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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가 삶의 위로가 될 때 - 흔들리는 어른을 위한 ‘마음 한자’의 짧은 지혜
우승희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26년 8월
평점 :
마음의 상태를 나타내는 이름 하나하나에는 삶의 궤적이 묻어나 있다. 수천 년 동안 사용되어온 단어들인 만큼 여기에는 마음의 실마리를 푸는 어떤 비밀이 숨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차근히 ‘마음 한자’들을 들여다봤다. 거기에는 우리가 알고 있던 사전적인 뜻보다 훨씬 깊고 오묘한 통찰이 담겨 있었다. - '들어가며' 중에서

책의 저자 우승희는 고전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베이징대학교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석사를 마쳤다. 이후 결혼과 육아가 이어지며 공부에 대한 갈망이 커져갈 때 <논어>를 만난 이후 마음이 힘들 때마다 다양한 고전을 독서하고 필사하며 자신을 다스리는 법을 배워가고 있다.
총 여덟 개 장으로 구성된 책은 조용히 나를 바로 세우는 마음들(1장), 흔들려서 더욱 인간적인 마음들(2장), 망설이며 더욱 깊어지는 마음들(3장), 함께 살아가기 위한 마음들(4장), 어두운 가운데 솔직해지는 마음들(5장), 아픔 속에서 나를 비추는 마음들(6장), 다시 일어서게 하는 마음들(7장), 나를 돌아보며 가꾸는 마음들(8장) 등을 통해 70개의 한자어를 소개하며, '마음공부'와 함께 삶의 방향을 찾도록 돕는다.
한자漢字는 '상형문자'로 그 속에 뜻을 내포하고 있다. 이에 저자는 마음의 언어를 한자로 읽어낼 때 삶에 대한 위로를 얻었다고 한다. 몸과 마음의 작용을 들여다보고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동양의 지혜로 해석하고 풀어낼 때 삶의 위기 또는 지향점을 알 수 있었다는 고백이다.
나를 바로 세운다
노자는 "사람을 아는 사람은 지혜롭고, 스스로 아는 사람은 밝다.(지인자지知人者智, 자지자명自知者明)"라고 말했다. 이 말의 속내는 바로 가장 깊게 살펴야 할 대상은 남이 아니라 자기 자신임을 강조하는 셈이다. 한학漢學을 많이 배웠던 아버지 덕분에 난 어릴 적부터 '네 몸가짐을 항상 살펴야 한다'는 가르침을 늘 들으면서 성장했었다.
이는 노자의 말씀과 많이 닮아 있음을 알 수 있다. 사실 어릴 적부터 漢字 공부를 많이 한 덕에 문해력文解力이 남보다 뛰어난 탓에 학교 공부는 최상위권을 놓친 적이 거의 없었다. 내면을 관찰하라는 선각자先覺者들의 가르침은 많았다. <맹자孟子>에도 이런 말이 있다.
학문의 길은 다른 데 있지 않다.學問之道無他
잃어버린 마음을 찾는 일일 뿐이다.求其放心而己矣
이 대목에서 우리들이 통찰해야 할 바는 바로 '잃어버린 내 마음을 찾는 일'이다. 잃어버린 내 물건들보다 더 중요한 게 나의 초심初心이자 각오覺悟를 찾는 일이라는 가르침이다. 왜냐하면 우리 마음은 바깥 소리에 쉽게 흔들리고 휩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바람이 아무리 거세게 불어도 뿌리 깊은 나무는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이 한자어를 제일 먼저 소개하려는 이유는 극명하다. 세상은 참으로 빨리 변하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이런 변화에 적응하려면 세상을 많이 아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 나 자신을 먼저 알아야 한다. 내가 모르는 게 뭔지를 안다면 단순히 끌려가지 않고 외부의 변화에 보조를 맞추는 행보를 취하게 된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의 기능에 대해 젊은 세대들은 습득을 쉽게 하고 그 속도 또한 빠르다. 나처럼 나이든 노인 세대들은 이를 일습에 배우는 게 쉽지 않다. 이런 나를 이해하고 알기에 난 천천히 습득해 나가면 된다. 비록 늦더라도 하나둘 배워 나가자는 게 나의 각오覺悟인 셈이다.
더욱 깊어지는 마음
내 젊은 시절, 회사 업무에 깊이 몰입했다. 회식 자리가 없는 한 거의 매일 새벽에 퇴근했다. 내가 수행하는 업무의 특수성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회사의 외화자금차입 업무를 전담하는 실무자였다. 새벽에 귀가해서도 잠에 들기 전까지 영문 차입계약서를 계속 읽어야 했다. 일주일에도 몇 건씩 계약을 체결해야 할 정도로 회사의 자금 사정이 빠듯했다. 많은 계열사들의 파이프라인 역할을 해야 했기에 더욱 그랬다.
은행에서 근무하다가 이 회사 경력직으로 이직했다. 이직 배경엔 사귀던 여성과의 이별이 있었다. 대학시절부터 사귀었던 터라 마음 속의 많은 지난 추억들을 모두 지우고 새롭게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있던 차에 직장 선배이자 대학 선배의 추천에 귀가 솔깃해서 즉각 행동으로 옮겼다. 책 속엔 이런 귀절이 있다.
방황은 멈춘 것이 아니라
아직 이름 붙이지 못한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방황彷徨이란 길을 잃고 이리저리 헤매는 모습을 말한다. 나 또한 그랬다. 가장 역할을 해야 했던 난 은행에서 퇴근, 귀가해서 대학 재학생인 동생과 친척 동생들을 챙기고 출근 준비를 미리 해야 함에도 발길이 바로 집으로 향하지 않고 단골 술집으로 향했다. 술에 취하면 집과 정반대 방향인 망원동으로 갔다. 사귀던 여자친구의 본가가 위치한 동네였다.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되어 무언가 새로운 전기가 필요해 보였다. 술에 취한 김유신을 연인인 천관녀天官女의 집에 데려다 주는 말의 목을 친 결단처럼 말이다.
보통은 방향이나 목표를 정하지 못해 갈팡질팡하는 모습으로 보이는 게 바로 방황彷徨인데, 한자어를 풀이하면 '천천히 걷는' 모습이다. 정해진 곳이 없으니까 우물쭈물하면서 결정을 못 내려 자연스레 발걸음이 무거워지게 되는 형상이다. 사실 이런 기간은 짧을수록 좋다. 새로운 목표나 길이 필요하다. 난 이때 이직移職을 결정했다.
넋을 잃고 세속의 티끌과 때에서 벗어나 방황하며,
무위의 경지에서 자유롭게 노닌다.
- <장자莊子> 중에서
장자의 방황은 방향 없이 떠도는 상태가 아니다. 자유롭게 유유히 걷는 상태이다. 장자의 세계에서 삶은 일직선으로 곧게 뻗은 길이 아닌 것이다. 혼돈 속에 몸을 맡기고 이리저리 노니는 자연스러운 모습인 것이다. 이 말 속에 담긴 뜻은 방황은 삶을 훨씬 다채롭게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멈추지 않고 그냥 걷는 것이다.
다시 일어서게 하는 마음
살면서 주저 없이 큰 걸음을 내디뎌야 할 때가 있다. 시작하고 싶은 마음은 크지만 막상 발을 내딛는 순간, 걷잡을 수 없는 두려움이 자신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사람들은 누구나 그렇다. 정체 모를 불안 앞에서 발을 떼기가 쉽지 않다.
과감果敢하다는 뜻은 이같은 불분명함 앞에서 망설이지 않고 결단과 함께 앞으로 나아가는 힘이다. 한자어 감敢은 양손에 무기를 들고 들짐승을 사냥하는 모습을 본뜬 상형문자象形文字라고 한다. 또 한자어 과果는 나무木 위에 맺힌 열매田를 형상화한 것이다.

때를 놓친다는 것은 기회를 잃는 것과 같다. 그리스의 한 신화를 그린 모습에 따르면 '기회의 신'의 뒷머리는 맨 머리 모양인데, 이는 훅 지나가는 기회를 잡으려하면 뒷머리를 잡을 수밖에 없으므로 이마저도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셈이다. 그렇다. 때를 놓치지 않으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과감함은 나조차 몰랐던 내 안의 틀을 넘어서도록 만든다. 즉 미지의 길 위에 내 발걸음을 내딛는 것은 스스로 만든 경계선을 넘는 결단이자 행위이다. 이를 통해 낯설고 두려운 경계를 한번 넘고 나면 그 자체로 자신의 영역이 넓어지는 셈이다. 도화지의 크기가 커지면 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나를 돌아보며 가꾸는 마음
우리 모두 성장하는 과정에서 반성문을 여러 차례 작성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내 어릴 적도 자유분망하게 지냈기에 사고를 많이 친 편이다. 남의 지붕 위에 떨어진 감을 줍겠다고 우리집 감나무를 타고 올라가 남의 지붕을 밟고 다닌 탓에 내 어머니는 그 집 아줌마에게 콤플레인을 강하게 들어야만 했다. 실제로 파손된 기와 수선비를 지불하기도 했다.

반성이란 이런 내 행위를 되씹어보고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를 알도록 해준다. 이는 남에게 의지할 수 없는 영역이다. 결국 고독孤獨한 순간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런 고독을 즐긴다. 내면의 나 자신과 대화를 통해 잘못을 반성하고 이후 나아갈 방향과 목표를 향할 수 있어서다.
한자어에 담긴 지혜
책 속에 담긴 각오覺悟부터 고독孤獨에 이르기까지 일흔 개의 한자어에 얽힌 느낌, 기억 또는 추억들은 제각각 다양하리라고 생각된다. 그럼에도 그 모든 것들 모두는 소중하다. 왜냐하면 그 속엔 자신만의 깨달음이나 지혜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삶의 지혜를 얻고 싶은 모든 분들에게 책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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