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유달리 약삭빠른 능력으로 자신을 보전할 줄 아는 동물이 아니라,
가치와 원칙에 영향을 받는 삶을 살아가는 인간'1)에 관하여.
헤닝 만켈 [바람의 기록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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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차게 내리던 비가 그치고
열대의 밤하늘에 보름달이 뜬 어느 날 새벽,
한 발의 총성이 정적을 깨뜨린다.
빵 가게에서 밤 근무를 하던 제빵사 조제는 그 소리를 듣자마자
어두운 극장으로 뛰어 들어가고,
아무도 없는 텅 빈 무대 위에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는 한 사람을 발견한다.
거리의 아이 넬리우,
사람들이 모두 대단한 아이라고 말하는 넬리우.
홀로 피를 흘리며 쓰러져있던 넬리우는
조제에게 자신을 건물 지붕으로 데려다 달라고 말한다.
자신이 죽을 거라는 걸 아는 그 아이는 병원 치료를 거부한 채,
남은 시간 동안 조제에게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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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살도 채 안 된 그가 왜 가족을 떠나 거리로 나왔는지,
그가 겪은 고통의 비밀이 무엇인지,
거리 아이들의 리더 역할을 하며
그가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것이 무엇이었던지, 그리고,
단순히 살아남는 것과 살아남는 것 이상의 삶이 어떻게 다른지를.
사람들이 나를 잊을까 두려워서 그러는 건 아니에요,
당신들이 누구인지 스스로 잊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예요.”_ 17p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높은 곳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이야기
헤닝 만켈 [바람의 기록자]
1)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 [재밌다고들 하지만 나는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일]의 '조지프 프랭크의 도스토예프스키' p335 인용
인간은 뭔가 이뤄내기 위해, 그리고 자신이 가진 좋은 기억들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기 위해 산다. 하지만 솔직히 우리도 알고 있다. 이 시대가 내 발아래 보이는 저 도시만큼 어둡다는 것을. 세상이 너무나 흉해서 별들조차 그 위에서 반짝이길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리고 아름다운 경험에 대한 기억은 너무나 드물어서 그 기억이 저장되어야 할 우리 뇌의 커다란 공간이 텅 비고 잠겨져 있다는 것을. - P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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