로 부처가 될 수 없다.(33쪽)


완릉록宛陵錄 해설


배휴裵休(797~870년)는 하남성 맹주 제원 출신으로 당唐나라 때 유명한 정치가이자 학자였다. 당 목종 때 진사 시험에 합격, 중서문하평장사와 중서시랑을 지냈으며 종릉과 완릉 지역의 관찰사를 역임했다.


그는 문장에 능하고 서예도 뛰어났으며, 교양을 갖춘 온화한 성품으로 평판이 아주 좋았다고 알려진다. 특히, 불심佛心이 깊어 당대 선사禪師 세 분을 스승으로 모시고 그분들에게 법을 구했다. 교봉 종밀(780~841년), 위산 영우(771~853년), 그리고 황벽 희운이었다.


완릉록은 배휴가 완릉의 관찰사로 재직할 때 황벽 선사로부터 가르침을 받은 문답을 기록한 글로, 총 스무 가지의 문답이 책에 소개된다. 이 중에서 황벽선사와 배휴 관찰사 간의 인상적인 문답을 소개하려 한다.


길을 걷던 중 누군가 “도를 아십니까?”라고 묻는 사람들을 만난 적이 있을 것이다. 갑자기 젊은 사람이 접근헤 이런 질문을 할 때 우리들 대부분은 참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아예 상대를 하지도 않을 것이다.


‘마음이 곧 부처이고, 무심無心이 곧 도道이다’라는 가르침을 주는 문답을 살펴보자.


(배휴)산중엔 사오백 명의 수행승이 있는데, 몇 사람이나 법을 얻었습니까?


(선사)법을 깨달은 사람은 그 수를 헤아일 수 없다. 왜냐하면 도는 마음의 깨달음에 있는 것이지, 어찌 언설에 있겠는가? 언설言說이란 단지 어린아이의 귀를 덮는 것(어린애를 달래는 것)일 뿐이다.


(배휴)부처가 무엇입니까?


(선사)마음이 곧 부처이고, 무심이 곧 도이다. 다만 마음을 내고 생각을 움직여서 유무有無, 장단長短, 상대와 나, 주관과 객관 등과 같은 (분별의) 마음만 없다면 본래 부처이고, 부처가 곧 본래 마음이다. 마음은 허공과 같다. 그러므로 말하건대 부처의 진실한 법신法身이 만약 마치 허공과 같다면 달리 구할 필요가 없다.


구함이 있는 것은 다 괴로움이다. 설사 갠지스강의 모래 수만큼이나 오랜 세월 동안 육도만행六度滿行을 행하여 부처의 깨달음을 얻었다 할지라도 그것 역시 (깨달음의) 끝이 아니다. 왜냐하면 인연의 조작에 속하기 때문이다. 만약 인연이 다하면 무상無常으로 돌아간다.


그렇기 때문에 이르기를 “보신報身과 화신化身은 진실한 부처가 아니며, 또한 법을 설하는 자도 아니다.”라고 하셨다. 다만 자신의 마음을 인식하고 아상我相과 인상人相이 없다면 그것이 본래의 부처이다.


무심이란 생각이 없는 것, 혹은 에고의 마음이 없는 것이다. 한번 일어난 생각을 없애기는 어렵다. 한 생각에 이끌려 가다 보면 연속으로 뒷생각이 치고 들어오기가 십상이다. 그러나 일어난 생각을 없애려 하지 말고, 어디서 생각이 일어나려고 하는지 생각이 일어나려고 하는 곳을 주시해보라.(203쪽)


(사진, 무심이 곧 이 도를 행하는 것이다)


깨달음에 이르는 단계와 수행법


해오解悟~ 깨달음을 지식으로 이해해서 어렴풋이 아는 것

견성見性~ 내면의 성찰(참선)로 직접 체험, 정확히 아는 것

성불成佛~ 진아眞我에 머무르는 것


돈오돈수 vs 돈오점수

단박에 성불의 단계를 성취한 석가모니 부처님은 돈오돈수이지만 깨달음의 기준을 견성 수준에 둔다면 견성이란 깨달음 후 점차 수행하여 성불의 단계로 나아가는데 이를 바로 돈오점수라고 말한다.


해오~ 불경(금강경, 법화경, 아함경), 선불교 조사어록(달마어록, 육조단경, 전심법요, 완릉록, 임제록, 보조국사의 수심결과 진심직설) 등을 읽는다.


견성~ 명상법(참선)으로 저자는 마하리쉬의 “나는 누구인가?”라는 화두를 통한 수행법을 소개하고 있다.


성불~ 에고의 마음인 아상我相을 철저하게 죽여 없애는 것


책의 후반부는 저자의 수행일지를 소개하면서 끝을 맺는다.


“성불成佛하세요”


#불교 #깨달음 #황벽선사 #전심법요 #완릉록 #나영석 #하움출판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청약 통장을 버리고 경매로 건물주가 되었다
부비게이터(이동열) 지음 / 원앤원북스 / 202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20대 초반, 모델하우스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평범한 대학생이었다. 우연히 부동산을 접하게 되었고, ㄷ대한민국에서 부동산을 통해 부를 쌓은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매일 수많은 정보에 노출되며, 부동산 정보도 예외가 아니다. 하지만 그 가운데 잘못된 정보들도 많았고, 초보자들은 잘못된 방향으로 투자에 나서기도 했다. 그래서 부동산과 경매를 좀 더 쉽게, 그리고 정확하게 전하고 싶었다. - ‘지은이의 말’ 중에서



책의 저자 부비게이터(이동열)은 20대 초반 모델하우스 아르바이트로 부동산 투자를 처음 접한 후 부동산 공부를 하면서 분양권 투자로 투자의 첫발을 내딛었다. 이후 경매를 배우며 40건이 넘는 경매 투자를 했으며, 2030세대의 부동산과 경매 투자를 돕는 멘토로도 활약 중이다.


총 4개 장으로 구성된 책은 인생을 바꾼 부동산 경메 투자, 쉬운 것부터 시작하는 경매, 부동산 투자의 본질(지역 분석의 모든 것), 2025년 부동산 시장 전망 순順으로 2030세대들을 위해 부동산과 경매의 첫걸음을 위험하지 않게 내딛을 수 있도록 설명하고 있다.


아파트 경매


하루에도 전국에서 수백 건의 경매가 진행되며, 1년간 대략 7만여 건이나 진행된다. 저자는 처음에 아파트 위주로 경매를 시작했다. 가장 쉽고 환금성도 뛰어났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매 투자 초보자들에게도 아파트 물건을 먼저 권유한다.


빌라나 오피스텔에 가급적 참여하지 않는 이유는 부동산 경기 냉각기엔 빌라나 오피스텔의 처분이 매우 어려워 환금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서다. 물론 아파트말고도 큰돈을 벌 수 있는 케이스가 많다. 진입 장벽이 상대적으로 높은 공장 경매가 그러하다.


경메 투자는 하락장에서 큰 수익이 난다


통상적으로 주식 시장은 경기에 선행先行하는 곳이다. 즉 먼저 움직인다는 의미다. 이에 반해 부동산 시장은 후행後行한다. 그 중간 역할을 하는 곳이 바로 경매 시장인 셈이다. 하락장이 찾아오면 투자심리가 위축되어 그동안 많았던 경매 참여자들이 쏘옥 들어간다. 이리되면 참여자들의 감소로 인해 경매 낙찰가가 높지 않으므로 낙찰자는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아진다.


하락장에선 급매가보다 더 저렴하게 낙찰받을 수 있는 행운이 찾아오기도 하므로 짧은 기간에 황금을 캘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될 수도 있다. 단지 이 기간이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돈이 되는 시장에 투자자들이 몰리기 십상이다. 시장이 반등하기 시작하면 또 낙찰가는 치열함으로 인해 상승하기 마련이다. 이는 투자의 순리이다.


(사진, 입찰과 시세 조사)


경매의 목적


경매의 목적은 낙찰이 아닌 수익을 내는 것이다. 낙찰에만 마음이 앞설 경우 실수를 저지를 수도 있다. 해당 물건의 시세 조사 없이 입찰가를 올리면서 따라가다간 아뿔사, 일반 매매가보다 비싸게 낙찰받을 위험이 있다. 무조건 낙찰받아야 한다는 조급증이 투자 실패를 초래할 수도 있다.


입찰 시 자주 하는 실수들

입찰보증금 미달

다른 법원에서 입찰 참여

도장 날인 누락(입찰표에 2번, 보증금 봉투와 입찰 봉투에 4번)


시세 파악하기


저렴한 가격의 기준은 무엇일까? 이에 저자는 전고점 대비 약 30% 하락한 가격을 제시한다. 최근 하락장에서는 40% 이상 떨어진 단지도 있었지만, 일반적으로 전고점에서 30% 정도 하락한 시점이 매수에 적합한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


부동산 시장의 수요와 공급 분석도 중요하지만, 전고점 대비 가격의 저렴함을 기준으로 삼아 시기를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강남 아파트도 건물도 마찬가지다. 언젠가 가격이 조정되거나 보합이 온다. 그러다가 상승 에너지를 비축하고 다시 올라가는 것이다.


(사진, 경매 진행 과정)


법원의 경매개시결정(매각 준비)

배당요구 종료기일 결정 및 신청

매각기일(입찰일)

매각허가결정

잔금 납부와 소유권 이전등기

배당(채권자에게 지급)


적은 투자금으로 높은 수익률을


투자금이 적게 들어간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투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진정한 좋은 투자적은 투자금으로 높은 수익률을 안정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것이다. 매수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매도는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언제나 다양한 플랜을 준비하고 최악의 상황까지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2025년 부동산 시장의 전망


부동산 시장의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금리, 시장 유동성, 그리고 정부의 규제와 완화라는 세 가지 주요 요소를 살펴봐야 한다. 이 세 가지 요인이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따라 시장 심리가 달라지며, 이는 곧 가격의 등락으로 이어지게 된다.


만약 금리가 인하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면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이다. 기준금리를 찔끔 인하한다면 대출금리엔 가산금리가 반영되므로 그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금리가 점진적으로 계속 인하될 경우 부동산 시장 전체에 온기溫氣가 퍼질 것이다.


(사진,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 추이)


지난 40년간 아파트 가격은 중간에 하락 구간이 있었지만 결국엔 우상향의 모습을 보였다. 다만 하락 구간에 처할 경우 투자 결정을 망설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투자 목적의 경매 참여자라면 자신만의 원칙을 세우고 경매에 참여해야 할 것이다.


#재테크 #부동산투자 #경매로건물주가되었다 #부비게이터 #이동열 #원앤원북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스타트업 네버 마인드 - 이기거나 죽거나
이근웅 지음 / 라온북 / 202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난 세월, 투자를 받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자존심 상하는 일들을 겪으며 다짐하고, 투자를 받게 되어 기뻐했던 내가 이제 창업가에게 도움을 주고 투자를 하는 단계까지 성장했다. 그 성장 과정에서 내가 깨달은 것들을 전하고자 한다. - ‘프롤로그’ 중에서



책의 저자 이근웅은 인터넷 강의 회사 텔레마케터로 영업의 첫발을 대디딘 후 2014년부터 스타트업 전문 컨설턴트로서 146개 기업을 컨설팅했으면 현재 12개 회사의 CFO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2021년에는 벤처캐피탈리스트로서의 삶까지 도전하고 있다.


총 3개의 장으로 구성된 책은 1장에선 창업의 현실, 창업가 자질, 동료를 구하는 방법 등을, 2장에선 창업가가 초기에 시장 안착을 위한 단계를, 3장에선 창업가가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위해 꼭 알아야 하는 사업 전반의 내용을 다룬다.


창업가의 자질


취업 대신에 창업에 눈을 돌리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2024년 대학 정보 공시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23년 전국 대학교 재학생(졸업생)이 창업한 기업 수가 무려 1,951개였다. 은퇴 후 오육십대의 창업률도 최근 크게 증가하는 모습을 보인다.


어느 누구라도 크게 제약을 받지 않고 참여가 가능하다 할지라도 창업(스타트 업)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창업가가 갖추어야 할 자질이다. 책의 저자는 세 가지 자질을 거론한다.


도덕성~ 남에게 손실을 줄 수 있는 돈벌이 추구는 안됨

사람에 대한 이해~ 사람을 모르면서 창업하지 말라

언행일치~ 약속과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함


투자 받으려면


2022년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신생기업의 1년 생존율은 64.8퍼센트, 5년 생존율은 33.8퍼센트다. 이 가운데 벤처 성공률은 더더욱 낮다. 창업 이후 성장 단계를 거쳐 상장까지 성공한 스타트업 벤처기업은 전체 중 0.7퍼센트 정도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벤처 투자자는 이런 기업들에게 투자를 계속한다. 왜 그럴까? 비록 성공 확률이 낮을지라도 성공했을 때 얻게 되는 수익률이 어마어마해서 모든 손실을 메우고도 엄청 많이 남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말해 ‘남는 장사’라는 것이다.


벤처 투자자는 씨를 뿌릴지 말지를 결정할 때 대체로 창업가의 자질을 본다. 즉 싹수가 어떤 지를 먼저 파악한다는 의미이다. 수년간 저자가 벤처 투자자로 일하면서 체득한 ‘실패할 창업가’의 특징을 참고해, 돈의 속성과 그 가치를 모르는 창업가에게 투자하지 않는다.


실패할 창업가

돈이 귀한 줄을 모른다

돈이면 다 될 것처럼 말한다


창업 동료를 구하는 법


창업 초는 사업의 기반을 다지고, 기본적인 틀을 수립하는 때이다. 기업 문화가 만들어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장기간 함께하며 시간을 보낸다. 그런데 취미난 먹는 습성이 너무 다르다면? 예를 들어 창업가는 음주하면서 대화 나누기를 즐기는데, 반면 상대방은 술을 전혀 마시지 못한다면 당연히 의사소통의 문제가 생기기 쉽다.


민물 생태계에 비유하자면 강이나 냇가에는 대체로 종류와 크기가 비슷한 민물고기들이 모인다. 이후 그 물고기들이 덩치가 커져서 바다로 나오게 되면, 온갖 생김새의 물고기들을 만나고 더불어 살아가게 된다.


사업체도 마찬가지다. 작은 냇가에서 강으로, 바다로 성장하게 되면 그때에는 창업가도 다양한 자질을 가진 구성원들을 두루 담아낼 만한 그릇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처음에는 유유상종類類相從이 좋다. 민물고기끼리 모이는 게 자연스럽다.


잘 아는 분야에서 창업하기


최소기능제품을 제조해 이를 확인하는 단계가 훨씬 수월하다. 이런 창업가는 오랫동안 관련 분야에서 일해본 경험이 있는 케이스다. 이미 현장에서 노하우, 인맥, 거객 피드백 등을 쌓았기 때문에 자신의 아이디어를 증명하는 일이 쉽다는 걸 잘 안다.


건물의 층간 소음을 해결하는 사업을 하는 창업가가 이미 관련 업체에서 10년 이상 일한 전문가라면 자신의 사업 아이템을 최소기능제품으로 만들어 시장반응을 살피기까지의 일련의 과정이 순탄할 수 있다.


필요 인력의 확보, 부품 구매, 제품 개발 등에 관해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으므로 사업계획 또한 구체적이고 달성가능이 높아 보이기 마련이다. 이를 토대로 창업가가 투자를 받고자 할 때 실현가능성도 높을 것이다. 뭘 모르면서 층간소음 창업에 뛰어든 사람과는 비교가 되겠는가.


지출은 줄이고 효율성은 높이고


매출액과 이익률을 향상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내부의 불필요한 지출 여부를 점검한 후, 지출을 줄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또한 제품 생산 효율성을 최대치로 끌어올려 신제품 출시나 신시장 개척을 통해 매출을 증가시켜야 한다.


많은 기업들이 초기엔 저가 정책으로 고객들을 끌어들이고, 고객 확보 후 제품의 가치를 인정받았을 때 적당한 가격을 정해서 적정 이익률을 달성하는 전략을 펼친다. 하지만 가격 인상에 민감한 신규 고객의 대거 이탈 사태를 초래할 수도 있으므로 창업가는 목표 고객의 유형과 니즈를 분석, 적정 이익률과 가격을 신중하게 산정해야 한다.


사랑받는 아이템으로 승부


매출이 증가할 때, 창업가는 먼저 고객들에게 초점을 맞추고 고객만족에 대한 책임감을 강화해야 한다. 고객들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꾸준히 연구개발에 주력해야 한다. 창업가의 욕심이 아니라 고객들의 만족에 중점을 뭐야 한다.


미국 남성 의류 브랜드 ‘트루 클래식’의 성공 사례는 본받을 만하다. 세 명의 창업가는 남성 평균 체형에 잘 맞는 티셔츠 6개를 하나로 묶은 ‘식스팩’을 선보였다. 지금도 주력 상품인데, 파격적인 누적 할인 제도를 실시하고 고객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해도 회사에 이익이 발생하도록 연구개발을 통해 생산성을 높인다.


고객 유형별 차별화 전략


B2C 사업은 다수의 개인을 상대하므로 고객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게 관건이다. 성능이 고만고만한 제품들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때 일반 고객들은 대체로 예쁜 디자인에 심취한다. 화분이나 휴지통 등의 일상 용품이나 옷, 신발, 액세서리 등의 패션 제품의 경우 디자인이 구매 결정을 좌우한다.


가격에서 차별화 전략을 펼치기도 한다. 골프웨어 ‘마크앤로나’는 최상위 소비층을 겨냥해서 20~40대의 하이엔드 골프웨어로 자리 잡았다. 중저가 전략으로 성공한 케이스도 있다. 프랜차이즈 기업 이디야커피가 대표적이다. 2001년 중앙대 1호점에서 시작된 이디야커피는 저렴하지만 맛은 괜찮은 가성비로 승부를 걸었다. 한때 전국에서 가장 많은 매장 수를 보유할 만큼 폭발적 성장을 이루었다.


잘 헤어지기


‘오프보딩’이란 배에서 내린다는 뜻이다. 조직을 떠나는 사람이 퇴직 절차를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다. 그런데, 비교적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에는 이와 관련한 제대로 된 매뉴얼이 없다. 이 매뉴얼엔 인수인계 절차, 퇴직금 안내, 기밀 유지 협약서 등이 포함된다.


(사진, 넷플릭스 부검메일 내용)


넷플릭스는 퇴사자에게 부검메일을 보내기로 유명하다. 해고든 퇴사든 부검메일에는 5가지 내용이 들어간다. 모든 퇴사자는 반드시 이 메일의 물음에 답을 해야 한다. 물론 원치 않으면 적지 않아도 된다. 잘 떠나보내야 한다. 상포 득을 보는 ‘윈윈 이별’은 가능하다.


돈 문


창업가는 사업의 규모가 커지면 돈 관리를 다른 사람에게 맡긴다. 하지만 스스로 세무회계나 절세, 자신 증식 상식 등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돈을 안정적으로 지키고 불릴 수 있다. 특히, 창업가는 회사 자금을 정확히 파악하고 대비해야 한다. 또한 ‘회삿돈은 내 돈이 아님’을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


#경제경영 #창업 #스타트업 #스타트업네버마인드 #이근웅 #라온북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역병, 전쟁, 위기의 세계사 - 위기는 어떻게 역사에 변혁을 가져왔는가
차용구 지음 / 믹스커피 / 202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위기는 시기와 지역을 막론하고 역사적으로 늘 있었다. 19세기 스위스의 문화사학자 야콥 부르크하르트는 시대의 갱신과 발전을 위해 위기의 필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위기를 피할 수 없다면 적극적인 자세로 받아들이고 대응하라는 말인 듯 싶다. 위기를 예방하거나 대처 및 복구로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역사적 맥락에서 위기와 위기관리를 조망할 필요가 있다. - ‘들어가며’ 중에서


(사진, 책표지)


책의 저자 차용주는 서양사를 전공했으며, 현재 중앙대학교 역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또 한국서양중세사학회 회장으로 활동했고, 유엔 사회개발 연구소 등 여러 국제 기관들과 공동 연구를 진행한 바 있으며, 다수의 저서와 논문 등을 집필했다.


책은 환경 위기 속에서 돌파구를 찾은 역사, 정치 위기 속에서 길을 찾은 역사, 위기를 기회로 만든 성찰과 교류의 역사 등 총 3부로 구성되었는데, 이는 과거 언론에 게재했던 글들을 중심으로 다시 쓴 것이다.


로마제국을 덮친 역병


안토니우스와 루키우스 베루스의 공동 황제 시대에 대대적인 감염병이 확산되면서 로마제국을 위기에 빠뜨렸다. ‘안토니우스 역병’이다. 당시 로마는 평화와 번영을 구가하던 시기(팍스 로마나)였지만 이 질병로 인해 인구의 20~30%가 사망함으로써 사회적 혼란은 엄청났던 것이다. 이 질병의 실체는 바로 천연두였는데, 서기 165년부터 무려 20여 년간 지속된 질병이었다.


쥘 엘리 들로네, <로마의 역병>(1869년)

(사진, 로마의 역병)


또 3세기 중반(249~262년)에 ‘키프리아누스 역병’이 번지면서 재차 로마제국은 혼란에 빠졌다. 길에 버려진 시체들이 넘쳐 났고 감염자들도 방치될 뿐이었다. 부모가 자식을 버리고, 자식이 늙은 부모를 방치함으로써 거리엔 아사餓死한 감염자들과 이들 시신이 늘려 있었다.


이 병에 대한 키프리아누스의 기록('죽음에 대하여')에 따르면 역병에 감염된 사람은 극심한 눈의 통증과 갑작스러운 발열 등 모든 사지에서 고통을 느꼈다. 목 안에서 불에 덴 것 같은 고통을 겪었고, 구토와 혈변이 이어졌으며, 정도가 심해지면 팔다리와 같은 신체 부위는 괴사해 잘려 나갔고 사람들은 시력과 청력을 잃고 심신의 힘을 잃어갔다. 천연두와는 다른 감염병이었다. 


아프리카의 에디오피아에서 창궐한 감염병이 국경을 넘어 로마제국까지 미쳤던 것으로 추측된다. 당시는 모든 길이 로마로 통하는 시절이라 상인, 군인 등의 이동에 의해 급속하게 널리 퍼져 나갔을 것이다.


로마령 카르타고의 주교 성 聖 키프리아누스는 신자들에게 병에 걸린 이웃을 외면 말고 적극적으로 돌보라고 권했다. 돈많은 부자들은 기금을 출연하고 가난한 신자들은 봉사하는 일을 맡았다. 이처럼 그리스도인들은 이기적인 로마인들의 태도와는 달랐다. 심지어 그들을 박해하고 살해했던 사람들까지 사랑하고 구원했던 것이다. 이후 그리스도교 신도는 4만 명에서 6백만 명으로 급증했다.


로마제국은 ‘안토니우스 역병‘으로 성장을 멈추게 되었으며, ‘키프리아누스 역병’으로 재차 휘청거리게 되었다. 역병의 창궐은 로마제국 멸망의 서막과 같았다.


중세 유럽을 강타한 흑사병


14세기 중반 유럽 사회엔 흑사병이 널리 유행했다. 불과 6년 만에 인구의 3분의1 내지는 2분의 1 정도가 사망한 엄청난 재앙이었다. 흑사병의 유행기엔 항구에 입항하는 배의 선원들은 지정 장소에서 40일 동안 격리되어야만 했다.


도시 간 왕래와 모임 금지, 공중위생과 환경 개선 조치를 했지만 백약무효인 셈이었다. 주거지에서 많이 떨어진 장소에 깊은 구덩이를 파서 시체를 매장하는 일 밖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특히, 가난한 자들은 생계를 위해 거주지를 벗어날 수 없었으므로 이 전염병에 집중적으로 희생되었다.


생활 환경이 열악한 빈민 지역은 흑사병의 발원지였다. 심지어 패닉에 빠져 ‘유대인들이 우물에 독을 탔다’는 거짓 소문까지 돌면서 1348년에서 1351년 사이에 오늘날 중부 유럽 지역에선 억울한 유대인들의 죽음이 있었다.


힘없는 약자들에게 내리는 차별과 폭력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자 그 원인을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찾으려는 움직임이 생겨났다. 즉 흑사병은 인간의 죄를 징벌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이에 스스로 몸에 채찍질을 가하는 ‘채찍질 고행단’이 등장했다. 이웃을 대신해 모든 걸 내 탓으로 돌리는 자발적 고행은 많은 이들에게 감명을 주었다.


프란시스코 고야, <채찍질 고행단의 행렬>(1812~14년)

(사진, 채찍질 고행단)


역사가 알려주는 위기의 시사점


고대의 역병과 중세의 흑사병이 불러온 서로 다른 위기 대응 양상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첫째, 위기 상황에서 사회의 흥망성쇠는 지도자의 올바른 상황 인식 능력에 달렸다. 둘째, 지도부는 문제의 근원을 신속하게 파악하고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셋째, 위기를 이겨 내려면 신뢰를 얻어야 한다.


초대 교회의 그리스도교인들이 자신들을 핍박했던 원수에게조차 자비를 베풀었기에 감염병이 돌 때마다 개종자 수가 늘어났다는 걸 기억하자. 위기 상황에서 진정성이 신뢰라는 자본을 쌓은 덕분이다.


마지막으로, 이타주의는 감염병 위기를 헤쳐나가는 주요 대처 방안이다. 프랑스의 세계적 석학 자크 아탈리도 “타인의 불행은 내게 재앙이 된다”라고 말했다. 타인을 배려하는 게 내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말이다.


역사의 가르침을 외면한 지도자


“혼혈 국가는 국가가 아니다.”


이는 2022년 한 정치 집회에서 헝가리 총리인종 차별적인 발언을 함으로써 거센 비난을 받기도 했다. 2015년부터 시리아 난민들이 유럽으로 몰려들어 뒤섞여 살게 되면서 단일 민족인 헝거리인은 혼혈이 되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다. 삼십대에 총리에 올라 5회 연속 총리직을 유지하고 있다.


헝가리 왕국을 세운 이슈트반 1세는 현재의 독일을 통치했던 신성로마제국 출신 여성을 아내로 맞이함으로써 유럽의 변방에서 서유럽 세상으로 진출할 수 있었다. 이 결혼으로 헝가리와 서유럽 간의 이주와 교류가 본격화되었던 것이다.


여러 지역 출신자들을 포용함으로써 왕국과 왕실을 튼튼하게 하는 것이 단일 언어와 풍습에 얽매여 나약한 국가로 머물지 않고자 했다. 그래서 아들에게 남긴 십훈十訓 중의 하나가 ‘이주자들의 대우와 환대’였다.


왕국을 건국한 이슈트반 1세의 유훈과 달리 빅토르 오르반 총리는 “헝가리는 서방의 진보적 자유주의를 추구하는 대신 러시아나 중국 같은 국가를 모델로 삼아 나아가야 한다”라면서 서구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하고 있다. 헝가리의 미래를 지켜볼 일이다.


종교의 평화적 공존


미국의 정치학자 새뮤얼 헌팅턴은 1996년에 <문명의 충돌>이란 책을 발표, 동서 냉전 대립이 문명 간의 갈등으로 다극화하면서 전쟁의 역사가 지속될 거라는 ‘문명충돌론’을 설파했다. 이 도서의 원제목은 ‘’(문명의 충돌과 세계 질서의 재정립)이다.


그는 서구 기독교 문명과 이슬람 문명이 만나는 단층선斷層線에 주목, 역사적으로 이곳은 피로 물든 경계선이었으며 21세기에도 서구 주도의 세계 질서를 뒤흔드는 갈등의 무대가 될 거라고 예견했다.


이같은 예견 이후 지난 30년을 돌아보면 코소보 전쟁, 9·11 테러, 미국의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침공, 최근의 이스라엘 - 하마스 전쟁 등 서구 기독교 문명과 이슬람 세계는 여전히 적대 관계를 지속하고 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두 종교간의 갈등과 전쟁 국면에 비해 비교적 평화롭게 공존했던 기간이 훨씬 더 길다. 또한 문명 간 경계는 이질적인 다양한 문화가 만나 뒤섞여 새로움이 창조된 접경 공간이었다는 걸 기억할 필요가 있다.


정치가의 제스처


정치에서 제스처는 일종의 게임 규칙과 같다. 정치가의 제스처는 정해진 절차와 방식을 따르는 공적 의례와 같다. 정치는 공적 영역에서 행해지므로 더 더욱 규칙을 지키고 공정성을 확보해야 한다. 공적인 장소에서 표현되는 정치사의 제스처는 공적 선언과 다름없다.


1979년,소련 브레즈네프(왼쪽)과 동독 에리히 호네저(우측)

(사진, 베를린 장벽의 벽화)


정치가들이 활동하는 공간은 국민들과 만나는 장場이다. 즉흥적으로, 일방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홍보하는 것이 아니라 권력의 주인인 국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그런 제스처여야 한다. 권력은 결코 사유물이 아니므로 자신의 죄를 무죄로 만들기 위해 의도적으로 재판을 연기하는 그런 제스처는 결코 행해선 안된다. 또 다수당이란 결정적인 이점을 앞세워 의회를 독재하면서 자신들을 반대하는 사람이나 정당을 향해 툭하면 탄핵 표결을 진행하는 그런 정치가는 정치를 새로 배워야 할 대상이라고 판단된다.


용서란는 선물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1919년 베르사이유 조약 체결로 마침내 폴란드는 독립을 쟁취했다. 독일이 점령했던 상당 부분의 영토를 다시 귀속시켰다. 이에 양국간의 적대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독일인은 신생 국가인 폴란드를 ‘강도’로, 폴란드 사람들은 ‘늑대 또는 들쥐’로 묘사했다. 반면 폴란드는 수복된 땅이 본래 자국의 영토였음을 주장하면서 약탈적이고 제국주의적인 독일의 역사를 들추었다.


결국 히틀러의 나치 정권은 폴란드를 침공(1939년)했다. 탈환된 지역에선 다시 독일화가 진행, 제2차 세계대전 중 폴란드인이 무려 6백만 명 이상 사망했다. 이는 폴란드 전체 인구의 5분의 1에 해당한다. 이미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독일은 아우슈비츠 등지에 집단 학살 수용소를 만들어 2백만 명 이상의 폴란드계 유대인을 학살했다. 전후에 새로운 국경선이 제정되고, 폴란드는 남한 면적보다 넓은 땅을 패전국 독일로부터 얻어냈다.


새롭게 귀속된 국경 지대에 4백만 명 넘게 강제 이주되는 동안 독일인들은 폴란드인의 잔혹 행위에 속수무책이었다. 나치 정권의 학살에 대한 일종의 보복 행위였다. ‘피추방민협회’를 결성한 독일의 강제 추방민들은 사과와 보상을 요구했다.


종전 20주년을 맞은 1965년 공산 치하의 폴란드 가톨릭 주교단은 서독 주교단에 서신을 보냈다. 이 서신은 지난 천년 동안 양국 관계에서 긍정적인 역사에 주목했다. 아래와 같은 문구로 서신은 마무리되었다.


(사진, 서신 문구)


용서容恕라는 단어는 그리스어로 ‘아페시스’(aphesis)인데 ‘빚을 면제해 줌’을 뜻한다. 상대에 대한 분노의 감정에 얽매여 과거에만 머문다면 자신을 위해서도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 따라서 용서는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를 빚에서 해방되게 해주는, 그래서 서로 주고받는 일종의 선물과도 같은 것이다.


공자의 사상은 '충忠과 서恕'라고 할 수 있다. 춘추좌씨전에서 충은 속마음을 다하는 것(中心)이며 서는 같은 마음(如心)이며 동감, 공감, 동심으로 풀이하였다. 恕를 파자破字하면 같은 如와 마음 心으로 분리할 수 있다. 즉 용서라는 어진 행동은 내 마음을 남의 마음과 같이 하는 것이다(恕仁也從心如).


즉 용서는 잘못으로 뒤엉킨 삶의 자리에 낡은 감정을 지워 버리고 더 나은 것으로 채우는 선물이다. 받으면 좋은 게 선물이다. 나 자신을 위해 무거운 짐을 내려놓자. 이제 나를 위해 용서하자. 용서할 수 없으면 잊기라도 하자.


위기를 넘어 화해와 용서로


한자어 위기는 위험과 기회를 합친 말이다. 즉 위기는 부정적 또는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고비인 셈이다. 영어의 위기crisis는 고대 그리스어에 그 어원을 두고 있는데, ‘나누다, 선택하다, 판단하다, 결정하다’ 등의 뜻을 지녔다고 한다. 요컨대 위기는 양면의 속성을 지닌 셈이다. 미래 세대에게 지속가능한 안정을 제공하려면 공동선公同善을 우선시해야 할 것이다.


#세계사 #역병전쟁위기의세계사 #차용구 #믹스커피 #원앤원북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들의 하루
차인표 지음 / 사유와공감 / 202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간이 존귀한 이유는 서로가 서로를 그렇게 대해 주기 때문인 것 같다. 한 생명이 세상에 태어나면 “아가야, 잘 태어났어, 잘 살아” 하며 축하해주고, (중략) 아플 땐 걱정 해주고, 슬퍼할 땐 위로하고, 기쁠 때는 같이 웃어주는 서로가 있기에, 세상을 떠날 때가 되면 “잘 가라고, 보고 싶을 거라고” 진심으로 울어주는 서로가 있기에... 우리는 존귀하고 우리의 삶은 빛난다. - ‘개정증보판(확장판)을 내며’ 중에서


(사진, 책표지)


연예인 차인표에 붙어 다니는 타이틀은 배우, 영화감독, 여기에다 우리들이 잘 몰랐던 소설가까지 정말 많다. 그는 공전의 히트작이었던 TV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안에>(1993년)을 통해 데뷔한 이래 30년 동안 드라마와 영화 등에서 꾸준히 활동했다.


또 꾸준한 기부와 자원봉사 등 선행善行을 베품으로써 많은 이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더니 문학 소설 <잘가요, 언덕>(2009년)을 발표하면서 작가로 선보인 후 다양한 장르의 장편소설을 후속으로 발표했다. 지금 읽고 있는 장편소설 <그들의 하루>는 코믹 감동 소설 <오늘예보>(2011년)의 개정증보판이다.


차인표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당초 작품 <오늘예보>의 구상 단계에선 일곱 명의 하루가 거미줄처럼 엮여 있는 이야기였는데, 네 명의 이야기로 압축했다가 탈고 전 ‘공익 1’이란 인물을 누락시켜서 세 사람의 이야기로 출간했었다. 이번 개정판에선 ‘정유일’이란 이름을 부여해서 네 명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나고단 씨의 하루


인간수명연장연구소를 찾아간 나고단 씨, 만 46세를 갖 넘긴 그에게 연구소의 기대 수명 예상은 ‘46년 1일’이라는 놀라운 소식을 접한다. 게다가 그의 출생 시각을 기점으로 계산했을 때 이제 남아 있는 생生의 시간은 겨우 20분 뿐이었다.


연구소의 전공이 수명연장이다. 이에 나고단은 빨리 연장 작업을 해달라고 요청한다. 이같은 상황이 닥치면 거의 대부분 이런 반응을 보일까? 아무튼 이 연구소의 설립 목적이 ‘돈벌이’이므로 공짜로 해줄리는 만무할테고, 역시나 그에게 메뉴판이 전달된다.


(사진, 수명 연장 메뉴)


하지만 수중에 돈이 없고 신용불량자라서 신용카드조차 없는 그는 앙드레 쥬거 박사에게 앞으로 벌어서 갚을테니 딱 5년만 더 살 수 있도록 해달라고 간청한다. 이 요구를 들은 박사는 금방 말이 짧아진다.


“수명을 연장하고 싶다는 사람이 빈손으로 오면 어떻게 해?”


박사에게 씨알도 먹히지 않는 이 요구 조건이 점점 내려간다. 500원짜리 동전 하나를 내놓자 수납 창구에 접수부터 하라고 한다. 1분 연장에 475원이란다. 나고단은 절규한다. 시간이 없다며 살려달라고 말이다. 이는 꿈이다.


나이트 웨이터를 뛰다가 부킹 전문걸을 만나 5년 정도 함께 살았지만 무정자증으로 인해 슬하에 자녀 하나 만들지 못한 채 동거녀가 수영장 강사와 눈이 맞아 돈가방까지 들고 야반에 도주해 버리자 그간의 세월이 헛고생이 되고 말았다. 그래도 정신을 차리고 웨이터 일을 계속했지만 이젠 나이트 종업원과 손님들 모두 그를 대하는 태도가 예전과 달라 1년 정도 휴식을 가지며 창업 준비 후 모아둔 2억 원을 자본으로 삼아 미국산 수입 쇠고기 스테이크 전문점, 부대찌개 가게 등 이것저것을 해보지만 왕창 말아먹은 후 한강에 뛰어들 결심을 한 나고단羅苦短 씨, 이것 또한 여의치 않았다. 한강 둔치에서 영화를 촬영하는 카메라 앵글에 그의 모습이 걸리니까 자꾸 비키라고만 한다. 세상에 죽는 것도 내 맘대로 안 된다.


우리 어머니는 나를 낳고 미역국을 잡수셨고, 우리 아버지는 내 분윳값 벌겠다고 불 끄다가 돌아가셨다. 나는 분명 이 세상에 태어나서 40년을 넘게 삶을 이해하고, 포용하고,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며 살아왔다. 그런데 엄연히 숨 쉬며 살아 있는 사람을 대충 지우겠다니, 눈 앞에 보이는데 안 보이는 것처럼 만들겠다니, 있는데 없게 하겠다니..... (88쪽)


(사진, 나고단 씨의 울분)


이보출 씨의 하루


보조출연자 이보출 씨, 그는 현재 TV 드라마 <양반과 상놈>에 출연하고 있는 엑스트라로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을 누나에게 맡겨놓고 있다. 왜냐하면 빚이 너무 많아 아내도 떠났고, 살 곳이 여의치 않기 때문에 약 1년째 떨어져 살고 있다.


돈을 벌어야 방 한 칸이라도 구해서 아들과 함께 살 수 있는데, 오늘이 조기종영일이라 다시 실업자 신세로 돌아갈 처지이다. 참고로, 보조출연자의 하루 일당은 4만 원(식사대 5천 원 별도 지급)이며, 보통 반장과 함께 팀별로 움직이기 때문에 반장에게 간택된다면 새로 시작하는 50부 짜리 다른 사극에 출연할 수도 있다.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젊은 감독이 불호령이 떨어진다. “컷, 컷, 컷!” 아들 태평이로부터 걸려온 전화다. 아침부터 다른 보조출연자와 신경전을 벌이다 핸드폰 끄는 걸 깜빡 했다. 이어서 길 반장이 젊은 감독에게 야단을 맞고 나에게 한 마디 한다. “나가.”


촬영장에서 쫓겨난 김에 아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학교에서 건 전화였다. 언제 자기를 데리러 오느냐는 내용이었다. 방 한 칸을 구하려면 길 반장에게 잘 보여야 할 판에 걱정이 앞을 가린다. 그래도 가을 햇살은 따스하게 반짝인다.


남주인공은 키가 제법 큰 여주인공이 망루에서 뛰어내랄 때 안전하게 양팔로 받아야 하는데, 이 신 촬영 중 엉덩이에 기브스를 하는 사고를 당하자 이를 대신 수행할 보조출연자가 꼭 필요했다. ‘위기는 기회’라고 누군가 말했다. 보출이 이를 자원했다. 반장은 여주인공이 다치면 안된다고 신신당부했다.


그런데, 여주인공이 망루에서 뛰어내리는 촬영 신을 극구 거부했다. 그 이유는 엑스트라에게 안길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감독도 이 신을 삭제키로 결정했다. 덩달아 일당을 4배로 쳐준다는 조건도 동시에 사라지고 말았다.


마지막 촬영신은 여의도 샛강 갈대밭에서 남주인공과 여주인공이 키스하는 장면이다. 엉덩이 부상으로 거동이 불편한 남주인공이 진흙에 미끄러져 넘어졌다. 감독의 호통에 기어서 여주인공에게로 향한다. 하늘은 얼마나 거세게 비가 오려고 비구름이 가득하다. 이 신을 마쳐야 비로소 드라마는 종영된다. 남주인공 혼자서 기어갈 수가 없으므로 감독은 모든 출연자들에게 질퍽한 지면을 기어서 가라고 지시했다. 여주인공도 마찬가지다.


“아저씨, 비키라구요. 앵글에 걸려요.”

“언덕에서 내려가라고, 좀 사라지라고.”

“야! 꺼지란 말야. 비 떨어진단 말이야.”


키스신 앵글에 꼼지락거리는 사람이 잡혔다. 이에 모두 함께 합창을 했다. 그럼에도 작은 언덕 위의 남자는 미동도 없이 그 자리에 우뚝 서 있다. 이에 반장은 누가 빨리 뛰어가 이 남자를 끌어내라고 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보출 씨가 달리기 시작했다. 앵글에 잡힌 이는 바로 나고단 씨다.


(사진, 9회 말 투아웃 타자 이보출)


나는 달린다. 달리고 또 달린다. 거친 갈대가 얼굴을 때려도, 진흙이 양발을 끌어당겨도, 숨이 턱에 닿아도 나는 저 언덕을 향해 달린다. 태평이와 함께 살 그날을 그리며…저 언덕을 향해…(159쪽)


박대수 씨의 하루


전라북도 익산 출신인 박대수는 열아홉 살 때, 익산역 앞에서 패싸움을 하던 중 그가 휘두른 형광등에 동네 후배인 서팔복이 맞아 깨진 조각으로 인해 왼쪽 눈을 계속 씰룩거리는 부상을 당했다. 이 일로 대수는 감옥에 갔었으며, 스무세 살에 출소한 이후 쭉 조직 생활을 하며 감옥에 몇 번 더 들락날락거렸다.


그가 조직에서 맡은 일은 떼인 돈을 대신 받아주는 일이었다. 마흔둘에 딸(봉봉이)를 얻자 ‘지금처럼 살면 안 된다’는 깨달음이 생겼다. 이후 조직 생활의 청산에 5년이나 걸렸다. 작은 식당을 운영하며 세 식구가 오순도순 살아가는 꿈에 부풀었다. 그런데, 고향 후배 이보출이 나타나서 대박 주식에 투자하면 큰 돈을 벌 수 있다고 꼬셨던 것이다. 장사 밑천 9천만 원을 코스닥 회사 주식에 몽땅 투자했는데 두 달 만에 상장폐지가 되자 이보출은 잠수를 타버렸다.


그의 딸 봉봉이는 골수이형성증후군에 걸렸기 때문에 골수 은행에 기증자를 찾는 신청서를 접수한 상태이다. 보호자란에 박대수 이름 석 자를 적을 때 한없이 부끄러웠다. 지난 세월을 살면서 누구에게 무엇을 준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사진, 영화 대부3)


봉봉이의 혈액형이 ‘봄베이 O형’으로 매우 희귀한 혈액형이라 골수 기증자를 찾기가 매우 여렵다. 의사가 인간의 힘으로는 고칠 수 없다고 했다. 이에 대수는 난생처음 봉봉이를 살려달라고 기도를 했다.


“그 누군가를 찾아서, 그 사람 마음을 돌려서 우리 봉봉이에게 골수를 기증하도록 기적을 베풀어주십쇼. 신님, 네?”


정유일의 하루


정유일은 이름처럼 삼녀 일남 중 유일한 아들이다. 대학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하다가 아버지 사망으로 학업을 중단, 공익근무에 소집됐다. 그가 배치된 근무지는 특이한 곳으로, 한강대교 둔치 관리초소다. 근무자는 단 두 명이다.


그는 그동안 쓰레기 줍고, 휴지통 비우고, 청소하고, 길 안내하고, 개똥 치우면서 꼬박 2년을 보냈다. 폼 나는 일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외롭고 지난했던 지난 2년 동안 그가 사랑한 것은 먹는 것뿐이었다. 78kg으로 공익을 시작했는데, 지금은 102kg이다.


생전에 그의 아버지는 헌혈에 매우 정성을 기울였다. 자신의 몸에 흐르는 피 한 방울이 필요해서 애태우고 있을 사람을 위해선 한 차례도 빼먹을 수가 없다는 지론을 지녔다. 매주 토요일에는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피를 뽑으러 간다. 345번 째 헌혈을 마치고 귀가길 횡단보도에서 신호 위반차에 치여 세상을 떠났다.


부하 공익인 조박은 상급자인 유일보다 여덟 살이 더 많은 연장자였다. 근무 첫날부터 몇 분 늦게 출근했다. 추후에 알고보니 현재 조박은 치매환자인 어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는데, 그가 공익 근무지로 출근하기 전 먼저 어머니를 치매 노인 보호소에 입소시켜야 하므로 보호소 문 여는 시간과 출근 시간이 겹치다 보니 7~8분 씩 본의 아니게 지각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정시 퇴근을 준비하는데 초등학생 한 명이 초소로 찾아와 한 아저씨가 다리 위에서 구두 벗고, 양말 벗고, 상의를 막 벗고 있다는 거다. 강으로 뛰어들 채비를 하는 자살시도자임에 분명했다. 둘은 노을 진 다리 위로 온 힘을 다해 달렸다. 키가 조막만 한 아저씨가 팬티만 남긴 채 홀딱 벗고 서 있었다.


(사진, 유일 vs 노숙자)


“사장님, 반포대교로 가세요, 네?”


두 사람 간의 대화를 묵묵히 듣고 있던 조박이 불쑥 한마디를 내질렀다. 이어서 그곳엔 관리초소가 없으므로 뭘 하든 참견할 사람이 없다고 추가 설명했다. 고래고래 악을 쓰던 이 아저씨는 옷을 도로 챙겨 입고 반포대교로 발걸음을 옮겼다. 지금까지 이 글을 읽었다면 이 남자가 누군지를 알 것이다. 그렇다. 수영 강사와 눈이 맞은 아내가 야반 도주했던 나이트 웨이터 출신 나고단 씨다.


20년 후, 그들의 하루


소설은 20년 후, 그들의 하루 모습을 공개하며 끝을 맺는다. 보조출연자로 맘 졸였던 이보출은 현재 드라마 촬영장 반장으로 일하며 아들 결혼식 때문에 곧 상경할 계획이다. 과거 촬영장에서 보출에게 해악질하던 항아리는 지금도 여전히 보조출연자 신세라서 보출에게 다음 작품에도 꼭 뽑아달라고 부탁한다.


인천 국제공항의 입국장에 노신사 한 명이 들어서고, 이를 기다리던 김후덕(김부장)이 90도로 인사를 한다. 대수 행님 고향 후배로 모셔오라는 분부를 받았다고 자신을 밝힌다. 박대수의 딸 봉봉이가 결혼을 하는데, 주례를 맡은 노신사는 바로 베스트셀러 작가 나고단 씨다.


서울의 한 결혼식장, 신부 박봉봉 양의 아버지 박대수 씨와 그의 부인은 하객 맞이로 분주하다. 그 맞은 편엔 잘 생긴 신랑 이태평 군과 그의 아버지 이보출 씨가 하객을 맞이하고 있다. 박대수와 이보출이 사돈지간이 되는 날이다.


세상에 쓸모 없는 인간은 없다


한강 다리 위에서 자살을 시도했던 나고단 씨는 죽기 전에 실컷 먹고 죽자는 생각에 한 교회의 천막 식당을 찾아갔다. 식사하던 중 벽에 붙은 표어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부자도 나누지 못하면 거지고, 거지도 나눌 수 있으면 부자다.” 배를 채운 그는 죽는 마당에 한 가지만이라도 사람에게 나누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육교 계단에서 헌혈자 모집 요원을 만나 버스에서 채혈을 했다. 그의 혈액형은 돌연 변종인 ‘봄베이 O형’이었다. 곧 연말이다. 이 소설은 우리들 마음을 훈훈하게 만들어주는 연말선물 같다.


#그들의하루 #차인표 #코믹감동 #소설 #연말선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