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등 필독 고전 - 중학생이 반드시 읽어야 할 동서양 고전 이야기
이현옥.이현주 지음 / 체인지업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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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은 시대와 문화를 초월하며 오랜 세월 변함없는 사랑을 받아 왔다. (중략)고전을 읽고 분석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인간관계와 사회현상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얻게 되며, 나아가 생각의 '힘'을 기를 수 있게 된다. - '프롤로그' 중에서


책의 저자
이현옥은 25년 차 현직 교사로 중학교에서 특수교사로 17년째 긍근무 중이다. 청소년들에게 고전의 가치를 알리고, 비문학과의 균형 있는 독서를 통해 문해력 향상을 촉진하고 있다. 또 다른 저자 이현주는 중고등학교에서 24년간 국어교사로 재직 후 전북교육연수원에서 교육연구사로 근무했다.

총 4장으로 구성된 책은 동양고전 고전문학(1장), 동양고전 철학 윤리(2장), 서양고전 고전문학(3장), 서양고전 철학 윤리(4장) 등에 걸쳐 허균의 홍길동전, 김승욱의 무진기행, 공자의 논어, 박지원의 열하일기, 생텍쥐베리의 어린 왕자,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 미셸 푸코의 감시와 처벌, 사르트르의 존재와 무 등 모두 32편의 작품들을 소개한다.

허균의 홍길동전 

조선 시대, 홍판서에게는 뛰어난 능력을 지닌 홍길동이라는 서자가 있었다. 길동은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는' 서자 차별에 고통받는다. 어릴 때부터 도술을 익히고 비범한 능력을 보였으나, 신분 때문에 그 능력을 펼칠 수 없었다. 

한편, 홍판서의 첩인 초란은 그의 총애를 잃을까 두려워 자객을 보내 길동을 죽이려 했고, 길동은 자신을 죽이려는 음모를 눈치채고 집을 떠나 세상을 유랑한다. 이후 산속에서 뜻을 같이하는 동지들을 모아 ‘활빈당’이라는 도적 떼를 만들어 부정한 방법으로 부를 축적한 탐관오리나 부자들의 재물을 빼앗아 가난한 백성들에게 나눠주었다. 길동은 둔갑술과 분신술 같은 신비한 능력으로 관군들을 농락하며 전국 팔도를 돌아다녔다. 그리고 빈곤에 처한 백상들을 돕고 불의를 심판하는 의적義賊(의로운 도적)으로 이름을 널리 알렸다.

신출귀몰하는 길동의 체포에 혈안이었던 조선 조정은 도저히 불가능하자 이를 포기하고 그를 수용코자 '호조판서'를 제안한다. 그러나, 길동은 조선의 제도가 더 이상 바뀔 수 없음을 깨닫기에 조선을 떠나 미지의 섬 '율도국'의 왕이 되어 신분 차별을 없애고 모두 평등하게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유토피아를 만든다.

영국의 법학자인 토마스 모어가 쓴 <유토피아>(1516년)는 현실 사회의 불평등과 부조리를 비판, 사유재산이 없고 모두가 평등하게 일하며 살아가는 이상국가를 그린다. 또 프랑스 소설가 빅토르 위고<레 미제라블>(1862년)도 빵 하나를 훔친 죄로 옥살이를 한 장발장이 출소 후 개명改名하고 가난한 사람을 돕는 시장이 되는 줄거리인데, 신분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과 부조리를 비판한다.


구운몽九雲夢

우리들의 인생을 일장춘몽一場春夢에 비유한 이 소설의 작가는 서포西浦 김만중(1637~1962년)으로 과거에서 급제해서 여러 관직을 두루 거친 문인이자 정치인이라 할 수 있다. 아무튼 정치적 부침으로 인해 유배살이를 하던 중 어머니를 위로하기 위해 지은 작품으로 알려진다.

줄거리의 배경은 중국 땅에서 일어난다. 남악 형산에 고승高僧인 육관대사와 수제자 성진이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성진은 용왕에게 다녀오는 길에 연화봉의 팔선녀들과 담소를 나누게 되고, 속세의 부귀영화에 대한 욕심을 품게 된다. 팡선녀들 도한 인간 세상에 내려가고 싶어 했다. 그래서 이를 알아차린 육관대사는 성진과 팔선녀들을 인간계로 보낸다.

성진은 회남 수주현의 명문가 아들 '양소유'로 환생해 뛰어난 재능과 출중한 외모를 지니고 15세에 집을 떠나 장원 급제헤 큰 벼슬에 오른다. 전쟁에서 공을 세워 높은 지위와 함께 두여인을 아내로 맞이하고 여섯 명의 첩까지 얻는다. 이 여덟 명은 모두 팔선녀들이 환생한 것이다. 이렇게 인간계에서 온갖 부귀영화를 다 누린다.

인생의 절정에서 인생무상人生無常을 느낀 양소유는 출가를 결심하고 한 스님을 만나 대화를 나눈다. 이때 스님이 지팡이로 양소유를 툭 치자 그는 긴 끔에서 깨어난다. 눈을 떠보니 자신은 여전히 육관대사의 수제자 성진의 신분이었다. 꿈속의 양소유가 겪은 모든 일은 환상이었던 셈이다. 이어서 육관대사는 성진과 팔선녀들에게 '공空 사상'을 깨닫게 하려고 한 것이었음을 밝힌다. 

프랑스의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는 우리 모두는 세상에 ‘우연히’ 던져졌다고 말한다. 탄생할 때부터 어떤 확고한 의미나 목적을 갖고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먼저 존재한 뒤 각자가 삶의 의미를 만들어나가야 한다는 뜻이다. 즉 존재의 이유와 삶의 방식은 스스로의 선택과 행동으로 형성되는 것이다. "존재는 본질에 앞선다"는 그의 실존주의에서 중요한 것은 바로 '자유'와 '책임'이다.

내 삶의 가치는 내가 선택한 행동, 그리고 그 과정에서 체득한 진심과 깨달음에 잇음을 실존주의는 강조한다. 작품 <구운몽>의 이야기처럼 우리 모두는 현실과 꿈, 성공과 실패, 기쁨과 슬픔 등을 모두 겪는다. 그 모든 경험 속에서 '내가 왜 사는지?', '나의 진짜 행복은 무엇인지?' 등을 깊게 고민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 정해진 인생은 없다. 개척해 나가야 한다.

일연의 삼국유사

한국 고대사의 귀중한 기록문학인 <삼국유사>는 삼국(신라, 고구려, 백제)의 신화와 설화, 불교 전파와 관련된 영웅담, 건국 신화, 각종 민간전승 등을 풍부하고 담고 있다. 기존의 역사학계는 고려 때 발간된 김부식의 <삼국사기>는 공식 역사서로 인정하는데 반해 고려 승려 일연의 <삼국유사>는 정사로 인정하지 않았다. 가장 주된 포인트는 신화, 설화, 불교 고승들의 일화 등을 거짓이라고 바라본 탓인 듯하다.

그럼에도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하는 역사학자들도 있다. 신비한 사건, 초월적 존재, 신과 인간의 교감 등을 통해 당시인들의 세계관이나 가치관을 엿볼 수 있는 사료史料이며, 고대 한국인들의 삶과 종교, 문화, 자연관 등을 깊게 통찰할 수 있는 유익한 기록물이기 때문이다.

삼국유사엔 불교의 전래와 확산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유명한 고승들의 일화에 관한 내용들을 많이 담고 있는데, 이를 역사적 사실이 아닌 신화 내지는 민간에서 전해지는 설화 정도로 이해함으로 인해 '참'보다는 '뻥튀기'가 많다는 비판에 직면했던 것이다. 하지만 열린 시각으로 이를 바라본다면 이 또한 문화사이자 생활사가 아니겠는가.

우리의 건국 신화를 무조건적으로 엉터리라고 치부하는 것은 과거 일제 치하 때 우리 고유의 혼과 문화를 말살하려는 일본제국의 교육 지침을 그대로 순응하고 받아들인 당시의 역사학자들이 소위 일제의 문화 말살 정책의 앞잡이 역할을 한 탓이라고 판단된다. 어느 국가든 간에 자국의 역사에 신화나 전설적인 요소가 함유되어 있다. 이런 못된 짓을 벌였던 일제는 '일본인은 하늘님의 후손'이라고 뻥치면서 일왕을 天皇이라 부르지 않는가 말이다. 역사적으로 정확하게 판단할 때 그들의 왕은 실상 백제의 후손들일 뿐이다.  
 
오비디우스가 쓴 대서사시 <변신 이야기>에도 고대 로마의 다양한 신화와 전설, 영웅담을 총망라하고 있다. 신과 인간, 자연과 인간 세계의 기원, 영웅들의 업적과 우주의 변화 등을 신비롭게 엮어내며 작품 속 수많은 에피소드에서는 인간의 운명과 변화, 사랑, 욕망, 시련이 극적인 변신의 모티프와 함께 펼쳐진다. 

신이나 영웅, 평범한 인간들이 동물이나 식물, 별, 강 등으로 변모하는 장면은 고대 서양 세계의 가치와 상상력을 잘 보여준다. 그렇다. '삼국유사'나 '변신 이야기' 모두 한 민족이나 문명의 신화, 설화, 전설 등 다양한 이야기를 한데 모아 당대의 역사적·문화적 정체성과 세계관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닮았다. 두 작품 모두 단순한 역사 기록이 아니라 문화적 상상력, 종교, 풍류 등이 뒤섞인 문화 보고서의 성격을 공유하고 있다.

이밖에도 책은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 김유정의 동백꽃, 최인훈의 광장, 염상섭의 삼대, 김승욱의 무진기행 등 교과서에도 실린 소설도 소개한다. 또 정약용의 목민심서, 박지원의 열하일기,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스 윤리학, 칸트의 순수이성비판 같은 철학과 윤리를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마주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

제목만 알고 지나쳤던 고전 작품들을 지금이라도 완독한다면 놀라운 경험을 할 것이라고 믿는다. 세상은 아는 만큼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들 앞에 펼쳐진 AI 시대는 이런 작품들을 금방 축약해서 소개해줄 것이다. 뚝딱 내놓는 이 짧은 지식에 만족한다면 정작 중요한 결정에선 고전의 힘을 사용할 수 없을 것이다. 지금도 늦지 않다. 수백 년 동안 인류들의 사랑을 받으며 삶의 나침반이 되어준 고전들은 지금도 유효하다.


책속 한줄

칸트는 우리가 무엇을 알 수 있고, 무엇을 알 수 없는지 밝히기 위해 이성 자체를 비판한다. 지식을 오직 경험에서 얻는다는 ‘경험론’과 이성에서 얻는다는 ‘합리론’을 모두 비판하며 새로운 길을 제시하고자 한 것이다. 우리가 세상을 인식하는 방식에는 크게 두 가지 요소가 작용한다고 칸트는 설명한다. 첫째, ‘감성’은 우리가 감각을 통해 외부의 정보를 받아들이는 능력이다. 하지만 우리는 경험하기 전부터 모든 것을 ‘시간’과 ‘공간’이라는 우리 마음속의 틀 안에서 인식한다. 시간과 공간은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대상을 받아들이기 위해 내재된 형식과 같다. 둘째, ‘오성’은 감각으로 들어온 잡다한 정보들을 정리하고 이해하는 능력이며 ‘범주’(예: 원인과 결과, 양, 질)라는 12가지 규칙을 통해 세상을 개념적으로 파악한다.(25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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