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MIDNIGHT 세트 - 전10권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세트
프란츠 카프카 외 지음, 김예령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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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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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주말마다 읽고 있는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시리즈 MIDNIGHT 세트 네 번째는 공포 소설의 대가 에드거 앨런 포의 단편 4개란다. 아셔가의 붕괴, 붉은 죽음의 가면극, 검은 고양이, 도둑맞은 편지에드거 앨런 포는 무척 유명한 사람이지만, 아빠는 그의 책을 제대로 읽어 본 적이 없어. 워낙 유명한 <검은 고양이>를 포함한 두어 편을 학창시절에 읽었던 기억이 있구나.

작년에 키두니스트 님의 <고전 리뷰툰>을 읽고 나서야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을 읽어보겠다고 전집을 일단 구입해 두었단다. 그리고 언젠가는 읽겠지, 하면서 비닐도 안 뜯고 또 먼지만 먹이고 있구나. 그런데 의무적으로 읽고 있는,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시리즈 MIDNIGHT 세트 네 번째에 에드거 앨런 포의 단편들이 실려 있어서 읽게 되었단다.

이 책에 실린 네 편의 소설들은 모두 재미있었단다. 약간 기괴한 방식으로의 재미이지만 말이야. 예전에 텔레비전 외화시리즈 중에 <환상특급>이라는 것이 있었는데, 그 드라마에 나올 법한 이야기들이었어. 에드거 앨론 포가 더 이전 사람이니 드라마 <환상특급>에서 일부 에피소드는 에드거 앨런 포의 소설들에게 영감을 얻지 않았을까 싶었단다.

에드거 앨런 포는 1809년 보스턴에 태어나 아주 어렸을 때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시고 어떤 부잣집에 입양되었다고 하는구나. 대학에 진학하면서 양아버지와 불화가 심해지면서 파양당했다고 하니 그리 행복한 젊은 날은 아니었을 것 같구나. 그 이후 단편 소설을 비롯하며 참 많은 글들을 썼다는구나. 그러다가 아내가 병으로 세상을 등진 이후 그는 정신적으로 무척 힘들어하다가 결국 그 또한 40세 젊은 나이에 죽고 말았다고 하는구나. 그의 삶이 행복한 시절보다 불행하고 우울한 시절이 많았던 것이 마치 그의 소설과 비슷한 것 같더구나.


1.

이 책에 나온 단편 네 개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를 해볼게.

첫 번째 소설은 <어셔가의 붕괴>

는 어린 시절의 친구 로더릭 어셔로부터 편지를 한 장 받는데 자신이 많이 아프다며 자신의 집을 방문해 달라고 했어. 어셔의 집안은 조상 대대로 번창한 집안이었어. 지금은 그 집에 정신적으로 병들어 있는 어셔와 고칠 수 없는 불치병에 걸려 있는 여동생 매들린이 함께 살고 있었어. 어셔는 자신이 죽을 것이라고 계속 이야기하면서 한동안 함께 있어 달라고 부탁했단다. 그런데 며칠 지나고 매들린이 결국 죽고 말았단다.

어셔와 는 매들린은 지하 묘지에 여동생을 매장했어. 그후 어셔의 상태는 더 안 좋았어. ‘는 어셔를 위로한다면서 책을 읽어주었는데, 그 책 내용에 나오는 내용이 우연히도 현실에게 일어났어. 예를 들어 문이 끼이익 열린다는 내용이 책에 있으면 그 소리가 실제에서도 난 거야. 한두 번도 아니고, 여러 번 말이야. 그렇다 보니 도 겁이 나고 말았어. 그런데 그들이 있는 방에 매들린이 들어왔단다. 사실 매들린이 죽은 것이 아닌데 어셔는 동생이 죽은 줄 알고 매장을 했던 거야. 매들린은 관을 깨고 어셔의 방까지 오게 된 것인데, 그러면서 내는 소리가 소설 속의 소리와 우연이 같았던 것이야. 혼신을 다해서 와서 그런지 매들린은 어셔의 방에 도착하자마자 죽고 말았고, 그 충격으로 어셔도 심장마비로 죽고 말았어.

도 공포에 휩싸여 어셔가의 저택을 빠져나갔는데, ‘가 빠져나오자 어셔가의 저택은 무너지고 말았단다. 그렇게 어셔 가는 대가 끊기게 된 것이지.. 집까지 무너지는 기괴한 이야기아빠가 왜 <환상특급>이 연상되었는지 알겠지? 아참, 너희들은 <환상특급>을 모르겠구나.

….

두 번째 단편은 <붉은 죽음의 가면극>이라는 작품이야. 무서운 전염병에 대해 사람들이 얼마나 야비하고 비양심적으로 대처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단다. 마치 코로나가 초기 발발했을 때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했어.

붉은 죽음이라는 무서운 전염병이 있었어. 이 병에 걸리면 30분 만에 피를 토하며 죽었으니 정말 무서운 병이구나. 그 나라를 다스리던 프로스페로 공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자기가 아는 사람들만 따로 수도원으로 대피시키고 외부 세계와는 철저하게 격리시켰단다. 수도원 밖에서는 사람이 죽어나가도 수도원 안에서는 그들만의 즐거운 시간을 보냈어. 전염병이 끝나기만을 기다리면서 말이야.

그러던 어느날 수도원 안에서는 성대한 가면무도회가 열렸단다. 그들은 전염병은 생각하지 않고 그들만의 즐거운 가면무도회를 즐겼단다. 그런데 그곳에 시체 얼굴을 한 가면과 붉은 죽음을 연상시키는 복장을 한 사람이 나타났어. 그 사람으로 인해 가면무도회는 흥이 깨지고 말았고, 사람들은 이런저런 말로 수근거렸단다. 프로스페로 공도 그 사람을 보고 기분이 상하고 자신을 조롱했다는 생각에 그를 죽이려고 칼을 들고 그에게 다가갔는데, 시체 얼굴 가면을 쓴 사람은 이내 죽고 말았단다. 가면을 벗기자 아무런 형체도 없었는데, 그가 바로 붉은 죽음그 자체였어.

곧바로 포로스페로 공은 붉은 죽음에 전염이 되어 죽고 말았고, 나머지 사람들도 모두 죽고 말았단다. 결국 그 무서운 전염병을 피할 수 없었다는 사실정말 이렇게 무서운 전염병이 생기면 사람들은 어떻게 할까? 손 쓰지도 못할 시간이 죽어버린다면 치료의 의미가 있을까. 소설이지만 이런 상상만 해도 오싹해지는구나.

세 번째 단편은 그 유명한 <검은 고양이>란다. 한 남자의 이야기란다. 그 남자는 원래 심성이 착했고, 동물들도 무척 좋아했단다. 특히 플루토라고 부르는 검은 고양이를 무척 좋아했어. 그런데 우연히 술을 먹기 시작했는데, 그 술의 유혹에 알코올 중독자가 되었어. 그러면서 정신 이상으로 보이며 동물들을 학대했단다. 단 한 마리 플루토를 제외하고 말이야. 그런데 어느날 검은 고양이 플루토가 그 남자의 손에 상처를 냈는데 이에 분노한 남자는 그 검은 고양이의 눈알을 뽑고 목매달아 잔인하게 죽였단다.

그날 밤에 집에 화재가 일어나고 그는 새 집을 이사를 갔단다. 어느날 술집에서 자신이 죽인 검은 고양이와 꼭 닮은 다른 검은 고양이를 보게 되고, 주인장에게 자신에게 팔라고 부탁했어. 주인장은 모르는 고양이라고 해서 그 남자는 그 검은 고양이를 데리고 왔단다. 그렇다고 그 남자가 정상이 된 것은 아니야. 여전히 알코올 중독으로 정신이상을 보였어. 지하실 계단에서 새로 온 검은 고양이 때문에 넘어질 뻔해서 그는 도끼로 다시 고양이를 죽이려고 했어. 보다 못한 아내가 그를 말렸는데, 이성을 읽은 그는 아내를 도끼로 죽이고 말았단다. 뒤늦게 그는 후회를 했지만, 자신의 범죄 사실을 자수하고 싶어하진 않았어. 지하실 벽을 헐어서 그 안에 아내를 세워두고 다시 벽돌을 쌓아서 시신을 숨겼단다.

좀 이상한 것은 그 일이 있고 나서 검은 고양이가 사라져서 아무리 찾아도 보이질 않는다는 거야. 아내가 실종되자 경찰에서 조사하러 왔었는데, 경찰도 아무런 단서를 찾지 못하고 돌아가려고 했어. 그 때 남자는 자신이 경찰마저 속였다는 것에 승리감 같은 것을 느꼈고 그는 아내를 매장한 벽을 두들기며 무척 단단한 벽이라고 자랑을 했어. 그때 벽 안에서 들려오는 고양이 울음 소리이를 이상하게 생각한 경찰들은 벽을 무수고 그곳에서 아내의 시신과 살아 있는 검은 고양이를 발견하게 된단다. 결국 남자는 사형 선고를 받게 되었지.

이 유명한 <검은 고양이>는 참 기괴한 소설이란다. 다행히 나쁜 짓을 한 주인공의 범행이 밝혀져서 다행이구나. 그 남자의 아내는 무서운 남편과 진작 헤어지지 왜 끝까지 그 남자와 함께 있어서, 안타깝게 죽고 말았는지

네 번째 이야기는 <도둑맞은 편지>

에드거 앨런 포가 사설탐정이 등장하는 시리즈도 썼단다. 그 탐정의 이름이 오귀스트 뒤팽이라고 해서 뒤팽 시리즈라고 하는데 그 뒤팽 시리즈는 총 세 편을 썼다고 하는데 그 중에 하나가 바로 <도둑맞은 편지>란다. 어느 날 파리 경찰청장이 뒤팽을 찾아와 도움을 청했어. 한 장관이 D라는 사람이 누군가로부터 중요한 편지를 손에 넣었는데, 그 편지는 정치적으로 무척 민감한 내용을 담고 있어서 그 편지를 D로부터 빼앗아야 한다고 했어. 그래서 모든 경찰력을 동원해서 D의 집을 수색했지만, 편지는 찾을 수 없다고 했어. 그러면서 도와달라고 했단다.

뒤팽은 이전에 D와 악연이 있어서 그의 부탁을 들어주었단다. 얼마 뒤 뒤팽은 파리 경찰청장이 찾던 그 편지를 들고 와서 전해 주었단다. 그 많은 경찰들이 못 찾은 것을 뒤팽은 어찌 그렇게 쉽게 찾았을까? 그것은 뒤팽은 경찰들이 찾지 않을 곳에 숨기는 범인들의 심리를 알고 있었던 거야.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 눈에 가장 잘 띄는 곳 중에 하나인 서류꽂이그 안에도 구겨지고 더럽혀진 쓸모 없어 보이는 편지그러 그것의 그 편지였던 것이지.. 추리 소설을 읽다 보면 가장 범인이 아닐 것 같은 사람이 범인이고, 가장 숨기지 않은 곳에 단서가 숨겨져 있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되는데, 그런 소설들의 원조 소설 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구나.

….

이렇게 네 편의 이야기였는데,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모두 재미있었단다. 기괴한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독특한 재미가 있었어. 그러면서 그의 다른 소설들도 궁금해지더구나. 어떤 기괴한 이야기들이 펼쳐질지 말이야. 조만간 먼지 쌓인 에드거 앨런 포 전집의 비닐을 뜯어봐야겠구나.

오늘날 이만

 

PS:

책의 첫 문장: 그래 가을, 잔뜩 찌푸린 날씨에 음산하고 조용한 날이었다.

책의 끝 문장: 이건 크레비용의 <아트레우스>에 나오는 구절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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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6-17 15: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으으으~~~ 에드가 엘런 포 무서워요. 저는 못보는 작가!

bookholic 2022-06-20 04:37   좋아요 0 | URL
ㅎㅎㅎ 밝은 대낮에 즐거운 마음을로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도전해 보세요~~^^
즐거운 한주 보내시고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8 - 강물은 그렇게 흘러가는데, 남한강편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8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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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즐겨 읽는 기행문 유홍준 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여덟 번째 이야기를 읽었단다. 여덟 번째 이야기는 남한강 편이란다. 이번 시리즈도 유익한 글이 많이 실려 있고, 당장 이 책에 소개된 곳을 달려가고 싶게 만들었단다. 이 책을 쓰신 것은 2015년이란다. 유홍준 님께서 답사하시고 나서도 한참 시간이 흘렀으니 또 그 모습들이 얼마나 변했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말이야.

남한강이라고 하면 아빠는 신륵사 앞쪽에 넓게 흐르는 그 강만 생각이 났단다. 그래서 그 근처의 문화 유산을 들려주나 싶었지. 그런데 남한강의 상류가 강원도 산골짜기까지 이어진 것이 당연한 것인데 미처 생각지도 못했었구나. 그래, 저렇게 큰 강이면 당연히 상류가 있겠지남한강 역시 많은 지류가 있고, 그 상류가 강원도 영월까지 이어지게 된단다. 그리고 영월에 있는 유명한 한 동강과 서강이 남한강의 상류라고 하는구나.

, 그랬구나영월에 여행 갔을 때 동강과 서강을 보면서도 그 강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생각해 보질 않았는데 말이야. 거기서 본 강물이 남한강을 거쳐 한강을 거쳐 서해 바다까지 긴 여행을 하는구나. 영월에서 본 강물을 서울에서 다시 봤을 수도 있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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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한강은 태백산에서 발원한 남한강과 금강산에서 발원한 북한강이 양수리에서 만나 도도한 강줄기를 이루며 서울을 가로질러 서해로 흘러드는 한반도의 젖줄이다. 그중 한강의 본류는 남한강인데, 태백산 검룡소에서 발원하여 서해에 이르는 물길은 약 500킬로미터에 이른다.

남한강에는 수많은 지류가 실핏줄처럼 퍼져 있어 상류로 올라가 각 고장을 지날 때마다 저마다 다른 이름으로 불린다. 남한강의 상류는 크게 두 줄기로 흘러내려 영월에서 만난다. 그것이 영월의 동강과 서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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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강의 상류를 설명하면서, 영월의 문화 유산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단다. 주천강 요선정, 마애불, 법흥사, 김삿갓 묘, 그리고 청령포까지우리가 작년에 청령포에 간 적이 있었잖아. 거기 가기 전에 이 책을 읽고 갔다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너희들한테 좀더 많은 이야기를 해줄 수도 있고 말이야.

삼촌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멀리 청령포까지 쫓겨왔다가 결국 어린 나이에 죽음까지 당한 단종이 청령포에서 얼마나 무서웠을까그 생각만 하면 단종이 너무 불쌍하고, 그 이후에 환생해서 행복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구나. 단종의 비극에 대한 이야기는 많은 드라마, 영화, 소설에서도 다루었는데 친일파로 변절한 이광수가 변절하기 전에 쓴 <단종애사>를 유홍준 님께서 소개를 해주셨단다. 이 책이 일제 시대 독립투사, 친일파, 일제를 비유해서 썼다고 하는구나. 끝까지 그가 변절하지 않았다면 더 명작이 되지 않았을까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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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101)

이렇게 쓰인 그의 <단종애사>는 당시 독자들이 식민지 현실에 빗대어 생각하기에 충분했다. 왕위를 찬탈한 수양대군은 일제의 이등박문을, 삼촌 손에 억울하게 폐위당하고 죽은 단종은 고종 순종을, 사육신 생육신은 독립투사를, 수양대군과 한패가 된 정인지 한명회는 이완용 조병준 등의 매국노를 연상시키는 뚜렷한 작중인물 설정이 있었던 것이다. 그때만 해도 춘원 이광수는 과연 춘원이로다라는 찬사를 받았다는데 나는 그의 명작을 이 이상 소개하는 것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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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남한강 줄기를 따라 이번에는 단양, 제천, 충주의 비경과 문화 유산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주었단다. 이 곳도 예전에 우리가 몇 번 여행을 해서 익숙하구나. 충주호에서 유람선을 타면서 비경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었단다. 너희들이 어려서 기억을 못할 수도 있지만, 너희들도 충주호 유람선을 탔었거든. 아빠도 와, 그냥 멋있다고 했었는데, 알면 보인다고이 책을 읽었으니 기억력에서 사라지기 전에 다시 한번 가보고 싶구나. 책의 내용을 까먹으면 가기 전에 다시 한번 읽어보고 가도 좋고

이 지방에 관련된 사람들 이야기도 많이 해주었는데, 그 중에 조선 중종 때 단양군수를 했던 황준량이라는 사람을 기억하고 싶더구나. 피폐해진 고을을 살리기 위해 쓴 상소문의 내용이 백성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 수 있는 글이었어. 오늘날 지방단체장들이 한번 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단다. 이 지역에는 노래로 유명한 박달재라는 고개가 있는데, 이 곳이 조선말 황사영 백서사건의 주인공 황사영이 은거하면서, 백서를 쓴 곳도 이곳이라고 하는구나. 황사영 백서사건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고, 아빠가 좋아하는 정약용도 유배를 가게 된 사실만 알았는데, 황사영 백서가 엄청 작은 글씨로 엄청 많은 글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이번에 처음 알았단다. 흰 비단에 붓으로 썼다고 하는데 그 크기가 정말 작았고, 한자로 된 글자수가 무려 1 3311자라고 하니 대단하구나. 실제 사이즈의 글자 크기로 책에 실려 있는데, 정말 대단한 정성이 담겨 있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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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5)

황사영 백서는 길이 62센티미터, 너비 38센티미터의 흰 비단에 극세필 붓을 사용하여 먹으로 쓴 깨알 같은 글씨 1 3,311자로 이루어진 장문의 편지이다. 누구든 이 편지를 보면 내용을 둘째 치고 그 정성에 감복하지 않을 수 없다. 2013년 울산 대곡박물관에서는 천주교의 큰 빛, 언양이라는 기획전을 하면서 이 황사영 백서의 정밀 복제본을 전시했는데 박미연 학예사의 말에 의하면 천주교인들은 그 내용보다 깨알 같은 글씨는 보면서 울먹이며 기도하더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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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재미있는 사실 한 가지단양 8경 중에 도담삼봉이라는 곳이 있단다. 세 개의 바위섬인데, 아빠도 정도전의 호가 이 도담삼봉에서 유래되었다고 알고 있었는데 그게 아닌 것 같다고 하더구나. 단양 분들이 들으면 별로 안 좋아하겠지만 말이야. 그래도 그 가치는 절대로 떨어지지 않는다고 덧붙이셨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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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

<삼봉집>에는 이외에도 삼봉이 여러 번 나오는데 그 위치를 보면 삼각산이 맞다고 했다. 이런 논증은 단양 사람들에게 서운하게 들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실은 사실오서 받아들이는 것이 현명하다. 허구를 사실로 끼워맞추다보면 더 큰 허구만 낳는다. ‘한때 정도전의 삼봉이 도담삼봉으로 알려졌다.’고 한 걸음만 양보한다고 크게 달라질 것이 없다. 그런다고 도담삼봉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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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다시 남한강을 따라 와서 원주와 여주 지역을 이야기해주었단다. 충주에서 원주에 오는 길에는 여러 폐사지를 답사를 했는데, 거돈사터, 법천사터, 흥법사터, 청룡사터, 고달사터를 이야기해주었단다. 지금은 터만 남아있다 보니 그리 유명하지 않아서 그 이름들이 낯설었단다. 그렇게 폐사지 답사를 하고 마지막 여정으로 여주 신륵사를 소개했단다.

여주 신륵사는 많이 유명한 절이고, 아빠도 참 좋아하는 절이란다. 절도 절이지만, 신륵사에서 바라보는 남한강의 경치가 좋기 때문이다. 아빠가 처음 갔을 때 남한강 건너편에 백사장이 있어 무척 좋았단다. 유홍준 님께서 말씀하신 그 경치가 아빠의 옛 기억과 함께 그대로 머릿속에 그려졌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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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9)

신륵사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과 일본에서도 보기 드문 강변 사찰이다. 절집이라면 대개 깊은 산중이나 시내에 있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남한강변의 높직한 절벽 위에 자리잡은 신륵사는 유유히 흐르는 남한강을 내려다보며 여봐란듯이 가슴을 젖히고 있다. 강물은 쪽빛으로 흐르고 강 건너 은모래 백사장은 눈부시게 빛난다. 그들이 말하는 신륵사의 아름다움이란 곧 신륵사에서 바라보는 남한강의 아름다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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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금은 어떤 나쁜 사람이 강을 살린다 뭣 한다 하여 다 없어지고 말았단다. 참 안타까운 일이로구나. 천벌 받을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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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2)

신륵사 절집 자체도 주변의 번잡함에 오염되었는지 절집의 크기와 어울리지 않게 일주문을 거대하게 세우고 단청도 요란하게 하면서 고찰의 모습을 잃어간 것이 너무도 아쉽다. 게다가 4대강 사업이 강행되면서 신륵사는 두 가지를 잃었다. 강월헌 건너편 은모래 백사장이 이제는 사라졌다. 그 아름다운 강마을을 대신한 고수부지식 석축엔 자전거길이 휑하니 뚫려 있을 뿐이다. , 그것은 너무도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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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는 남한강 줄기를 따라 이야기를 해주었단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가 강 특집으로 엮은 것은 처음인 것 같은데, 좋았단다. 그리고 책의 시작에서 강은 국토의 핏줄이라고 비유한 것도 참 좋았어. 남한강 말고도 우리나라에 큰 강들이 많은데, 그런 강들도 답사하면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로 내주셨으면 좋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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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국토를 인체에 비유하면 산맥은 뼈, 들판은 살, 강은 핏줄이다. 산과 들은 국토의 골격을 이루고 강물은 대지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강은 언제나 그렇듯이 유유히 흐르면서 국토가 살아 있음을 보여주며 흐르는 강물은 여기에 살던 사람들의 애환을 침묵 속에 증언한다. 그리하여 강은 그 이름만 불러보아도 국토의 향기와 역사의 고동이 일어난다. 압록강, 두만강, 청천강, 대동강, 임진강, 한강, 금강, 낙동강, 섬진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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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책의 첫 문장: 국토를 인체에 비유하면 산맥은 뼈, 들판은 살, 강은 핏줄이다.

책의 끝 문장: 그러므로 장차 그 이름이 영원히 빛나며, 석종 탑비도 신륵사와 더불어 시종을 같이할 뿐만 아니라 이 여강과 저 달과 더불어 무궁할 것이다.


나는 최언위의 일생을 통해 통일신라가 왜 망했고 고려가 어떻게 새 왕조를 세웠는가를 생각해본다. 통일신라는 끝내 골품제를 벗어나지 못했다. 당나라 과거에 급제한 지식인들을 여전히 6두품에 두어 아찬(阿飡) 이상 올라갈 수 없게 했다. 최치원이 제시한 ‘시무십조(時務十條)’라는 개혁안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기득권을 갖고 있던 보수적인 귀족들이 개혁은커녕 자신들의 보호막을 더욱더 두껍게 두르다가 종국엔 멸망의 길로 들어갔던 것이다. - P55

한국문화에 대하여 줄곧 애정 있는 충고를 해온 프랑스의 석학인 기소르망이 올해(2015) 6월 초, 한국외국어대에서 열린 특강에서 ‘한 국가의 문화적 이미지는 경제와 산업 분야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가’며 이제 한국은 문화적 정당성을 인지하고 그 이미지를 만들어야 하는 시기가 도래했다고 역설했다. 그리고 자신에게 한국의 브랜드 이미지를 정해보라고 한다면 백자 달항아리를 심벌로 삼겠다고 했다. 기소르망은 모나리자에 견줄 수 있는 달항아리의 미적 가치를 왜 한국이 이미지 메이킹에 활용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 P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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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

그게 바로 내 위대한 발견의 씨앗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시간 속에서는 돌아다닐 수 없다는 선생의 말은 틀렸습니다. 예를 들어 내가 어떤 사건을 아주 생생하게 회상하고 있다면, 나는 그 사건이 일어난 순간으로 돌아가 있는 겁니다. 나는 방심 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잠시 과거로 펄쩍 뛰어 돌아가는 것이죠. 물론 그 과거 속에 오랫동안 머무를 수는 없습니다. 미개인이나 동물이 지면에서 2미터 높이에 오래 머무를 수 없는 거나 마찬가지지요. 하지만 이 점에서 문명인은 미개인보다 훨씬 낫습니다. 문명인은 기구를 타고 중력을 거슬러 하늘로 올라갈 수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결국에는 시간이라는 차원을 따라 이동하는 것을 멈추거나 이동 속도를 빨리할 수도 있고, 심지어는 방향을 돌려 반대 방향인 과거로 돌아갈 수도 있으리라고 기대하면 왜 안 되죠?”

 

(65-66)

하지만 이렇게 생활 조건이 달라지면 인간은 필연적으로 변화에 적응해야 합니다. 생물학이 오류투성이가 아니라면, 인간의 지성과 활력의 원인은 무엇입니까? 고난과 자유, 활동적이고 강하고 명석한 사람은 살아남고 약한 사람은 밀려나는 생활 조건, 유능한 사람들의 충실한 협력과 자제와 인내와 결단력을 장려하는 생활 조건. 가족 제도와 그 안에서 일어나는 감정들, 예를 들면 질투나 자식에 대한 애정, 부모의 헌신, 아이들이 절박한 위험에 빠졌을 때 정당화되고 장려되는 모든 감정들. 그런데 이제 그 절박한 위험은 어디 있습니까? 부부 사이의 질투, 격렬한 모성애, 온갖 종류의 열정에 대한 반감이 생겨나고 있고, 그 반감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겁니다. 그것은 이제 불필요한 것들이고, 세련되고 쾌적하게 살고 있는 우리를 불쾌하게 만드는 야만적인 유물이며 불협화음일 뿐입니다.

 

 

(83)

나는 처음에는 문명이 자동화된 결과 인간이 쇠퇴했다는 이론에 만족했지만, 그 만족감은 오래가지 않았다고 고백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다른 이론을 생각해 낼 수 없었습니다. 내 고충을 말씀드리죠. 내가 돌아본 궁전들은 단순한 거처와 넓은 식당과 침실이었을 뿐입니다. 거기서는 기계류나 어떤 장치도 찾을 수 없었어요. 하지만 미래인들은 아름다운 섬유로 지은 옷을 입고 있었고, 이런 옷은 이따금 다시 만들 필요가 있을 겁니다. 샌들은 아무 장식도 없었지만, 상당히 정교한 금속 세공품이었습니다. 그런 물건은 어쨌든 만들어져야 합니다. 그런데 그 난쟁이들은 창조적 경향을 털끝만큼도 보여 주지 않았습니다. 가게도 없고 작업장도 없고 외국에서 수입하는 흔적도 없었습니다. 그들은 온종일 평화롭게 놀고, 강에서 미역을 감고, 장난치듯 사랑을 나누고, 과일을 먹고, 잠을 자고, 그러면서 모든 시간을 보냈지요. 그런 생활이 어떻게 유지되고 있는지, 나는 도무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96-97)

또한 부유한 사람들은 좋은 교육을 받아서 점점 세련되고 우아해지는 한편, 가난한 사람들의 상스럽고 난폭한 태도와 부자들의 간격은 점점 더 넓어지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배타적 경향을 갖게 된 부자들은 이미 자신들을 위해 지표면의 상당 부분을 울타리로 싸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런던 일대에서 경치가 아름다운 곳의 절반 정도는 침입을 막기 위해 폐쇄되어 있습니다. 이 격차가 점점 벌어지는 것은, 부자들의 경우 오랫동안 많은 비용을 들여 고등 교육을 받기 때문이고, 세련된 습관에 대한 유혹과 거기에 필요한 시설이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계층 간 결혼이 사회 계층을 구분하는 경계를 따라 우리 인류가 쪼개지는 것을 저지하고 있지만, 빈부격차가 이렇게 벌어지면 계층 간 결혼이 촉진하는 계층 간 교류가 점점 뜸해질 겁니다. 그래서 결국 지상에는 쾌적함과 안락함과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가진 자>들이 살고, 지하에는 <못 가진 자>, 즉 자신들의 노동 조건에 끊임없이 적응하는 노동자들이 살게 될 겁니다.

 

(147)

인간의 지성에 대한 꿈이 얼마나 덧없었는가를 생각하자 슬펐습니다. 인간의 지성은 자살한 겁니다. 지성은 안전하고 영속적이고 균형 잡힌 사회를 모토로 삼고, 쾌적하고 안락한 생활을 위해 꾸준히 노력했지요. 지성은 마침내 여기에 도달하여 희망을 이루었습니다. 한때는 목숨과 재산이 거의 절대적인 안전에 도달했던 게 분명합니다. 부자들은 재산과 안락을 보장받았고, 노동자들은 생존과 일자리를 보장받았지요. 그 완벽한 세계에서는 실업 문제도 없고,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 있는 사회 문제도 없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엄청난 평온이 뒤이어 찾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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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36)

사실, 죽음이 누구에게나 정상적이고 당연한 결말이라면 무엇 때문에 사람들이 죽는 것을 막으려 한단 말인가? 어떤 장사치나 관리가 5년이나 10년을 더 산다 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의학의 목적을 약으로 고통을 덜어 주는 데서 찾는다면, 다음과 같은 질문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고통을 무엇 때문에 줄이려 하는가? 첫째, 흔히 말하듯이 고통은 사람을 완성으로 이끈다. 둘째, 인류가 정말로 알약과 물약으로 자신의 고통을 경감시킬 줄 알게 된다면, 그전까지 온갖 불행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해 주고 나아가 행복을 가져다주었던 종교와 철학을 아주 저버릴 것이다. 뿌쉬낀은 죽음을 앞에 두고 무서운 고뇌에 휩싸였고, 가난한 하이네는 중풍 때문에 몇 해 동안 누워만 있었다. 그런데 안드레이 에피미치나 마뜨료나 사비슈나와 같은 사람이 아프지 말아야 할 이유가 뭐란 말인가? 그들의 삶은 보잘 것 없으며, 고통마저 없다면 아메바의 삶같이 전적으로 공허할 것이다.


(42)

당신도 아시다시피…” 의사가 계속해서 조용히, 띄엄띄엄 말한다. “이 세상에서 지성의 고결하고 정신적인 발휘만큼 의미 있고 흥미로운 일은 없습니다. 지성은 사람과 동물을 뚜렷하게 가르고, 인간이 지닌 신성을 암시하며, 존재하지 않는 불멸을 어느 정도까지는 대신 인간에게 부여합니다. 이런 점에서, 지성은 즐거움을 낳는 유일한 원천이라 할 수 있지요. 그런데 우리는 주위에서 지성을 볼 수도 들을 수도 없습니다. 말하자면 우리는 즐거움을 잃은 겁니다. 물론 책이 있긴 합니다만 생생한 대화와 교제는 전혀 없습니다. 아주 괜찮은 비유라고 할 수는 없지만, 책이 악보라면 대화는 노래입니다.”


(67)

이성적인 이해……” 이반 드미뜨리치가 얼굴을 찡그렸다. “외부의 것, 내부의 것…… 미안하지만 나는 그런 것을 이해하지 못하겠소. 내가 아는 것은……” 그가 일어나서 화가 난 듯 의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아는 것은 신이 나를 따뜻한 피와 신경으로 만들었다는 겁니다. 그렇소! 유기적인 조직체는, 죽지 않았다면 모든 자극에 반응해야 합니다. 그래서 나는 반응하고 있는 겁니다! 고통에 대해 나는 비명과 눈물로 대답합니다. 비열함에 대해서는 분노로, 혐오스러운 것에 대해서는 구역질로 대답합니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이것이 바로 삶이라 불리는 것입니다. 저급한 유기체일수록 감각이 무디고 자극에 약하게 반응합니다. 고등한 유기체일수록 더 예민하고 더 활발하게 현실에 반응합니다. 어떻게 이것을 모릅니까? 의사 선생, 이렇게 간단한 것도 모르나요? 고통을 무시하고 언제나 만족하고 어떤 일에도 놀라지 않기 위해서는 그러한 상태에 도달해야 합니다.” 이반 드미뜨리치가 기름기가 흐르는 뚱뚱한 농부를 가리켰다. “아니면, 고통에 대한 모든 감각을 잃어버리도록 자신을 단련해야 하지요, 다른 말로 하자면, 사는 것을 그만두는 겁니다. 미안하지만, 나는 현인도 철학자도 아닙니다.” 이반 드미뜨리치가 짜증스럽게 말을 이었다. “그래서 그런 건 전혀 이해하지 못합니다. 나는 이성적으로 이해할 만한 사람이 못 됩니다.”


(99)

상상해 보면, 1백만 년 후에 어떤 영혼이 우주를 날아다니다가 지구 옆을 스쳐 지나간다면, 진흙과 닳아 버린 바위만 보게 될 것이다. 문화도 도덕의 규범도 모두 다 사라지고 우엉조차 자라지 않을 것이다. 가게 주인 앞에서 느끼는 창피함이나 보잘것없는 호보또프나 미하일 아베랴니치의 부담스러운 우정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이 모두 다 하찮고 무의미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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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그말리온 아이들 창비청소년문학 45
구병모 지음 / 창비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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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작년에 구병모 님의 <위저드 베이커리>란 책을 읽고 알라딘 서재에 리뷰를 포스팅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알라딘 서재 이웃께서 구병모 님의 <피그말리온 아이들>을 추천해 주어서 잘 기억하고 있다가 이번에 읽게 되었단다.

피그말리온이라고 하면 그리스 신화에 나온 그 유명한 조각가가 아니더냐자신이 만든 여인의 조각상을 진짜 여자로 변하게 해달라고 소원을 빌었고, 아프로디테가 보낸 에로스가 그 조각상을 아름다운 여인으로 만들었다는 그 이야기 말이야. 그 여인의 이름은 아빠가 기억을 잘 못해서 찾아보니 갈라테이아라고 하는구나. 그리고 이 이야기에서 나온 말들 중에 피그말리온 효과라는 것이 있단다. 피그말리온 효과의 정확한 뜻을 알아보기 위해 인터넷 찬스 좀 써 보았단다. 교육심리학에서 나온 말인데, 교사의 기대에 따라 학생들의 성적이 향상되는 것을 피그말리온 효과라고 하고, 이것을 주장한 사람의 이름을 따서 로젠탈 효과라고 한단다.

그렇다면 이번에 아빠가 읽은 <피그말리온 아이들>은 왜 이런 제목을 붙였을까? 책에 대한 내용을 간단히 이야기해줄게.


1.

조그마한 방송국 PD는 독특한 학교들을 찾아가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일을 하고 있었단다. 이번에 촬영하기로 한 학교는 낙인도라는 섬에 있는, 베일에 쌓여 있는 기숙학교 로젠탈 스쿨을 촬영하기로 기획했어. 낙인도라는 섬은 워낙 작아서 로젠탈 스쿨만 있고, 섬 반대편에는 주민들이 고작 20여 명만 살고 있었어.

이 학교의 이름이 왜 로젠탈인지 알겠지? 아빠가 앞서 이야기한 피그말리온 효과를 이야기했던 사람이 로젠탈이라는 사람이잖아. ‘는 이 학교의 촬영을 위해 이사장을 만나서 허락을 받았으나, 로젠탈 스쿨의 교장은 이 촬영에 대해 무척 불편한 기색을 보였단다. 그러면서 여러 가지 많은 조건을 달았어. 일단 섬에 들어오면 핸드폰은 학교측에 맡겨야 하고, 인터넷도 할 수 없고, 해야 한다면 허락을 받고 특정 시간에 가능하다고 했어. ‘는 알겠다고 하면서, 촬영 감독인 과 함께 단 둘이 낙인도에 들어왔단다.

교장의 비서는 학생인 신은휘라는 학생이 맡고 있었는데, 일종의 아르바이트로 비서 일을 하고 있던 거야. 이 로젠탈 스쿨의 학생들은 부모가 없거나 갈 곳 없는 청소년들을 받아들여서 이런 저런 기술들을 가르치는 곳인데, 조사를 하다 보니 무척 폐쇄적이고 교장의 권위가 엄청난 학교였단다.

….

는 촬영을 하면서 이 학교에는 뭔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아이들이 어떤 약물도 먹는 것을 보게 되었어. 그가 촬영하는 것이 원래는 학교 소개를 하는 다큐였는데, 점점 시사고발 다큐의 성격을 띠어 갔어. 인터넷도 못하게 하니까, 몰래 숨겨온 태블릿으로 섬 밖에 있는 선배 에서 촬영한 내용을 미리 보내기도 했어. 그렇게 학교의 여러 모습을 찍고 싶어하는 는 학교의 특정 부분만 찍으라고 하는 교직원들과 대립이 생겨날 수밖에 없었단다. 거기에 비서 일을 하고 있는 신은휘 학생은 암호를 이용하여 에게 도망가라고까지 하고 자신을 구해달라고까지 했단다. 도대체 이 섬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2.

학교 안에서도 규제가 엄청 심했단다. 어쩌다 싸움을 한 아이들은 며칠씩 캄캄한 지하실에서 갇혀 있어야 했어. 우연히 촬영감독 이 그렇게 갇혀 있는 아이의 소리를 듣고 도와주려고 갔다가 선생님에게 걸려 구타 당하고 도 감금되었다가 풀려나기도 했어. ‘은 몰래 취재한 것을 빼돌리고 도망을 가려고 했지만, 섬 밖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단다. 교장의 비서인 은휘도 그들의 탈출을 돕고 있었어. 은휘도 자신의 학교가 문제가 많고, 그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기를 바랬던 거야.

그들의 소식은 섬 밖의 에게 알려졌어. ‘에게 이 학교 졸업생을 찾아 인터뷰를 해달라고 했어. 그 인터뷰를 통해 충격적인 사실을 듣게 되었단다. 이 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학생들은 수천만 원의 빚을 학교에 지게 되고, 이를 계속 갚아나가야 한다고 했어. 오랫동안 말이지… ‘이 검사에게 이야기해서 해경까지 동원해서 로젠탈 스쿨에 오게 된단다. 그렇게 해서 은 무사히 그 섬을 빠져 나올 수 있었어. 하지만, 학생들은 다들 묵묵부답이었단다. 심지어 은휘까지도… ‘는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하면 빠져나올 수 있다고 했지만, 아이들은 모두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그렇다 보니 교장이나 교직원들도 대부분 무혐의 처분되었고, 선생님 두 명만 가벼운 책임을 지게 되었단다. 그리고 가 찍은 다큐도 방송에 내보내지 못했단다. 로젠탈 스쿨 뒤에 또 다른 권력이 있었던 것 모양이야. 로젠탈 스쿨은 다시 베일에 가리게 되었고, 은휘를 비롯한 그곳의 아이들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아무도 몰랐단다.

소설은 그렇게 끝이 났단다. 지은이 구병모 님은 이 소설을 통해서 무엇을 이야기하려고 했을까. 아이들의 개성을 살리지 못하는, 획일적인 우리나라 학교 교육에 대한 비판을 하신 것일까. 로젠탈 스쿨이라고 하는 좀더 극단적인 학교 모델을 등장시켜서 말이야. 오늘날 학교는 자본주의 경쟁 시스템에서 살아남기 위한 준비 단계로써의 역할에만 너무 치우쳐 있는 현실이 안타깝단다. 그러다 보니 그 경쟁에서 이기려고 점점 어린 나이부터 그 경쟁을 준비한다고 공부에만 열중하게 되고 말이야. 다른 개성을 찾거나 여러 가지 경험은 뒤로 한 채 말이야. 남들은 하는데 우리 아이만 안 해서 그 경쟁에서 뒤쳐지게 되면 그건 또 부모의 책임 회피 아닐까? 이렇게 많은 부모들이 생각하게 된단다. 사실 아빠도 하는 동일한 걱정을 하고 있고 말이야. 이 악순환을 끊을 수 있는 방법이 과연 있을까. 이 문제 많은 무한 경쟁 자본주의 시스템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PS:

책의 첫 문장: 흙에 절반쯤 파묻혀 휘어진 나무줄기에 걸터앉아 마()는 숨을 몰아쉰다.

책의 끝 문장: 그리고 지금, 그게 누구든 간에 등 뒤에서 부르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똑바로 돌아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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