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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을 통제할 수 있다는 착각 - 숏폼, 데이팅 앱, 초가공식품은 나의 뇌를 어떻게 점령했는가
니클라스 브렌보르 지음, 김성훈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4월
평점 :
이 책은 중독이 왜 의지의 문제가 아닌지, 세계적 기업들이 만들어낸 기울어진 운동장 속에 갇힌 우리가 얼마나 일방적인 공격을 당하고 있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 불합리한 싸움에서는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란 말이 통하지 않는다. - '이 책을 향한 찬사' 중에서

책의 저자 니클라스 브렌보르는 덴마크의 과학자 겸 작가로 그의 국제적 베스트셀러 <해파리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영국왕립협회 과학도서상 최종 후보에도 올랐었다. 코펜하겐대학교에서 분자생체의학 및 생명공학을 전공,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분자생물학 박사과정 중이다.
총 3부로 구성된 책은 식품 중독을 통제할 수 있다는 착각(1부), 포르노 중독을 통제할 수 있다는 착각(2부), 스크린 중독을 통제할 수 잇다는 착각(3부) 등을 통해 '비만의 시대에서 놓치고 있는 것'에서 부터 '내추럴과 스테로이드'에 이르기까지 17장에 걸쳐서 중독은 사실상 통제 불가임을 강조하고 있다.
작은 새 한 마리가 새 장 안에서 커다란 알을 쳐다보고 있다. 잠깐 고개를 갸웃거리며 무엇을 할지 고민하더니, 일 위로 뛰어오르려 한다. 우스꽝스러운 광경이다. 새의 몸집만큼 알이 커서, 새가 그 위에 편안하게 자세를 잡으려고 할 때마다 미끄러진다. 하지만 새는 곧바로 다시 알 위에 자리를 잡으려 시도한다.
위 장면을 지켜보던 과학자 두 명이 서로를 보며 웃는다. '이 녀석도 속아 넘어갔군.' 이 새는 검은머리물떼새로 50그램도 안 되는 작은 갈색 알을 낳는다. 하지만 연구자들은 새들이 실제론 훨씬 큰 알을 선호한다는 걸 발견했다. 즉 이 새는 석고로 만든 커다란 가짜 알에 넋이 빠져 이를 선택한다.

‘초자극’이란 동물이 본능적으로 끌리는 대상을 과장한 것이다.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선택지보다 더 크거나, 더 밝거나, 더 강력한 버전의 자극이다. 이는 비단 검은머리물떼새만이 아니라 다른 다양한 새를 속이는 데도 사용되어 왔다.
초자극은 설계된다
어느 날 밤 갑자기 식료품 수납장에 있는 과자 한 봉지가 생각났다. 먹을지 말지 갈등에 놓인다. 한쪽에는 이성과 의지력이, 그리고 다른 한쪽에는 600칼로리의 공허한 칼로리를 뚝딱 먹어치우고 싶은 욕망이 맞붙어 싸운다.
하지만 사실 이 갈등은 결코 혼자서 벌이는 싸움이 아니다. 수천 명의 다른 사람이 이 싸움에 참여하고 있으며, 안타깝게도 그들은 모두 적으로 싸움에 참가한다. 과자와 사탕을 제조하는 회사의 목표는 식료품 수납장에 있는 과자 봉지를 뜯게 만드는 것이다. 그래야 많은 돈을 벌 테니까 말이다.
그렇다. 이것이 바로 초가공식품의 민낯이다. 문제는 가공 그 자체가 아니다. 식품을 초자극물로 만드는 것, 즉 뇌에 최대의 보상을 주어 가능한 한 많이 먹게 만들겠다는 구체적인 목적을 바탕으로 음식을 가공하는 것이 문제다. 이것이 바로 비만의 시대에서 우리들이 놓치고 있는 것 아닐까?(사진, 쥐도 홀딱 반하는 쿠키)

음식이 가장 맛있어지는 조합을 찾아라
지방은 대부분의 식품 초자극에 사용된다. 패스트푸드인 햄버거를 떠올려보라. 기름진 고기, 기름친 치즈, 기름진 베이컨, 기름진 소스 등이 조합되어 있다. 우리는 지방이 많은 음식에 끌린다. 게다가 상호보완적인 설탕까지 첨가된다.
우리가 지방과 설탕의 조합에 왜 이렇게 정신줄을 놓는지에 대해 아직 그 이유가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 사실 지방과 설탕은 자연에서는 절대 찾아볼 수 없는 조합이다. 자연에서 꿀처럼 당분 함량이 높은 식품도 찾을 수 있고, 견과류처럼 지방 함량이 높은 식품도 찾을 수 있지만, 둘 다 높은 경우는 보이지 않는다.
완벽한 식품 초자극을 만드는 과정 중에서 이 입맛 최적화 부분을 과학자들은 ‘지복점 찾기’라고 부른다. 지복점至福点이란 실험동물과 인간 참가자 모두에게 최대의 쾌감(행복)을 이끌어낼 수 있는 조합을 말한다. 만약 지복점에서 벗어나면(많은 지방/적은 탄수화물 혹은 적은 지방/많은 탄수화물 등) 음식의 매력이 떨어진다.
둔감화鈍感化의 법칙
경제학 용어 중에 '한계 효용 체감의 법칙'이란 말이 있다. 특정 재화가 증가할수록 그 효용(쓸모와 가치)은 점점 감소한다는 뜻이다. 그렇다. 사람의 몸은 적응 기계다. 뇌는 특히 더 그렇다. 뇌는 어떤 자극에 노출되더라도 거기에 적응한다. 심지어 비행기 밖으로 뛰어내리는 극한의 자극일지라도.
처음 스카이다이빙을 할 때는 몸이 감지하자마자 아드레날린이 폭주할 것이다. 그리고 뇌에서는 엔도르핀이 폭주하면서 황홀감을 더한다. 하지만 스카이다이빙 강사처럼 이런 낙하를 밥 먹듯 하면 몸은 서서히 반응이 감소한다. 이런 현상을 둔감화鈍感化라고 말한다. 첫경험은 설렘이지만 갈수록 그 경험의 맛은 둔해지는 법이다.(사진, 전 세계의 초자극화)

도파민의 진실
헤로인을 먹으면 헤로인이 혈류에 주입된 후에 뇌까지 이동한다. 이어서 뇌의 보상 체걔에 있는 뇌세포의 수용체와 결합하면 전기신호가 시작된다. 반면 전극을 뇌에 직접 삽입하면 보상 체계의 뇌세포를 거의 즉시 활성화시킬 수 있다.
캐나다의 연구자들은 한 실험을 설계했다. 우선 쥐들의 여러 뇌 부위에 다양한 깊이의 전극을 이식했다. 이후 쥐들을 우리에 집어넣었다. 쥐는 호기심이 많은 동물이라서 코를 킁킁거리고 더듬으면서 주위 환경을 탐색하기 시작한다. 연구자들이 설계한 실험에서 결국 쥐들은 페달을 눌러 전극을 활성화시켰다. 대부분의 경우 별 일이 발생하지 않지만 몇몇 쥐들은 페달을 피하기 시작했다. 불쾌한 기분(경험)이 유발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네 마리 쥐들은 전기자극을 경험한 후 다른 모든 활동을 전폐하고 미친 듯이 페달을 누르고 또 누르면서 기분이 업되는 걸 느꼈던 거다. 드디어 과학자들이 보상 체계를 찾아낸 것이다. 1950년대 이후로 무수히 많은 실험이 반복되었다. 일부 쥐들은 배고픈 상황에서도 코앞에 놓인 음식을 무시하고 계속 전기자극을 선택했다. 과학자들이 개입하지 않으면 아마도 굶어 죽을 것이 분명했다.
캐나다 실험 이후 미국에선 사람을 대상으로 비슷한 실험을 진행했다. 한 남성 환자는 24살의 백인으로 폭력적인 아버지 밑에서 굴곡 있는 어린 시절을 보냈다. 가까운 친구도 없었고, 아홉 번이나 전학을 했으며, 고등학교를 중퇴한 후 약물에 중독되었다. 환자의 동성애를 치료할 목적으로 그의 뇌 여러 부위에 전극을 이식했다. 전극 중 하나는 뇌의 보상 체계 안에 있었는데, 3시간의 실험 동안 이 버튼을 1000번 넘게 눌렀다.
뉴욕의 몇몇 의사들이 만성 요통을 앓고 있는 48세의 여성에게 전기자극을 시도했다. 허리가 아플 때마다 전극을 활성화할 수 있는 장치를 주었는데, 이 여성은 전극 중 하나를 누를 때마다 성적으로 흥분된다고 말했다. 이 여성은 치명적인 전기자극 중독에 빠져 다른 모든 걸 포기하고 하루 종일 버튼만 눌렀다. 이후 가족들이 이 장치를 숨기면 그녀는 장치를 다시 찾으려는 충동에 사로잡혔다.
이 반응을 이해하려면 미국 심리학자 켄트 베리지의 연구가 도움이 된다. 베리지는 욕망과 쾌락의 느낌이 사실 우리의 생각과 달리 서로 같지 않다고 설명했다. 즉 베리지는 ‘원함’과 ‘좋아함’은 같은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물론 이 두 가지는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당신은 아이스크림을 원하고, 아이스크림을 먹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하지만 사실은 이 둘이 서로 완전히 별개일 수도 있음이 밝혀졌다.
예를 들어 헤로인 남용 장애가 있는 사람은 처음 몇 번 약물을 투여할 때는 큰 쾌락을 경험한다. 하지만 뇌는 적응하기 마련이고, 사람이 약물을 계속 사용하면 거기서 오는 보상은 줄어든다. 결국에는 헤로인이 좋은 느낌을 전혀 주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욕망이 사라지지도 않는다. 반대로 중독이 심해지면서 욕망은 더 커진다. 따라서 남용 장애가 있는 사람은 약물에 대해 절박한 욕망을 경험하면서도 쾌락이나 ‘좋아함’은 전혀 경험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인다.

스크린에 사로잡히다
포유류는 주로 야간에 활동하는 다람쥐와 비슷한 생명체였다. 그래서 초기의 포유류는 색色을 볼 필요가 없었기에 기본적으로 색맹이었다. 대신에 후각과 청각을 이용해 방향을 파악하고 먹이를 찾고 위험한 포식자를 피했다. 수백만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도 많은 포유류들이 이런 특성을 지닌 흔적을 내보인다. 대부분 이색성 색각을 갖고 있다.
인간은 삼색성 색각을 갖고 있다. 삼색이란 표현은 눈의 망막에 들어있는 원뿔세포의 유형이 3개임을 의미한다. 원뿔세포는 색을 포착하는 기관인데 인간은 3가지 버전을, 즉 첫째 버전은 푸른색을, 둘째 버전은 초록색을, 셋째 버전은 붉은색을 포착한다. 반면 대부분의 포유류는 붉은색을 포착하는 원뿔세포가 없어서 초록과 주황을 구분하지 못한다.
영장류는 열대 우림에서 과일을 먹는 동물이었는데 열대 우림에서 밝은 색깔은 과일일 잘 익었으니 이제 먹어도 된다는 신호였다. 이처럼 영장류는 밝은 색깔에 끌린다. 이런 본능은 소셜미디어 초자극 기계의 먹잇감이 되는 운명을 벗어나지 못하게 했다.

엄청나게 자극적인 틱톡 피드, 컴퓨터 게임, 넷플릭스 시리즈에 한번 익숙해지고 나면, 뇌는 이런 활동들을 기준 삼아 다른 활동에 따라올 보상을 평가한다. 그렇게 되면 인공적으로 설계된 초자극만큼 즉각적인 보상을 주지 못하는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더 큰 의지력을 발휘해야만 한다.
누구나 집착에 빠질 수 있다
현대인들이 그림 그리기, 악기 배우기, 책 더 많이 읽기 등 자기개발의 목표를 세웠다가 작심삼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것은 모두 예전에는 사람들이 그냥 재미 삼아즐기던 활동들이다. 만약 200년 전에 살고 있어서 여가 시간을 보낼 방법이 필요했다면, 이런 활동들은 보상이 가장 큰 선택지 중 하나였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에는 이런 활동들이 의지를 필요로 하는 활동의 범주에 속하게 됐다. 현대의 초자극과 경쟁을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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