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 인간의 경쟁력 - 재능과 창의성을 발명하는 사람들
강창래 지음 / 궁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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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처럼 온갖 과학기술이 발달하고 편리한 도구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부엌에서는 여전히 고대로부터 사용해온 단순간단한 도구인 칼과 도마가 많이 쓰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들은 ‘같은 음식’을 되풀이해서 먹으려 하지 않는다. 끝없이 다른, 새로운 것을 찾는다. 그것이 인간의 존재조건이다. 그 문제를 해결하려면 무한한 경우의 수를 해결할 수 있는 칼과 도마, 그리고 인간의 재능과 열정적인 창의성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칼과 도마가 사라질까? - '프롤로그' 중에서


(사진, 책표지)

책의 저자 강창래컴퓨터전문가였으며, 당시에는 컴퓨터 신기술 관련 칼럼을 여러 매체에 정기적으로 기고했다. 2000년대 이후에는 전방위 인문학자의 길을 걸었다. 베스트셀러 <인문학으로 광고하다>(2009)를 출간했고, 독서의 역사를 다룬 <책의 정신>(2013)으로 한국출판평론상 대상을 수상했다.

총 4부 16장으로 구성된 책은 더 오래 살 게 된 인간에게 필요한 것, 거인의 어께 위로 올라가는 여정, 나만의 창의성 비밀노트, 인생질문 세 가지와 그 답을 찾아서 순으로 이야기를 펼쳐 나간다. 특히 일상으로 들어온 범용 AI모델의 근본적인 문제와 미래 전망, 창의적인 사용방법, 인공지능의 미래까지 다루었다. 참고로 책에선 AI와 관련된 기술적 문제는 깊이 다루지 않았다.  

더 오래 살게 된 인간에게 필요한 것

인공지능AI은 아주 잘 준비된 사람을 위한 도구이다. 어떤 콘텐츠든 사용자의 판단을 거쳐야 실질적이고 유용한 답이 된다. 따라서 데이터들을 수집할지라도 누구의 입장에서 본 사실인지가 구별돼야 하므로 이런 훈련이 잘 된 사람이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많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핵심적인 질문을 발견하는 일이다.

하지만 인공지능 프로그램은 새로운 문제의 해결책을 찾기 위해 ‘필요한 질문’이 무엇인지는 모른다. 단지 관련된 수집 정보를 가지고 있을 뿐이다. 물론 해결책도 제안해보라고 할 수는 있겠지만 그 유효성은 결국 사용자가 판단해야 한다. 


왜 엉터리 재능을 발명할까? 재능을 기프트gift라고도 하는데 이는 태어날 때 누구나 받은 선물이기에 정말 적절한 표현인 셈이다. 그런데 사람마다 다 다른 것을 받는 것 같다. 더구나 그 선물이 무엇인지 어디서 발견할 수 있을지 잘 모른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자기 것임에도 자기도 모른다. 알기가 왜 어려울까? 이는 발견되지 않고 발명되기 때문이다.

이스터 섬의 사례를 통해 현존하는 문명은 거대한 진부함 속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위험한 시기를 겪었을지는 모르지만, 마침내 전통이라는 거대한 진부함을 의심하고 새로운 미래에 대한 창의적인 상상력이 설득력을 발휘했기 때문에 살아남았다고 볼 수 있다. 즉 전통도 부정할 줄 아는 창의적인 상상력이 필요함을 알았던 것이다. 이 사례가 바창의성의 기원이라고 볼 수 있는데, 거대한 진부함에 도전하는 창의력이다. 


(사진, 유화 '이스터섬 라파누이의 기념석상이 있는 풍경')


거인의 어깨 위로 올라가는 여정

인간의 창의성은 새로움을 지향하면서도 매우 보수적인 경향을 가지고 있디. 사실 보수적이라는 것은 우리의 삶에 매우 중요하다. 삶의 대부분은 보수적인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즉 우리의 의식주는 대단히 보수적이고 전통적인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안정감 위에서 새로움을 추구하는 것이다. 

소유한 물건들 중에서 ‘공장 물건’이 아닌 게 몇 개나 되나? 공장 물건은 대량생산을 전제로 제조된다. 그러니 대개의 상품은 보수적인 관점에서 만들어지고, 그렇게 만들어진 거대한 진부함 속에서 우리의 삶을 꾸려간다. 어쩌면 이 진부함이 우리를 새롭고 창의적인 어떤 것에 끊임없이 관심을 갖도록 선동하는지도 모른다. 이렇게, 우리는 안정감을 추구하면서도 ‘살아 있다는 느낌’을 주는 모험에 빠져들곤 한다. 

20세기 최고의 화가 피카소의 어린 시절 그림은 우리들에게 잘 알려진 '추상화'가 아니라 옛날 거장들의 그림 기법을 그대로 드러난다. 전통적인 기법을 배운 탓이다. 예를 들어, <푸른 옷을 입은 여인>(1901년)에선 툴루즈 로트렉(1864~1901년)의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어린 시절 10대에 그렸다는 데생들에도 선배들을 모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거인들의 어깨 위'에 올라탔던 것이다. 


(사진, 피카소, '푸른 옷을 입은 여인')  


나만의 창의성 비밀노트

이런 속담이 있다. '잘되면 제 탓 못 되면 조상 탓' 이는 일반적인 우리들의 전형적인 생각이다. 이 대목에서 우린 '재능은 타고나는 것인지 길러지는 것인지'를 알아야 함을 깨닫게 된다. 도대체 현재의 나를 만든 것이 무엇일까? 어린 시절의 의미는? 

어릴 적 성장 환경이 현재의 나에 미치는 영향력이 매우 크다고 알려져 왔다. 과연 이건 참일까? 현대에 들어서 수많게 연구된 사례에 따르면 그 영향력은 생각보다 적다. 일란성 쌍둥이가 어릴 때부터 헤어진 채 성장한 사람들이 나이가 들어 상봉했을 때 얼마나 다른지를 조사해 보았다. 마흔 살에 만난 사람은 얼굴과 목소리가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였고, 병력과 취미도 비슷했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함께 자란 일란성 쌍둥이들은 꽤나 달랐다는 거다. 세계관, 생활방식, 생각하는 방식이 아주 달랐다. 

이에 학자들은 현재의 나로 만드는 것은 '타고난 것이 40% 정도, 10% 정도가 가정이나 학교 같은 환경에서 영향을 받고, 25% 정도가 개인적인 경험, 나머지 25%는 측정상의 오류이다'라고 말한다. 그렇더라도 여전하 환경은 중요하다. 환경과의 상호작용에 의해 타고난 능력이 발휘되기 때문에.  

독서는 창의성의 보물상자 같은 것이다. 어떤 책을 재미있게 읽었다면 자기가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대략 일곱 가지 두뇌 작용이 일어난다. 

'책을 읽지 않는 사람보다 한 권의 책만 익는 사람이 더 위험하다.'

먼저 연결과 공감에서 시작한다. 재미있게 읽으면 내가 가진 지식과 책의 내용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찾아내고 그것을 바탕으로 공감하게 된다. 그러면서 추론을 한다. 내가 가진 지식과 텍스트가 제공하는 생각의 실마리를 종합해서 저자의 의도를 짐작한다. 그러면서 자동으로 앞으로 나올 내용에 대해 예측하게 된다. 책이 재미있었다면 그건 추론과 예측이 상당히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상상력이 발휘된다. 사실 책을 읽는 동안 얻게 되는 가장 중요한 힘은 여기에서 비롯된다. 사람들은 책을 읽으면서 텍스트를 이미지로 바꾸어낸다. 지금 읽고 있는 텍스트를 시나리오 삼아 자신의 영화를 만드는 것이다.


인생질문 세 가지와 그 답을 찾아서

작가라면 무엇을 쓰는 것이 가치가 있는지, 화가라면 무엇을 그리는 것이 가치 있는지를 알게 해주는 것이 인문학적인 소양이다. 그리고 그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곳까지 가기 위해 거인의 어깨 위로 오르는 길에 들어서야 한다. 그렇다. 인문학적인 소양이란 꼭지를 틀면 창의성을 쏟아낼 수 있게 해주는 생각의 바탕이다. 무엇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 것인가를 생각할 때 필요한 창의성이 올바른 해결책의 원천이다.

사용자가 ‘나만의 시그니처’를 담아내려면 AI가 제시하는 것을 수정하고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사용자의 창의성을 발휘해야 한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어떤 주제에 대해서든 AI는 대단히 창의적이지 않고, 오히려 평균적인 인식 수준을 보여주는 정도이다. 물론 그중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위한 힌트를 찾을 때도 있다. 전혀 모르는 주제라면 학습을 시작하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결과물에 담기는 창의성은 어디까지나 인문학적 소양이 풍부한 사용자의 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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