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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홍 마코앵무새의 마지막 비상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새를 지키기 위한 한 여인의 투쟁
브루스 바콧 지음, 이진 옮김 / 살림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읽는 내내, 내 머리에서 두 사람의 행적이 떠나질 않았다.
한 사람은 이미 故人이 된 미국의 레이첼 카슨여사이며, 또 한 사람은 한국의 지율스님이다. 이 책의 주인공 샤론처럼 여성이란 점과 그리고 환경의 중요성을 제기하면서 투쟁을 불사했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미국인 카슨 여사 ( 1907 - 1964 년 ) 는 생물학자로 환경 분야의 고전인 < 침묵의 봄 > 의 저자이다. 당시 광범위하게 사용되던 합성살충제의 위험성과 환경오염의 문제를 제기하면서 미국 농무부, 화학공업회사 및 대농장주 등을 대상으로 한 판 승부를 벌여 결국 DDT 가 암을 유발할 정도로 유해함이 판명되면서 미국에서 사용금지 판정이 내려졌다. 자신의 저서에서 봄이 되어도 꽃이 피지 않고, 새가 지저귀지 않는다면 이런 봄이 우리에겐 재앙이라는 문제점을 고발하면서, 미국 환경운동의 기폭제가 되기도 했다.
경부 고속 철도 공사의 구간 중 천성산 관통 터널이 있다. 천성산은 22 개의 늪과 12 개의 계곡을 거느린 품인데, 이곳엔 도룡농, 수달, 솔나리 등 30 종의 천연기념물이 살고 있다고 한다.
지율 스님은 도룡농 보호를 위해 터널공사 반대시위를 벌이며 단식투쟁 까지 불사했지만, 개발공익론에 밀려 " 계란으로 바위치기 " 격으로 끝나고 말았다. 이후 지율 스님은 터널 관통 굴착기공사를 24 회에 걸쳐 저지하여 공사 진행을 지연했다고 고소를 당해 업무방해죄로 징역 6 개월에 집행유예 2 년을 선고 받은 사실이 기사화 되었었다.
< 벨리즈, Belize > 란 나라를 아시나요 ?
지리적으로 중남미 유카탄 반도에 위치하고 있다. 北으론 멕시코, 西쪽으론 과테말라와 국경을 접하고 南東쪽으론 온두라스灣을 사이에 두고 온두라스가 있다. 인구가 약 28만 명이며, 면적은 약 2만 3천 평방킬로미터인 정말 작은 나라이다. 아름다운 바다와 산호초 때문에 " 카리브 海의 보석 " 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1981 년 영국 식민지로 부터 독립했다.
이 나라엔 세계적으로 300 여 마리만 생존하고 있는 멸종 위기의 조류인 주홍 마코 앵무새가 마칼 江 유역에 서식하고 있다.
이 앵무새의 특징은 우비의 노란빛, 인디고 물감의 푸른빛, 아일랜드 식당 문의 빨간빛을 모두 지니고 있고, 몸체가 매우 크며 나뭇가지에 앉아 오후 내내 열매를 쪼아 먹는 것을 좋아 한다. 화려한 몸색깔이 재규어, 퓨마 등 육식동물에 쉽게 노출되기에 케이폭나무나 무화과나무의 가지에 둥지를 틀고 이들 먹이사슬을 피하고 있다.
한편, 이 나라엔 재미있는 동물원이 있다.
西쪽 과테말라 방향으로 약 오십 킬로미터 달리면 열대 초원 한 가운데 엉성한 울타리로 둘러 친 동물원 건물이 보인다.
또한 " 벨리즈 동물원 - 野生동물의 안식처 " 란 간판도 보인다. 동물원 원장은 미국인 샤론 마톨라인데, 버려진 야생 동물을 사육하고 있다. 우리에겐 생소한 " 맥 ", " 아구티 ", " 테이라 " 등 등, 이 동물원은 1983 년에 처음 문을 열었단다.
벨리즈의 과거 역사는 지구상에서 강력하면서도 신비로운 수준의 문명, 마야문명의 발상지이다. 과거 화려한 이 문명은 존 로이드 스티븐스와 프레데릭 캐더우드가 1839 년 탐험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古代 마야제국의 모습은 古代 그리스처럼 都市國家 형태였다고 한다. 그런데, 전성기엔 인구 3 백만 명이 넘는 강력한 제국이었지만 9 세기 초반 갑자기 찾아온 가뭄과 흉작때문에 붕괴면서 이후 생존한 마야인은 작은 마을로 산개하여 살았다. 이후 1519 년 스페인 정복자 코르테스의 군대에 철저히 유린당하고 만다. 스페인 사람들이 벨리즈 습지에 자라는 " 로그우드 " 란 나무에서 푸른빛이 감도는 검은색 염료를 찾아 내어 기존의 남색 염료를 대체하자 이곳에 영국인들이 벌채를 위해 몰려 들었다. 그러자, 1862 년 대영제국은 이곳 정착민에게 " 영국領 온두라스 " 란 국명을 부여했다. 영국인들이 목재를 강탈한 뒤 벨리즈에 남겨 놓은 것은 두 개의 비포장 고속도로와 식민통치시 사용한 건물 몇 채 뿐이었다. 1981 년 독립하여 초대 정권이 수립된 이래 벨리즈는 무력 침공을 감행하려는 이웃 과테말라의 군대가 제일 큰 관심사였다.
그런데, 1980 년대 후반에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이 나라에 관광사업이 붐을 이루면서 관광객이 에어컨을 요구하자 벨리즈는 전력이 필요한 상황이 되었다. 1999 년 2 월 벨리즈 정부는 마칼 江 차릴로 지역에 댐을 짓는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이 책은 흥미를 더해 간다. 다국적 에너지 기업인 < 포티스 > 의 주도로 높이 45 미터에 1억 5천 7백만 리터의 물을 저장하는 댐공사를 추진함에 따라 江 유역은 침수될 것이고 주홍 마코 앵무새 등 희귀 동물의 서식처와 자연 환경이 파괴되는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
이에, 멸종 위기 조류인 마코 앵무새를 보호하려는 동물원 원장 샤론 마톨라는 언론기관과 정부에 편지를 발송하면서 댐 건설 반대시위를 벌인다. 정부와 권력실세들은 무슨 연유인지 전력 확보의 필요성만 부각시키면서 오히려 샤론을 압박해 온다.
심지어 미국사람인 외부인 샤론이 댐 공사를 저지하는 것은 미국과 함께 벌이는 음모라고 評하면서 마녀 사냥식의 언론플레이까지 펼친다.
소송으로 까지 비화된 댐 공사 저지 운동의 결론은 실패로 결말이 난다. 절박한 경제 상황을 감안한 전력 공급 인프라 구축을 최우선순위로 내세운 정부 당국의 개발공익론이 생태 환경 보호론자인 샤론을 포함한 추종자들의 반대 여론을 무력화 시킨다. 이 과정에 정치적 결탁, 부폐와의 야합 등의 요소는 이 책의 핵심이기도 하다.
이 이야기는 실화이다. 희귀 조류인 마코 앵무새의 보호를 둘러싼 먼 나라의 이야기지만 남의 일처럼 가볍게 넘길 소재는 아닌 듯하다. 핵심은 경제논리를 앞세운 개발공익론과 환경, 생태 보호론간의 맞짱인 것이다. 그 대상이 벨리즈의 마코 앵무새든, 미국의 철새든 아니면 한국의 도룡농이든 주제는 동일한 것이 아닐까 ?
지구 곳곳에서 자행되는 생태파괴는 지금도 진행형이다.
카슨 여사의 말처럼 봄은 왔지만 봄 같지가 않다. < 침묵의 봄 >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