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인물의 이름이 그 자신을 넘어 한 시대 전체의 대명사가 될 때, 그는 개인이 아니라 역사입니다. '박정희'라는 세 글자가 바로 그러합니다. 누군가에 그것은 5천 년 역사상 가장 위대한 지도자를 가리키는 상징어였고, 누군가에게는 독재와 억압의 낙인이었습니다. 반세기 넘도록 그 이름 위에는 정치적 수사와 이념적 프레임이 겹겹이 덧씌워졌고, 그 결과 정작 그 이름이 가리켜야 할 한 인간의 실체와 그가 관통한 시대의 실제 모습은 점점 시야 밖으로 밀려나고 말았습니다. - '머리말' 중에서

책의 저자 이재훈은 고려대학교 사학과를 졸업, EBS 강사(2014~2019년)와 경상대, 아주대, 연세대, 충남대 등에서 강의를 했으며 현재 대한민국 역사 바로알기 연구원 부원장과 (사)한미동맹협의회 역사위원장을 맡고 있는 역사 전문가이다.
총 2부로 구성된 책은 역사 해체의 진지전(제1부)에선 친일파 낙인, 독립군 토벌설 등을 비롯한 정당성과 업적을 겨냥한 7개의 핵심 프레임을 다루고, 인물 악마화의 심리전(제2부)에선 지역 감정, 원조 빨갱이, 인권파괴 대통령 등 도덕성과 감정을 파고든 7개의 낙인 프레임을 파헤친다.
역사 해체의 진지전
좌익이 전개한 진지전의 궁극적 목표는 단순한 정권교체가 아니라, 대중의 '상식'을 장악하는 데 있었다. 이렇게 되면 더 이상 증명을 요구받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공기 중의 산소는 생명 유지를 위해 가장 필수적이라는 지극히 상식화된 말은 굳이 증명하지 않아도 모두가 이를 인정하는 것과 같다.
진지전陣地戰이란 말은 마르크스주의 사상가이자 이탈리아 공산당 창립 멤버인 안토니오 그람시가 옥중에서 체계화한 혁명 전략에서 찾아낼 수 있다. 그는 무솔리니 정권하에서 20년 4개월 형을 선고받고 감옥에 갇혀 11년 동안 지낼 때 무려 33권의 공책에 2,848페이지에 달하는 사유를 남겼다. 이것이 그 유명한 <옥중수고獄中手稿>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공산당 전술로, 물리적인 힘을 가하는 타격 즉 '기동전機動戰'을 넘어 대중들의 내면內面을 장악하는 새로운 전략이었다.
이렇게 대응하는 좌익 세력의 직격탄을 옴몸에 받았던 인물이 바로 '박정희 대통령'이다. 역사적 평가 자체를 자신들의 프레임 속에 가두고 이를 선전하는 공산당 선전술까지 활용했다. 교과서 속의 역사에 '군사혁명(516)'과 '유신'은 악으로 규정하고 난도질했다. 심지어 대중들의 감성에 호소하는 영화, 드라마, 소설 등의 소재로 이용했다. 여기엔 진실의 검증보다 오히려 왜곡과 조작(날조)마저 개입했다.
이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단순한 정권교체의 문제가 아니라 문화 헤게모니를 둘러싼 장기전長期戰이 펼쳐지고 있다. 어쩌면 가짜 상식을 만들어 온 국민이 이에 눈 먼 사람이 될 때까지 계속하려는 의도일지도 모르겠다. '518은 민주화 투쟁'이란 등식을 만들고 심지어 관련 인물들에게 돈까지 준다. 그 명단을 밝히라고 요구해도 이에 응하지 않고 오히려 화만 낸다.
내 대학시절의 교정은 '유신헌법 철폐'를 주장하는 잦은 시위로 인해 툭하면 매캐하고 눈이 따가운 최루탄 가스로 넘쳐났다. 우골탑牛骨塔으로 불렸던 고려대학교였다. 학사일정이 제대로 진행될 수 없어서 공강 내지는 휴강 안내문이 게시판에서 떨어질 날이 없었다. 지방에서 소牛를 판 돈으로 상경해서 공부한다는 걸 비아냥대던 말이 바로 '우골탑에 다닌다'는 표현이었다. 비싼 수업료는 본전 생각이 날 정도라서 1학년 1학기만 끝내고 군에 입대했다. 내면에 장착된 신념은 이렇게 무서운 법이다. 적극적으로 시위에 참여하는 과격한 학생들은 이미 나와 달랐다. '투쟁만이 최선'이라는 좌경화 교육을 받고 있었으니 말이다. 이것이 바로 진지전의 얼굴이다.
친일파 낙인~ 만주에서 독립군을 토벌한 친일파란 프레임을 반복하는데, 이는 진실과 다르며 북한의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기관지(1973년 8월 11일)에만 유독 등장한 내용이다.

김재규의 정치적 의거(1026사태)~ 이는 전략적 방어 논리였는데, '인권 변호인단'이 박정희 사살의 정당성을 만들어 사형 면하기 내지는 유리한 역사적 평가 만들기였음이 드러난다. '독재자를 처단한 영웅'으로 미화하는 프레임이 좌파들에게 좋은 방향이었으니까. 이미 김재규는 합수부 조사에서 순간적 충동에 의한 우발적 행동이었음을 스스로 밝혔는데, 좌파 변호사들의 사주에 따라 자기 방어를 위해 진실을 왜곡한 것으로 보인다.
한강의 기적~ 야권 정치인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국 경제의 미래를 위해 불도저 식으로 밀고 나가 이룩한 현재의 발전상을 박정희가 아니었어도 시대 흐름상 '누가 해도' 가능했다'는 좌파들의 프레임에도 실소를 금할 수 없다. 경부고속도로, 포항제철, 중화학공업 육성, 새마을운동 등에 대해 사사건건 '반대를 위한 반대'만 했던 정치 집단은 바로 그들이기 때문이다. 오직 국민들의 미래를 위해 밤잠을 설치면서 좌고우면했던 대통령 박정희의 국민을 향한 충성심을 결코 낮게 평가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인물 악마화 프레임
앞서 진지전을 체계화한 인물이 공산주의자 그람시임을 소개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진정한 지배란 총칼과 법이란 강제력만으론 영속될 수 없으므로 대중들이 당연시하는 상식 기준을 내면화할 때 비로소 그 지배가 완성된다는 것이다. 아예 대중들의 두뇌를 그렇게 변조하려는 게 이들의 전략 아닐까 싶다. 책은 아래와 같은 일곱 가지 낙인 프레임을 소개한다.

지역감정~ 1950년대 기록에 호남인에 대한 배타적 시선이 나타남
원조 빨갱이~ 미 CIA 분석에도 516 봉기는 반공산주의적이라고 표현
인권파괴 대통령~ 가장 핵심적인 인권은 '생존권'
여색을 탐한 대통령~ 궁정동 안가를 둘러싼 각종 루머들
막걸리와 시바스 리갈~ 1026 사태 떼 술상 위에 있던 시바스 리걸
독재자 박정희~ 한국 실정에 맞는 단계적 민주주의를 추구
민족 DNA론~ 뛰어난 리더십 없이는 불가능한 엉터리
경제 발전과 국민 계몽은 독재자를 향한 칼날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류의 역사 속에 드러난 독재 유지 방식엔 하나의 문법이 있다. 국민들의 삶이 풍요롭지 않도록 하고, 지성을 일깨우지 않는다. 즉 절대 빈곤에 허덕이고, 무지無知의 장막을 드리워 권력의 본질을 보지 못하게 한다. 대통령 박정희는 결코 그렇지 않았다. 불철주야 그는 부유한 한국인의 삶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고 또 그의 지시로 문교부가 제정한 국민교육헌장은 '독재 타도'를 외치는 깨어있는 시민들을 만들었다. 어찌 이런 인물을 '독재자'라고 폄하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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