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리더십 - 심리적 안전감을 넘어 책임 안전감을 만드는 ‘AI 시대 리더’의 조건
김유리 지음 / 나비의활주로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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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판단을 빠르게 한다. 데이터는 점점 정확해진다. 추천 알고리즘은 인간보다 더 많은 선택지를 제시한다. 회의실에서 "AI가 이렇게 분석했습니다."라는 문장은 이제 낯설지 않다. 보고서는 더 정교해졌고, 예측은 더 빨라졌다. 리더의 책상 위에는 더 많은 정보가 쌓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리더들은 더 불안해졌다. - '서문' 중에서



책의 저자 김유리는 기업교육연구소 '해피투게더컨설팅' 대표로 대한민국 인적자원개발 명강사 대상을 수상한 기업교육 전문가다. 중앙대학교 글로벌인적자원개발대학원에서 인적자원개발학을 전공했으며, 리더십과 성취 목표 지향성을 연구했다. 다수의 저서가 있으며, 현재 활발한 강의와 컨설팅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총 다섯 개 파트로 구성된 책은 AI 시대, 리더십의 본질을 다시 묻다(파트1), 책임 안전감 - AI 시대 리더가 서야 할 자리(파트2), 책임 안전감을 설계하다 - 존재 자체가 기준이 된다(파트3), 판단/책임/습관 - 리더십을 단단하게 만드는 반복(파트4), 남는 리더십(파트5)에 걸쳐 보이는 리더십을 제시한다.


AI 시대의 리더십은 AI(인공지능)라는 보조 도구로 인해 리더들의 입장에선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리더가 마치 '판단하는 기계'처럼 느껴짐에 따라 오히려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그러나 AI 시대에 리더가 해야 할 역할은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더욱 뚜렷해진다. AI의 빠른 판단 이후의 단계에 당당하게 서 있는 사람은 바로 리더인 것이다.


"AI가 추천한 대로 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으면 누구 책임인가?"

"데이터는 그렇게 말했는데 팀원은 불안해한다."

"객관적으로 맞는 결정인데 왜 조직 분위기는 차가워지는가?"


AI 시대의 리더들은 지금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역할이 바뀌어서 흔들리고 있다. 예전의 리더들은 결정을 내리는 사람이었다. 지금은? AI가 제시한 결정을 조직 구성원들이 수용할 수 있도록 전달해야 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요즘 리더들의 고민은 '내 말에 잘 반응할까?'이다. 그렇다. 속도의 시대에 리더십의 가장 큰 적은 '공감 결핍'이다. 한 글로벌 기업의 중간 관리자는 이런 고백을 했다.


"회의 때마다 '좋은 의견입니다'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팀원들은 여전히 긴장합니다.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비록 이 리더는 긍정적인 말을 하지만, 시선은 차갑고 표정은 굳어 있다. 팀원들은 말보다는 먼저 그 신호를 읽는다. 그렇다. 문제는 언어 자체가 아니다. 리더의 긍정적 말과 리더가 취하는 표정, 시선, 태도 등이 불일치함에 있다. 이를 비언어적 불일치라고 한다.


AI는 빠르다. 그러나 빠름은 언제나 차갑다. 리더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은 '속도를 늦추는 것'이다. 해석을 추가하는 것이다. AI 시대 리더십의 위기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해석의 공백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그 공백을 채우는 것은 데이터가 아니라 존재다. 리더는 숫자를 발표하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의 감정을 붙들어 주는 사람이어야 한다.


하이브리드 시대, 리더에게 주어진 과제



AI 시대 조직은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강조한다. 그러나 데이터는 만능이 아니다. 비록 과거의 패턴을 분석하지만 인간의 감정, 맥락, 관계를 담지 못한다. 기술이 발전하면 문제들이 쉽게 해결될 것으로 믿기 쉽다. 조직도 마찬가지다. 더 많은 데이터와 더 빠른 자동화가 성과와 효율이 향상되리라 기대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경영학에선 '더 좋은 쥐덫의 함정'이란 사례가 있다. 1920년대 미국에서 기존의 나무 쥐덫보다 훨씬 진보한 플라스틱 소재의 제품이 개발되었다. 이는 기존 제품보다 훨씬 위생적이고 성능이 뛰어났다. 또한 세척해서 이를 재활용할 수도 있었다. 기술만 놓고 보면 '더 좋은 쥐덫'임에 분명하다.


처음엔 시장의 관심도 높았으나, 판매의 호응도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왜냐하면 소비자들은 세척해서 재활용하는 것을 불쾌하게 느꼈기 때문이다. 그렇다. 소비자의 니즈는 위생적인 쥐덫이 아니라 쥐를 잡은 뒤 이를 바로 버릴 수 있는 덫을 원했던 거다. 다시 예전의 목재 쥐덫으로 돌아갔다.


위 사례의 핵심은 무엇인가? 사람의 감정과 경험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조직에서도 이같은 일이 반복된다. 데이터는 많아지고, 시스템은 더 정교해진다. AI는 최적의 선택지를 제시하고, 대시보드는 실시간으로 성과를 보여준다. 그러나 팀원들의 얼굴은 갈수록 굳어진다. 마음이 결코 편하지 않기에. 나아가 기술 만능주의는 리더들을 착각에 빠뜨린다.



과거 난 금융기관에서 여러 해 근무했었다. 금융기관은 수시로 '실적 유치 캠페인'을 벌인다. 이 캠페인은 금전적 보상과 인사 고과에도 반영된다. 성격상 다함께 실적을 올려 조직에 기여하자는 취지이지만 실적을 채우지 못하면 상대적으로 피해를 당하므로 이를 싫어하는 구성원들도 있다. 심지어 실적 유치한다고 오후 시간엔 자리를 비우고 계속 회사 밖에서 영업만 하다가 퇴근한다. 이또한 실적 만능주의의 폐해다.


리더십의 새로운 공식


기준울 보이는 역할로

감정의 온도를 설계하는 역할로

성장 신호를 보내는 역할로

에너지와 리듬을 조율하는 역할로



리더십의 본질은 '신뢰'다. 한번의 좋은 말로 결코 만들어지지 않는다. 반복되는 여러 작은 신호에서 발생된다. 리더의 말이 번번이 바뀌고 표정 또한 수시로 변하면 리더에 대한 믿음이 생기겠는가. 신뢰의 핵심은 '일관성'이다. 팀원들은 지난 번 회의 때 리더의 표정이 어떠했는지를 기억한다. 이처럼 리더의 감정은 빠르게 팀 전체로 퍼진다. 같은 회의, 같은 주제라도 리더의 감정 톤에 따라 팀의 집단 에너지는 완전 달라진다. 리더의 존재감은 감정의 리듬으로 측정된다.


동일한 문장임에도 한 리더의 “결정한다”는 팀을 움직이고 다른 리더의 “결정한다”는 공기를 얼린다. 그 차이는 무엇인가? 그렇다. 그 말이 책임 선언인지 아닌지다. 책임 선언으로서의 결정에는 공통점이 있다. 말이 짧다. 속도가 느리다. 결론을 말할 때 몸이 앞으로 나온다. "리스크도 변수도 있지만 이 방향으로 간다." 그리고 멈춘다. 이 팀은 그 결정을 리더의 것으로 인식한다.

만약 갈등 상황이 발생했다면 리더는 누가 옳은지를 판단하는 게 아니라 감정의 온도를 낮추는 일이 먼저다. 왜냐하면 감정이 격해진 상태에선 논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회의는 몸의 흐름이 만든다. 이때 리더의 손과 몸은 말보다 빠르게 상황을 진정시킨다. 손은 중재자 역할을 한다. '비언어 갈등 중재 5단계 솔루션'은 아래와 같다.

손바닥을 보이며 '무위험'을 먼저 선언한다.
손의 높이로 감정의 강도를 맞춘다.
한 손은 '중재', 한 손은 '경청' 역할을 맡는다.
몸의 방향으로 '편 가르지 않음'을 보여준다.
손으로 '다음 단계'를 시각화한다. 


책임감 있는 리더가 되겠다고 다짐하는 리더는 많다. 하지만 막상 회의가 시작되면 뇌는 익숙한 방식으로 돌아간다. 인간의 뇌는 그렇게 작동한다. 행동과학 연구에서 이는 반복적으로 확인된 사실이다. 사람은 '결심'보다 '상황'에 반응한다. 금주를 결심한 사람이 막상 술자리에 앉으면 그 다짐이 흔들리는 것처럼 말이다.


환경 설계란 무의식적으로 흘러간 장면들에 의도를 심는 것이다. 아침 인사를 먼저 한다고 결심하는 게 아니다. 회의 전 5분을 노트북 대신 팀원 얼굴을 보는 시간으로 고정해둔다. 메신저 답장 한 줄에 마침표 대신 물음표를 하나 더 넣는다. “확인했습니다. 혹시 어려운 점은 없나요?” 보이는 리더십은 반복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먼저 만든 사람이 완성한다. 이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다.

이 대목에서 과거 나의 금연 프로젝트를 소개해 본다. 흡연은 습관이므로 습관적인 행동이 무의식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환경을 먼저 제거했다. 환경 설계인 셈이다. 내 주변에 있는 담배를 모두 버리고 더 이상 구매하지 않았다. 새로운 환경이 고착될 때까지 임원실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식사도 준비해 간 도시락으로 해결했다. 함께 식사하면 식사후 흡연 유혹을 받게 되므로. 그리고 술자리도 금했다. 거래처 술접대는 내가 정한 술상무가 대신하게끔 했다. 한약 복용중이라고 둘러댔다. 이렇게 6개월을 보내며 흡연 습관을 없앴다. 칠십대 중반의 나이에 되돌아보면 가장 잘한 일로 기억에 남는다.


AI 시대의 리더

AI 시대의 리더란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도 자신의 감정과 책임을 도망치지 않고 조용히 그 자리에 남아 있는 사람이다. 사람들이 불안해할 때 먼저 중심을 ㄷ잡는 사람이다. 답이 없을 때 함께 생각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사람이다. 그리고 사람들이 다시 시도해볼 용기를 잃지 않게 만드는 사람이다. "지금 이 순간, 나는 어떤 리더로 보이고 있는가", 바로 보이는 리더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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