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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괴자들 - 사이버 레커 폭로 산업이 만든 진실 이후의 세계
강경윤 지음 / 스노우폭스북스 / 2026년 10월
평점 :
한 개인의 일상을 무너뜨리는 폭로와 의혹 제기는 어떤 구조 위에서 만들어지고 유통되는가. 왜 플랫폼은 타인의 사생활과 비극을 수익으로 바꾸는 시장을 방치해 왔는가. 사법과 언론 시스템은 왜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가. 이 책은 바로 그 질문에서 출발한다. - '프롤로그' 중에서

책의 저자 강경윤은 2007년 기자 생활을 시작, 2012년부터 SBS에서 연예기자로 일하며 결혼과 열애설에서, 점차 연예사업 안쪽의 구조적 문제로 시선을 옮겼다. 가십 너머 사회적 의미를 묻는 기사를 쓰기 시작한 뒤부터 지난 10년, 도넘은 신상 공격과 각종 소송을 겪으며 피해자이자 관찰자라는 이중의 자리에서 이 생태계의 중심에 섰다.
총 6개 트랙Track으로 구성된 책은 터뜨리면 돈이 된다(트랙1), 진실은 대가를 요구한다(트랙2), 조회수의 시대, 기자로 산다는 것(트랙#), 그 다음은 나였다(트랙4), 죽음 앞에서도 카메라는 돌아갔다(트랙5), 거짓을 법정에 세우다(트랙6) 등에 걸쳐 저자가 직접 목격하고 취재하며 확인한 사건들을 통해 타인의 사생활과 불행이 어떻게 산업이 되는지를 밝히고 있다.
세상은 정말 요지瑤池鏡 속의 모습이다. 우연한 기회에 다단계 회사의 행사 현장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내가 아는 지인은 평소 친절하고 다정한 모습과 행동으로 남을 배려하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 행사에 참여한 이후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더 새삼스럽지 않았다. 또 이 지인과의 대화에서 느낀 바는 '타인의 불행은 나의 행복'이란 점이었기 때문이다.
한 사이버 레커는 먹방으로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쯔양의 탈세 의혹을 다룬 영상 일부를 공개하며 그 링크를 쯔양 소속사에 이메일로 보냈다. 사생활이 폭로될 수 있다는 심각성을 고려한 유튜버 쯔양 측은 이를 막기 위해 5,500만 원이라는 거금을 건넸다. 이런 덫에 걸린 피해자에게 선택지는 애당초 없었다. 돈으로 막지 않으면 끔찍한 과거가 대중에게 적나라하게 공개될 처지였고, 또한 돈을 주는 행위도 추후 또 다른 약점이 될 수밖에 없었다.
유사한 사례를 당한 여배우 한예슬은 자신에게 덧씌워진 의혹을 반박하기 위해 카메라 앞에 섰고, 쯔양은 숨기려 했던 폭력의 기억을 내놓으며 스스로 구제해야 했다. 말하지 않으면 누군가 악의적인 이야기를 만들고, 말하려면 가장 내밀한 사생활까지 제물로 바쳐야 하는 선택지가 오늘날 사이버 레커가 만들어낸 현실이었다.
이후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영상 일부에 대해 삭제와 재개시 금지와 함께 형사재판에서 허위사실 유포로 벌금형이 선고됐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판결이 나왔다고 이미 붙은 낙인까지 함께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자가 가장 게을러지는 순간은 어쩌면 제보자를 검증하는 과정을 생략할 때다. 갈증이 심할 때 마시는 물일수록 더 의심해야 하듯, 제보가 달콤할수록 그 이면의 목적을 집요하게 캐물어야 한다.(122쪽)
영화 <아저씨>(2010년 상영)에서 열연해 국민 아역 배우란 평가를 받았던 김새론은 2025년 2월 서울 성동구 소재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최초 발견자는 자신의 친구로 알려졌다. 이후 유튜브 방송 '가세연'에서 충격적인 라이브 방송을 내보냈다.
김새론의 자살은 배우 김수현 탓임을 시사하는 내용의 보도였다. 사실 글로 옮기기에도 민망하다. '[충격 단독] 김새론 죽음 이끈 김수현(김새론 14살 때부터 6년 열애)'라는 매우 자극적이며 잔인한 보도였다. 방송에서 가세연은 김수현 측이 과거 음주운전 사고로 발생한 소속사의 손실금 7억 원을 반환 요구한 내용증명 우편물을 발송한 것이 고인을 죽음으로 내몬 결정적 압박이었다는 주장이었다.
이후 방송 수위는 갈수록 높아져 유가족이 전달했다는 고인의 메모를 근거로 '중학교 2학년(15살) 때부터 김수현과 6년간 교제했다'면서 사적私的 사진까지 공개, '소아성애', '악마로리' 같은 극단적인 비유를 마구 쏟아냈다. 관련 방송은 7월가지 20차례 넘게 이어졌던 것이다. 자극적인 제목의 영상들의 조회수는 높은 기록을 보였다. 후원 계좌 인내와 물건 판매 광고가 흘러나왔다. '오빠 나 좀 살려줘', '음란 변태 김수현' 등의 제목이 걸렸다. 수익 모델인 셈이었다.
죽은 자는 말이 없고, 산 자들은 고인의 뜻을 제멋대로 편집해 유통하며 수익을 챙긴다. 실제로 훗날 검찰은 가세연이 관련 방송으로 벌어들인 범죄 수익을 약 1억 7천만 원으로 파악, 이를 추징보전 결정을 내렸다. 한 마디로 비극적인 경제학의 민낯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진실은 울퉁불퉁하고 거짓은 매끄럽다’
사이버 레커들이 교묘하게 만들어 낸 서사는 늘 명쾌하고 매끄럽다. 확실한 악인惡人을 지목하고 분노를 부추긴다. 이들의 전술, 전략 방식은 일반 대중의 말초신경을 충분히 자극할 수 있었다. 김새론의 빈소가 차려진 첫날, 한 유튜버는 고인의 부친을 만나 인터뷰한 내용을 기사화했다는 소식까지 들렸다.
2022년 5월 음주운전 사고를 낸 이후 김새론은 '생활고'라는 말이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다. 카페 아르바이트 소식에 대중들은 차가운 미소를 보였다. 이는 의심 때문이었다. 잘 나가던 배우가 정말 돈이 없겠냐는 반응이었다. 저자가 확인한 기록 속의 김새론은 화려한 스타가 아니라 오히려 '소녀가장'에 가까웠던 것이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기도 전부터 연기자로서 평생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 불쌍하고 고달픈 삶이었다. 악의적으로 만들어진 메신저 대화, 음성 파일에 대중들은 환호할 일이 아니라 맏을 수 있는 진실된 자료인지를 먼저 물어야 한다. 왜냐하면 이는 '증거가 아니라 흉기'일 뿐이기에.
올바른 기자의 삶
저자는 김건모 가수의 매니저로부터 초대 연락을 받았다. 김건모의 앨범 발매를 앞둔 인터뷰 요청이었다. 2026년 7월의 일이었다. 김건모와 저자의 인연은 과거 신문 연예면을 떠들썩하게 했던 '김건모의 성폭행 의혹 사건'을 취재하면서 생성된 것이었다. 그 또한 사이버 레커에 의한 일방적인 보도의 희생자였다. 지금은 악의적인 고소에서 무혐의로 완전 해방되어 매일 100킬로미터씩 자전거를 탄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이 사건 또한 가세연이 연루되어 있었다. 타인의 비극을 소비하기보다는 그 실체를 정확하게 파악해서 보도하는 것이 올바른 기자의 도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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