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서 있게 하는 것은 다리가 아닌 영혼입니다
알베르트 에스피노사 지음, 박찬이 옮김 / 열음사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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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알베르트 에스피노사는 24살에 암이 완치되었다.

14살에 처음 병원에 입원하여 10년 동안 이병원 저병원으로 옮겨 다니며 암치료를 받아오던 그는 한쪽 다리를 절단했고, 폐의 한쪽과 간의 일부도 짤라내는 육체적 고통을 이겨내며 암과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퇴원해도 좋다는 통보를 접하고 오히려 혼란스러웠다.

 

"어느 날, 나는 완치되었다. 그때가 24살이었는데, 병원에서는 더 이상 올 필요가 없다고 내게 통보했다. 나는 멍한 상태로 여섯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 갑자기 너무 기뻐 미친 사람처럼 날뛰었다" (19쪽)

 

저자는 암을 극복하고 살아남은 사람이다.

병원 밖 세상에서는 영화감독, 배우, 시나리오 작가 등으로 성공한 사람의 대열에 올랐다. 그는 이러한 성공이 암투병 중 병원에서 체험한 교훈을 자신의 일상에 잘 적용했기 때문이라며 이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잃는 것은 곧 얻는 것이다, 아픔이란 단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일기는 삶이라는 역사의 일부분이다, 자신의 화난 소리를 들어라, 화를 참는 방법, 누군가를 좋아하고 있음을 아는 방법 등 개념, 생각, 감정, 행복에 관한 23 가지의 발견들을 소개하고 있다.

 

"한쪽 다리에 이별 인사를 해. 네 다리와 연관되는 모든 사람을 초대해서 큰 소리로 작별 인사를 해보는 거야. 지금까지 너를 지탱해준 다리가 아니겠어?

이제는 그 다리가 잘 떠날 수 있도록 네가 도와주어야 해"

--- 다리 절단 수술 하루 전, 수술을 할 외과의사가 (28쪽)  

 

저자는 우리 모두에게 특별한 세상인 "노란 세상"을 발견하길 소망한다. 여기서 노랑은 친구의 새로운 명칭이다. 애인과 친구의 사이에 존재하며 내 생애에 의미있게 스쳐 지나간 사람, 잠깐 동안의 대화에서 나를 변화시킨 사람을 통털어 노란 사람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당신의 삶에서 특별한 사람들을 노랑이라고 한다. 노랑은 우정과 사랑 사이에 존재한다. 노랑과는 굳이 만나거나 연락을 유지하지 않아도 된다" (162 쪽)

 

저자는 병실에서 많은 동료들과 함께 생활했다. 그들은 스스로를 "병원 형제" 또는 "끝을 앞둔 형제"라고 불렀다. 그런데, 어느 날 병실 친구에 대하여 서로 의견을 나누다 우연히 자신과 한 여자 아이가 이를 "노랑"이라고 정의내리면서 병실 친구의 개념을 정의하는 단어가 되었다고 회고한다.

 

친구는 얼마 간의 세월을 요한다. 자주 또는 일정하게 만남을 지속할 경우 친구의 요건이 충족된다. 그러나, 노랑은 그렇지 않아도 된다. 나를 특별한 사람으로 느끼게 해주는 그 사람이 바로 노랑이 된다. 굳이 전화를 해야 하거나, 가끔 만나야 하거나, 몇 년 동안 알아온 사람이어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노랑은 앞으로 만날 수 있든 없든 나의 삶을 바꾸는 사람을 말한다. 노랑은 남성도 될 수 있고, 여성도 될 수 있다. 누군가가 나의 노랑이 될 것같은 확신이 생기면 이런 일을 함께 해 볼 수있다.

 

말하기 : 노랑과 있을 때는 자신의 비밀을 털어 놓을 수도 있고 마음을 열 수있다. 많은 양의 말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단 두 마디의 대화로 노랑이 되기도 한다.

 

포옹과 애정표현 : 상대방의 숨소리를 느끼며 약 2분간 안아주는 것이다. 숨소리를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손을 잡거나, 어깨에 손을 얹거나, 얼굴 또는 다리 등을 자연스레 마니면서 애정을 표현할 수 있다. 애정표현이란 우정의 개념에서 한 단계 더 진전한 것일 뿐이다.

 

잠자기와 일어나기 : 상대가 잠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을 보는 것은 노랑에게 있어서 또 하나의 중요한 조건이다. 병실에서의 상황을 연상하라. 같이 잠자기란 결코 섹스의 개념이 아니다.

 

이별하기 : 노랑 세상에선 의무감을 느낄 필요가 없다. 함께 있었고, 필요한 순간에 도움을 주고 받았으면 이걸로 충분하다.

 

저자는 누가 나의 노랑인지 알수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 자신이 생각하는 아름다움의 기준을 리스트하라, 둘째 100 가지의 목록을 만들고 이 중에서 섹스나 남녀간의 사랑 관련은 모두 지워라, 셋째 23 가지만 남긴다 (그냥 23이란 숫자를 좋아하기 때문임), 넷째 만약 어떤 사람과 대화를 결정한 경우엔 이런 관계로 인해 삶이 훨씬 즐거워 질 것이다, 다섯 째 2년마다 내 목록을 다시 만들어라.

 

대학 친구들과의 어느 모임에서 "진정한 친구"를 주제로 난상토론을 벌인 적이 있었다. 당시 난 3분 스피치를 통해 나의 역경과 극복 사례를 경험담으로 전하며, 나의 진정한 친구는 "나의 아내"라고 규정한 적이 있었다. 한편, 저자는 인간관계를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아는 사람 : 한 두번 만난 사람으로 안면은 있지만 교제는 없는 관계

친구 : 학교, 직장, 취미 등으로 항상 우정을 유지하는 관계

노랑 : 내 삶에서 나를 변화시키는 사람들. 친구 이상의 존재이다.

 

노랑은 우정의 새로운 연결고리이다. 저자가 바라는 이상적인 세상은 친구들도 변화시켜 노랑으로 만드는 것이다. 저자의 간절한 바램처럼, 각자의 노랑을 찾아 나서보자. 새로운 경험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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