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투자 트렌드 - 돈의 미래 질서를 만드는 7개의 불씨
이승준.김유석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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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수천 년 동안 화폐는 금속에서 종이로, 그리고 디지털 코드로 진화했다. 이제 그 변화는 한 단계 더 나아가고 있다. 알고리즘과 결합한 돈이 스스로 움직이며 새로운 부를 창출하고, 금융의 주체 역시 인간에서 AI로 확장되고 있다. - '프롤로그' 중에서


책의 저자 이승준은 경희대학교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겸임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학계와 산업 현장, 컨설팅 등을 두루 경험한 디지털 전략 및 비즈니스 모델 혁신 전문가로 기업의 디지털 전략과 AI 트렌스포메이션, 크립토 비즈니스 모델과 온체인 금융, AI 에이전트 경제를 주제로 다양한 산업의 컨설팅 프로젝트와 연구, 강연을 수행해왔으며, 다수의 저서가 있다.

총 3개 파트로 구성된 책은 크립토 메가 트렌드7(파트1), 크립토 기업은 어떤 미래를 만드는가?(파트2), 크립토 실전 활용 가이드(파트3) 등에 걸쳐 우리들이 마주할 '머니 리셋' 시대에 일어날 금융 질서에 관해 이야기한다. 즉 크립토 경제를 점화하는 일곱 개의 불씨 'MATCHES'로 설명하는데, 이는 머니 OS, 자율주행 머니, 토큰 오너십, 체인스트리트, 휴먼파이, 기대 시장, 슈퍼밈 등을 가리킨다.

블록체인이라는 공동 기반 위에서 돈의 운영체제가 바뀌고, 돈은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거대한 자신의 소유권은 잘게 쪼개지고, 그 위로 기관의 자본이 이동한다. 이제는 사람과 기대, 관심까지 새로운 가치와 자산으로 연결된다. 이에 본 리뷰에선 나의 주된 관심사 위주로 요약해보려 한다.

한국의 현실

2027년은 한국 크립토 시장의 방향을 결정할 중요한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디지털자산기본법을 통한 시장 질서의 확립, 토큰증권제도 시행에 따른 실물 자산의 온체인화,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제도권 진입, 비트코인 현물 ETF를 비롯한 전통 금융과의 연결, 여기에다 가상자산 소득과세와 OECD의 CARF(크립토 자산 보고 체제) 도입까지 서로 다른 영역에서 진행되었던 변화들이 하나의 시기에 맞물려 현실화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어서다.

메가 트렌드 7가지

글로벌 경제의 신新 운영체제
돈이 스스로 움직인다
조각으로 소유한다
월가 큰손들의 움직임
사람(크리에이터)의 상장
집단의 기대가 미래를 결정
대중의 관심이 자본으로 변한다

이런 변화가 예상대로 진행된다면 한국의 크립토 시장은 더 이상 제도권 밖(회색지대)에 머물 수가 없다. 규제의 사각지대에서 성장한 시장이 제도권 금융의 일부로 편입되고, 블록체인은 투기의 대상을 넘어 금융과 실물 경제를 연결하는 인프라로 자리를 옮기게 된다. 제일 먼저 조각 투자시대를 살펴보자. 

조각으로 소유하기

이제껏 우리들이 이해했던 '소유'의 방식이 혁명적으로 변화한다. 예를 들어, 가격이 너무 비싸서 아예 포기한 서울 테헤란로의 한 빌딩을 이젠 소유하게 되는 방식이다. 수천억 원을 호가하는 빌딩을 개인이 소유한다는 말이 황당하기 그지 없다는 사람은 이제 꿈 같은 일이 현실이 되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모든 주식, 모든 채권, 모든 펀드, 모든 자산은 토큰화될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투자의 방식 자체가 혁명적으로 바뀔 것이다." - 블랙록 CEO 래리 핑크의 '2025 연간 주주 서한' 중에서 

RWA는 부동산, 주식, 채권 같은 현실 세계의 자산을 디지털 토큰으로 변환해 블록체인 위에서 거래할 수 있게 만드는 기술이다. 마치 피자 한 판을 여러 조각으로 나누듯, 거대한 빌딩의 소유권을 수천~수만 개로 쪼개어 10만 원으로도 건물의 일부를 소유할 수 있다. 임대료가 발생하면 내 지갑으로 배당금이 들어오고, 원할 때 토큰을 팔아 현금화할 수도 있다.

지금까지는 은행 대출과 각종 복잡한 계약, 세무사, 등기 비용이 필요하지만, 이젠 건물을 블록체인에 올리면 이러한 복잡한 절차를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 아래 예시를 통해 이를 이해해보자. 이것이 바로 조각으로 소유하는 '조각 투자시대'의 일상이다.   

500억 원짜리 빌딩을 500만 개의 토큰으로 쪼개면 1개 토큰의 가격은 1만 원이다. 10만 원이면 10개 토큰을 살 수 있고, 빌딩 가치의 0.0002%를 보유할 수 있다. 임대 수익은 스마트 컨트랙트가 지분율에 따라 자동 배분하고, 매달 내 토큰 지갑으로 수익이 들어오게 된다.

기존의 증권형 토큰 공개(STO)는 주식이나 채권처럼 '증권'으로 정의된 자산을 토큰으로 디지털화하는 것이다. 이는 기존의 제도권 안에서 증권을 블록체인 위에 올린 것인 반면 RWA는 증권 외에도 부동산, 미술품, 원자재, 항공기 엔진, 탄소배출권, 인프라 프로젝트 등 현실 세계의 다양한 자산을 블록체인으로 가져오는 광의廣義의 개념이다.


기관(월가의 큰손들)의 비트코인 편입

전 세계의 모든 돈이 몰려든다는 미국 월스트리트도 이젠 비트코인를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나 보다. 2017년에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CEO인 래리 핑크는 "비트코인은 돈세탁 지수에 불과하다"라고 폄하했지만, 2023년 비트코인 현물 ETF 신청서를 미 증권 거래위원회SEC에 제출했을 정도로 월가 큰손들의 입장이 큰 변화를 보였다. 

2024년 1월, SEC는 11종의 비트코인 현물 ETF를 모두 승인했다. 이전엔 비트코인의 매수가 다소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했다. 거래소 가입, 지갑 생성, 보안 관리 등이 요구되었다. 이젠 일반 증권 계좌에서 주식처럼 간편하게 거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금융 시장의 환경이 엄청 발전한 것이다.        

블랙록, 피델리티, 아크인베스트 같은 자산운용사들은 비트코인 ETF를 발행하며 기관과 개인 투자자의 시장 진입 통로를 넓혔다. 블랙록은 2025년 유럽 시장에도 디지털자산 상품 라인을 확장했으며, RWA 인프라까지 구축했다. 피델리티는 한발 더 나아가 기관 고객을 위한 직접 수탁・실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블록체인 기반 결제 프로세스를 투자 운용 전반에 통합하기 시작했다.


휴먼파이, 크리에이터가 플랫폼이 되는 세상

구독자 23만 명을 보유한 뷰티 유튜버는 기대했던 것에 비해 손에 쥐는 돈이 적자, 팬들과 직접 연결되는 자신만의 디지털 커뮤니티를 구축했다. 이 과정에서 블록체인 기술은 팬의 참여와 기여를 기록하고, 디지털 멤버십과 콘텐츠 이용 권한을 관리하는 새로운 인프라로 활용됐다.

팬들은 이 멤버십에 참여해 콘텐츠 선공개, 1대1 상담, 오프라인 팬 미팅 등의 혜택을 받는다. 참여와 기여에 따라 다음 콘텐츠의 방향을 함께 결정할 수도 있다. 팬들은 단순한 소비자 위치를 넘어 크리에이터의 성장에 기여하고,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가치를 함께 공유하는 파트너가 된다.

말하자면 사람이 경제의 중심이 되는 '휴먼파이'이다. 이는 휴먼과 파이낸스를 결합한 신조어로, 크리에이터의 활동과 사람들 간의 관계 자체가 새로운 경제 가치와 금융의 기반이 되는 흐름을 뜻한다. 이제껏 ㅅ람들의 고나심과 활동이 만들어낸 경제적 가치는 대부분 빅테크 플랫폼에 귀속됐다. 하지만 휴먼파이는 이 구조를 바꾼다. 생태계 성장에 참여하고 그 가치를 함께 공유한다.

또 크리에이터 역시 플랫폼에 콘텐츠를 제공하는 생산자를 넘어, 자신만의 팬덤과 커뮤니티, 경제 생태계를 구축하는 하나의 독립적인 플랫폼으로 진화한다. 플랫폼이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가치를 가져가던 시대에서 이젠 휴먼파이가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시대로 변하는 거다.

세 가지 핵심 원리

첫째, 소유권~ 크리에이터가 직접 소유하고 유지
둘째, 토큰화~ 콘텐츠와 멤버십 등을 토큰으로 표현
셋째, 수익 분배~ 기여도에 따른 보상


체인링크

만약 애플 주식 1억 주가 블록체인으로 옮겨진다면 무엇이 가장 먼저 필요할까? 그렇다. 이를 믿을 수 있는가에 달렸다. 모든 사람들이 이를 신뢰할 수 있도록 증명하는 장치를 말한다. 이처럼 토큰화 시대의 승자는 '신뢰의 관문'을 장악한 기업일 가능성이 크다. 이 관문의 이름이 바로 체인링크다. 

체인링크는 2014년 세르게이 나자로프와 스티브 엘리스가 설립한 기업으로, 이들이 해결하고자 한 것은 이른바 ‘오라클 문제’였다. 블록체인은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해 미리 정해진 규칙을 정확하게 실행할 수 있지만, 블록체인 밖 현실 세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스스로 알지 못한다.

오늘 테슬라 주가가 얼마인지, 어제 채권 이자가 실제로 지급됐는지 블록체인 자체로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 외부 데이터가 없다면 스마트 컨트랙트의 활용 범위도 크게 제한될 수밖에 없다. 이처럼 블록체인이 알 수 없는 현실 세계의 데이터를 검증해 블록체인 안으로 가져오는 것이 ‘오라클’이고, 체인링크는 이 시장을 개척한 선구자다. 말하자면 '인프라 기업'이다. 미국 골드러시 시대에 의류업체 리바이스가 돈을 끌어모았다. 이들은 값싸고 질긴 청바지라는 작업복 인프라를 창출했다.   

체인링크의 핵심 사업

데이터 피드~ 검증된(신뢰) 데이터를 제공
CCIP(크로스체인 프로토콜)~ 블록체인들 간의 토큰과 데이터를 연결
CRE~ 기관 금융 업무를 자동화하는 플랫폼

한국 크립토 산업의 준비 과제

규제의 명확성이 곧 시장의 유동성으로 이어진다. 제도를 먼저 정비한 국가는 기업들이 혁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그 기업들은 다시 국경을 넘어 새로운 금융 인프라를 확장한다. 향후 일본 노무라 미국 서클이 구축하는 엔화-USDC 결제망이 본격 가동하면 한국 기업의 대일 무역 결제조차 일본이 설계한 금융 인프라 위애서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머니 OS는 은행과 증권, 결제, 디지털자산 서비스를 단순하게 한 화면에 모아 놓는 것이 아니라, 예금에서 결제로, 결제에서 투자로, 투자에서 디지털자산으로 이어지는 돈의 흐름을 끊김 없이 연결하는 새로운 금융 운영체제인 것이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와 증권사는 거래 수수료 의존도가 여전히 높다. 가상자산 거래소 1위 두나무는 매출의 98%가 거래 수수료에서 발생, 증권회사 역시 위탁매매 수수료의 수입에 크게 의존한다. 이런 구조에선 시장의 활황과 침체 여부에 따라 실적이 춤을 추게 된다. 이를 탈피해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해야 한다.


크립토, 더 이상 일부 투자자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세계 곳곳에서 결제와 송금, 자산관리와 무역을 가능케 하는 금융 인프라가 작동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중요한 포인트는 '코인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가'가 아니라, 이 변화가 내 일과 사업, 금융 생활을 어떻게 바굴지를 이해하고 준비하는 일이다. "미래는 이미 와 있다. 다만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진 것은 아니다"라는 SF 작가 윌리엄 깁슨의 말이 무척 공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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