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부터 시작하는 인문학 AI 실습 - 일본 서브컬처 캐릭터로 나만의 페르소나 챗봇 만들기
김유영 지음 / 브라운출판사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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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은 '제로부터 시작하는 인문학 AI 실습'이다. 여기에서 '제로'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를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중략) 생성형 AI는 매우 빠르게 문장을 만들어 낸다. 그러나 좋은 질문과 정확한 페르소나는 빠른 입력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AI를 더 정교하게 설계하려 할수록 인간은 작품을 더 천천히 읽고, 장면으로 돌아가 대사를 비교하며, 인물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이 책은 바로 그 역설에서 출발한다. - '일러두기' 중에서



책의 저자 김유영은 고려대학교 일어일문학과를 졸업 후, 일본 오사카대학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동덕여자대학교 일어일본학과 교수, 동덕여자대학교 미래문화콘텐츠연구소 소장으로 재직하면서 일본어와 일본문화 그리고 인문학 AI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또 한양사이버대학교, KOTRA 등 다수의 대학과 기관에 출강하면서 번역가, 문화평론가, 유튜버 등으로도 활동 중이다.


총 열한 개 장으로 구성된 책은 AI 시대의 인문학과 외국어(1장), 비판적 AI 활용론(2장), 생성형 AI 툴킷(3~4장), 생성형 AI와 번역의 인문학(5장), AI 통번역 파트너와 문화적 중재(6장), 생성형 AI와 일본어 어휘 정복(7장), 나만의 AI 튜터 만들기(8~10장), AI 시대, 인문학도의 길을 묻다(11장) 등을 통해 생성형 AI 실습을 돕는다.


인문학 AI 실습


지식을 담는 그릇이 바뀔 때마다 인간의 읽기와 쓰기도 함께 바뀌었다.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지 인쇄본인 <직지直指>가 그랬고, 구텐베르그의 성서도 그랬다. 안쇄술의 변화는 책을 복제하는 비용과 시간을 낮추고 책을 널리 보급하는 데 공헌했다. 물론 다른 요인들도 있었음을 부인할 순 없다.


21세기의 생성형 AI도 이런 변화를 만드는 듯하다. 이미 있는 문서의 정보를 재빨리 검색해서 이를 퍼트리고 나아가 사용자의 지시에 따라 문장, 이미지, 음성과 영상, 코드 등까지 새로 만들어 낸다. 정보 활동이 '지식을 기록하고 찾아가는 일'에서 '기계와 함께 새로운 표현을 만드는 일'로 확장하고 있기에 말이다.



이에 인문학의 역할이 커진다. 문학은 누가, 어떤 목소리, 서술 전략 등을 보여준다. 역사학은 자료의 출처, 신뢰도, 다른 기록들을 비교한다. 또 언어학과 외국어 연구는 형태와 의미, 사회적 관계, 문화적 맥락 등을 분석한다. 생성형 AI가 내놓은 결과를 평가하고 수정을 거쳐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한다.


캐릭터는 프롬프트 한 줄로 탄생하지 않는다

AI의 작동 원리를 이해함에 따라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기술이 필요해진다. 인문학 전공자에게 이는 코딩 이전에 만나는 '언어 설계'의 문제다.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역할과 상황, 자료와 제약 조건을 명시하고 결과를 관찰한 후 지시를 재차 다듬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다만 프롬프트를 마법의 주문으로 여겨선 안 된다. 동일한 프롬프트라도 설정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오고, 제시한 조건이 지켜지지 않는 일이 생길 수 있기에 말이다. 좋은 프롬프트는 한 번에 완벽한 답을 뽑아내는 주문이라기보다, 결과를 관찰하고 수정하며 반복 실험을 하도록 조건을 적어 둔 '작업 설계서'에 가깝다. 정교한 프롬프트를 만들기 위한 구체적 지침을 제시해야 한다.기본 구조는 아래 다섯 가지를 참조하자.

역할~ 페르소나와 작업 정체성 부여
상대~ 대화 상대에 따른 존댓말 수위
상황~ 배경 설명
주요 내용~ 구체적 정보
제약조건~ 분량, 사용 금지 등 지정


인문학적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은 텍스트의 의미와 관계, 말투와 문화적 맥락을 분석한 후 AI가 참고할 수 있는 조건과 규칙으로 바꾸는 능력을 뜻한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화려한 문장이 아니라 정체성, 말투, 지식 경계, 작품 세부 정보, 감정 반응, 학습 기능 등에 관한 구체적인 질문들이다.

즉, 이 인물은 자신을 무엇이라 부르는가,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며 어떤 선택을 반복하는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른다고 해야 하는가, 그리고 내가 작품에서 직접 확인한 사실과 내가 해석해 보충한 규칙을 구별할 수 있는가 등에 관한 점이다.

생성형 AI는 문장을 순식간에 만들어 내지만, 좋은 페르소나를 만들려는 사람은 오히려 천천히 읽게 된다. 한 장면으로 돌아가 대사를 비교하고, 번역을 다시 확인하고, 관계가 바뀐 순간을 찾는다. 모든 것이 빨라지는 시대에 페르소나 설계가 정독(close reading)을 다시 불러오는 셈이다.

캐릭터는 프롬프트 한 줄로 탄생하지 않는다. 텍스트를 읽고, 반복되는 특징을 찾고, 규칙을 세우고, 대화해 보고, 어긋난 부분이 나타나면 다시 원작으로 돌아가는 과정 속에서 조금씩 형태를 갖춘다. 그리고 이 과정은 결국 AI보다 인간에 관한 질문으로 되돌아온다.

"한 사람의 '그 사람다움'은 어디에서 오는가, 단어 몇 개에서 오는가, 말투에서 오는가, 기억에서 오는가, 관계에서 오는가, 아니면 이 모든 것이 긴 시간 동안 서로 얽히면서 만들어지는가"


AI 시대의 인문학도는 기계보다 더 빨리 문장을 만들어 내는 사람이 될 필요가 없다. 그보다 중요한 일은 기계가 빠르게 만들어 낸 수많은 문장 가운데 무엇이 사실에 가깝고, 무엇이 지금의 맥락에 맞으며, 무엇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선택의 속도보다 선택의 근거가 중요해지는 셈이다.(333쪽)

거대한 파도를 타는 조타수의 마음으로

AI 시대의 인문학을 기술이 아직 침범하지 못한 '마지막 인간의 영토'라고 생각할 필요도 없다. 기술의 능력이 앞으로 어디까지 확장될지 어느 누가 정확히 예측할 수 있겠는가. AI는 빠른 바람이 될 수 있다. 때로는 예상하지 못한 파도를 만들 수도 있다. 그러나 어디로 갈지를 정하는 일까지 바람에게 맡길 필요는 없다. 키는 우리들 독자의 손에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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