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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한다 말하기엔 조금 숨이 차지만 - 러닝 앤솔러지
김연수 외 지음 / 판미동 / 2026년 6월
평점 :
15분 달리기는 시행착오를 거치며 스스로 터득하게 된, 자신에 대한 비난이나 평가 없이 매일 달릴 수 있게 해 주는 훈련법이다. 너무나 쉽고 간단해서 그대로 따라 하면 누구나 매일 달리는 사람이 될 수 있다. 규칙은 두 가지다. 하나, 매일 달린다. 둘, 15분만 달린다. - '좋아하는 일에 매일 시간을 쓴다는 것' 중에서

이 책을 쓴 사람들은 30년 전부터 달리기를 해 왔고, 현재는 매일 30분 달리기에 만족한다는 소설가 김연수, 홍제천과 경의선 숲길을 주로 주말 아침에 달리는 번역가 노지양, 많이 마시고 싶어서 적당히 달리는 시인 박은지, 길을 좋아해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며 대체로 혼자, 때론 같이 달리는 작가 윤이나, 사랑과 사랑 아닌 것들로 얼룩진 마음을 힘껏 젖히며 달리는 작가 김연덕, 강원도 속초에서 달리며 글을 쓰는 소설가 김혜나, 다시 달릴 때까지 잠시 멈춰 있는 소설가 최유안 등 7인의 작가들이다.
총 2부로 구성된 책은 한 발은 공중에 띄우고(1부)에선 소설가 김연수, 번역가 노지양, 시인 박은지 등 3인의 달리는 이유가 소개되고, 한 발은 땅에 딛고(2부)에선 작가 윤이나의 '달리는 건 도망이지만 도움이 된다', 작가 김연덕의 '특정 사랑을 위해', 소설가 김혜나의 '킵 고잉', 소설가 최유안의 '아직 유효한 핑계' 등을 담고 있다.
좋아하는 일에 매일 시간을 쓴다는 것
소설가 김연수는 일산 호수공원 근처에 살아온 지 20년이 넘었다. 문을 열고 나가면 바로 공원이 있어서 마음이 불편할 적엔 호수공원을 걷기만 해도 도움이 되었다. 이렇게 걷기 시작한 일이 이젠 달리기로 전환되었다. 달리는 순간 모든 잡념에서 해방되어 오롯이 현재를 즐길 수 있었다.
불쑥불쑥 일어나는 슬픈 생각은 내 어깨를 잡아끌지만 나는 계속 하늘을 올려다본다. 그렇게 가지들 사이의 작은 하늘을 바라보며 계속 걷는다. 내가 확인하는 건 내게도 작은 하늘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 길에도 끝이 있다는 것. 날마다 그 길의 끝까지 갔다가 나는 돌아온다.(13쪽)
매일 달릴 수 있게 되기까지는 그로부터 2년이 더 지나서였다. 그동안 몇 번이고 시도했지만 중간에 달리기가 싫어지는 패턴이 반복되었다. 어느 날, 달리면서 그녀는 내면의 자아에게 '나아지는 것도 없고, 잘 하지도 못하고, 나아지지도 않는 일을 왜 하겠다는 거야?'라고 대화를 나누었다. 달리기와 글쓰기를 좋아한다는 깨달음에 도달했다.
이후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15분 달리기를 터득하게 되었다. 자신에 대한 비난이나 평가 없이 매일 달릴 수 있도록 해 주는 훈련법인 셈이다. 쉽고 간단해서 누구나 이를 따라 하면 매일 달리는 사람이 될 수 있다고 강력하게 추천한다. 2가지 규칙이 있는데, 매일 달리기와 15분만 달리기이다. 그리고 이를 끝낸 뒤 달력에 표시한다.
이 동그라미들은 내가 하루 중 일정 시간을 좋아하는 일에 썼다는 것을 말해 준다.(중략) 15분을 달려간 뒤, 온 길을 되짚어 돌아오는 경로이기이기 때문에(중략) 매일매일의 날씨가 다르듯이 매일매일의 동그라미는 모두 다르지만, 그 동그라미들은 저마다 하나의 완결된 달리기다.(26쪽)
나 또한 이른 아침 시간에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걷고 달렸다. 갑자기 불어난 체중을 감당할 수 없어서 이를 해소코자 살던 집 근처 공원으로 나가 공원 내 산책로를 걷기 시작해 매일 두 바퀴 이상을 거뜬히 소화해 낼 무렵부터 달리기를 시작했다. 이후부터는 달리기만 했다. 같은 시간이 소요되더라도 달리면 훨씬 더 많은 거리를 뛸 수 있으므로 다이어트에 더 효과적이었기에.
미들Middle
KBS와 EBS에서 방송 작가로 활동했고, 이후 20년 동안 전문 번역가로 여러 책들을 번역했던 노지양 번역사는 홍제천과 경의선 숲길을 주로 주말 아침에 달린다고 한다. 한여름 주말 아침의 달리기를 가장 사랑해서 블루투스 헤드촌을 착용하고 집을 나선다. 잭슨 파이브, 아치스, 하드록 밴드 반 헤일런, 휘트니 휴스턴 등의 명곡들을 감상하면서 달리기를 즐기기에.
연남동과 홍제천을 달리면서부터 유독 올드팝을 찾아 듣기 시작했다. 이는 신비로운 세계로, 다른 차원의 우주로 입성하고 싶어서다. 불순물 하나 없이 오직 나라는 사람의 본질만으로 이루어진 세계. 약간은 독특하다고도 할 수 있는 나만의 취향이 가득한 세계, 내가 좋아하는 연필과 메모지와 열쇠고리를 넣어 둔, 처음으로 갖게 된 내 책상 서랍 같은 세계 등으로 들어가는 느낌 때문이라고 말한다.
나는 뒤를 도는 척하면서 한 바퀴, 두 바퀴를 돈다. 갑자기 전속력으로 질주했다가, 갑자기 느릿느릿 달린다. 오늘 달리기에서 페이스라든가 기록은 이미 중요하지 않아졌다. 나는 여름의 한가운데, 인생의 한가운데에 있다. 이 7월의 햇살 안에서 내 마음에 드는 사람,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이 될 수 있다.(63쪽)
천변을 달리자, 맥주를 마시자
2018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한 시인 박은지는 독특한 달리기 예찬론을 지닌 것 같다. 많이 마시고 싶어서 적당히 달린다고 한다. 과거 중고등학교 시절에 운동장을 뛰어다니는 걸 좋아했는데, 어른이 되자 더 이상 달리지 않았던 것은 대신에 '술을 달렸기' 때문이다. 시도 때도 없이 소주, 맥주, 막걸리, 전통주, 와인, 고량주, 위스키 등 주종을 가리지 않고 마셔댔다. 저녁에, 점심에, 때론 아침에, 수업 전에, 수업 후에, 퇴근 후에, 주말에 등등. 이런 과정 속에서 술맛을 알아 버렸다.
술을 마시면서 3년 가까이 요가를 했고, 웨이트 트레이닝도 7년 차라 근육량이 늘면서 주량도 덩달아 업그레이드되는 걸 느꼈다. 그러다가 달리기를 다시 시작했다. 2023년 10월, 중량천변을 달렸다. 무엇을 쓸까 골몰하며 산책하다가 '그냥' 달리기 시작했다.
지면을 박차는 느낌, 공중에 떠오른 발을 다시 내려놓는 소리, 이마를 스치는 바람, 각자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천변의 풍경. 땀이 흐르고 얼굴이 타오를 것 같았지만 질질 끌고 다니던 무거운 마음이 조금씩 가벼워지고 있었다.(72쪽)
이밖에도 책은 윤이나 작가의 '달리는 건 도망이지만 도움이 된다'에서 새로운 길을 좋아해서 이곳저곳 떠돌아다니며 즐기는 달리기, 김연덕 작가의 ''특정 사랑을 향해'에서 삶의 상처를 위로받는 달리기, 김혜나 소설가의 '킵 고잉'에서 자동차 없이 10킬로미터 이상을 달리며 도시의 숨결을 느끼는 신비로운 달리기, 최유안 소설가의 '아직 유효한 핑계'에서 잠시 멈춰 있는 달리기 등을 소개한다.
나는 달린다
독일 정치인이자 작가인 요쉬카 피셔가 쓴 <나는 달린다>(2000년)를 읽은 후 나는 달리기를 준비했다. 물론 책 한 권이 유일한 이유는 아니다. 나는 새해 단합대회로 핵심 임원들과 함께 눈 덮힌 한라산 등반에 나섰다가 갑자기 불어난 체중 때문에 무척 힘들었다. 다이어트가 시급한 과제였다. 이런저런 방법을 검토하던 끝에 서점에서 우연히 목격한 피셔의 책이 한 몫 거들었던 건 분명하다. '그렇다. 뛰자!'라는 목표가 생겼던 것이다. 7인의 러닝 앤솔러지를 읽는 내내 이 책이 떠올랐다. 목표는 실행함으로써 그 효과가 나타난다. 달리기를 주저하는 모든 분들에게 책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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