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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슬프게, 조금은 행복하게 - 35개국을 여행하며 비로소 알게 된 것들
바뇨별(정반효) 지음 / 미다스북스 / 2026년 9월
평점 :
고故 이성규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오래된 인력거>에는 '토레쿠시 토리검'이라는 말이 나온다. '조금은 행복하게, 조금은 슬프게'라는 뜻으로서 인간이 삶을 살아가면서 알게 되는 '인생의 황금률'이라고 한다. - '들어가며' 중에서

책의 저자 바뇨별(정반효)은 경희대학교 호텔경영학과를 졸업, 책과 음악 그리고 여행을 좋아하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가치는 '나눔'이라고 생각하며, 자신이 누군가에게 따뜻한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라는 사람이다.
총 다섯 개 챕터로 구성된 책은 여행의 원동력이 되어준 인연(챕터1), 경계를 넘어 마주한 다채로움(챕터2), 여행지에서 완성한 나만의 이야기(챕터3), 삶의 깊이를 더해준 감정(챕터4), 여운과 함께 남은 흔적(챕터5) 등을 통해 여행 중 처음 만난 인연들, 여행으로 인한 확장과 경험, 나만의 이야기, 여행에서 느낀 감정, 여행의 흔적들을 소개한다.
먼저 영화 <오래된 인력거>부터 얘기해보려 한다, 이 영화는 기쁨의 도시 캘커타에서 지열 70도의 아스팔트 위를 맨발로 달리는 인력거꾼들의 삶을 그려낸 작품인데, 1999년에 이성규 감독이 인도 여행시 인력거를 끄는 '샬림'에게 감동받아 10년을 준비 끝에 제작했다고 알려졌다.
아내의 병원비, 가족의 생활비를 벌면서 틈틈이 돈을 저축하고 있는 샬림의 꿈은 하루 빨리 가족과 함께 살 집을 마련하는 일이다. 모든 것은 신의 뜻이라는 ‘인샬라’를 마음에 새기며 그는 매일 뜨거운 아스팔트, 세차게 몰아치는 빗줄기를 뚫고 맨발로 거리를 나선다. 그러나 아내의 병은 차도가 없고, 설상가상으로 학업을 그만두고 돈을 벌려고 뭄바이로 떠났던 큰 아들은 신종플루에 걸렸다는 연락을 받게 되는 그런 줄거리이다. 이 영화 속엔 인간이 삶을 살아가면서 알게되는 '인생의 황금률'(조금은 행복하게, 조금은 슬프게)이 담겨있다.
책은 저자의 해외여행 이야기도 담고 있다. 어린 시절 자신의 우상이던 브루스 리(이소룡)의 출신지인 홍콩 여행을 소개한다. 과거 홍콩은 미국 할리우드 못지 않은 영화 생산지였으며, 이소룡 외에도 주윤발, 장국영, 양조위, 유덕화, 왕조현, 매염방 등 무수한 스타들을 배출했다.(사진,이소룡동상)

나도 중학생 때 홍콩 영화 한편이 신세계를 맛보게 했었다. 외팔이 검객 왕우였다. 이후 상영된 여러 편의 검술 영화를 감상했었다. 감흥이 시들해질 즈음 성룡이 등장, 권법 스타일 영화를 선보였다. 특히, 취권은 나를 온갖 무술에 입문하도록 만들었다.
다음 여행지는 '예술 섬 나오시마', 사누키 우동으로 유명한 도시 다카마쓰를 경유해 배(페리)를 타고 이동했다. 나오시마는 과거 제련소가 있었던 곳으로 산업이 쇠퇴하자 거주민들도 점차 떠남에 따라 낙후된 소도시가 되었다. 일본 베네세 코퍼레이션이 이 섬을 매입해 많은 투자금을 들여 예술 섬으로 변모시켰다.
여행객들을 반갑게 맞이하는 이곳 명물은 '땡땡이 호박'이다. 빨간색 점박이 무늬가 매력적인 작품으로 많은 관광객들이 인증사진을 촬영하는 스팟이다. 이 섬엔 또 하나의 점박이 무늬 호박이 있는데, 노란색의 호박은 이 섬의 시그너처 예술 작품으로 유명하다.

저자는 한 강연에서 만난 그림에 꽂혔다. 요하네스 페르메이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였다. 흔히 '북유럽의 모나리자'라고도 불리는 이 작품은 이미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다. 화가의 작품들을 살펴보며 빠져들다가 결국 이 화가의 고향인 네델란드 델프트로 향하는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그런데, 관련 여행정보를 입수하다가 뜻밖의 인물을 알게 되었다. 빈센트 반 고흐였다. 프랑스에서 주로 활동했던 화가였기에 네델란드에 '반 고흐 미술관'이 있는 줄 미처 몰랐던 거다. 이 미술관은 네델란드 암스테르담에 위치하고 있었다. 그래서 두 화가를 묶은 예술 기행을 계획했다.
암스테르담에 도착해 인근 헤이그로 곧장 이동, 숙소에 짐을 내려놓고 헤이그 도시를 거닐며 대한제국의 '헤이그 특사'를 떠올렸다. 1박 후 다음 날 찾은 곳은 마우리츠하위스 미술관이었다. 이 미술관에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가 걸려 있기에. 그림 속 소녀의 모습은 기대 이상이었다.
다음 날 헤이그에서 그리 멀지 않은 소도시 델프트를 방문했다. 고즈넉한 분위기의 평화로운 곳이었다. 과거 페르메이르가 이 풍경에서 작품 활동을 했을 것으로 짐작됐다. 전날 찾은 미술관에서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외에도 화가의 또 다른 대표작 '델프트 풍경'을 감상했기에 더욱 그러했다.
다시 헤이그로 돌아와 암스테르담으로 이동해 반 고흐 미술관을 방문했다. 오직 고흐의 작품만을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자화상', '해바라기' 등 교과서에 보았던 작품들을 실제로 목격했을 때의 감동은 뭐라 형용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다음 날 고흐를 주제로 삼아 그의 작품들을 많이 소장하고 있는 크롤러 뮐러 미술관으로 향했다. 암스테르담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는데, '밤의 카페테라스'란 작품을 감상할 수 있었다. 역시나 화가 고흐는 앞으로도 수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영원히 살 것으로 짐작됐다.(사진,85/87)


저자는 또 다른 예술 기행을 계획했다. 만화 <플란다스의 개>가 떠올라서다. 네델란드 여행을 마친 뒤라 인접한 국가인 벨기에로 시선을 돌렸다. 우리들이 학창 시절 세계사 수업 때 배웠던 '베네룩스 3국'(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을 패키지로 묶은 여정이었다.
벨기에의 수도 브뤼셀에 도착, 왕립 미술관으로 향했다. 이곳은 나폴레옹 군대가 모은 각종 예술품들로 포화 상태인 파리 루브르 박물관을 대신해 지어진 건물이라고 한다. 특히, 14~19세기 회화 작품들이 유명하다. 저자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옆 건물에 있는 '르네 마그리트' 작품이었다.
감상을 마치고 유럽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평가받는 그랑 플라스 광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이곳에선 각종 공연이 펼쳐졌고,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었다. 해기 지자, 광장은 황금빛 옷을 입은 것처럼 화려하게 변신했다. 관광객들 모두 야경에 취해 있었다. 가히 명불허전이었다.

다음 날 기차를 타고 근교의 작은 도시 안트베르펜으로 갔다. 화가 루벤스 작품을 감상할 목적이었다. 만화 '플란다스의 개'의 줄거리는 네로가 외할아버지와 함께 우유 배달히던 중 학대를 당해 버려진 개 파트라슈를 구해 정성껏 돌보며 친구가 된다. 외할아버지가 죽은 후 화가를 꿈꾸던 네로는 한 사건에 휘말려 누명을 쓰게 된다. 평소 루벤스를 동경했던 네로는 마지막으로 그의 작품을 보려고 파트라슈와 함께 성당으로 간다. 둘은 루벤스 계단 앞에서 생을 마감한다. 저자는 안트베르펜 대성당에서 네로와 파트리슈 조각상을 감상했다.
만화 '프란다스의 개' 속엔 루벤스의 두 작품이 등장한다. 하나는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그리스도'인데, 평소 커튼 뒤에 숨겨 놓고 '금화 한닢'을 지불해야 비로소 볼 수 있는 작품이다. 다행히 저자가 방문한 날은 크리스마스 이브라서 성당 문이 열려 있어서 이 작품을 볼 수 있었다.

두 번째 작품은 '성모승천'이다. 네로가 추위와 굶주림에 지쳐 성당 안에서 죽어갈 때 등장하는 그림이다. 이 작품은 루벤스의 최대 걸작으로 손꼽힌다. 모든 아픔을 짊어지고 하늘로 떠나는 네로의 모습이 예수 그리스도와 겹쳐 보였다. 과연 네로는 루벤스 그림에서 무엇을 느꼈을까?
35개 국가를 여행한 인생 이야기
짧은 지면에 고故 이성규 감독의 '오래된 인력거'에서부터 일본의 예술 섬 나오시마, 네달란드 화가 페르메이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반 고흐 미술관, 크롤러 뮐러 미술관, 벨기에 왕립 미술관, 안트베르펜 대성당까지의 예술 기행까지 소개했다. 저자의 모든 여행기를 소개하지 못해 아쉽기만 하다. 예술 작품과 여행을 좋아하는 분들에게 책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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