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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근쌤의 인생신당 - 가장 단단하고 따뜻한 삶의 응원
정호근 지음 / 김영사 / 2026년 5월
평점 :
제가 돈을 죄악시하거나 부富를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지나친 욕심이 결국 사람을 고립시키고 영혼을 병들게 하며, 끝내 고독한 파멸로 이끄는 경우를 수천 번 목격한 한 사람으로서 경고를 드리는 것입니다. 성공을 신처럼 모시고 살지는 마십시오. 자연스럽고 편안한 상태가 우리 인생에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경지입니다. - '프롤로그' 중에서

책의 저자 정호근은 배우에서 무속인으로 삶의 궤도를 바꾼 영적 카운슬러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배우였으나 잇따른 시련과 뼈아픈 상실을 겪으며거부할 수 없는 신의 부름을 받아 신당 문을 열었다. 스스로 벼랑 끝에 선 절망과 고통을 온몸으로 통과해냈기에, 찬자오는 수많은 이의 찢긴 상처를 누구보다 깊이 공감하고 다독인다.
총 5부로 구성된 책은 내 인생의 주인이 되는 첫 걸음(1부), 성공이라는 이름의 신기루를 넘어서(2부), 사람 사이, 정갈한 선을 긋는 지혜(3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배우는 지혜(4부), 어둠 속에서도 빛나는 나를 찾아서(5부) 등을 통해 가장 단단하고 따뜻한 삶을 응원한다.
내 인생의 주인이 되는 첫 걸음
무당이 되기 전, 저자 역시 고통이라는 이름의 계단을 수없이 밟으며 살아왔다. 두 아이를 먼저 보내고, 무너지는 가슴을 부여잡으며 죽음을 수천 번 예행연습 했다. '세상이 나를 버렸다'는 지독한 좌절감에 휩싸여 새벽 공기를 가르며 정처 없이 길을 헤맸던 날들도 있었다.
저자는 신이 던진 날카로운 말을 자신의 가슴속에 한 번 통과시켰다. 자신이 겪어온 눈물과 비명, 쓰라린 상처들을 거름망 삼아 그 말을 한 번 걸러내야만 신의 엄중한 말이 비로소 사람을 보듬고 살려내는 ‘치유의 메시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자는 사자를 낳고, 개는 개를 낳는다"는 어른들의 말슴은 타고난 혈통만을 뜻하는 게 아니다. 마음의 부리와 그 기운이 얼마나 무섭게 이어지는지를 경고하는 말이다. 결국 좋은 기운이란 타고난 운명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남은 생 동안 자신을 어떻게 대접하고 다스리느냐에 달려 있다.
누군가는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사고로, 누군가는 사랑하는 가족의 급작스러운 죽음으로, 또 누군가는 뼈를 깎는 배신과 상실의 고통 속에 던져진다. 그 참담한 사건의 이면에는 반드시 읽어내야 할 메시지가 있고, 얽힌 인연이 있으며, 숨겨진 사명이 있다.
성공이라는 이름의 신기루를 넘어서
우리는 흔히 성공의 척도를 통장에 찍힌 숫자로 가늠하곤 한다. "돈이 전부는 아니다"라고 말하면서도, 정작 재물이 넉넉하면 성공한 인생이라 우러러보고, 궁핍하면 실패한 삶이라 낙인찍는 시선에서 자유로운 이는 그리 많지 않다.
한번은 이런 상담이 있었다. 평생 세무사로 일하면서 자수성가한 어머니가 있었다. 집안 경제의 기둥이었으나, 정작 자식들에겐 무심했고 따뜻한 대화 한 마디 나눈 법이 없었다. 결국 그녀는 노년에 요양원에서 지내며 재산 분할 문제로 가족들과 날 선 대립을 이어갔다.
그녀가 평생 돈을 모으며 정작 놓치고 만 것은 뭘까? 그것은 바로 '사랑'이다. 돈이 세상만사를 해결해줄 만능열쇠 같아 보여도, 사실 삶의 기초는 사랑과 규범, 예절과 윤리여야 한다. 돈이라는 가치가 그 모든 가치의 상단에 군림하는 순간, 그 집안은 풍요속의 빈곤으로 변한다.
이에 저자는 우리들에게 묻는다. 꼭 의사여야 성공한 것입니까? 반드시 대통령이 되어야 훌륭한 삶입니까? 그렇지 않다. 어떤 일을 하든 그 일을 기쁜 마음으로 대할 수 있고, 누군가에게 따뜻한 위로를 전하며 사랑받을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충분히 성공한 인생이다.

(사진, 120쪽)
사람 사이, 정갈한 선을 긋는 지혜
저자는 관계에 너무 집착하지 말 것을 당부한다. 모든 이를 만족시키려 애쓰는 것은 자신을 죽이는 일이다. 그 무수히 많은 인맥관리보다는 진심을 쏟을 한두 사람의 인연이면 충분하다. 나머지는 그저 바람처럼 흘려보내는 편안함을 누리라고 말한다.
용서의 본질은 상대를 해방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편안해지는 것’에 있다. 마음이 평정을 되찾아야 비로소 일상의 리듬이 회복된다. 이렇게 되면 자연히 밥을 먹고, 잠을 자고, 사람을 만나는 기본적인 삶의 기능들이 살아나는 것이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배우는 지혜
역사드라마 속 끔직한 장면은 '삼족을 멸한다'는 가혹한 형벌의 순간일 것이다. 이는 단순히 잔인함 때문이 아니라 그 악행과 피비린내 나는 업보가 단 한 사람에게서 끝나지 않는다는 엄중한 경고였을 것이다. 자식이 태어나고 손주가 태어나 집안의 역사를 전해 들으며 무의식중에 악감정과 한은 대물림된다. 그래서 저자는 늘 강조한다. '복수와 증오에 마음을 빼앗기지 마세요'라고 말이다.
그렇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찾아오는 자연법칙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그 죽음을 어떤 얼굴로 맞이할 것인가,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어떤 마음을 품고 살아내느냐에 달려 있다. 죽음을 거부하는 언행은 실로 집착이자 두려움의 발로일 뿐이다.

(사진, 185쪽)
어둠 속에서도 빛나는 나를 찾아서
인생의 공허함을 완전히 박멸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늘이 있어야 쉼터가 생기듯이, 공허함 또한 우리를 깊어지게 만드는 인생의 필수적인 그늘이다. 자연을 향한 경외심을 회복하고, 타인에 대한 기대를 낮추며, 지금 이 순간의 과정을 즐기려 애쓰십시요.
저자의 인생에서 가장 캄캄한 밤은 자식을 잃었을 때 찾아왔다. 큰딸을 먼저 보내던 날, 그는 이태원 남산 순환도로 위에서 모든 걸 놓아버리고 싶었다. 그 절체절명의 순간에 아내의 얼굴이 보름달처럼 환하게 떠올랐던 것이다. 사람을 살리는 힘은 이토록 단순하고 명료한 데서 온다. 자식의 새근거리는 숨소리, 부모의 거친 손마디, 나를 위해 기도하며 울고 있을 누군가의 표정 하나가 우리를 다시 삶 쪽으로 돌려세운다.
인생, 결국 내 손에 달려 있다
끝까지 책을 읽으며 달려온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저자의 말이 있다. 즉 인생길은 누구에게나 복된 길이 될 수 있고 행복의 문턱을 넘을 수 있으며 평온한 안식처에 도달할 수 있는 가능성을 품고 있다는 거다. 삶을 결정짓는 것은 가혹한 팔자나 정해진 운명이라기보다 그 인생을 어떻게 다루고 가꾸느냐는 스스로의 선택과 마음가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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