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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메이슨, 빛의 도시를 건설하다 - 미국을 움직이는 힘, 프리메이슨과 워싱턴 DC 건설의 비밀
크리스토퍼 호답 지음, 윤성원 옮김 / 밀리언하우스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소설 [다빈치 코드], 영화 [내셔널 트레져] 등에서도 거론된 프리메이슨의 실체는 무엇일까?
그들은 독특한 형제애를 바탕으로 맺어진 조직으로 전 세계에 회원을 가지고 있으며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그런데, 혹자들은 이를 비밀스런 종교단체라고 규정하기도 하고, 혹자들은 거대한 정치세력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특히, 미국의 경우 프리메이슨은 워싱턴 등 14명의 대통령을 배출하였기에 전혀 무관하지는 않을 것으로 의심받기도 한다.
증권시장에는 "유비통신"이라는 지하 유인물이 있다. 온갖 추측성 루머 또는 "...카더라" 가 주요 내용이지만 혼자만 보는 특급 정보인양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한다. 한마디로, "아니면 말고" 또는 "믿거나 말거나"식의 폭로성 유인물에 우리 모두 쉽게 빠져든다. 나도 우리 모두에서 예외가 되지 못한다. 이 책은 프리메이슨의 오해를 찾아가며 그 진실을 밝히려는 여행이다. 저자는 영화 제작을 전공한 CF감독으로 현재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 중인데, 놀랍게도 프리메이슨 회원이다. 그는 프리메이슨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조목 조목 따지면서 항간에 떠도는 의혹설, 음모론 등을 잠재우고 있다.
프리메이슨은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비밀단체"이다. 1717년 근대적 형태를 갖춘 후 수백만 명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대통령, 왕, 정치가, 상인, 대장장이, 성직자, 노동자 등 그 직업도 정말 다양하다.
프리메이슨의 기원
성경에 나타나는 바벨탑, 노아의 방주, 예루살렘 솔로몬 왕의 성전에서 그 기원을 둔다. 고대 그리스의 마밥학교, 이집트의 신비주의에서 그 기원을 찾는 이들도 있다. 중세 석공들은 일종의 노동조합인 길드를 결성하여 임금을 설정하고, 훈련을 하고, 작업의 질을 보장하여 회원들의 복지를 증진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석공들은 기하학을 이용해 작은 설계도면을 거대한 건축물로 바꿔 놓았다. 또한, 물리학을 이용하여 거대한 석재들을 높은 곳으로 운반하는 일들도 수행했기에 늘 위험이 뒤따랐다. 따라서, 이들은 영업상의 기밀을 누설 않도록 교육받았고 특별한 신호와 악수방법 등으로 회원 신분임을 증명하곤 했다.
프리메이슨의 발전
1600년대 후반, 커다란 변화가 생겼다. 석공 출신이 아니어도 회원 자격을 취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새로이 등장한 프리메이슨은 과학적인 방법으로 고대 지식을 탐구하고 계몽주의 시대에 구현된 철학, 과학, 평등사상, 진실추구 등과 결합하면서 전세계로 급속히 퍼져 나갔다. 1700년대 초반 음주나 식도락을 즐기는 사교클럽이 유행하기도 했지만, 이와 달리 프리메이슨은 도덕이나 지적 교훈을 전수하거나, 심오한 사상을 가르치고, 관용과 예절 등의 가치관을 전파했다.
프리메이슨의 미국진출
중세시대를 지배한 교황이 성직자의 직위를 팔고 돈을 받고 면죄부를 발급하는 등 파렴치한 부패행위가 극성을 부리자 자연스레 신교도의 탄생을 불러왔다. 또한, 볼테르나 루소 등 계몽주의 철학자의 출현으로 계몽사상이 프리메이슨 원칙과 함께 크게 확산되었다. 신세계인 미국의 탄생은 프리메이슨에 새로운 활로를 제공했다.
1752년 11월, 프리메이슨의 빛을 찾아 한 청년이 이 단체에 가입했다. 그가 바로 조지 워싱턴이었다. 그의 집안은 버지니아 주에서 무려 일곱 세대에 걸친 명문 집안이었다. 18세기 13개의 식민지를 배경으로 급속히 프리메이슨이 성장했다. 1760년대엔 미국에선 독립을 원하는 저항운동이 끊일 날이 없었다. 이런 시대적 소명에 적극 참여한 일부 회원때문에 프리메이슨이 정부를 전복하고 장악하려는 비밀결사대라는 오해가 생긴 듯하다. 어디까지나 프리메이슨의 중심가치는 '혁명'이 아니라 '자유'이다.
1827년 지질학자인 잭슨박사가 고트섬 해안에서 석판을 발견했다. 여기엔 직각자, 컴퍼스, 1606년이 새겨져 있었다. 이를 근거로 프리메이슨이 영국 청교도 순례단보다 먼저 미국에 상륙했다는 주장도 있다. 미국에서의 탄생기원을 규명하기는 어렵다. 다만, 초기 회원의 대부분은 석공이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지역별 최초지부는 펜실베니아가 1730년, 메사츄세츠가 1733년에 탄생했다.
1731년 벤자민 프랭클린도 성요한 지부에서 회원으로 가입했다. 왕성한 활동으로 그는 1734년 펜실베니아 본부장, 1749년 식민지 현지본부장 등에 선출되었다. 인쇄업자였던 그는 신세계에 계몽주의와 프리메이슨 사상을 보급하기 위해 평생을 바쳤다.
프리메이슨 지부에서는 처음부터 모든 숙련 석공들이 평등한 투표권을 행사했고,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동일하게 존중받았다. 미국은 헌법을 제정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당시 헌법제정회의 의장은 워싱턴이었으며 87일간 지속된 논쟁을 잘 이끌어갔다.
미국의 권리장전의 핵심은 종교, 언론, 출판, 집회의 자유이다. 당시 종교와 국가의 분리는 가히 충격적인 혁명사상이었다. 프리메이슨이 꿈꾸어 온 종교의 자유가 반영된 것이다. 이처럼 프리메이슨이 이상한 비밀 종교단체라는 것은 단지 오해일 뿐이다.
워싱턴 DC에 숨겨진 비밀
음모론자들은 워싱턴 DC 지도에 나타난 기하학적 무늬에서 불길하거나 초자연적인 상징을 찾는데 집중했다. 프리메이슨의 상징인 직각자와 컴퍼스, 유대인의 상징인 다윗의 별, 이교도의 상징인 수리부엉이 등에 주목했다. 데이비드 오베이슨이 그의 저서 [미국 수도 건축의 비밀]에서 밝히는 주장엔 문제점이 많다. 12 궁도를 바탕으로 별자리를 읽는 능력을 활용해 워싱턴 DC 설계도에 특별한 점성학적 상징을 넣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설계도를 그린 사람은 프리메이슨이 아니다. 그럴싸한 추측일 뿐이다.
거꾸로 뒤집힌 펜타그램의 주장도 결론을 미리 내놓고 거기에 짜맞춘 의혹 제기에 불과하다. 국회의사당 주위에 프리메이슨의 상징인 직각자와 컴퍼스가 표시되어 있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 미국 국새에 있는 천리안과 1 달러짜리 지폐 뒷면에 있는 미완성 피라미드 꼭대기에 있는 천리안이 프리메이슨의 상징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또한 논리가 맞지 않다. 피라미드는 프리메이슨 조직에서 상징물로 사용된 적이 없고, 또한 천리안은 신을 상징하는 것으로 수 많은 종교들이 이를 사용해 온 것이지 프리메이슨의 전유물이 결코 아닌 것이다.
짜맞추기 의혹이 극에 달한다. 이런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미국 국새 뒷면에 새겨진 라틴어 문구 "Annuit Coeptis, 신은 우리가 하는 일을 좋아 하신다"와 "Novus Ordo Seclorum, 시대의 새로운 질서" 에 나타나는 철자 A, S, N, M, O을 재배열하면 "MASON"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 옥새를 디자인 한 찰스 톰슨은 프리메이슨도 아니다. 왜 그가 메이슨을 옥새에 숨겨야 할까? 이는 음모론자가 만들어 낸 음모일 뿐이다.
결론적으로 프리메이슨은 특정 종교가 아니며, 그렇다고 세계 정복을 계획하는 집단도 아니다. 좀 더 훌륭한 인간, 좀 더 훌륭한 시민, 좀 더 훌륭한 아들과 아버지가 되도록 장려하는 집단일 뿐이다. 세상에 흔히 알려진 프리메이슨의 "비밀주의"는 과장된 편견의 결과물이다. 단지 비난을 목적으로 삼았던 사람들이 이를 무기처럼 사용해 왔던 것이다. "비밀주의"란 조직 입회시 도제 회원에게 약속 엄수를 전달하는 하나의 덕목이었다. 또한, 프리메이슨이 악마를 숭배하는 비밀스런 종교단체였다면 조지 워싱턴 등 정치계를 주름잡은 14명의 대통령이 회원으로 계속 남아 있었겠는가? 굳이 석재를 다듬거나 대리석 건물을 건립하지 않더라도 또한 설계도나 도로 지도에 암호표시를 숨기지 않더라도 마음 속에 사람들은 자신만의 성전을 짓는다. 프리메이슨의 기본이념인 진리, 명예, 신념, 희망, 자비야말로 바로 프리메이슨의 진정한 비밀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