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최종학 교수의 숫자로 경영하라 6 - 숫자 속에 감춰진 구조와 진실을 들여다보다 서울대 최종학 교수의 숫자로 경영하라 6
최종학 지음 / 원앤원북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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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필자의 전문 분야가 아니거나 잘 모르는 일들을 '아는 체'하면서 나서지 않는다. 그런데 지난 몇 년간 권력자나 권력기관, 그리고 시민단체가 자신들의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회계를 오용하는 일이 수차례 발생했다. 또한 일부 기업이나 개인도 제도의 미비나 애매한 회계처리를 이용해 특정 목표를 달성하려고 시도하는 일이 있었다. 그런 일들이 발생했을 때 그에 대해 저항하고 비판하다 보니 민감한 글들을 계속해서 쓰게 됐다. - '지은이의 말' 중에서


(사진, 책표지)

책의 저자 최종학 교수는 현재 서울대학교 MBA, 최고경영자과정, CEO 전략과정 등에서 강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회계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학술지에 다수의 논문을 출판하고 편집위원 활동을 하는 등 활발한 연구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총 4부로 구성된 책은 1부(진실을 이야기하는 것이 혁명이다)에선 아시아나항공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 논란의 진실을, 2부(총수익스왑을 활용한 거래와 제도의 보완)에선 전환사채를 활용한 현대그룹의 경영권 방어와 SK그룹의 LG실트론 주식의 의결권 인수를, 3부(회계정보 속에 숨겨진 진실을 보자)에선 전환우선주를 둘러싼 논란을, 4부(경영에 대한 단상)에선 2023년 중앙일보에 연재했던 칼럼 중 일부를 다룬다.

시리즈로 출간된 '숫자로 경영하라'는 회계학과 의사결정을 위한 회계정보 이용을 다루는 전문 경영도서로 이 책은 여섯 번째 도서에 해당한다. 내가 이 책을 처음 접한 시점이 주식투자자들에게 많은 시련을 안겼던 2008년 금융위기 다음해인 2009년으로 기억되는데, 지금까지 발간된 다섯 권 모두를 읽었다.    

진실을 이야기하는 것이 혁명이다

이는 영국 소설가 조지 오웰의 "사기가 판치는 시기엔 진실을 이야기하는 것이 혁명이다"라는 말을 인용했다. 총 여섯 편의 글로 구성되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를 둘러싼 논란의 전말을 소개한다. '분식회계'라는 주장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떻게 바뀌어갔는지를 통해 사건의 본질을 알게 된다.  

국제회계기준IFRS에 따르면 투자회사가 피투자회사에 대한 실질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경우 투자회사와 피투자회사의 재무제표를 합친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해야 한다. 그런데 실질지배력의 존재 여부를 판단할 때 전문가적 재량이 포함된다는 문제점이 있다.

실질지배력이 존재하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라는 말은 쉽지만, 현실에서는 투자회사가 피투자회사에 대한 실질지배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존재할 수 있다. 지분비율이 50%가 넘더라도 실질지배력을 보유하지 못할 수도 있으며, 반대로 지분비율이 50% 미만이라도 실질지배력을 보유하고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K-IFRS 제1110호에서는 실질지배력의 개념을 정의한 후 실질지배력 보유 여부에 따른 원칙적인 연결범위 판단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사진, 바이오젠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합작회사 설립)

2017년 로직스의 회계처리에 대해 1차 감리를 시작한 금감원은 로직스가 고의적으로 대규모 분식회계를 범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2015년 당시 '아직 사업이 성공할지 불확실한 상황인데 바이오젠이 보유한 옵션을 앞으로 행사할 것이라고 무리하게 가정해서 경영권을 잃었다고 판단, 연결재무제표 작성을 중지하는 회계처리를 헸다.'라는 주장이었다. 당연히 삼성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시간이 흘러 바이오젠의 옵션 행사가 가능한 기간의 만기가 다가왔다. 약품 개발이 성공한 후 생산이 예정대로 진행되면서 기업의 가치가 크게 증가한 것이 더욱 명백해진 상황이었다. 즉 사업의 성공이 불확실한 상태라 옵션을 행사하지 않을 것이라는 금강원의 주장은 틀렸다. 앞으로 바이오젠이 옵션을 행사할 것으로 봤다는 로직스의 주장이 옳음을 보여준 상황이 발생했다.

당시 로직스가 개발하려고 한 ‘바이오시밀러(biosimilar)’ 약품이란, 오리지널 약품의 특허가 만료되었을 때 이를 모방해 유전자 재결합 또는 세포배양을 통해 생산된 복제약을 말한다. 화학약품을 결합해 만드는 오리지널 의약품이나 다른 복제약들과는 전혀 다른 방식이지만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 

그렇지만 일반적 복제약과 비교할 때 바이오시밀러 약품은 개발기간과 임상기간이 더 길고 허가규정도 엄격하다. 그래서 제품을 개발하고 생산 후 판매할 때까지 오랜 시간과 큰 비용이 소요된다. 

그러나 일단 선발주자가 되어 제품 판매에 돌입하면, 위에서 설명한 이유들 때문에 경쟁자가 쉽게 진입할 수 없다. 물론 어렵다고는 하지만 상대적으로 신약 개발보다는 성공확률이 높다. 그렇다고 이는 단순히 약품 개발의 성공을 뜻할 뿐 사업적 성공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필자는 분식회계가 아니라고 믿는다. 백 보 양보해 이 회계처리가 분식회계였더라도 합병과는 관련이 없다. ‘이익을 부풀려 합병비율을 조작했다’는 참여연대의 최초 주장(1차 주장)은 회계처리가 이루어지고 공개된 날짜가 합병 5개월 뒤에 벌어진 일이므로 시점을 착각한 잘못된 주장이다. ‘제일모직 가치가 높았던 것처럼 보여줘 합병비율을 사후 합리화시키기 위해 분식회계를 했다’는 바뀐 주장은 증거가 없는 소설이다. 

바이오젠이 옵션 행사를 통보한 2018년, 또는 2015년 상황과 비교할 때 사업 성공이 상대적으로 더 명확하게 드러난 2016년이나 2017년 지분의 분류변경 회계처리를 수행했다면 2015년보다 더 많은 이익을 적을 수 있었다. 회사의 가치가 계속 상승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만약 이 방법을 통해 합병비율을 사후 합리화시킬 수 있다면 2016년이나 2017년에 회계처리하는 것이 더 용이했을 것이다. 아무튼 문재인 정부 시절에 잘못된 주장임을 시인하지 않고 계속 말어붙이며 다른 논거를 억지로 만들어내는 것은 공직사회에 뿌리 내린 잘못된 관행임이 분명하다.

총수익스왑을 활용

총수익스왑은 두 거래의 당사자가 변동수익과 고정수익을 서로 교환하는 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말한다. 과거엔 주로 M&A 과정에서 이를 이용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최근에는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총수익스왑을 이용하는 사례가 점차 늘고 있다. 불법이라고 하기엔 애매하지만 여러 회계적 및 윤리적 이슈가 발생한다.

2020년 말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1인을 선임할 때는 주주들이 가진 지분 수에 관계없이 주주당 최대 3%까지만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제한하는 상법 개정안이 실행됐다. 즉 A라는 주주가 25%라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1인을 주주총회에서 선임할 때는 3%의 의결권밖에 행사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지배주주가 소액주주들의 이익을 무시하고 자신만의 사적 효익을 추구하는 행동을 막고자, 소액주주들이 사외이사 중 1인만이라도 임명할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이 제도를 마련한 것이다. 소액주주가 임명한 사외이사가 있다면 지배주주가 마음대로 이상한 행동을 하는 것을 막거나 알아내어 외부에 알릴 수 있기 때문이다.

2021년 주식의 의결권을 거래하는 일이 또 발생했다. 사조산업에서 나타난 사례이다. 사조그룹은 상장사인 사조산업이 보유하고 있는 골프장(캐슬렉스 서울)과 별도 법인이 운영하는 골프장 캐슬렉스 제주의 합병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은 소액주주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상대적으로 부실한 적자 투성이 캐슬렉스 제주를 합병시켜 적자를 서울로 떠넘기려 한다고 판단해서다.

제주는 사조산업의 자회사가 아니라 주진우 그룹 회장의 아들이 지배하고 있는 개인회사였다. 이는 아들에게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한 사전 정비 작업으로 아들에게 유리하도록 합병 비율을 추진하려 한다는 비판까지 제기되었다. 결국 언론에 이 사실이 보도되면서 여론이 사조그룹에 불리하게 형성되자 합병계획을 철회하고 말았다.

이런 일이 있었던 이후 주회장 측은 사조 계열사 중 사조산업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회사들에게 3%가 넘는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들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 중 3%를 초과하는 지분을 넘기거나 계열사들이 시장에서 지분을 취득해, 각 계열사들이 3% 이하의 지분만 보유하도록 했다. 즉 감사위원 선임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주식수를 늘린 것이다. 불법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소액주주들이 손해를 본 셈이다.   

회계정보 속에 숨겨진 진실

국제회계기준위원회의 개정안에 따라 계산한 영업이익은 기업의 본질적인 영업활동에서 나타난 이익이라고 보기 힘들다. 영업활동 뿐만 아니라 다른 4가지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 활동에서 발생한 손익(예, 유형자산 처분손익이나 손상차손)을 모두 포함하기 때문이다. 

좀 더 복잡한 계산을 해야 한다. 이같은 일을 수행할 수 있는 ㅓㄴ문지식을 갖춘 개인 투자자들은 아마도 드물 것이다. 따라서, 앞으론 회계정보를 분석하고 가공해서 제공하는 전문가 집단이 그 역할을 해야 할 것이고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애널리스트의 역할이 이에 포함되는 셈이다.

국제회계기준위원회에서 왜 이렇게 복잡한 방향으로 국제회계기준을 바꾸려고 하는지가 궁금해질 수 있다. 필자가 생각한 회계기준의 개정이유는 좀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회사를 경영하라는 의미라는 것이다. 영업이익 목표를 맞추기 위해 과다한 손상차손을 의도적으로 기록하거나 사업부나 자회사를 손쉽게 떼어 매각하는 일을 억제하겠다는 것이다. 바뀐 영업이익 계산기준에 따르면 이들 항목에서 발생하는 손익이 앞으로는 영업이익 계산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이들 두 항목은 영업외손익으로 분류되었었다.

SK에코플랜트는 비상장사이므로 K-GAAP를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회사는 2021년까지 K-GAAP에 따라 회계처리를 수행했다. 그런데 상장을 하기 위해서는 K-IFRS(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를 적용해야 한다. 그래서 회사는 2022년부터 K-IFRS를 적용하기 시작했고, 따라서 2022년 발행한 전환우선주와 상환전환우선주는 K-IFRS에 따라 회계처리를 했다. 

그런데 이 두 종류의 우선주에는 부채 처리를 의무화하는 데 필요한 조건인 투자자의 상환청구권이나 전환권조정 조항이 존재하지 않았다. 전환비율도 우선주 1주당 보통주 5주로 고정되어 있었다. 따라서 SK에코플랜트는 이 우선주를 자본으로 분류했다. 그래서 자본이 1조 원 증가한 결과 부채비율이 2021년 573%에서 2022년 256%로 크게 하락한 것이다.

이 회사가 발행한 우선주의 발행조건을 자세히 보면 다른 일반적인 우선주 발행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복잡한 조건들이 있었다. 먼저 2022년 6월에 발행한 상환전환우선주의 사례를 살펴보자. 이 우선주는 우선배당률 5.5%인 누적적 및 참가적 우선주이며, 배당률 가산 조항이 있다. 미배당가산배당률은 매년 2.5%, 상환가산배당률은 발행시점부터 5년이 지난 2027년부터 매년 2% 증가하는 조건이다. 회계를 모른다면 도대체 무슨 의미인지 알 수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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