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작가 심훈은 1920~1921년 상하이에서 체류한 경험이 있다. 심훈 자신이 상하이 망명객이었다. 그는 자신의 체험을 녹여 이 소설을 썼다. 상하이의 거리 풍경에 관한 묘사라든가, 상하이에서 막 발아하기 시작한 사회주의 사상의 수용 및 단체 활동 양상에 관한 서술 등을 보라. 어떤 사료보다도 생생하게 역사적 진실을 전해준다. 국경도시 신의주를 통해 열차 편으로 잠입하는 비밀 활동 참가자의 행동과 심리 묘사도 압권이다. 그를 색출, 체포하려고 노력하는 경찰, 헌병, 세관 관리 등의 언행도 흥미롭다. 이렇게 <동방의 애인> 1920년 상하이 한인 망명자 사회의 내면, 특히 사회주의가 처음으로 수용되어가는 과정을 세밀하게 형상화한다. 경험에서 우러나온 서술들이 역사학자의 눈길을 붙잡는다.


(70)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김립이라는 이름은 혁명에의 헌신을 결단하는, 마음속 깃발과 같은 것이었다. 그는 청년기에 마음 맞는 동향 출신 동료 허헌과 함께 망국의 위기에 처한 조국을 구원하는 데 한평생을 바치기로 맹세했다. 대한제국 시절, 두 사람은 입헌이라는 글자를 하나씩 나눠 갖기로 합의했다. 위기에 처한 공동체의 미래를 열기 위해서는 전체군주제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였다. 김익용은 설 립자를 취하고, 허헌은 자신의 본명에 포함된 법 헌자에 그 의미를 부여했다. 두 사람은 전제군주가 가지고 있는 국가 주권을 국민의 품으로 옮겨오는 시민혁명을 꿈꾸고 있었다. 김립의 막역한 친구 허헌은 훗날 인권변호사가 되는 바로 그 사람이다. 허헌은 일제 식민지시대에 3.1운동 피고인들과 조선공산당 사건 피고인들을 변호했으며, 민족통일전선 단체 신간회의 집행위원장으로 활동하다가 옥고를 치른다.


(80)

김립 암살 사건은 일종의 국가폭력이었다. 대한민국임시정부 내각의 결정에 의거하여 경무국이 집행한 이 사건은 한국 독립운동에 큰 위해를 가져온 불행이었다. 임시정부는 두 가지 점에서 명백한 과오를 범했다. 첫째, 잘못된 정보와 판단에 입각해 있었다. 모스크바 자금 40만 금화 루블의 집행권은 임시정부가 아니라 한인사회당에 속해 있었다. 둘째, 설혹 유죄가 인정된다 하더라도 형벌의 집행 과정이 적법하거나 적절하지 않았다. 독립운동계의 폭넓은 동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방식으로 이뤄졌어야 했다.

지금이라도 과오를 바로잡아야 한다. 진상이 규명되어야 하고, 망자에게 국가적 차원에서 사과를 해야 한다. 또 피해자의 명예 회복과 기념사업이 진행되어야 한다. 이렇게 하는 것이 대한민국임시정부의 계승을 자임하는 한국 정보의 마땅한 태도라도 생각한다.


(163)

사형선고를 받은 김익상이 일본 황태자 결혼, 천황 즉위 등을 계기로 하여 세 차례 감형을 받았고, 결국 13년 감옥살이를 마치고 1936년에 출옥했다는 이야기, 출옥 이후에도 예비검속과 요시찰 감시 등으로 고통을 겼었다는 이야기, 1941 8월에 노량진에서 용산경찰서 경찰과 조우하여 격투를 벌이다가 다시 수감되느니 차라리 자결하겠다고 한강에 몸을 던졌다는 이야기 등을 전해주었다. 김익상의 최후는 아마도 사상전향 및 예방구금제도의 시행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1941 2월에 공포된 <조선사상범예방구금령>에 따르면, 만기 출옥한 시국 범죄자로서 사상전향에 응하지 않는 자는 언제라도 다시 감옥에 수감되어야만 했다.


(289)

숨을 거두기 하루 전이었다. 채그리고리는 임종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꼈던 것 같다. 주위 사람들에게 마음속에 담아둔 얘기를 꺼냈다. 두 가지였다. 그중 하나는 자신이 죽으면 유해를 의학 연구 재료로 사용해도 좋다는 뜻이었다. 사후라 할지라도 신체를 훼손하는 일은 불효가 된다고 생각하던 시절이었다. 시신 기증 캠페인이 사회적으로 널리 수용된 게 수십 년 뒤의 일임을 감안하면, 공공선을 위해 자신을 헌신하는 선각자다운 풍모가 여실히 드러난다. 또 하나는 동지들을 만나고 싶으니 다음 날 오실 있는 분들은 모두 모여 달라는 부탁이었다. 국경에서 체포되지만 않았다면 의기투합하여 혁명사업을 함께 도모했을 동지들의 면면이 그리웠던 것이다.


(303-305)

101인 사건이란 식민지 시대 온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3개 독립운동 탄압 재판 가운데 하나를 가리킨다. 3대 독립운동 탄압 재판 중 첫 번째는 ‘105인 사건재판으로, 식민지 시대 초기를 대표하는 비밀결사 신민회 탄압 재판이었다. 두 번째는 ‘48일 사건재판으로, 3.1 운동 때 민족대표를 비롯하여 독립선언 사전 모의에 가담한 인사들에 대한 탄압 재판이었다. 이어서 바통을 넘겨 잡은 것이 바로 ‘101인 사건재판으로, 3.1 운동 이후 들불처럼 타오르던 사회주의운동 대표 단체 조선공산당 재판이었다. 세 재판은 피고인 숫자가 각각 105, 48, 101인이었다고 해서 그런 명칭을 갖게 됐다. 당대 언론매체들은 이 세 재판을 식민지 조선 통치 20년래의 대표적 중대 사건으로 지목했다. 항일운동의 역사를 대표하는 사건으로 신민회, 3.1 운동, 조선공산당이 나란히 손꼽히고 있음이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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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키7 미키7
에드워드 애슈턴 지음, 배지혜 옮김 / 황금가지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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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이번에 읽은 책은 에드워드 애슈턴이라는 작가의 <미키7>이라는 SF 소설이란다. 이 소설은 봉준호 감독이 아니었으면 모르고 지나갔을 수도 있었을 거야. 이 소설을 알게 된 것은 봉준호 감독이 찍고 있는 영화의 원작이기 때문이거든. 전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지고 비영어권 영화 최초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기생충> 이후 첫 번째 영화로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는 영화의 원작. 얼마 전에 아주 짧은 트레일러가 공개가 된 영화 <미키17>. 원작 소설은 <미키7>인데 각색된 영화의 제목은 <미키17>이구나. 그 숫자가 의미하는 것은 좀 이따가 알려줄게.

아무튼 그렇게 알게 된 소설이었고, 나중에 영화도 보겠지만, 먼저 원작 소설로 읽어보고 싶어서 책을 펼쳐 들었단다. 소설에 대한 평점이 살짝 좋지 않았지만, 그런 평점 때문에 기대를 안하고 봐서 그런지 아빠는 재미있게 읽었단다. 지은이는 애드워드 애슈턴이라는 사람인데, 유명한 작가는 아닌 듯하구나. 이 소설로 처음 우리나라에 소개된 것 같구나.


1.

먼 미래 지구에서는 반물질 폭탄이 발명이 되고, 그로 인한 전쟁으로 더 이상 살 수 없는 곳이 되어버렸단다. 여기서 반물질이라는 것은 예전에 아빠가 다른 책을 소개해주면서 이야기한 적이 있긴 한데, 간단히 다시 이야기하자면, 우리 몸을 작은 입자들의 극성이 다른 입자들도 이루어진 물질이란다. 예를 들어 수소원자는 양전하를 띤 양성자 한 개와 음전하를 띤 전자 한 개로 이루어져 있는데, 수소원자의 반물질인 반수소원자는 음전하를 띤 양성자 한 개와 양전하를 띤 전하 한 개로 이루어졌단다. 그런 것이 어디 있어요? 그렇게 반문할 수 있는데, 맞아.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는 없어. 그 반물질과 물질이 서로 만나면 소멸되고 빛이 생겨난다고 들었어. 우주가 처음 생겨날 때 수 많은 물질과 반물질들이 만나 빛이 만들어졌고, 그 빛이 지금까지 이어지는 것이라고 읽은 기억이 있구나. 그리고 우주 저편 어딘가에는 반물질로 이루어진 세상이 있을 수 있다고...

아무튼 반물질 폭탄이라는 것은 그렇게 반물질을 만들어내는 폭탄으로 물질을 없애는 그런 폭탄이 아닐까 싶구나. 아무튼 그 폭탄 때문에 지구에서는 인류가 못살게 되어 미드가르드 행성으로 이전을 하게 되었어. 그리고 그 미드가드르 행성으로도 부족해서 새로운 개척지 니플하임을 찾아 나섰단다. 니플하임을 찾아나서는 탐사선에는 200명이 타고 있었는데, 역사 전공을 한 미키 반스도 그중 한 명이었단다. 그런데 미키 반스가 탈 수 있었던 것은 역사 전공과는 관련이 없었단다. 그곳에서는 역사 전공자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어. 미키가 그 탐사선에 탈 수 있었던 것은익스펜더블을 지원했기 때문이야. 익스펜더블은 탐사 중에 사람이 할 수 밖에 없는 위험한 일을 하는 거야. 만약 그 일을 하다가 죽게 되면 유전자 복제로 다시 태어나게 되는 것이지.

소설 제목 <미키7>에서 7이 의미하는 것이 바로 일곱 번째 미키라는 의미란다. 여섯 번이나 죽고 다시 태어난 것이야. 그 이전 미키의 기억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 기억을 자주 백업해 두었다가 죽게 되면 다시 태어난 몸에 그 기억을 이식 받게 된단다. 그렇게 영생을 약속한 것이 바로 '익스펜더블'이고, 이 직책에 지원한 사람은 미키가 유일해서 탐사선에 탑승을 할 수 있던 것이란다. 그러니까 봉준호 감독이 각색한 영화 <미키17>은 무려 열일곱 번째 미키가 되는 거지.

미키는 각종 어려운 일을 많이 했단다. 위험한 곳을 탐사하고 새로운 약의 임상실험도 직접하고, 방사능 피폭 업무도 했어. 앞서도 이야기한 것처럼 그런 위험한 업무를 하다가 여섯 번이나 죽은 거야. 죽을 때는 그 고통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어. 그리고 다행인 것은 캡슐에서 다시 태어났을 때 죽을 때의 기억은 없었단다. 죽는 순간의 기억은 백업하지 않았으니까.

....

일곱 번째 미키, 미키7 이라고 할게. 미키7은 니플하임의 얼음으로 뒤덮인 곳을 탐사했어. 크레바스를 탐험하다가 그만 깊은 구덩이에 빠지고 말았고 중상을 입었어. 비행사이자 친구인 베르토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미키7이 빠진 구덩이는 위험하고 크리퍼라는 괴생물체의 공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거절했어. 더 좋은 방법이 있다면서... 미키8로 태어나는 것. 더욱이 베르토는 한 번 죽으면 끝이니까 말이야. 잠시 후에는 미키7의 여자친구 나샤가 와서 구해주겠다고 했는데, 미키7은 여자친구가 위험할 수도 있어서 그냥 가라고 했어. 미키8이 되어서 다시 만나자면서...

잠시 후 동굴 속에서 거대한 괴생물체를 만났어. 그 괴생물체는 그들이 쫓고 있던 크리퍼보다 더 컸어. 그 괴생물체는 미키7을 들어다가 구덩이 밖에다 내 놓았단다. 그러니까 죽을 줄 알았는데, 그 괴생물체가 구해 준거야. 미키7는 다시 기지로 돌아와 자신의 방에 왔는데, , 벌써 미키8이 복제되어 자신의 방에 있는 거야. 아니, 일어나면 안될 일이 벌어져버렸구나. 복제된 인간과 함께 존재하는 것을 중복 현상이라고 하는데, 이는 금지시하고 있는 일이었거든.

미키7과 미키8은 자신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난 것인지 알게 되었어. 이 소설은 이제부터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단다. 예상치 못했던 중복 현상이 발생한 이후 벌어지는 이야기... 그 전까지는 한 명의 미키가 죽고 다른 미키가 태어났으니, 이 세상의 미키가 한 명이었지만, 이제 두 명의 미키가 된 이상 그 둘은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을까? 둘 중 한 명을 죽여도 될까? 중복 현상 이후 미키7과 미키8의 기억은 달라지게 되니, 그 둘은 다른 사람이라고 이야기할 수밖에 없을 것 같구나. 난감한 문제가 아닐 수 없구나. 작년에 재미있게 읽은 <아노말리>도 생각이 나는구나.

...


2.

미키7과 미키8은 이 일을 비밀로 하기로 했단다. 그리고 임무는 둘이 번갈아 가면서 하기로 했어. 하지만 좁은 방도 같이 써야 하고, 하루 할당되는, 가뜩이나 부족한 식량도 나눠 먹어야 했어. 무엇보다 사령관 마샬에게 들키지 말아야 했어. 뭐 친구들이나 여자친구 나샤에게도 숨겨야 하는 게 맞겠지. 그 좁은 기지에서 들통나지 않는 것은 어려웠지. 동료들과 여자친구 나샤도 그 중복 사실을 알게 되고, 결국 사령관 마샬도 알게 되었어. 마샬은 이 사실을 알고 분노하며 그들을 모두 죽이려고 했지만, 색다른 제안을 하나 했어.

반물질 폭탄을 이용하여 크리퍼를 만든 실제 생물체를 공격하는 거야. 어차피 죽이려고 했던 것 크리퍼와 싸우는 편이 낫겠다 싶은 거지. 그 전투 중에 죽을 가능성도 높고, 죽지 않다면 크리퍼를 무찌를 수도 있는 거고아참, 크리퍼의 정체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겠구나. 아빠가 앞서 크리퍼를 괴생명체라고 했는데, 크리퍼 샘플을 가지고 와서 확인해 보니, 그것은 생명체가 아니고 누군가 만든 인조물이었던 거야. 그 크리퍼를 만든 존재는 누구일까? 마샬이 미키7과 미키8에게 준 임무는, 그 생명체를 만나 반물질 폭탄을 이용하여 공격하라는 것이었어.

....

그렇게 다시 크레바스 구덩이 속으로 들어간 미키7과 미키8. 그런데 미키8은 허무하게 죽고 미키7은 자신을 구해준 그 괴생명체를 다시 만나게 되었어. 이들을 진정한 크리퍼라고 해야겠구나. 미키7은 이번에도 죽지 않고 다시 기지로 돌아왔단다. 그리고 마샬에게 한다는 소리가 크리퍼를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며 마샬을 설득하려고 했어. 마샬은 당연히 엄청나게 화를 냈지. 그러자 미키7이 이야기하기를, 반물질폭탄을 크리퍼들에게 전해주었고 사용법도 알려주었다는 거야. 그리고 자신이 죽게 되면 평화협약이 깨진 것으로 알고, 반물질 폭탄으로 기지를 공격할 것이라고 했어. 마샬은 결국 공격도 못하고 미키7을 죽이지도 못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단다. 미키7의 작전 성공.

....

시간이 지나고 니플하임을 뒤덮었던 얼음과 눈들이 녹기 시작하였단다. 봄이 오고 있었어. 지구의 좀은 지구가 기울어져 있는 상태로 공전을 해서 그런 거지만, 니플하임의 봄은 항성의 변광성 때문이라고 하는구나. 결과는 비슷했어. 눈이 녹고, 여러가지 식물들이 자라고 동물들도 나타났어. 그렇게 니플하임은 미키7의 영리함으로 크리퍼들과 공존할 수 있었단다.

인간에게는 어떤 곳을 정복하려는 DNA가 있고, 그곳에 다른 생명체가 있으면 먼저 죽이려는 DNA도 있는 것 같구나. 인류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그런 사례들이 여럿 있으니 말이야. 그런 인류의 특징을 소설의 소재로 삼은 것 같구나. 그리고 또 하나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것도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었어. 영생은 많은 사람들이 꿈꾸는 것이란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처럼 죽음의 고통을 그대로 다 느끼면서 영생을 하는 것이라면, 그 선택을 할 수 있을까? 그런데 우리도 가만히 생각해 보면, 오늘 잠을 자고 내일 아침에 다시 일어나는 것이 미키의 삶과 비슷하다는 생각도 드는구나.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소설이었단다. 이제 오늘의 삶을 마무리하러 가야겠구나. 내일 새로운 삶을 시작을 위해


PS:

책의 첫 문장: 지금껏 죽어 본 중에 가장 멍청한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 같다.

책의 끝 문장: 그리고 나샤를 따라 그늘진 협곡을 올라 환한 태양 빛 아래로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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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버 2023-04-03 08: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미 읽었던 책인데도 bookholic님의 입말로 들으니 참 재밌게 느껴집니다
미키7과 미키8 이 같은 사람일까에 대한 물음에는 저도 처음엔 갸우뚱 했지만 결국은 다른 사람이라 여겨졌어요...
오늘 낮에는 꽤 덥다고 합니다. 오늘의 새로운 삶도 화이팅하시길 바랍니다!

bookholic 2023-04-03 22:34   좋아요 1 | URL
ㅎㅎ 고맙습니다~~
파이버 님도 새로운 한 달 새로운 일주일 잘 시작하셨는지요?^^
함께 파이팅해요~~
4월 한 달도 즐거운 독서생활하시고요...
 
아인슈타인이 괴델과 함께 걸을 때 - 사고의 첨단을 찾아 떠나는 여행
짐 홀트 지음, 노태복 옮김 / 소소의책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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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이번에 읽은 <아인슈타인이 괴델과 함께 걸을 때>라는 책은, 예전부터 읽고 싶었던 책이란다.  이 책은 예전에 유시민 님이 알릴레오라는 유튜브에서 추천한 책으로 알게 되었고, 당시 김상욱 교수님이 패널로 참여해서 설명을 해주었던 책이란다. 그래서 꼭 한 번 읽어보겠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내용이 어려울까 봐 선뜻 잡지 못한 책이었단다. 유튜브에서 김상욱 교수님이 이야기한 것처럼, 어려운 부분은 박스치고 넘어가는 식으로 한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책을 펼쳤단다.

책표지에는 누가 봐도 알 수 있는 아인슈타인과 그 옆에 검은 바바리 코트를 입고 있는 남자가 걷는 사진이 실려 있단다.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는 괴델이라는 사람이란다. 아인슈타인과 괴델은 모두 유대인으로 나치에 쫓겨 미국으로 망명한 뒤 프린스턴 고등연구소에서 연구를 했단다. 비슷한 처지였으니 교류가 없지 않았겠지. 아인슈타인은 상대성이론으로 워낙 유명한 사람이고, 괴델은 1906년생으로 아인슈타인이 특수상대성이론을 발표한 1905년보다 1년 늦게 태어났단다. 괴델은 아빠가 이전 독서 편지에 두어 번 이야기를 했었는데, 불완전성 원리로 유명한 사람이란다. 두 천재 과학자는 타국에서 함께 걸어가면서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을까.  과학에 관한 이야기만은 하지 않았을 거야. 지은이는 그들은 과학 이야기뿐만 아니라 정치 이야기를 나누었을 것이라고 추측을 했단다. 둘 사이의 정치적 견해도 달랐다고 하니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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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

사람들은 둘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궁금해했다. 정치도 아마 이야기의 주제였던 듯하다. (1952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애들레이 스티븐슨을 지지했던 아인슈타인은 괴델이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에게 표를 던지자 격분했다.) 물리학도 당연히 대화 주제였다. 괴델은 물리학에도 정통했다. 그는 아인슈타인과 마찬가지로 양자론을 불신했지만, 결정론적인 체계에서 기존의 모든 힘을 아우르는 통일장이론으로 양자론을 대체하려는 그 노장 물리학자의 야심에도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하지만 둘은 아인슈타인의 말대로 진정한 중요성을 지닌 문제들, 즉 실재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들에 관한 문제에 매력을 느꼈다. 괴델은 특히 시간의 본질에 심취했는데, 한 친구에게 말한대로 그것만이 유일한 본질적 질문이었다. 어떻게 그처럼 불가사의하고 자기모순적인 듯한(시간)세계와 우리 존재의 기반을 형성할 수 있는가?’라고 괴델은 물었다. 시간은 아인슈타인의 전문 분야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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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책의 제목이 <아인슈타인이 괴델과 함께 걸을 때>이지만, 이 책은 아인슈타인과 괴델에 관한 이야기만 나오는 것이 아니란다. 이 책은 지은이 짐 홀트가 약 20년간 여러 매체에 과학과 수학에 관하여 쓴 글을 모은 책이란다. 그래서 여러 가지 과학과 수학에 관한 이야기들이 나온단다. 예전에 아빠가 다른 책들에서 읽은 내용들과 겹치는 내용들도 있는데, 그 때 읽은 내용들은 거의 다 까먹어 내용들이 아주 새로웠단다.

아인슈타인과 괴델의 이야기 다음으로는 숫자에 대한 이야기를 나오는데, 숫자와 관련된 뇌의 영역은 어디인가 하는 드앤 연구 이야기가 소개되고 신비한 숫자 소수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단다. 소수는 무한하다는 것은 정설이란다. 그런데 그 소수의 규칙성에 대한 연구는 수학자들의 오랜 연구 대상이었단다. 지금까지는 소수의 규칙성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암호에 많이 이용되고 있단다. 만약 소수의 규칙성이 발견된다면 많은 암호체계가 바뀌어야 할 거야. 수학자들 그런 소수의 규칙성을 발견하려는 노력을 하다가 리만이라는 사람이 제시한 리만 제타 가설이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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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수학자라면 거의 누구나 만장일치로 동의하듯이, 리만 제타 가설은 모든 수학 중에서 가장 위대한 미해결 문제다. 어쩌면 인간이 생각해 낸 것들 중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인지도 모른다. 여기서 리만은 19세기의 독일 수학자 베른하르트 리만(1826~1866)이다. ‘제타는 제타 함수를 가리키는데, 이는 소수의 비밀을 품고 있는 고등수학의 산물이다. 바로 리만이 그런 점을 알아차린 최초의 사람이다. 1859년에 간결하지만 매우 심오한 논문에서 리만은 제타 함수에 관한 가설을 하나 내놓았다. 만약 이 가설이 옳다면, 소수에는 매우 아름다운 숨겨진 조화로움이 있게 된다. 만약 틀리다면, 소수의 음악은 균형이 맞지 않는 관현악단이 내는 소리처럼 꽤 흉측해지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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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것은 아빠도 잘 이해하지 못해서 패스. 리만 가설을 일반인 상태로 쓴 <리만 가설>이라는 책이 있어. 아빠가 오래 전에 함 읽어보겠다고 사서 우리 집에 있는데 아직 읽지 않고 먼지가 싸이고 있단다. 언젠가는 읽고 나서 너희들에게도 꼭 이야기해 줄게.

...

다윈의 외종 사촌인 프랜시스 골턴이라는 사람이 있는데, 그는 통계학을 연구했대. 그런데 사촌인 다윈의 <종의 기원>을 읽고 나서, 그 책을 이상한 쪽으로 해석을 했다는구나. 우생학. 우생학은 작년에 읽은 룰루 밀러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책에서 소개를 해 준 적이 있는데, 열등한 사람들을 죽이거나 임신을 못하게 하여 우등한 사람들만 진화시키겠다고 하는 아주 비윤리적이고 못된 학문이란다. 그런 우생학을 처음 주장한 사람이 바로 프랜시스 골턴이라는 사람이고, 프랜시스 골턴은 우생학의 아버지라고 불리기도 했다는구나. 이 말도 안 되는 우생학이 오랫동안 연구되고 실제로 열등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격리하는 일도 있었다고 하는구나.

우리는 3차원에 살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정말 3차원이 끝일까? 3차원에 살고 있기 때문에 4차원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2차원의 세계에 살고 있는 존재가 있다면, 3차원의 존재를 모르듯이 말이야. 그런 2차원의 세상을 그린 소설이 있다고 하는구나. <플랫랜드>란 책인데, 나중에 기회 되면 읽으려고 리스트에 올려두었단다. 우리 일상 생활에서는 3차원 이상 상상하기 쉽지 않은데, 수학에서는 차원에 제한이 없다고 하는구나. 오래 전부터 이 차원에 대한 연구를 했다고 하는데, 기하학으로 유명한 고대 수학자 유클리드는 4차원은 없다고 했다는구나. 그런데 현대 물리학에 들어서서 통일장 이론을 설명하면서 4차원 이상의 이야기가 나오고 있단다.

통일장 이론이 무엇이냐면, 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을 아우르는 이론으로 아직 존재하진 않지만 과학자들이 찾아내려는 이론이란다. 상대성 이론은 커다란 행성 등 큰 물체에서 일어나는 법칙이고, (거시 세계) 양자역학은 원자보다 작은 입자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법칙이란다. (미시 세계) 그런데 이 두 법칙은 다른 성향을 띠고 있는데, 이 두 법칙을 하나의 법칙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있을 것이라고 과학자들은 이야기하는데 그것이 바로 통일장 이론이란다. 아직 이 통일장 이론은 찾아내지 못했는데, 그나마 가장 근접한 것이 끈이론이라는 것이란다. 입자가 알갱이가 아니고 끈의 모양을 하고 있다는 것인데, 이것도 증명된 것이 아니고 가설일 뿐이다. 다만 이렇게 입자가 끈의 모양을 하고 있다고 하면 많은 부분이 설명된다고 하는구나. 그런데 끈으로 입자를 설명하려고 하면, 고차원이 필요한데, 지금은 9차원까지 끌어들여 끈이론을 설명하고 있다는구나. ... 아빠가 다른 책에서도 끈이론이라는 것을 읽은 적이 있는데, 이것도 제대로 이해하기는 참 쉽지 않더구나.


2.

무한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단다. 이 무한이라고 하면 무한정 커지는 무한대 숫자만 생각할 수 있는데, 무한히 작아져서 0에 한없이 가까워지는 무한소에 대한 경우도 있단다. 무한소에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제논의 역설로 유명한 아킬레우스와 거북이 경주에 관한 이야기란다. 거북이가 출발점이 아킬레우스보다 앞서 있다면 아킬레우스가 거북이를 끝내 추월할 수 없다는 내용인데 아빠도 어렸을 때 이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어, 그렇네.. 그런데 왜 현실에서는 왜 추월할 수 있지? 이런 생각을 한참 한 적도 있단다. 나중에서야 그 이야기에 시간 개념이 빠져서 그렇다고 이야기를 듣긴 했는데, 지금 다시 생각해도 참 신기한 이야기인 것 같구나.

당대 유명한 철학자이자 수학자인 아리스토텔레스도 제논의 역설에 대해 이야기하기를 완벽한 오류인데 증명할 수 없다고 했다는구나. 그래서 무한소를 쓰지 말라고도 했대그런데 나중에 뉴턴은 생각의 전환을 하게 된단다. 무한소라는 것 자체가 나누거나 곱하기를 할 수 없지만, 두 개의 무한소 간에는 나누기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그것을 이용하여 미분을 발견하게 된다고 하는구나. 아무튼 무한이라는 개념은 참 신기한 것 같구나. 문득 너희들이 냈던 문제가 하나 생각나는구나. 무한대의 방을 가진 호텔이 있는데, 모든 방에 손님이 묵고 있을 때 새로운 손님이 한 명이 왔을 때 어떻게 하면 그 소님을 호텔에 묵게 할 수 있는지

….

오늘날 컴퓨터는 사람들이 살아가는데 없어서는 안 될 물건이 되었단다. 그러다 보니 최초의 컴퓨터를 고안한 사람이 누구냐는 논쟁이 일기도 했다는구나. 이런 인물들 중에는 여럿이 있는데, 그런 사람들이 이 책에 소개되었단다. 아빠는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앨런 튜링인데, 그보다 한 세기 앞서 에이다 바이런이라는 사람이었는데, 에이다 바이런은 유명한 정치인 조지 고든 바이런 경의 딸로도 유명했다는구나. 아무튼 에이다 바이런은 프로그래밍의 개념을 생각해 냈다고 해서 컴퓨터의 시초를 이야기할 때 꼭 나오는 사람이라고 하는구나.

그리고 프로그램이 가능한 컴퓨터인 해석 기관을 개발한 조지 배비지란 사람이 있다고 하는구나. 그런데 위 사람들의 업적은 개념 정도만 내놓은 거지, 실제로 컴퓨터를 만든 것은 아니란다. 미국에서 트랜지스터를 이용한 컴퓨터의 초기 모형을 만들었고, 그 위에 컴퓨터 프로그램을 개발한 폰 노이만이 컴퓨터의 장을 여는데 큰 공을 세웠단다. 하지만 그 사람의 아이디어도 하늘에서 뚝 떨어졌다고 볼 수 없단다. 그 윗세대의 유명한 앨런 튜링이라는 사람이 있었단다. 앨런 튜링은 영국 사람인데 처음에는 영국에서 그를 앞에 내세우려고 하지 않았대. 왜냐하면 앨런 튜링은 동성애자였고 자살로 삶을 마감했거든. 하지만 그는 2차 세계 대전 때 독일의 암호를 죄다 풀어버린 이니그마를 개발한 사람이고, 컴퓨터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튜링 머신을 개발한 사람인데 틀림없는 사실이란다 아빠가 앨런 튜링에 관한 책을 몇 권 읽어서 그런지 그가 더욱 친근하면서도 그의 삶이 안타깝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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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3)

조지 다이슨이 2012년에 출간한 <튜링의 대성당>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디지털 컴퓨터의 역사는 구약과 신약으로 나눌 수 있다. 라이프니치가 이끈 구약의 선지자들은 논리를 제공했으며, 폰 노이만이 이끈 신약의 선지자들은 기계를 만들었다. 앨런 튜링은 그 둘 사이에 놓였다.” 튜링을 통해서 폰 노이만은 컴퓨터가 본질적으로 논리 기계라는 통찰을 얻었다. 이 통찰 덕분에 폰 노이만은 에니악의 한계를 극복하는 방법을 간파하여 보편 컴퓨터라는 이상을 실현할 수 있었다. 전쟁이 끝나자 폰 노이만은 그런 기계를 마음껏 만들 수 있었다. 그리고 프린스턴 고등과학연구소의 지도부는 폰 노이만을 하버드나 IBM에 뺏길까봐 그에게 권한과 자금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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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이제 마지막으로 간단하게 우주의 미래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마치련다. 우주는 팽창하고 있다고 한다. 언제부터? 빅뱅이 일어난 약 140억년 전부터 지금까지그렇다면 언제까지 팽창할 것인가? 만일 팽창을 멈춘다면 그 다음은 어떻게 될 것인가? 과학자들은 이것에 관해 여러 의견들이 있다고 하는구나. 별들이 질량을 가지고 있어서 별들 사이에 중력이 있을 테니까, 한 없이 팽창하는 것이 아니고,  어느 시점이 되면 팽창하는 것을 멈추고 중력 때문에 다시 수축이 되고 다시 하나의 점으로 모였다가

다시 빅뱅이 일어나 다시 팽창하는, 그러니까 팽창과 수축이 반복하는 빅크런치 이론이 있다고 하는구나.

그에 반해, 별들 사이 중력이 있지만, 우주의 팽창하는 힘보다 그 중력이 적어서 우주는 계속 팽창하다가 결국 식으면서 종말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는 빅칠 이론이 있다고 하는구나. . 둘 다 사람 같은 생명체가 없어지는 경우인데, 우주라는 것을 인식하는 존재가 없다면, 우주라는 있어봤자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해 보았단다. 도대체 우주는 왜 생겨났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답을 얻을 수 없는 문제로구나.

이렇게 독서편지를 끝내려고 했는데, 8부에 소개된 재미있는 문제 하나를 내볼게. 몬티 홀이라는 문제야. 3개 문이 있고 그 중에 한 개 문 뒤에는 스포츠카가 있고, 2개 문 뒤에는 염소가 있는데, 스포츠카가 있는 문을 찍어보라는 것이란다. 그래서 너희들이 한 개의 문을 선택했을 때, 답을 알고 있는 사람이 너희들이 찍은 문을 제외하고, 나머지 둘 중에 스포츠카가 아닌 문을 하나 열어서 보여주고, 선택을 바꿀 수 있다고 이야기를 한다면 너희들은 어떻게 할 거니?

첫 번째 찍은 것이 맞을 것이라는 생각, 괜히 바꿔서 틀리면 억울할 것이라는 생각, 어차피 확률은 1/3이라는 생각 등으로 아마 안 바꾸려는 사람이 많은 거야. 하지만, 이 경우에는 무조건 바꾸는 것이 확률적으로 맞출 확률이 높다는구나. 왜 그렇지?  왜 그러냐면, 내가 하나를 선택했을 때 그 한 개의 문에 스포츠카가 있을 확률은 1/3, 나머지 두 개의 문에 스포츠가 있을 확률은 2/3. 그런데 두 개의 문 중에 스포츠가 없는 문을 보여주었으니, 이젠 닫혀 있는 나머지 한 개의 문이 열린 문의 확률까지 가져가기 때문에 2/3가 되는 것이란다. , 설명을 들어보니 그렇네실제로 횟수를 많이 해서 실험을 해보면, 바꾸는 경우가 더 많이 스포츠카를 선택하게 된다는구나. 그냥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거랑,  실제 드러나는 것이란 전혀 다르니 참 신기하구나.

….

, 지금까지 정신 없이 이야기를 한 것 같구나. 책이 부분부분 어려운 곳도 있었지만, 그래도 아주 못 읽을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구나. 사두고 어려울 것이라고 지레 겁 먹고 안 읽고 있는 책들이 좀 있는데, 이 책을 계기로 용기를 한 내봐야겠구나.

,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PS:

책의 첫 문장: 1933, 자신의 위대한 과학적 발견을 뒤로하고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미국으로 건너왔다.

책의 끝 문장: 그렇다고 재담꾼은 내쫓지는 말자.


아인슈타인이 밝혀내기로, 보편적인 ‘지금’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두 사건이 동시인지 여부는 관찰자에게 달려 있다. 일단 동시성이 무의미해져버린다. 한 관찰자가 과거에 있다고 판단한 사건이 다른 관찰자에게는 여전히 미래에 있을지 모른다. 그러므로 분명히 과거와 현재는 마찬가지로 확정적이다. 즉 둘 다 ‘현실’인 것이다. 순식간에 흘러가버리는 현재를 대신하여 우리에게는 광대한 얼어붙은 시간풍경-4차원의 ‘블록 우주’-이 남았다. 여기서는 여러분이 태어나고 있고, 저기서는 밀레니엄의 도래를 축하하고 있고, 또 저기서는 잠시 죽어 있다. 어떤 것도 한 사건에서 다른 사건으로 ‘흐르고’ 있지 않다. 수학자 헤르만 바일이 남긴 인상적인 말처럼, "객관적인 세계는 그냥 있지, 발생하지 않는다." - P36

해리스가 보기에는 약간 구시대적인 상황 인식이다. 1세기 남짓 전에는 매우 첨예했던 수학의 위기라는 인식은 퇴조했다. 오래된 난제들이 그 자리를 메웠다. 현대의 수학자들에게 어느 철학당에 가입되어 있느냐고 물어보면 평일에는 ‘플라톤주의당’, 일요일에는 ‘형식주의당’이라는 답이 나온다는 농담이 있다. 즉 수학을 일로 대할 때에는 마음과 무관한 실재에 관한 것이라고 간주하다가, 사색적인 분위기에 빠져 있을 때는 단지 형식적 기호들로 하는 무의미한 놀이라고 많이들 믿게 된다는 뜻이다. - P122

마침내 무한 부활한 것은 1638년에 갈릴레오가 내놓은 또 다른 역설 때문이었다. 모든 정수 ‘1, 2, 3, 4……’를 살펴보자. 이제 각 수의 제곱인 ‘1, 4, 9, 16……’을 살펴보자. 분명 제곱수보다는 정수의 숫자가 더 많다. 왜냐하면 제곱수는 정수의 일부를 차지할 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갈릴레오의 주장에 의하면 제곱수를 정수와 짝을 짓는 방법이 존재한다. 가령 1을 1에, 2를 4에, 3을 9에, 4를 16에 등으로 말이다. 두 무한집합이 이런 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면, 첫 번째 집합의 각 항은 두 번째 집합의 각 항과 정확히 짝을 맺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두 집합은 지루하게 셀 것도 없이 크기가 같음을 우리는 알게 된다. 이 원리를 무한한 모음에 확장해 본 결과 갈릴레오는 정수의 개수와 제곱근의 개수가 같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사건 종결. 달리 말해서, 부분이 전체와 같았다. 갈릴레오로서도 터무니없다고 여긴 결과였다. - P187

왜 우리는 어떻게든 우주가 영원히 지속되기를 바랄까? 우주는 목적이 있거나 없거나, 둘 중 하나다. 만약 목적이 없다면, 터무니없다. 만약 있다면,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 그 목적이 결국 성취되거나 성취되지 않거나. 만약 성취되지 않으면, 우주는 헛되다. 하지만 만약 성취된다면, 더 이상 우주가 존재한다는 것은 무의미하다. 따라서 어떻게 구분하든지 간에 영원한 우주는 (a) 터무니없거나, (b) 헛되거나, (c) 무의미하다. - P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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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그런데 최근 학계와 사회 일각에서는 자신들의 정치적 계급적 이해관계를 위해 역사의 기억들을 왜곡하고 전용하는 현상들이 나타나 우려스럽다. 2019년 일본이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자 배상 판결 문제를 구실로 경제보복 조치를 취했다. 이때 국내의 보수적인 정치인과 지식인, 나아가 경제 단체들이 원인 제공자인 일본이 아닌 자국 정부를 향해 마구 손가락질하며 법석을 떨었다. 일본의 요구에 순응하지 않으면 한국 경제가 당장 망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이들은 한일 과거사 문제의 해결 방안에서도 같은 태도이다.

 

(37)

그런데 9*18 사변에 대한 중국 정부의 대일 정책은, 즉각적인 대일 항전을 바랐던 임시정부는 물론 상하이 민중과 대학생들을 점차 실망시켰다.

9*18 사변 직후 중국 정보는 일본 침략의 부당성을 국제연명에 호소하는 것과 함께 국내적 분열의 중심이 되고 있는 공산당 세력의 토벌에 집중하는 정책을 취했다. 이에 따라 동북지방의 방위를 맡은 장쉐량에게 일본군과 교전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중국 정부는 일본군의 침략에 대해 무저항주의를 선택하고 국제연맹을 통한 외교적 해결에 집중했다.

 

(142-143)

김구는 천퉁셩 부부의 극진한 환대 속에서 한결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 그는 천퉁셩 부부의 안내를 받으며 자싱의 산천을 감상하고 유적지를 둘러보았다. 상하이에서는 볼 수 없었던 아름다운 산과 호수, 넓게 펼쳐진 비옥한 토지를 감상했고, 임진왜란 당시 마을 부녀자들을 살리려다가 왜놈에게 무참히 살해당한 승려의 슬픈 사연이 담긴 서문 밖 혈인사의 돌기둥, 그리고 소낙비에 보리가 떠내려가는 줄도 모르고 오직 글 읽기에만 골몰한 서생 주바이신의 무덤에 얽힌 사연을 들으며 오랜만에 눈과 귀가 호사를 누렸다.

 

(277)

위혜림의 행적과 관련하여 더욱 놀라운 사실은 해방 이후 그의 행적이다. 정병준은 김구를 암살한 안두희의 이후 행적을 연구한 논문에서,

‘1959년 안두희가 서울 수도방위사단 사령부 고급부관(대령 계급)으로 오사카에 나타나 경무대 기관원이던 위혜림, 나카지마 등과 북송손 폭파 공작을 벌였으나, 정보 누설로 공작에 실패한 후 귀국하였다.’

고 했다. 그리고 위혜림은 해방 직전에 상하이에서 아마기스 기관의 하부 조직인 무라이 기관의 기관장을 지냈고”, 해방 후에는 맥아더 사령부 정보참모부 휘하 특수 공작 기관이던 캐논 기관에서 일해고 이 기관이 해산된 뒤에는 이승만의 도쿄 주재 사설 기관인 경무대 기관에서 일했다고 한다.

위혜림과 김구의 질긴 악연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해방 전 김구 암살 공작에 밀정 노릇을 했던 위혜림이 해방 후에는 이승만 사설 기관의 부하가 되어, 김구를 암살한 안두희와 함께 재일교포의 북송선 폭파 공작을 함께한 이 사실이.

 

(299)

임시정부가 재건됨으로써 이제 중국 관내의 독립운동 정국은 김구가 주도하는 임시정부와 김원봉이 주도하는 민족혁명당이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으면서 독립운동의 주도권을 두고 서로 경쟁하는 양상이 되었다. 민족혁명당은 창당 당시 임시정부의 해체를 주장했다. 반면 임시정부는 이를 반대하고 재건한 입장이기 때문에 양측 사이의 갈등은 당분간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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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브 (반양장) 창비청소년문학 111
단요 지음 / 창비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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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다이브>라고 하는 얇은 소설 한편을 읽었단다. SF 장르이고, 디스토피아를 그린 소설이란다. 요즘은 아빠가 책을 고를 때 너희들과 같이 읽을만한가 살펴보곤 하는데, 이 책도 그런 책들 중 하나란다. Jiny는 천선란 님, 김초엽 님의 소설들을 재미있게 읽었으니, 이 책도 괜찮겠다 싶어서 골랐단다. 배경이 디스토피아라서 좀 그렇긴 하지만 말이야.

기후위기로 인한 기후 변화는 이젠 미래의 이야기는 아니란다. 예상치 못한 날씨가 우리를 찾아와 겁을 주곤 하니까 말이야. 그러 기후위기에 대처하지 못한 인류는 결국 빙하들이 모두 녹아 내리고 해수면이 급격히 높아지는 불행을 맞게 되는 것이 이 소설의 배경이란다. 2042년에는 바닷물이 들어오지 못하게 해변가로 쭉 댐을 쌓았으나, 얼마 후 댐이 무너지면서 많은 도시들이 바다에 잠기게 되었단다. 그런 생활이 이어지던 2057년 서울이 이 소설의 배경이 된단다.


1.

소설 속 2057년 서울의 모습은 높은 산이나 고층 빌딩의 윗부분만이 물 위에 나와 있고, 그곳에서 생존자들이 생활하고 있단다. 빙하만 녹아서는 그렇게까지 해수면이 높아질 것 같지 않은데, 뭐 또 어떤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지구는 병들어 있으니까. 서울 노고산에서 선율은 다른 아이들과 함께 생활했어. 그 아이들을 이끄는 사람은 삼촌이라고 부르는 사람이었어. 선율은 물꾼이었는데, 물꾼은 물 속에 들어가서 생존에 필요한 물건이나 쓸만한 물건을 가지고 오는 일을 하는 사람이야.

어느날 선율은 멀쩡하게 보관된 기계인간을 하나 가지고 왔단다. 고민고민 하다가 기계인간에 배터리를 넣어 보았단다. 그 기계인간의 이름은 채수호라는 18살 아이의 기억을 저장한 기계인간이었어. 그리고 채수호는 2038년까지의 기억을 가지고 있었는데 기억을 저장한 년도는 2042년이었어. 그러니까 2042년에 2038년까지의 기억만 저장을 한 것이지. 그 기억은 불치병을 갖고 죽음을 앞둔 18살 소년 수호의 기억이었단다. 그러면 왜 2038년에 저장을 하지, 4년이나 지나고 나서 저장을 했을까? 수호는 그 비어 있는 4년에 대해 알고 싶다고 했어.

일단, 2038년 수호의 기억으로 수호가 당시 어떤 생활을 했는지 알아봤어. 수호는 병원에 오래 있었어. 수호가 머무르고 있던 병실의 앞자리에 서문희라는 아주머니가 계셨는데, 그 아주머니의 아들은 서문경이라는 사람이었는데 그 사람이 바로 오늘날 삼촌이었던 거야. 나중에 서문경은 수호의 과외도 해주는 등 친하게 지냈단다. 6살 어린 수호는 서문경에게 삼촌이라고 불렀는데, 그것 때문에 다른 아이들에게도 삼촌이라고 부르라고 했던 거야. 그런데 2057년 서문경은 기계인간 수호를 알아보지 못했어. 아빠가 생각하기에 일부러 아는 척을 안 한 것 같아.


2.

남산에도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었는데, 남산에 우찬이라고 하는 선율과 친구였던 아이가 있어. 우찬도 물꾼이었어. 선율과 우찬은 그리 사이가 좋지 않았는데, 둘은 내기를 하기로 했어. 물 속에 들어가서 특이한 물건을 찾아오는 내기였단다. 그 내기에서 선율은 수호의 옛 아파트에 갔어. 그곳에 가 보니 또 다른 망가진 수호 기계인간이 있었단다. 그 기계인간을 가지고 와서 왔단다. 그 기계인간이 고장이 났지만 data는 저장되어 있었어. 2038년 이후의 기록이 남아 있었어. 결국 수호는 불치병을 이기지 못하고 죽고 말았어. 불쌍하구나.

수호의 부모는 다시 수호 기계인간을 만들어 함께 생활했단다. 그러니까 그 기계인간이 수호를 대신하는 것이었어. 수호 기계인간은 인간과 기계 사이에서 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었어. 그러다 보니 불만도 쌓이고 부모님과 잦은 말다툼도 했단다. 수호 기계인간은 문경 삼촌에게 도움을 받으려고 했지만, 당시 문경 삼촌은 자기 살기도 힘든 상황이라서 도와주지 못했어. 오히려 수호 기계인간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말도 경솔하게 내뱉았어. 돈 많고 몸 안 아프게 새로 태어났는데 뭐가 걱정이냐고 쏘아붙였지. 나중에 자신의 행동을 후회했지만, 수호기계인간은 투신해서 삶을 다시 마감했단다. 그런 기억을 가지고 있던 삼촌이었기에 수호기계인간을 보고 아는 척을 하지 않았던 거 같아.

수호 기계인간, 선율, 문경 삼촌그들은 지난 옛이야기를 했어. 삼촌은 그동안 괴롭고 힘들었다고 했는데, 그 모든 일들이 모두 과거이고 그런 행동을 이해하지 못할 수호기계인간도 아니었어. 사과하고 용서하고 화해하고 따뜻하게 잘 마무리되면서 소설은 끝이 났단다. 짧은 소설이지만, 지구 위기의 결과로 만들어진 디스토피아 세계, 인공 지능을 가진 기계인간의 정체성 문제그런 어려운 시기에서도 시들지 않은 인간 본연의 감정들그런 것들을 이 소설에서 만날 수 있었단다. 짧지만 괜찮은 소설이었어. 지은이는 단요라는 필명을 갖고 계신 분인데, 다음 작품도 한 기대해 봐야겠구나.


PS:

책의 첫 문장: 서울은 언제나 한국의 동의어였다.

책의 끝 문장: 선율 또한 그 하나만으로도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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