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바다 - 공지영 장편소설
공지영 지음 / 해냄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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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1980년의 서울과 현재의 뉴욕까지 시공간을 교차하며 첫사랑에 빠진 두 남녀의 애절하면서도 풋풋한 마음과, 온갖 세상 경험과 상처를 품고 살아가는 장년의 고단함을 섬세하게 보여준다. 청춘을 떠올리게 하는 따스한 에메랄드 빛 서해바다와 시간이 박제된 자연사박물관과 9/11 메모리얼 파크 등 인물들의 심리와 상황을 상징하는 듯한 독특한 배경들은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체험을 선사한다.

 

 

사랑의 에너지를 다시 지피다

 

"세상은 여전히 시끄럽고 영원으로부터 영원토록 부조리했다. 분노가 치밀 때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고작 부조리에, 폭력과 음모에 고통 받는 사람들을 위해 내 자리에서 모스 부호를 타전하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나는 이제 안다. 내가 여기서 내 마음을 다해 보내는 위로와 사랑은
하찮은 것이 아니라는 우주의 한 비밀을" - '작가의 말' 중에서

 

등장인물 소개

이미호
안식년을 맞은 독문과 교수로, 미국 뉴저지에 사는 어머니와 동생을 만나러 가는 길에 뉴욕에 들러 40년 만에 연락이 닿은 첫사랑 요셉과 재회한다. 스무 살, 아버지의 고문과 강제 해직으로 집안이 기울 무렵 요섭의 고백에 돌아서고, 유학시절에 만난 남편과도 이혼하면서 자신에게 가까운 남자들을 불신하며 살아간다.

요셉
미호의 첫사랑이자 미국에서 성공한 사업체의 경영자이다. 신학생 시절 미호를 사랑했지만 어머니의 반대와 미호의 거절로 크게 마음에 상처를 받고 갑작스레 결혼해 미국으로 떠난다. 40년 만에 만나는 미호를 위해 관광 가이드처럼 상세한 일정을 잡아 그녀를 의아하게 만든다.

어머니
철저한 외모 관리로 노년에도 예쁘다는 소리를 듣는 미호의 엄마는 대학 교수이던 남편이 직장에서 쫓겨나고 고문으로 몸져눕는 현실에서 무심하게 도망치며 가족들을 돌보지 않아 자식들에게 상처를 준다.

여동생
요셉을 따라 미국으로 건너온 여동생은 40년 전 미호를 좋아하고 따르던 중학생이었지만 신학생인 오빠 주변을 감시하는 역할을 맡곤 했다. 두 사람과 함께 뉴욕에서 재회하며 둘 사이의 풀지 못한 기억의 실마리를 던져준다.
 

 

 

미호는 우연히 마이애미를 가게 되었다. 재직 중인 대학의 영문과 선생들이 헤밍웨이 심포지엄에 참석하는 여행 스케줄을 마련했는데, 피치 못할 사정으로 한 사람이 불참하게 됨에 따라 그 자리를 특별 할인가로 참여하라는 제안을 받고 합류를 결정했다. 특히, 마이애미와 키웨스트까지만 동행하면 일행들은 거기서 쿠바로 떠나기에 이후는 자유여행을 즐길 수 있어서 미국에 살고 계신 어머니를 오랫만에 만날 작정이었다.

 

그녀는 합류가 결정되던 날 오후 현재 뉴욕에 살고 있는 한 사람에게 급히 연락했다. 만날 수 있다면 40년 만에 만나는 사람이다. 사실 뉴욕 여행이 처음인 것도 아니지만 5년 만에 어머니가 계신 뉴저지의 동생 집에 들릴 계획이라 이참에 그 사람을 볼 수 있을까란 생각에 보낸 연락이었는데 바로 답신이 도착했다.

 

"저녁 식사도 좋고 가능하다면 하루 내내 뉴욕을 보여주고 싶은데.... "  

 

40년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는 것들도 분명 있었다. 당시의 인생은 그녀에게 운명의 다트를 던지라고 강요하는 듯했다. 그녀는 그것들을 아직도 잘 기억하고 있었다. 아니 애써 기억하고 있었다기보다는 마치 어린 시절 친구네 집 풍경들처럼 자연스럽게 그때의 기억들은 그녀에게 수동태로 머물고 있었다. 가끔은 그 기억을 잊어버리려고 애썼던 적도 있었지만 그 기억들은 그녀를 떠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살아 있는 동안 한 번쯤은 그와 이야기할 수 있는 날이 올까?라고 말이다. 그 사람은 그녀에게 그런 의미였다.

 

미호는 대학에서 독문학을 가르치고 있다. 뉴욕을 향하는 비행기 창 아래로 마이애미 해변이 보인다. 어제밤에 포도주를 마사다가 그녀는 일행들과 떨어져 먼저 방으로 돌아왔다. 바로 잠자리에 들지 목하고 늘 그랬던 것처럼 얇은 시집을 펼쳤다. 나희덕의 시였다. 무언가가 가슴 한구석을 톡하고 치며 지나갔다.

 

제 마른 가지 끝은

가늘어질 대로 가늘어졌습니다.

더는 쪼개질 수 없도록.

 

제게 입김을 불어넣지 마십시오.

당신 옷깃만 스쳐도

저는 피어날까 두렵습니다. 

 

- '어떤 나무의 말' -

 

뉴욕 자연사박물관 로비엔 거대한 공룡이 뼈만 남은 채 서 있었다. 로비에 가득 찬 사람들의 노랗고 갈색이고 검은 다양한 머리칼과 어깨 그리고 상반신 들 사이로, 마치 거센 푹풍우 속에서 언뜻 보이던 별처럼 누군가의 시선이 빛나고 있었고 그녀가 시선을 들자 두 눈은 정확히 마주쳤다. 그녀는 그것이 그 사람임을 알았다. 약하게 감전된 것 같은 통증이 뒤통수를 지나 등뼈를 타고 쭉 내려갔고 얼마간 얼어붙는 기분이었다. 그는 아까부터 그녀를 주시하고 있었지만 40년이라는 그 세월이 그를 머뭇거리게 한 듯 했다.

 

지하철에서 내려 9/11 메모리얼 파크로 가는 길에 폭풍이 불고 있었다. 앞으로 전진하지 못할 만큼 거센 바람이었다. 그 사람은 머리를 약간 숙이고 걸으며 따라오고 있는 그녀를 가끔씩 돌아보았다. "아우, 못 걷겠어요. 뭐 이런 심한 바람이 다 있어요", 그녀의 소리에 그 사람이 그녀 곁으로 다가왔다.

 

건물 모퉁이를 돌자 뜻밖의 광경이 펼쳐졌다. 쌍둥이 빌딩이 있었을 그 자리엔 폭포가 펼쳐졌다. 이를 설계한 건축가가 명명한 이름은 <부재에의 반추>이다. 즉 '빈 자리를 비춘다'는 뜻이다. 이 물은 죽은 사람들과 그 가족들의 눈물을 의미한다는 설명이 있다.  두 사람은 입장권을 사서 메모리얼 파크로 들어섰다. 거대한 벽 하나에 온통 로마의 시인 베르길리우스(버질)의 시구절이 새겨져 있었다. 

 

"No day shall erase you from the memory of time."

(그 시간의 기억에서 당신을 지우는 날은 오지 않을 것이다)

 

커다란 모니터에는 쌍둥이 빌딩에 여객기들이 충돌하는 테러 화면이 반복되고 있었다. 그 사람은 당시의 끔찍했던 먼지 투성이의 광경을 설명해주었다. 그는 이제 코리언 아메리칸임이 느껴졌다. 부서진 소방차와 구부러지고 휘어진 철근들, 둘은 지하세계의 여기저기를 걸었다. 잠시 쉬는데 그가 물을 두 병 사왔다. 그는 생수를 한 모금 마시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날 너랑 나랑 둘이 먼 바다로 나갔었잖아."

"무슨 먼 바다요? 저는 깊은 물에서 헤엄 못 쳐요."

"나갔어. 나랑 둘이."

그가 잠시 바람이 빠지는 듯 웃었다. 그리고 너무나 당연하다니 더 이상은 설명하기 싫다는 듯 단호하고 가볍게 말했다. 문득 진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더 우기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생각했다. 몽유도. 죽음의 기록으로 가득 찬 이 지하공간에서 그는 왜 갑자기 그들 인생의 가장 빛나는 순간을 호명하는 것일까.

 

누구에게나 그렇다.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지울 수 없는 사랑의 기억이 존재한다. 사랑은 바로 그 시간과 죽음마저 이기는 힘을 발휘하곤 한다. 미호가 40년 만에 요셉과 해후하는 시간은 그녀를 여전히 아물지 않은 상처의 순간으로 데려간다. 평생 간직했던 요셉에 대한 미안함과 고통 속에 죽어갔던 아버지에 대한 죄책감과 그리움, 이해할 수 없었던 어머니에 대한 원망, 피투성이가 되도록 아파했던 자신의 젊은 날과 재회한다.

 

사랑했지만 한없이 서투르고 연약했던, 그래서 도망치고 상처 주었던 이들을 용서하고 화해한다. 그 과정을 통해 마침내 미호와 요셉은 각자의 삶의 절정마저 지우고 살게 했던, 서로 진정으로 신뢰하고 사랑했던 그 마지막 기억의 퍼즐을 맞추어간다. 기억의 마지막 퍼즐이 맞춰지자 풍경은 완전히 다른 것이 되어버렷다. 그들은 사랑했으므로 과거만이 중요했다. 미래는 그때도 지금도 그들의 몫이 아니었다. 소설은 미호가 어머니의 말을 떠올리며 맑은 맨 눈물을 흘리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사랑한다고 말해 주고 미워하는 사람들에게 날시가 춥죠? 하고 말하는 것 외에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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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론 - 리더는 일하는 사람이다
이한우 지음 / 쌤앤파커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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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의도했던 바는 아니지만, 공자(孔子)를 공부하다 보면 놀라게 되는 것이 있다. 바로 그의 탁월한 글쓰기 능력이다. 그동안 동서양 철학의 대가들이 쓴 책들을 두루 보았지만 공자만큼 글을 잘 쓰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 2000년도 더 이전에 살다 간 공자를 직접 보지는 못했어도 그는 분명 말도 잘했을 것이다. 공자의 글이 도덕적인 이야기만을 한다거나 심오한 철학적 명문이라서만은 아니다. 그의 글이 향하는 방향이 일관되게 일이 되게 하는 곳을 향해 있다는 점에서다. - '글을 시작하며' 중에서

 

 

군자는 일이 되게 한다

 

이 책의 저자 이한우일이 중심이 되는 군자학 연구에 독보적인 성과를 낸 국내 최고의 권위자이자 저술가로, 1961년 부산에서 태어나 고려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철학과 석사 및 한국외국어대 철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뉴스위크]와 [문화일보]를 거쳐 1994년 [조선일보]로 옮겼다. 2002~2003년 논설위원을 지낸 후 문화부 기자로 학술과 출판 관련 기사를 썼으며 문화부 부장을 역임했다. 현재 논어등반학교 교장으로 1년 과정의 논어 읽기 강좌를 비롯한 다양한 원전 강독 강의를 통해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군자 리더십을 설파하고 있다.

 

요즘 세태를 보노라면, 일부 친여권 성향의 자칭 언론인이라는 사람, 친여권 대변인 역할을 하는 정치인, 여권의 핵심 인물들, 청와대 주요 인사들, 심지어 대통령까지 이들이 내뱉는 말들은 우리들을 홍수 속에 빠뜨려 허우적거리게 만든다. 과연 이들은 생각을 한 후 이런 말을 하는건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리더가 내뱉는 말에는 이에 합당한 이유가 다 들어있다. 그래서 어떤 형식이로든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공적인 말은 일이 되게 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할 말은 반드시 하되, 불필요한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는 것이 제대로 된 말하기다. 여기서 말 대신 글을 집어 넣어도 마찬가지다. 즉 할 말은 반드시 쓰고 불필요한 말은 단 한 구절도 쓰지 않아야 한다. 지금 세상은 감추려해도 감출 수 없는 그런 소통의 장이다. 각종 형태의 미디어를 통해 거의 실시간 급으로 우리 대중들에게 모두 공개된다.

 

말은 이렇다. 모두 일과 깊이 얽혀 있다. 말이란 일이 되게 만드는 간절함이 내포되어 있는 셈이다. 이에 저자는 군자가 행하는 말은 필요한 일이 성취되도록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면서 시 時와 장소, 상대방을 잘 가려서 말을 해야 하는 것도 결국엔 이 때문임을 강조하면서 우리들에게 인류의 영원한 스승 공자를 소환한다. 공자는 신중하며, 지혜롭고, 현명하게 일이 될 수 있도록 이끄는 사람, 즉 능력 있는 사람을 군자로 칭송했다. 다시 말해 일이 되게끔 하는 사람이 바로 군자이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위선이 선한 것을 가리고, 허위가 진실인 양 조작을 일삼는 오늘의 정치 행태는 결코 국민들의 더 나은 삶, 공정과 정의를 표방하는 사회를 만들 수 없다. 소위 '그들만의 리그'만 만들고 광신도 집단만을 양산하는 꼼수의 행태에 불과할 뿐이다. 며칠 전에 발생한 사건을 보면 이를 알 수 있다.

 

아산시의 전통시장에서 한 반찬가게 여주인이 요즘 경기가 어떠냐는 대통령의 질문에 현실성과 진정성을 담아 "거지 같다"는 답변을 했다고,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집단들은 이 여인이 행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온갖 행패를 부린다. 그럼에도 정작 나라의 지도자라는 대통령은 이런 부당한 행동을 지적하지 못하는 그런 일을 수행하고 있다. 정말 개탄스럽다.

 

이 시대에 우리들은 다시 새롭게 공자를 읽어야만 한다. 왜냐하면 그 속에 진정한 리더십의 진수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말만 하는 선비와 일이 되게끔 하는 군자를 잘 분별하지 못하는 이런 혼란한 시대엔 진정한 군자상이 필요해서다. 그래서 저자는 공자의 행동과 말 속에서 일이 되게 만드는 말(글)이 무엇인지 살펴보면서 이를 소개하고 있다. 

 

임금과 신하의 관계는 너무도 오래전의 이야기다. 오늘날 사장과 직원의 관계로 생각해보자. 사장의 말은 직원들이 회사가 추구하는 방향을 향해 전력질주하도록 만들고, 반면 직원의 말은 사장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맞춘다. 물론 이는 공적인 관계에서 그렇다는 말이다.  반면에 사장이든 직원이든 사사로운 관계에서의 말은 확연히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들의 주제는 공적인 영역에서 사용하는 군자의 말에 중점을 둔다. 여기서 말하는 군자란 일종의 인간 유형이다. 임금 중에도 군자다운 임금과 소인 같은 임금이 있고, 신하 중에도 군자다운 신하와 소인 같은 신하가 있다. 이를 오늘날의 회사에 도입하면 군자다운 사장과 소인 같은 사장, 그리고 군자다운 부하와 소인 같은 부하가 있을 수 있다. 

 

어렵디 어려운 <주역周易>을 공부하는 사람들을 위해 공자는 이를 <계사전>을 통해 풀이한다. 배반, 불신, 군자, 소인, 위선, 무례 등 여섯 가지 키워드를 담고 있는데, 주역이 단지 인생의 길흉화복을 점치는 게 아니라, 어떤 사람의 말을 통해 사람의 됨됨이를 알아 볼 수 있음을 이렇게 말하고 있다.

 

앞으로 배반할 자는 그 말이 부끄럽고 마음속에 의심이나 의혹을 품고 있눈 자는 말이 갈라져 산만하다.

좋은 사람은 말이 적고 조급해 하는 사람은 말이 많다.

거짓으로 좋은 척하는 자는 그 말이 이리저리 떠다니고 지켜야 할 바를 잃은 자는 그 말이 비뚤어져 있다.   

 

군주란 그 나라의 규모가 크든 작든 모든 권력을 장악한 사람이다. 이때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바로 교만이다. 이만하면 되었다는 어설픈 만족감이다. 이런 사람들은 당연히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익히려 하지 않는다. 귀찮고 번거롭고 지겹기 때문이다. 여기서 문제는 더 이상 나아가려 하지 않는 지도자에게는 새로운 길을 인도해줄 스승과 같은 신하[師臣]가 가까이 갈 수 있는 여지가 없다는 사실이다.

 

"(옛 뛰어난 이들의 애씀이나 애쓰는 법을) 배워서 시간 나는 대로 그것을 익히니

진실로 기쁘지 않겠는가?" 

 

앞으로 나아가기를 멈추어버린 지도자에게 꼬이는 것은 아첨하는 신하뿐이다. 신하를 스승으로 둘 수 있는 마음가짐은 바로 겸손이다. 황희 정승을 스승과 같은 신하로 가까이 했던 세종은 호학군주 好學君主라고 볼 수 있다. 반면에 스스로 임금이자 스승이라고 불렀던 정조는 결코 호학군주라고 할 수 없다.

구차함은 대체로 모자람보다는 지나침에서 생겨난다. 사안에 적중하면 구차함은 사라진다. 그러면 구차함이 없도록 말을 하기 위해서 어떤 훈련이 필요할까? 말은 생각에서 나온다. 따라서 생각에서부터 상황과 자신의 처지 그리고 바른 생각을 갖추려고 해야 한다. 물론 그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우리가 평소 이 문제에 노력을 쏟지 않았을 뿐이다.

 

나라나 조직에서의 말 중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가 바로 직언이다. 그런데 저자가 <논어>를 오랫동안 강의하면서 강조하는 말 중 하나가 '직언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공자의 가르침'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사람들은 대부분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인다. 그러나 내용상의 직언, 직간과 방식이나 행태로서의 직언, 직간은 다르다. 이 점을 구분하지 못하면 그 말이 광직(狂直)해지고 자칫 자신의 몸만 망치게 된다.

 

조선시대 때도 간언을 잘못했다가 신세를 망친 인물들이 한둘 아니다. 지금도 이런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조선엔 임금에게 간하는 일을 주업무로 다루는 사간원이 있었다. 책임자는 대사간(정3품 당상관)이고 그 아래로 사간(종3품), 헌납(정5품), 정언(정6품)을 거느렸다. 이들이 활동하는 일이 '언론言論'이라고 불렀다. 이들은 간하는 일로 인해 수시로 고초를 겪었다. 이 시대의 언론사들은 과연 어떠한가, 어용 대변인인가, 아니면 촌철살인의 필력인가?   

 

오간

 

정간正諫~ 곧이곧대로 간하는 것(직언, 직간, 강간)

장간戇諫~ 눈치 살피지 않고 간하는 것

강간降諫~ 겸손한 문체나 태도로 할 말은 하는 것

휼간譎諫~ 고사나 시구를 빌어 은근하게 간하는 것

풍간諷諫~ 휼간과 비슷하면서 더욱 에둘러 간하는 것 

 

조선 성종 때부터 성리학, 그중에서도 주자학이 주류 이데올로기로 자리 잡기 시작하면서 말이 중시되는 것에 비해 일은 경시되었다. 그 이후 점점 일의 이치를 알아서 일을 잘 풀어가는 유자로서의 군자는 점점 퇴색하고 뒷짐을 진 채 다른 사람의 일을 평론하고 비판하는 유자로서의 선비가 조선 사회에서 주류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조선의 선비는 엄밀히 말하면 군자도 아니고 소인도 아닌 어정쩡한 위상을 갖게 되었고, 군자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야기는 어디서도 들을 수가 없게 되었다. 그렇다면 본래 공자가 생각했던 군자는 어떤 사람인가? <자로>에 나타나는 공자의 말을 살펴보자. 아래와 같다.

 

"군자는 섬기기는 쉬워도 기쁘게 하기는 어려우니, 기쁘게 하기를 도리로써 하지 않으면 기뻐하지 아니하고, 사람을 부리면서도 그 그릇에 맞게 부린다. 소인은 섬기기는 어려워도 기쁘게 하기는 쉬우니, 기쁘게 하기를 도리로써 하지 않아도 기뻐하고, 사람을 부리면서도(한 사람에게 여러 종류의) 능력이 완비되기를 요구한다"  

 

공자가 자하에게 되지 말라고 했던 소인은 바로 이런 모습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사람을 부리면서도 그 그릇에 맞게 부린다" "사람을 부리면서도 능력이 완비되기를 요구한다"라는 말이다. 이는 둘 다 일[事]과 관련된 언급이다. 즉 아랫사람에게 일을 시킬 때 그릇에 맞게 부리는 것이 바로 공자가 말한 관(寬), 즉 너그러움이다. 공자는 이런 관이 없는 리더는 리더가 아니라고 했다. 마치 효도하지 않는 자식은 자식이 아닌 것과도 같다.

 

따라서 군자는 아랫사람 한 사람에게 여러 능력이 다 갖춰져 있기를 요구하지 않는다. 이렇게 하는 것이 바로 관이고 ‘그 사람을 그 그릇에 맞게 부리는 것’이다. 즉 공자는 군자를 말할 때 반드시 일을 이치에 맞게 처리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주희는 공자를 지웠고 그 탓에 군자 또한 우리의 머릿속에서 사라졌다. 주희를 물리치고 공자를 다시 소환하는 것은 일의 중요성을 깨닫는 것임과 동시에 리더의 중요성을 깨닫는 것이다.

 

의에는 책임이 따르지만, 논에는 책임이 따르지 않는다. 여론輿論조사가 여의輿議조사가 될 수 없는 이유다. 우리 조상들은 이 점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논정부論政府라 하지 않고 의정부議政府라고 했던 것이다. 의는 일을 하기 위해 하는 말이고, 논은 그저 주장을 하기 위해 하는 말이다. 당연히 의가 논보다 중요하다. 일이 말보다 중요하다는 뜻이다.

 

 

일이 먼저다

 

선비가 꼬장꼬장하다면 군자는 유연하다. 자신을 내세우기보다는 일이 풀려가는 것을 앞세운다. 우리 주변에는 자기주장에만 급급한 선비형 인물들이 너무 많다. 시국 토론회를 보면 말은 넘쳐나지만, 일이 되게 하려는 토론인지 의심스러운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촉새 같은 인물들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양보도 할 줄 알고, 상대방을 존중하며 토론 주제에 대해 넓은 이해를 가지는 것이 토론의 본디 목적인데, 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한 줌도 안 되는 알량한 지식이나 도덕을 과시하려는 행동은 애초에 남들과의 화합이나 공존 자체에는 아예 관심도 없는 무가치한 인물이 아닐 수 없다. 이 시대에 궤변만 늘어놓는 자칭 지식인이라는 사람과 나라를 다스리는 리더에게 이 책을 바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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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시지 않고도 취한 척 살아가는 법 - 일상은 번잡해도 인생은 태연하게
김원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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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속에 담긴 이야기들은 어쩌면 한 사내가 수십 년 동안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연구해온 '술 마시지 않고도 몽롱해지는 법'에 관한 보고서라 할 수도 잇을 것이다. 위로와 격려가 필요한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따듯한 한 그릇의 '마법 수프'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이야기들을 당신에게 건넨다. - '프롤로그' 중에서

 

 

취한 척 살아가기

 

책의 저자 김원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했고, 사진작가로 활동하신 아버님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부터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사진 찍기를 좋아했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그림이 사진이고 사진이 그림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으며 마치 일기를 쓰듯 사진을 찍고 있다.

 

1995년에 [PAPER]를 창간해 20년이 넘도록 발행인으로 활동하였으며, 요즘은 남산 성곽마을 작업실에 머물며 그림 그리기와 나무를 다듬어 작품을 만드는 일에 전념하고 있다. 친구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며 담소하기를 즐기는 몽상가이며, 개인 작품집으로 <좋은 건 사라지지 않아요>와 <봄날을 지나는 너에게>가 있다.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되었는데, 인생을 대하는 마음가짐, 행복한 삶을 위한 작은 규칙들, 인간관계에서의 태도, 죽음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시야까지 다양한 주제가 얽혀 있다. 저자는 행복해지기 위해 죽는 순간까지 '새로운 것들이 튀어나오는 인생이라는 이름의 다이아몬드 광산'에서 더 좋은 것을 발견하기 원한다. 윤택한 삶의 중심에는 늘 '나'가 있다. 그래서 쉼없이 '나'라는 존재를 이야기한다.

 

 

 

 

 

요즈음 술에 취하지 않고는 맨 정신에 살아가기가 힘든 시절 같다. 갑자기 찾아온 IMF 위기 때 이후론 술을 끊고 살았는데, 현 정부가 들어서고선 나라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은 탓인지 대학 시절 민주화 투쟁에 나섰던 열렬 학생 마냥 지인들과 세상사를 논평하면서 밤 늦도록 술자리에 어울리고 있다.

 

그래서일까? 이 도서의 제목에 눈이 끌렸다. 마시지 않아도 취한 척 살아간다면 간장은 성히 보존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욕심과 함께 책을 펼쳤다. 사실상 말짱한 정신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아름답게만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추잡한 장면들이 더 많이 보인다. 자기들만이 공정과 정의를 구현한다고 떠들던 패거리들의 민낯이 들춰지는 순간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 세상이 내 맘같이 돌아가지 않을 때, 우리는 흔히 세상의 흐름을 탓한다. 사실은 세상의 흐름이 먼저이고 우리들은 그 흐름 속에 파묻혀 따라가고 있음에도 그렇다. 왜냐하면 누구나 자신의 이익을 먼저 챙기려는 본성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리 본다면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살아가는 삶은 권장할 만하다. 아니, 칭찬받아 마땅하다.

 

우리들 주위를 둘러보라. 누구나 모두 한결같이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살고 있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우리들은 교육 탓인지 몰라도 상대방, 즉 타인의 기분과 마음을 존중해야 한다는 가르침 때문에 늘 그들의 눈치를 살피면서 상대적으로 내 마음대로의 욕구와 본능을 억압하는 삶을 영위한다.

 

내가 사실은 세상의 중심인데, 내 하고 싶은 대로 하는 짓이 비난 받을 일이 아닐까 노심초사하면서 따져 본다. 나는 나대로, 너는 너대로 살면 모두에게 좋다. 그럼에도 화가 나면 '그래 네가 하고 싶은 대로 살아라, 자식아!'하고 쏘아붙이고 싶어한다. 이미 그렇다. 그러니까 이것 하나만 기억하자.

 

'넌 그냥, 네가 하고 싶은 대로 살아!' 

 

그런데, 이 장면에서 재미있는 추천이 있다. 저자는 배경음악으로 들국화의 전인권이 부르는 노래 <그것만이 내 세상>을 들고 나온다. "세상을 너무나 모른다고 나보고 그대는 얘기하지, 나 또한 너에게 얘기하지, 조금은 걱정된 눈빛으로, 조금은 미안한 웃음으로, 그래 아마 난 세상을 모르나봐~"

 

 

나라는 존재의 의미

나 없이는 너도 없다. '나'와 '너'는 상대적인 개념이다. 내가 없으면 그들도 없다. 내가 없다면 그 세상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잘 차려놓은 산해진미와  넘치는 금은보화가 아무런 가치가 없다. 내가 존재할 때 비로소 모든 것은 그 의미와 가치를 갖는다. 누군가는 우리 인간을 대우주의 관점에서 바라볼 때 한갖 미물微物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내가 없다면 그 우주 또한 말짱 꽝인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 인간은 광활한 대자연 앞에 머리를 숙이고 겸손해져야 한다고 가르친다. 뭐 틀린 말이라고 할 순 없다. 그러나, 온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돈다고 본다면 오히려 온 세상의 삼라만상은 내 앞에서 겸손해질 필요가 있고 나를 대할 때 정중한 태도를 갖추어야 하는 것이 옳다. 너무나도 지나친 자만일까? 세상은 상대적인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이기적이다

 

리처드 도킨슨은 <이기적 유전자>에서 인간의 몸통 그 자체가 '이기적인 유전자'로 구성되었다고 주장했다. 모든 생명체는 생존의 길을 선택하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어서, 자신이 죽는 걸 알면서 목숨을 내놓는 길을 스스로 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성인聖人들은 더 높은 가치를 추구하기에 자신의 목숨도 기꺼이 내놓는다. 그렇다고 우리들이 이 길을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나를 키워준 부모의 사랑도 성인 못지 않다. 어릴 적 네 살 터울의 사내아이를 키우던 어머니는 큰 아이는 심약한 탓인지, 범생인 탓인지 동네에서 놀다가 늘 얻어터지고 눈물을 흘리며 집으로 들어와 속상해 했다. 하지만 동생인 나는 그렇지 않았다. 와일드한 성품 탓에 동네를 휘잡으면서 돌아다녔다. 동네 아줌마들에게 항의를 받는 게 어머니의 일상이었다. 그런 나를 어머니는 오히려 '남에게 맞지 않아서 좋다'고 했다. 내 자식이 우주의 중심인 것이다. 

 

"인간은 언제나 이기적이므로 비싼 술은 반드시 혼자서 마셔야 한다"

우리는 자존한다, 고로 존재한다

 

빅데이터는 자존감과 연결된 키워드를 공개했다. 눈에 확 들어오는 세 단어는 바로 '상처, 남들, 이해'다. 따라서 자존감은 상처를 받아 무너지기 쉽고, 그 상처를 주는 사람은 나를 둘러싼 '남들'이며, 그래서 결국은 나를 진정으로 이해해줄 누군가를 찾고 원한다는 해석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들은 한 개개인으로서 어떻게 해야 자존감을 확보할 수 있을까? 이미 그 해답은 빅데이터 속에 들어있다. 즉, 쉽게 상처받지 않도록 조금 덜 예민해지거나 강건해져야 하고, 타인의 시선에 휘둘리지 않는 배짱을 키워야 할 필요가 있으며, 타인이 나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노력을 해야 한다. 정말로 중요한 점은 나 자신을 스스로 존경하는 것이다.

 

솔직할수록 솔직해진다


상대의 처지를 생각하며 완곡한 화법을 이용하는 것이 좋은 대화법이라고 배운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이런 식으로 남들과 대화를 나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냥 있는 그대로 느끼는 대로 솔직하게 말하는 게 최고'라는 생각이 든다. 어떤 경우에든 솔직하게 말하고 나면 개운하다. 

 

하지만 아직도 자신의 의견이나 생각을 솔직하게 까놓고 표현했을 때 발생할지도 모르는 소모적 논쟁과 문제에 대해 걱정을 많이 하기 때문에 솔직하게 마음을 털어놓는 게 불편하다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이는 솔직히 말하자면 솔직해지기가 어렵고 불편하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주변에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말하는 친구들이 늘어날수록 나 자신 또한 내 생각을 속 시원하게 드러낼 수 있다. 그래서 이를 깨달은 사람은 솔직하게 말하는 친구들과 가까이 지내려고 노력한다. 그리하여 정말 솔직하게 사람을 대했을 때 오는 쾌감과 즐거움을 배워나가고 있다. 솔직하면 할수록 더 솔직해진다.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일

 

피렌체에서 100일 동안 살아보기

히말라야 트래킹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빈둥거리며 놀기

내 삶을 마감할 오두막 짓기

 

경험은 편견을 증가시킨다

 

지인들과 술잔을 기울이면서 울분을 토할 때 자주 나오는 말이 "왜 우리 같은 늙은이의 경험을 무시하고 노인 일자리 정책이 없냐?"라는 것이다. 얼핏 서글픈 생각이 들다가도 내 자녀들의 일자리를 감안해보면 이는 욕심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생활비가 부족하고 맘 대로 풍족하게 쓸 수 없는 경제적 상황이라 일자리가 생겨 수입이 늘면 좋겠다는 마음도 있다.   

우리들 자신이 지닌 모든 편견에서 벗어날수록 의식이 자유로워지고 마음이 편안해진다. 세상의 모든 사물과 대상이 아름답고 사랑스럽게 보이기 시작한다. 그런 당신을 세상 사람들이 바보라고 부를지언정. 마음이 평안해지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틈나는 대로 멍 때리며 생활한다면 이런 방식을 통해 우리들은 자유와 평화로움을 얻게 될 것이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자신이 실제로 본 것과 경험한 것만 믿는 습성이 있다. 뭐 당연한 것이다. 그래서 우리들은 다양한 경험을 많이 한 사람이 지혜를 갖고서 올바른 판단을 할 것이라고 믿는다. 그런데, 잡다한 경험이 많은 사람일수록 자기자신만이 옳다는 편견에 사로잡힐 경향이 더욱 높아진다.

 

이런 현상이 지나친 사람을 두고 '꼴통'이라고 평한다. 그렇다. 온갖 잡다하고 소란스러운 생각을 모두 비어내어 머릿속 을 일급 청정 지역으로 만드는 일은 정말로 황홀한 일이다. 많은 시간과 공을 들여 해볼 만한 일이 아니겠는가? 그릇된 경험의 입력은 오히려 스스로 편견의 망상에 사로잡히게 만든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

 

 

  외로움을 벗어나는 법

 

나를 중심으로 생각하고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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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을 바꾼 커피콩 한 알 - 긍정적인 변화를 쉽게 만드는 방법
존 고든.데이먼 웨스트 지음, 황선영 옮김 /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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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트는 고든에게 커피콩의 교훈이 지닌 힘에 관해 이야기했다. 그 교훈이 자신의 인생을 어떻게 바꿔났는지, 그리고 그 교훈 덕택에 낮은 성공 확률을 뚫고 자신이 기적적으로 제기한 이야기를 들줬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고든은 커피콩의 교훈을 전 세계에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웨스트에게 이 책을 함께 집필하자고 제안했다. - '머리말' 중에서

 

 

커피콩의 교훈은 무엇인가?

 

책의 저자 존 고든전 세계적으로 독자 수백만 명에게 영감을 불어넣었다. 그는 긍정적인 리더, 조직, 팀을 개발하는 데 열정을 쏟아 저서 18권을 집필하였는데, <에너지 버스>, <뉴욕 111번가의 목수>, <트레이닝 캠프>, <라커룸 리더십>, <인생 단어>, <긍정적인 팀의 힘>(국내 미출간) 6권은 베스트셀러로 널리 사랑받는다공저자 데이먼 웨스트동기부여 강연가로 활동하며, <변화를 끌어내는 주도자>(국내 미출간)의 저자이기도 하다. 지난 몇 년 동안 그는 커피 원두의 교훈을 대학 미식축구 선수들과 공유했다.

 

이 책 '내 인생을 바꾼 커피콩 한 알'은 우화 형식을 빌어 자신이 처한 환경을 바꾸고, 어려움을 극복하고,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방법을 커피콩의 교훈을 통해 설명한다. 책은 우리들에게 이런 질문을 한다. "당신은 당근인가요? 달걀인가요? 아니면 커피콩인가요?"를 말이다. 이 화두가 바로 책을 관통하는 메세지인 셈이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에이브라는 고등학생인데, 늘 스트레스를 받고 걱정이 많다. 그는 학교와 가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심리적 압박에 시달린다. 하루는 학교 선생님이 인생의 전환점을 만들어 줄 커피콩의 교훈을 들려준다. 이는 강력한 힘으로 작용해 에이브의 생각, 행동,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법에 변화를 준다.

 

에이브는 자신을 둘러싼 환경 때문에 약해지는 대신에 자신의 환경을 더 낫게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후 그는 이를 인생 교훈으로 삼아 다른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을 끼치는 삶을 살기 시작한다. 즉 그는 학교, 군대, 비즈니스 업계 등에 이 교훈이 우리 개개인의 내면에 잠재된 힘을 불러낸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우화의 주인공 경인 에이브는 잭슨 선생님의 수업 시간에서 몇 가지 질문을 받는다. 즉 뜨거운 물에 당근을 담그면 어떻 게 되는가?, 뜨거운 물에 달걀을 담그면 어떻게 되는가? 등에 관해 곰곰히 생각해 본다. 겉이 딱딱한 당근이 물렁물렁하게 변하는 반면에 달걀은 물렁한 것이 오히려 딱딱하게 굳는 변화가 옴을 깨닫는다.       

"안타깝게도 이런 일을 겪는 사람이 많단다. 어려운 환경에 처하면 못되게 변하거나 화가 많은 부정적인 성격이 되는 거지. 가끔은 무감각해지기도 하고. 그러다보면 삶을 증오하고 사람을 싫어하게 된단다. 마음이 딱딱해져서 누구를 사랑하거나 누구에게서 사랑받고 싶은 욕망이 없어지는 거지. 선생님은 너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길 바라지 않아. 그래서 이 이야기를 해주는 거란다" (20쪽)

 

마지막으로 잭슨 선생님은 커피콩을 에이브에게 전달하며 집에 가서 뜨거운 물에 담그면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살펴보고 다음 수업 시간에 발표하라는 숙제를 부여받았다. 에이브는 실험 결과 뜨거운 물이 커피로 변하는 것을 발견하고 다음 수업 시간에 마치 마법 같았다고 이 현상을 발표했다.

 

이를 토대로 잭슨 선생님은 인생은 아주 뜨거운 물과 같을 때가 많고, 세상은 가혹하고 힘들고 스트레스가 많은 곳일 수도 있기에 우리들은 어떤 부류의 사람일지를 시험받는 환경과 상황에 처하게 되므로 환경은 사람을 변하게 만들기도 하고, 약하게 하거나, 때로는 딱딱하게 만들기도 한다는 결론을 내린다.

환경 때문에 약해지고 부드러워지는 당근이 될 수도 있다.
반대로 딱딱해지는 달걀이 될 수도 있다.
아니면 환경을 바꿔놓는 커피콩이 될 수도 있다.

 

 

 

 

긍정적인 변화를 도모하자

 

사관학교를 졸업하고 군대에서도 리더 역할을 한 에이브는 어디를 가든 커피콩 이야기를 전파했다. 스스로 인생을 사랑으로 살고 타인을 사랑으로 이끈다면 공포심은 아무런 힘도 발휘할 수 없다. 5년 간의 군복무를 마친 에이브는 출신 모교에서 선수들을 성공적으로 코칭했고, 영업직으로 회사에 취직해서 뛰어난 영업실적과 함께 마케팅을 총괄하는 자리에 승진한다. 이런 변화는 바로 '커피콩의 교훈'으로 비롯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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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뭐래도 서울 아파트를 사라
심형석.강승민 지음 / 원앤원북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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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부동산 시장의 싱승 사이클을 강조한다. 2013년 8월부터 시작된 상승의 사이클이 10년 동안 지속된다면 2023년이 중요한 기점이 될 것이다.  2018년에 시작된 조정기를 거쳐 상승의 하반기는 2020년터 시작될 것으로 예상한다.  그 상승의 하반기는 상반기와는 조금다를 듯하다. - '지은이의 말' 중에서

 

 

부동산 상승기에 올라타라

 

책의 저자 심형석현재 미국 SWCU(South Western California University) 부동산학과 교수이자 한국부동산자산관리연구원 이사장을 맡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동산114 등에서 일했으며, 영산대학교 부동산금융학과 부교수, 성결대학교 파이데이아학부 교수를 역임했다. 직방, 부동산114, 소비자연맹 등의 자문위원으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많은 이들이 통찰력을 가지고 부동산 시장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하며 학교와 현장에서 두루 얻은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집필을 이어오고 있다. 부동산뿐만 아니라 자산 시장 전반에서 폭넓은 시각을 가지려 노력 중이다. 저서로는 <진보정권 시대 대한민국 부동산의 미래>, <부자 되는 주택 임대사업>, <스타들의 부동산 재테크>, <재개발 재건축 지금 사도 될까요?>, <아파트 제대로 고르는 법>, <월세 받는 부동산 제대로 고르는 법> 등이 있다.


공저자 강승민전 세계 110여 개국에 진출한 세계 최대 부동산 회사 리맥스(RE/MAX)의 울산 사무실 ㈜청명부동산중개법인 대표다. 청명부동산연구소를 설립해 울산 부동산 시장에 대한 연구·조사 업무를 수행 중이다. 그동안 소외되었던 지방 부동산 시장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 연구를 통해 자료를 축적하고, 시의성 있는 심층 분석을 통해 도시 경영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자 한다.

 

현 정부의 각종 부동산 규제에도 불구하고 연일 아파트 가격은 상승세가 꺾이지 않는다. 가격이 하락하기만 기다리던 투자자들이 이젠 지금이라도 서울 아파트를 사야 하는 것이 아닌지 노심초사한다. 이에 대해 저자는 수급의 불균형과 전 세계적 현상인 넘쳐나는 유동성 등을 근거로 현재와 같은 부동산 규제로는 서울 아파트 상승장을 막을 수 없음을 강조한다.

 

 

총 5장으로 구성된 책의 내용은 〈동아일보〉의 콘텐츠 채널 '부자동'에서 100만 뷰를 기록하며 화제가 된 통찰력 있는 칼럼에 실린 글이다. 저자는 체계적인 지표를 바탕으로 2020년이 변곡점이 되어 본격적인 상승장이 시작된다고 전망하면서, 2014년부터 시작된 상승장에 올라타지 못한 이들에게 아직 기회의 문은 닫히지 않았다고 말한다.

 

2018년 9월 이후 서울 아파트의 거래량이 줄어들면서 약세를 보이자, 서울 아파트 시장이 2020년 들어 장기 침체를 겪게 될 것이라고 예측하는 전문가들이 늘었다. 반면에 여전히 서울 아파트 시장의 상승세가 꺾이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하는 분석가들도 있다. 이러한 주장에는 몇 가지 근거가 있다. 수급과 지표, 정책의 향방을 분석해보면 서울 아파트 시장이 결코 쉽게 무너질 수 없다는 걸 알 수 있다. 아래의 도표들을 살펴보라.

 

 

 



지역 내 가장 비싼 랜드마크 아파트는 여타 아파트에 비해 가격을 선도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수도권과 지방 간 고가 아파트의 가격 차이가 심해질 경우 집값의 양극화 현상이 고착화될 가능성도 커진다. 특히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로 인해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지방 부동산 시장이 지속적으로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이럴 때일수록 고가 아파트의 움직임을 더 민감하게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 공급량은 부족한데, 규제에만 매달리니 이런 현상이 발생한다. '풍선효과'인 것이다.

 

"탁 치니(부동산 규제) '억(가격 상승)' 한다"

 

평당 1억 원의 시대

정부가 12월 16일에 발표한 대책으로 인해, 실거래가 9억 원 이하의 아파트에 대한 규제가 없으므로 이젠 9억 원 이하 아파트로 시선이 쏠릴 가능성이 높다. 동 규제책이 발표된 이후 매수자와 매도자 모두 관망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지만, 대출 규제가 상대적으로 덜한 9억 원 이하 아파트의 매수로 투자 수요가 이동하는 풍선효과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즉 투자자들은 9억 원 이하의 아파트를 집중적으로 매입해 9억 원 가까이 상승 견인할 것이다. 말하자면 정부가 추가로 발표한 규제책이 또 다른 심리적 저지선을 만든 셈이다.

 

9억 원 이하 아파트는 이번 대책으로 가장 주목받는 상품이 되었다. LTV 규제도 그대로 유지되면서 무주택자 실수요 요건 기준 주택도 9억 원이고, 전세대출 규제 기준도 9억 원이기 때문이다. 이 가격대의 아파트는 고가 주택의 어려움 속에서도 상대적으로 선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어쩌면 양극화되었던 강남과 강북 지역 아파트의 가격 차가 일부 좁혀지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현재 아파트 시장에 강력하게 작용하는 심리적 저지선 중 하나는 평당 매매가격 1억 원이다. 2019년 10월 실거래가 기준으로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면적 84평방미터가 34억 원에 거래됨으로써 평당 1억 원을 돌파했다. 이는 향후 아파트 가격의 상승에 있어서 결정기준이 될 수도 있다. 더 이상의 높은 가격으로 매매가격이 결정된다면 마침내 평당 1억 원 아파트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아파트 가격은 주기성과 순환성을 갖는다

 

가격 상승이 시작되고 끝나는 주기가 있으며, 이러한 사이클은 보통 계속 반복(순환)된다. 즉 아파트의 가격이 오르는 상승기엔 한없이 오를 것 같고, 하락기엔 끝없이 떨어질 것 같지만, 자산 시장은 한 방향으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이는 '거품'을 경계하는 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에 그렇다. 상승과 하락, 즉 등락을 반복한다. 

 

이런 순환을 통해 침체된 시장의 아파트 가격은 언제부터 재상승할지 대략 예측할 수 있다. 정확한 예측은 신의 영역이다. 보통 상승기는 전반기와 하반기로 나뉜다. 가격 상승이 3~5년 동안 지속되면 일시적 조정이 온다. 주식투자자들도 이를 잘 안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고, 골이 깊으면 다시 높은 산이 기다린다.

 

아파트는 분양에서 입주까지 3년 정도 소요되는 고유한 특성 때문에 가격 변동이 전반기와 하반기로 나뉜다. 분양이 많이 이루어질 때는 보통 부동산 경기가 좋은 시기다. 2000년대 초반과 2010년 중반의 상황이 그랬다. 하지만 아파트의 입주가 시작되면 대개 분양 시기와는 다른 시장 분위기가 형성된다. 먼저 정부의 규제가 심해진다. 2003년의 참여정부 831대책과 2017년의 문재인 정부 82대책이 대표적이다.

 

입주물량이 많아지면서 부동산 경기에도 악재로 작용해 전세를 맞추지 못하는 단지들이 많아지고 역전세 현상이 발생하기도 하면서 매매가격마저 위태로워진다. 2004년과 2018년이 그랬다. 하지만 이는 상승을 위한 힘의 축적기이다. 참여정부의 2005년이 변곡점으로 작용했던 것처럼 문재인 정부 역시 2020년이 변곡점이 되어 본격적인 상승기에 돌입할 수 있다. 

   
주기성순환성이라는 부동산 자산의 특성을 반영한 추정이 물론 현실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다. 지금의 아파트 시장 상황을 대세 하락의 전조로 받아들이는 투자자들도 많다. 어느 누가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겠는가. 이는 불가능하므로 부동산 투자에서는 숲을 먼저 보고, 그다음 나무를 보는 것이 실수를 줄이는 길이다. 매수하려는 해당 부동산에만 너무 집중하면 그 뒤에 밀어닥칠 상승장이나 하락장을 놓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지금은 불어오는 바람의 방향과 세기를 살펴야 할 때지, 눈앞의 파도에 집중할 때가 아니다.

 

 

새 아파트 수요는 막을 수 없다

주택 수요자들의 소득과 자산이 많이 늘었지만 부동산 시장은 참여정부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사업과 같은 도시정비사업이 신규 공급보다 늘어난 것이다. 신규 공급과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통한 공급은 어떻게 다를까? 재개발/재건축 사업은 이미 주인이 있는 집을 재공급하는 것으로, 신규 물량은 일반 분양분이 전부다.

 

일반 분양분은 전체 공급 중 20~30%에 불과하다. 매년 서울에 아파트가 5만~6만 호 공급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2만~3만 호 수준에 그칠 수 있다. 비단 서울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방 5대 광역시 또한 이제 본격적으로 재개발/재건축 사업 시장에 진입하면 실질 공급량은 급속히 줄어들 것이다. 한편, 고령화로 인해 도심을 이탈하지 않으려는 수요는 꾸준히 증가한다. 이를 고려한다면 도심 내의 아파트는 지속적으로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큰 것이다.

 

늘어난 유동성과 상위계층의 소득 증대는 언제든 폭발할 수 있는 힘을 지녔다. 시장의 움직임이 우상향으로 변화할 조짐이 나타나면 다시금 터질 수밖에 없다. 이는 수도권과 서울 강북 지역의 아파트에 풍선효과가 나타나는 현상이 이를 입증해준다.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간과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안타깝게도 시장을 안정화시키기엔 역불급이다.

 

2020년 부동산 시장은 변곡점이 될 것이다 

상승기가 시작되는 징후는 몇 가지로 판단할 수 있다. 규제와 공급 과잉으로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아도 아파트 매매가격이 유지되고, 서울 도심보다는 오히려 경기도 외곽 지역들의 아파트 매매가격이 오르기 시작한다. 이런 측면을 고려해보면 2020년은 굉장히 중요한 시기다. 부동산 시장을 거시적으로 바라보면서 상품별 변화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 2020년은 '대형 아파트', '새 아파트', '단독주택'의 강세가 예상된다. 아래 도표들을 참고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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