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시지 않고도 취한 척 살아가는 법 - 일상은 번잡해도 인생은 태연하게
김원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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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속에 담긴 이야기들은 어쩌면 한 사내가 수십 년 동안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연구해온 '술 마시지 않고도 몽롱해지는 법'에 관한 보고서라 할 수도 잇을 것이다. 위로와 격려가 필요한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따듯한 한 그릇의 '마법 수프'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이야기들을 당신에게 건넨다. - '프롤로그' 중에서

 

 

취한 척 살아가기

 

책의 저자 김원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했고, 사진작가로 활동하신 아버님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부터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사진 찍기를 좋아했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그림이 사진이고 사진이 그림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으며 마치 일기를 쓰듯 사진을 찍고 있다.

 

1995년에 [PAPER]를 창간해 20년이 넘도록 발행인으로 활동하였으며, 요즘은 남산 성곽마을 작업실에 머물며 그림 그리기와 나무를 다듬어 작품을 만드는 일에 전념하고 있다. 친구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며 담소하기를 즐기는 몽상가이며, 개인 작품집으로 <좋은 건 사라지지 않아요>와 <봄날을 지나는 너에게>가 있다.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되었는데, 인생을 대하는 마음가짐, 행복한 삶을 위한 작은 규칙들, 인간관계에서의 태도, 죽음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시야까지 다양한 주제가 얽혀 있다. 저자는 행복해지기 위해 죽는 순간까지 '새로운 것들이 튀어나오는 인생이라는 이름의 다이아몬드 광산'에서 더 좋은 것을 발견하기 원한다. 윤택한 삶의 중심에는 늘 '나'가 있다. 그래서 쉼없이 '나'라는 존재를 이야기한다.

 

 

 

 

 

요즈음 술에 취하지 않고는 맨 정신에 살아가기가 힘든 시절 같다. 갑자기 찾아온 IMF 위기 때 이후론 술을 끊고 살았는데, 현 정부가 들어서고선 나라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은 탓인지 대학 시절 민주화 투쟁에 나섰던 열렬 학생 마냥 지인들과 세상사를 논평하면서 밤 늦도록 술자리에 어울리고 있다.

 

그래서일까? 이 도서의 제목에 눈이 끌렸다. 마시지 않아도 취한 척 살아간다면 간장은 성히 보존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욕심과 함께 책을 펼쳤다. 사실상 말짱한 정신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아름답게만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추잡한 장면들이 더 많이 보인다. 자기들만이 공정과 정의를 구현한다고 떠들던 패거리들의 민낯이 들춰지는 순간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 세상이 내 맘같이 돌아가지 않을 때, 우리는 흔히 세상의 흐름을 탓한다. 사실은 세상의 흐름이 먼저이고 우리들은 그 흐름 속에 파묻혀 따라가고 있음에도 그렇다. 왜냐하면 누구나 자신의 이익을 먼저 챙기려는 본성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리 본다면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살아가는 삶은 권장할 만하다. 아니, 칭찬받아 마땅하다.

 

우리들 주위를 둘러보라. 누구나 모두 한결같이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살고 있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우리들은 교육 탓인지 몰라도 상대방, 즉 타인의 기분과 마음을 존중해야 한다는 가르침 때문에 늘 그들의 눈치를 살피면서 상대적으로 내 마음대로의 욕구와 본능을 억압하는 삶을 영위한다.

 

내가 사실은 세상의 중심인데, 내 하고 싶은 대로 하는 짓이 비난 받을 일이 아닐까 노심초사하면서 따져 본다. 나는 나대로, 너는 너대로 살면 모두에게 좋다. 그럼에도 화가 나면 '그래 네가 하고 싶은 대로 살아라, 자식아!'하고 쏘아붙이고 싶어한다. 이미 그렇다. 그러니까 이것 하나만 기억하자.

 

'넌 그냥, 네가 하고 싶은 대로 살아!' 

 

그런데, 이 장면에서 재미있는 추천이 있다. 저자는 배경음악으로 들국화의 전인권이 부르는 노래 <그것만이 내 세상>을 들고 나온다. "세상을 너무나 모른다고 나보고 그대는 얘기하지, 나 또한 너에게 얘기하지, 조금은 걱정된 눈빛으로, 조금은 미안한 웃음으로, 그래 아마 난 세상을 모르나봐~"

 

 

나라는 존재의 의미

나 없이는 너도 없다. '나'와 '너'는 상대적인 개념이다. 내가 없으면 그들도 없다. 내가 없다면 그 세상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잘 차려놓은 산해진미와  넘치는 금은보화가 아무런 가치가 없다. 내가 존재할 때 비로소 모든 것은 그 의미와 가치를 갖는다. 누군가는 우리 인간을 대우주의 관점에서 바라볼 때 한갖 미물微物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내가 없다면 그 우주 또한 말짱 꽝인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 인간은 광활한 대자연 앞에 머리를 숙이고 겸손해져야 한다고 가르친다. 뭐 틀린 말이라고 할 순 없다. 그러나, 온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돈다고 본다면 오히려 온 세상의 삼라만상은 내 앞에서 겸손해질 필요가 있고 나를 대할 때 정중한 태도를 갖추어야 하는 것이 옳다. 너무나도 지나친 자만일까? 세상은 상대적인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이기적이다

 

리처드 도킨슨은 <이기적 유전자>에서 인간의 몸통 그 자체가 '이기적인 유전자'로 구성되었다고 주장했다. 모든 생명체는 생존의 길을 선택하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어서, 자신이 죽는 걸 알면서 목숨을 내놓는 길을 스스로 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성인聖人들은 더 높은 가치를 추구하기에 자신의 목숨도 기꺼이 내놓는다. 그렇다고 우리들이 이 길을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나를 키워준 부모의 사랑도 성인 못지 않다. 어릴 적 네 살 터울의 사내아이를 키우던 어머니는 큰 아이는 심약한 탓인지, 범생인 탓인지 동네에서 놀다가 늘 얻어터지고 눈물을 흘리며 집으로 들어와 속상해 했다. 하지만 동생인 나는 그렇지 않았다. 와일드한 성품 탓에 동네를 휘잡으면서 돌아다녔다. 동네 아줌마들에게 항의를 받는 게 어머니의 일상이었다. 그런 나를 어머니는 오히려 '남에게 맞지 않아서 좋다'고 했다. 내 자식이 우주의 중심인 것이다. 

 

"인간은 언제나 이기적이므로 비싼 술은 반드시 혼자서 마셔야 한다"

우리는 자존한다, 고로 존재한다

 

빅데이터는 자존감과 연결된 키워드를 공개했다. 눈에 확 들어오는 세 단어는 바로 '상처, 남들, 이해'다. 따라서 자존감은 상처를 받아 무너지기 쉽고, 그 상처를 주는 사람은 나를 둘러싼 '남들'이며, 그래서 결국은 나를 진정으로 이해해줄 누군가를 찾고 원한다는 해석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들은 한 개개인으로서 어떻게 해야 자존감을 확보할 수 있을까? 이미 그 해답은 빅데이터 속에 들어있다. 즉, 쉽게 상처받지 않도록 조금 덜 예민해지거나 강건해져야 하고, 타인의 시선에 휘둘리지 않는 배짱을 키워야 할 필요가 있으며, 타인이 나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노력을 해야 한다. 정말로 중요한 점은 나 자신을 스스로 존경하는 것이다.

 

솔직할수록 솔직해진다


상대의 처지를 생각하며 완곡한 화법을 이용하는 것이 좋은 대화법이라고 배운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이런 식으로 남들과 대화를 나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냥 있는 그대로 느끼는 대로 솔직하게 말하는 게 최고'라는 생각이 든다. 어떤 경우에든 솔직하게 말하고 나면 개운하다. 

 

하지만 아직도 자신의 의견이나 생각을 솔직하게 까놓고 표현했을 때 발생할지도 모르는 소모적 논쟁과 문제에 대해 걱정을 많이 하기 때문에 솔직하게 마음을 털어놓는 게 불편하다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이는 솔직히 말하자면 솔직해지기가 어렵고 불편하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주변에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말하는 친구들이 늘어날수록 나 자신 또한 내 생각을 속 시원하게 드러낼 수 있다. 그래서 이를 깨달은 사람은 솔직하게 말하는 친구들과 가까이 지내려고 노력한다. 그리하여 정말 솔직하게 사람을 대했을 때 오는 쾌감과 즐거움을 배워나가고 있다. 솔직하면 할수록 더 솔직해진다.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일

 

피렌체에서 100일 동안 살아보기

히말라야 트래킹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빈둥거리며 놀기

내 삶을 마감할 오두막 짓기

 

경험은 편견을 증가시킨다

 

지인들과 술잔을 기울이면서 울분을 토할 때 자주 나오는 말이 "왜 우리 같은 늙은이의 경험을 무시하고 노인 일자리 정책이 없냐?"라는 것이다. 얼핏 서글픈 생각이 들다가도 내 자녀들의 일자리를 감안해보면 이는 욕심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생활비가 부족하고 맘 대로 풍족하게 쓸 수 없는 경제적 상황이라 일자리가 생겨 수입이 늘면 좋겠다는 마음도 있다.   

우리들 자신이 지닌 모든 편견에서 벗어날수록 의식이 자유로워지고 마음이 편안해진다. 세상의 모든 사물과 대상이 아름답고 사랑스럽게 보이기 시작한다. 그런 당신을 세상 사람들이 바보라고 부를지언정. 마음이 평안해지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틈나는 대로 멍 때리며 생활한다면 이런 방식을 통해 우리들은 자유와 평화로움을 얻게 될 것이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자신이 실제로 본 것과 경험한 것만 믿는 습성이 있다. 뭐 당연한 것이다. 그래서 우리들은 다양한 경험을 많이 한 사람이 지혜를 갖고서 올바른 판단을 할 것이라고 믿는다. 그런데, 잡다한 경험이 많은 사람일수록 자기자신만이 옳다는 편견에 사로잡힐 경향이 더욱 높아진다.

 

이런 현상이 지나친 사람을 두고 '꼴통'이라고 평한다. 그렇다. 온갖 잡다하고 소란스러운 생각을 모두 비어내어 머릿속 을 일급 청정 지역으로 만드는 일은 정말로 황홀한 일이다. 많은 시간과 공을 들여 해볼 만한 일이 아니겠는가? 그릇된 경험의 입력은 오히려 스스로 편견의 망상에 사로잡히게 만든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

 

 

  외로움을 벗어나는 법

 

나를 중심으로 생각하고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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