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조직 - AI First가 되려면 리더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김성준 지음 / 포르체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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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도 치열한 생존 게임에 몰아넣는 기술입니다. 글로벌 선도 기업은 AI를 단순히 제품 일부에 반영하는 수준을 넘어 비즈니스 모델 자체를 AI 중심으로 재구축하고 있습니다. 고객 집단을 분석하고 제품을 개발하며 공급망을 운영하고 그에 맞게 인력을 관리하는 일에 이르기까지 모든 가치 사슬을 AI로 재편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발 빠르게 움직이는 글로벌 기업들은 우리에게 커다란 위협으로 다가옵니다. - '들어가며' 중에서



책의 저자 김성준은 조직에서 일어나는 다채롭고 흥미로운 현상에 호기심이 많은 조직 연구자이자 현장 전문가이다. 조직 내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왔고, 새로운 기술이 조직과 리더십을 어떻게 바꾸는지에 관심을 가져왔다. 총 9장으로 구성된 책엔 수많은 기업의 경영자들과 AI 전환에 대해 토론하고 고민해 온 결과를 담았다.


AI가 바꾸는 조직 환경


시대가 변하고 상황과 맥락이 바뀌면, 리더십 행동도 달라져야 한다. AI 시대에 리더들에게 필요한 행동을 살펴보려면 먼저 AI는 업무 환경을 어떻게 바꿔 놓을 것인가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즉 AI는 기존에 갖고 있던 기본 가정을 전면 재검토하도록 강제할 것이다.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아는 것이 힘이다"란 말을 남겼다. 산업 시대부터 정보화 시대에 이르기까지 남들이 모르는 자료나 자식에 접근할 수 있는 능력은 핵심 경쟁력이자 권력의 원천이었다. 고급 정보를 다루는 컨설턴트, 독점적인 데이터를 보유한 기업이 시장을 지배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정보 비대칭성' 덕분이었다.


AI는 이 근간을 허물고 있다. 방대한 지식과 정보가 AI를 통해 누구에게나 거의 무료로, 동시에 제공되기 시작한 것이다. 인류 역사상 유례없는 지식 민주화라 할 수 있다. 숙련된 전문가 수십 명이 몇 주 동안 밤샘 작업으로 만드는 분석 보고서를 이젠 AI가 몇 분 만에 만들어 낼 수 있다. 이처럼 AI는 '지식과 정보가 곧 권력이다'란 가정을 허물고 있다.


조직의 AI 도입


‘우리는 어떤 회사가 되고 싶은가, AI는 그에 어떤 가치를 제공할 수 있을까’보다 ‘AI를 어떻게 빨리 적용할 수 있는가’에 몰두한다면 결국 대치동 학원가를 찾는 학부모들의 불안이 구체화되는 것과 같은 메커니즘으로 움직인다. 

즉, 불안 → 도입 → 일시적 안도감 → 더 큰 불안이 순환하는 구조이다. 물론 사업과 교육, 두 영역이 다르긴 하지만, 그 안에서 작동하는 인간 심리는 상당히 닮아 있다. 사려 깊은 리더들은 이 고리 앞에서 잠시 멈춰 서서 그 본질을 고민해야 하는 사람이다.

“AI는 그 목적을 더 잘 실현하게 도와줄 수 있는가?”, “AI를 통해 우리가 만드는 세상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이런 근본적 질문을 던져야 한다. AI 도입은 단순히 새로운 도구를 추가하는 일이 아니라, 조직의 존재 이유와 그 달성 수단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검토하는 행위이다.

AI 시대에는 파고들며 질문하는 습관이 더욱 중요해진다. AI가 많은 효율적 작업을 대체할수록, 인간 리더가 해야 할 역할은 더욱 분명해진다. 이는 기계가 할 수 없는 일, 즉 일의 의미를 묻고, 방향을 설정하고, 가치를 판단하는 일이다. ‘우리가 왜 이 일을 하는가?’라는 질문은 여전히 인간 리더의 몫이다.

모두가 AI 도입을 선호할 리 없으며, AI는 단순한 기술 도입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일하는 방식을 바꿔서 효율성을 높이는 게임에 그치지 않는다. 일을 하는 주체, 일이 갖는 의미, 나와 일 간의 관계, 내 존재감과 정체성을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과정이다.

기술 변곡점에서 변화하지 못해 망한 기업들의 사례는 많다. 코닥은 사람들이 여전히 인화한 사진을 원할 것이란 가정하에 필름을 버리지 못하고 그들이 세계 최초로 만든 디지털 카메라를 포기함으로써 망했고, 세계 1위 점유율을 자랑하던 노키아는 '휴대폰은 통화 품질과 내구성이 전부'라는 가정을 고려해 스마트폰 본질이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 경험'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를 외면해서 망하고 말았다. 

AI로 조직이 실험하도록 독려하려면, 우리가 굳건히 가졌던 가정과 신념을 점검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회의 자리에서 ‘AI로 무엇을 할 것인가’를 논하기 전에 ‘우리는 왜 그렇게 가정하고 있는가? 왜 그렇게 믿고 있는가?’를 먼저 따져 물어야 한다. 이런 질문은 구성원들을 불편하게 만들 수 있지만 이 불편함을 견디지 못하면, 조직은 영원히 과거 성공 방정식에 갇히게 된다.

AI와 인간 사이

AI는 인간 협업자에게서 기대하기 어려운 몇 가지 특성을 더 갖고 있다. 언제든지 반응하고, 지치지 않으며, 거절하지 않는다. 사용자가 쏟아 낸 모호한 생각을 인내심 있게 받아들인다. 내가 말한 아이디어를 놓고 무작정 비판하지도 않고, 자기 성과로 가로채려 하는 일도 없다. 그래서 인간 협업자들보다 AI와 대화를 나눌 때 더욱 심리적으로 안전하다는 느낌이 든다. 

때문에 많은 이들이 AI를 ‘이상적인 동료’라 여길 수 있다. 지금보다 조직 내 AI 전환이 본격적이고 인류가 일터에서 AI를 인격체로 여기면서 협업한다면, 리더십 차원에서 고민해야 할 지점들이 있다. 오랫동안 당연시했던 관리자의 정의, 역할, 책임을 처음부터 제정의하는 작업이다. AI와 협업에서 리더가 해야 할 역할은 구성원 스스로 AI를 맹신하지도, 배척하지 않도록 신뢰 조절을 연습하게 만드는 일이다.

AI 에이전트의 자동화

신입 직원에게 일을 맡길 때도 ‘이 사람에게 어디까지 맡길 수 있는가?’, ‘언제 보고하게 할 것인가?’,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떻게 수습할 것인가?’를 고민하듯, 에이전트 역시 동일한 설계가 필요하다. 자율적으로 일을 수행하게 하되, 어디까지는 스스로 판단하도록 두고 어디서부터는 반드시 사람에게 확인을 받도록 할지 경계를 설정해야 한다.

예컨대 금액 규모가 일정 수준을 넘거나, 거래 유형이 평소와 다를 때는 자동으로 알림을 보내 승인 절차를 거치도록 할 수 있다. 또 어떤 자료를 읽고 어떤 결론에 도달했는지 로그를 남기게 한다면, 결과를 검토하고 오류를 수정하기에 훨씬 쉽다. 자동화의 목표는 사람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개입해야 할 지점을 더 전략적으로 재배치하는 데 있다.

조직의 장기적 경쟁력이 결국 인간의 고유한 역량에서 나온다는 사실이다. 우선 당장 단기적으로는 AI 에이전트가 현재 짜인 업무 구조와 기능을 이어 받아 인간을 대체할 수 있다. 그런데 사업과 조직은 스냅샷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상황과 환경 변화를 기민하게 감지하면서 유기적으로 변화해 가야 한다.

인간의 고유 역량이 먼저다

AI는 패턴을 학습하고 예측하는 데 탁월해도 전례 없는 상황, 모호한 맥락, 상충하는 가치 사이에서 선택을 요구받을 때 한계를 드러낸다. 이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데이터와 더 빠른 계산이 아니라 지혜와 통찰, 그리고 상황을 이해하고 책임 있게 결정하는 인간 고유의 감각인 것이다. 따라서 조직이 AI 시대에 지속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인간이 가진 고유한 역량을 어떻게 보존하고 확장할 것인가를 우선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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