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때때로 과학은 진리를 추구하는 행위로 표현된다. 가식적으로 들리겠지만, 여기서 진리의 의미는 단순하다. 진리란 자신이 가진 과학적 증거를 근거로 우리가 지금 믿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과학자들이 누군가의 가설을 재검증했는데 검증 결과가 원래 가설과 일치하면 원래 가설이 살아남는다. 하지만 다른 연구자들이 애초의 실험 결과를 재현하지 못하거나 현상을 더 훌륭하게 설명하는 새 가설을 찾아내면 진리가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 새로운 견해나 더 나은 증거에 비추어 생각을 바꾸는 것은 과학적 진보의 구성 요소다. 그렇다면 현재의증거를 바탕으로 우리가 참이라고 믿는 것이라는 의미에서 현재로서는 진리라는 표현이 더 나을 것이다.

 

(40)

마틴은 올빼미의 눈이 정면을 향한 이유에 대해 흥미로운 가설을 제시했다. 올빼미의 눈이 매우 커야 할 뿐 아니라-빛이 약한 곳에서 날아다녀야 하니까-귓구멍이 매우 커야 하는데, 이 때문에 두개골에서 눈이 들어갈 수 있는 곳은 정면밖에 없다는 것이다. 마틴이 묻는다. “그곳 말고 어디에 갈 수 있었겠는가?” 올빼미 두개골에 눈과 귀(그리고 뇌) 자리가 얼마나 부족한가 하면 귓구멍으로 눈알 뒤쪽을 볼 수 있을 정도다!

 

(53~54)

물론 사람은 대체로 오른손잡이 아니면 왼손잡이다. 눈도 우세한 쪽이 있다. 75퍼센트는 오른쪽 눈이 우세하다(우리가 눈을 다르게 쓴다는 사실은 일반적으로 인식하지 못하지만). 하지만 눈이 양옆에 달린 새는 두 눈을 다른 용도로 쓴다. 이를테면 햇병아리는 먹이처럼 가까운 대상을 볼 때에는 오른쪽 눈을 쓰고 포식자처럼 먼 대상을 볼 때에는 왼쪽 눈을 쓴다. 게다가 한쪽 눈을 일시적으로 안대로 가린 기발한 행동 실험에서 새들이 어느 쪽 눈을 쓰느냐에 따라 과제(이를테면 박새와 유럽어치가 먹이를 찾는 것) 수행 능력에 큰 차이가 생겼다.

 

(57)

짐작했겠지만, 오른쪽 눈을 뜨고 자는 새는 뇌의 우반구가 휴식을 취한다(오른쪽 눈으로 들어오는 정보는 좌반구에서 처리하고 왼쪽 눈으로 들어오는 정보는 우반구에서 처리하기 때문이다.). 한쪽 눈을 뜨고 자는 것이 무척 유용한 경우는 두 가지다. 첫째는 근처에 포식자가 있을 때다. 오리, , 갈매기는 땅에서 잘 때 여우 같은 포식자에게 잡아먹히기 쉽기 때문에 한쪽 눈을 뜨고 있는 게 유리하다. 청둥오리를 연구한 바에 따르면 무리 한가운데에서 자는-상대적으로 안전한-녀석들은 가장자리에서 자는-포식자에게 잡히기 쉬운-녀석들에 비해 눈을 뜬 채 자는 시간이 훨씬 적으며 무리 가장자리에 있는 녀석들은 포식자가 접근할 만한 방향을 바라보는 눈을 뜨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111)

19세기 독일의 해부학자들은 오리의 부리 끝 기관에서 처음으로 촉각 수용기를 관찰했다. 오리의 촉각 수용기는 두 종류가 있다. 크고 정교한 수용기는 에밀 프리드리히 구스타프 헤르프스트(1803~1893)가 발견하여 자신의 이름을 따라 명명했다. 그는 이 수용기를 1848년에 오리의 뼈에서 먼저 발견한 뒤에 1849년에 입천장에서, 1850년에는 피부에서, 1851년에는 혀에서 발견했다. 헤르프스트 소재는 압력과 (따라서) 촉각에 민감하여 길이가 약 150마이크로미터이고 너비가 약 120마이크로미터인 타원형이지만 이따금 길이가 1밀리미터에 이르기도 한다. 두 번째 수용기는 그란드리 소체로, 1869년에 이 수용기를 처음 발견한 벨기에의 생물학자 그란드리의 이름을 땄다. 그란드리 소체는 작고(길이와 너비가 약 50마이크로미터) 구조가 단순하며 움직임에 민감하다. 두 수용기는 유두의 원뿔형 몸체에 함께 들어 있는데, 작은 그란드리 소체가 헤르프스트 소체 위에 분포하여 매우 아름다운 구조를 이룬다.

 

(212-213)

새들이 어떻게 길을 찾는지에 대한 연구는 오래고 험난한 역사가 있다. 1800년대 중엽에는 비둘기 같은 새들의 귀소 방법에 대해 두 가지 견해가 대립했다. 하나는 새들이 둥지에서 밖으로 나갈 때 길을 기억한다는 견해인데, 증거는 전혀 없다. 또 하나는 지구가 일종의 거대한 자석이며 새에게 여섯 번째 감각이 있어서 지구 자기장을 감지한다는 비교적 최근의 발견을 바탕으로 삼는다. 소설가 쥘 베른은 이 견해를 재빨리 받아들였다. <해터러스 선장의 모험과 항해(1866)>의 주요 등장인물은 자기력의 영향을 받아 늘 북쪽으로 걸었. 새가 사람과 달리 자각을 이용하여 길을 찾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러시아의 동물학자 알렉스 폰 미덴도르프가 1859년에 처음 했지만, 180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영국의 앨프리드 뉴턴을 비롯한 대부분의 조류학자들은 여기에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

 

(217)

오른쪽 눈과 왼쪽 뇌는 어떻게 자각을 처리할까? 단지 오른쪽 눈이 빛에 더 민감해서일까? 빌트슈코는 진상을 알기 위해 유럽울새에게 일종의 콘택트렌즈를 씌우는 후속 실험을 실시했다. 오른쪽 눈과 왼쪽 눈에 씌운 렌즈는 같은 양의 빛을 받아들이지만 하나는 뿌옇게 처리되어 영상이 흐릿하게 보였고 또 하나는 투명했다. 이번에도 결과는 놀라웠다. 오른쪽 눈에 뿌연 렌즈를 씌워 세상을 보게 했더니 유럽울새는 방향을 찾지 못했다. 이에 반해 오른쪽 눈에 투명한 렌즈를 씌웠더니 여느 때처럼 정밀하게 방향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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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공녀 강주룡 - 제23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박서련 지음 / 한겨레출판 / 201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기레기 신문이 다 되었다는 소리를 듣는 한겨레이지만, 아직 한겨례문학상 수상작들은 읽어볼 만하다는 생각을 늘 한단다. 그래서 한겨레문학상의 수상작에 대해서는 살펴보곤 한단다. 2018년 한겨례문학상 수상작 체공녀 강주룡. 강주룡은 사람일 테고, 체공녀는 무슨 뜻이지? 분명 실존했던 사람일 테고책 뒤쪽에 오래된 잡지에 실린 기사를 사진으로 찍어 실어놓았더구나.

그곳에는 한자로 을밀대상의 체공녀라고 제목을 적었고, 여류투사 강주룡이라고 써 있었단다. 체공녀. 한자로 쓰면 滯空女. 한자의 뜻풀이를 하면 공중에 머무르고 있는 여자라는 뜻이란다. 왜 강주룡이라는 여자는 공중에 머무르고 있었을까? 그 이야기를 소설 <체공녀 강주룡>이 해주고 있단다. 지은이는 박서련이라는 분인데, 아빠는 처음 알게 된 작가란다.


1.

때는 1920년대 초반. 장소는 서간도 통화현. 그래, 그 시절 이야기야. 우리 민족이 가장 아픈 시절을 살던 시절. 강주룡은 나이 스물이었고, 열다섯 살 최전빈이라는 남자와 결혼을 했어. 주룡의 아버지가 알아봐 준 자리였어. 자신보다 다섯 살이나 어린 사람이라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최전빈은 독립운동을 할 의지가 강한 사람이었어. 그가 집을 떠나 독립운동을 할까 봐 그의 부모들이 서둘러 결혼을 시킨 것이란다.

하지만, 강주룡은 최전빈과 이야기를 나누고 같이 독립군에 참여하기로 하고, 둘이 밤에 몰래 집을 떠나 독립군 부대로 향했단다. 최전빈과 강주룡이 속한 독립군 부대의 대장은 백광운이라는 사람인데, 백광운은 주룡에게 편애하는 듯했어. 그러자 좋지 않은 소문도 나고.. 주룡은 결백한데 말이야. 난처한 것은 최전빈이었지. 그렇게 다정했던 최전빈이 그 일로 강주룡과 말다툼을 했는데, 강주룡은 그 길로 서간도 친정 집으로 돌아왔단다. 참고로 1920년대의 여성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고 강주룡의 행동과 말을 보면 안돼. 강주룡은 늘 당당했단다.

친정 집에서 지내고 있던 어느날 독립군 동지가 찾아왔단다. 전빈이 위독하다는 소식을 가지고 왔어. 그 길로 주룡은 독립군 동지와 함께 전빈이 있는 곳으로 왔어. 하지만 전빈은 이미 회복은 어려웠어. 임종이라도 지킨 것이 다행이라고나 할까. 짧은 강주룡과 최전빈의 결혼 생활은 그렇게 끝이 났단다. 강주룡으로 시댁에 가서 최전빈의 사망 소식을 전했어. 최전빈의 사망 소식에 이성을 잃은 전빈의 부모는 주룡에게 욕하고 마구 때렸어. 슬픔을 이기지 못한 행동으로 이해가 가면서도, 주룡도 불쌍하더구나. 강주룡은 시댁 식구들의 고소로 살인죄로 구치소에 갇히기도 했단다. 며칠 뒤에 풀려나서 다시 친정으로 왔어.

아버지는 차갑게 주룡을 대했고, 아예 서간도를 떠나 다시 한반도로 들어왔어. 사리원이라는 곳에 자리를 잡았단다. 아버지는 주인집 영감에게 주룡을 시집 보내려고 했어. 이에 주룡은 몰래 집을 떠나 도망갔단다. 이제 자신이 스스로 자신의 삶을 만들겠다고 다짐했을 거야.


2.

평양에 도착한 강주룡. 평양 고무 공장에 다니기 시작했단다. 관리인들과 공장장들의 갑질에 한마디 하지 못한 여공들의 삶. 그것이 당연한 듯 생활하던 어느날, 주룡은 우연히 노동조합을 알게 되었단다. 그래서 노동조합에 들게 되고 그들과 함께 노동 운동을 하기 시작했어. 노동 운동을 하는 사람들도 대부분 남자였어.. 그 와중에 몇 안 되는 여성 노동자 강주룡의 일침은, 노동 운동을 하는 남자들에게도 교훈이 되지 않았을까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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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

자료지를 보고 문득 궁금해진 것을 물어본 것이니 마음 쓰지들 마시라요. 실례했습네다. 한데 생각한 것보담두 대답들이 시원찮습네다. 비록 짧은 생각이지마는 내래 여러분의 배우자들은 여러분과 같은 사상을 가졌으리라구 생각하지 않습네다. 해가 저문 시방 이 시각에 여러분은 이 자리에 있구 그네들은 가정을 지키구 있는 탓입네다. 내처 한마디 덧붙이자면 여러분은 그네들의 사상이 어떤지 궁금해본 적두 없을 거입네다. 내심 아녀자의 무학무식이 당연하구, 여러분이 공산자인가 공산주의자인가 하는 거이니 부인도 도매금으루 공산 부인인 거이 당연하다 여기시디요. 이 말이 옳지 않다면 시비 가려주시라요. 틀렸다 하신들 여러분이 부인에겐 이런 배움의 기회를 주지 않고 혼차서 예 와 있는 것은 변하지 않습네다. 부인들께선 아일 적부터 배운 법도대루 남편에게 순종하여 집을 지키고 있는 거이 아닙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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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글을 소리 내어 읽어보았다. 입에 착착 달라 붙고, 북쪽 사투리가 정감이 있으면서도 얼마나 설득력이 있던지강주룡의 이야기를 듣던 이들은 노동운동의 기운을 더 얻지 않았을까 싶구나.

그들의 노동 운동은 자본가들과 경찰들의 강압에 의해 크게 효과를 내지 못했어. 공장주들은 불경기를 이유로 임금을 내리겠다고 했어. 노동자들의 의견은 묻지도 않고 일방적이었지. 강주룡은 안 되겠다 싶었어. 아무도 하지 않았던 노동 운동 방식을 선택했어.

을밀대. 6세기 고구려가 평양성의 내성을 쌓으면서 그 북장대(北將臺)로 세운 것. 그런 을밀대 지붕에 자리를 잡았어. 단식 고공 투쟁을 시작했단다. 체공녀 강주룡은 그렇게 생겨난 말이란다. 결국 강주룡의 이런 투쟁으로 공장주는 임금 인하 계획을 철회했단다. 하지만 강주룡은 이 사건으로 감옥에 갇혔단다. 그리고 병을 얻어 오래 살지 못하고, 30년 남짓 꽃다운 나이에 숨을 거두었단다. 참 안타깝구나.

강주룡은 그렇게 안타깝게 죽었지만, 그의 후예들이 대한민국을 이끌고 있단다. 부당한 처우에 대한 정당한 노동운동은 오늘날도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고, 그런 노동운동을 통해 노동자의 삶의 질은 좋아졌으니, 한 노동자인 아빠도 강주룡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해 본다.


PS:

책의 첫 문장: 오래 주렸다.

책의 끝 문장: 저기 사람이 있다.


시집올 때야 이런 날이 올 줄을 어찌 내다보았으랴. 솔직한 말로 주룡은 나라가 무엇이고 독립은 또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나를 지켜주지도 돌보아주지도 못한 나라가 독립은 해서 무슨 소용인가. 나라의 이름 같은 것은 내 알 바가 아니다, 내 가족이 굶지 않고 춥지 않게만 살면 됐지. 주룡의 생각은 그랬다. 떳떳한 것은 없지만 부끄럽지도 않은 마음이었다. 독립군 바람이 든 어린 서방에게 기어이 가려거든 저를 데려가라 우긴 것도 서방을 이해해서가 아니라 걱정하는 마음에서 그런 것이었다. - P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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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

사실이라는 건 이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것 같아.

그게 그렇게 무서우니까 세상엔 그렇게 많은 거짓말들이 있는 거겠지.

나는 거짓말하는 사람들을 다 이해해. 너무너무 이해해.

나는 지금도 거짓말을 하고 싶어서 미치겠거든.

 

(225)

나는 시현이를 세상 그 누구보다 사랑했지만, 그 아이를 이해할 수는 없었어. 자꾸 내 어린 시절의 모습이 시현이에게 겹쳐 보였거든. 내 아버지는 술주정뱅이였고 어머니는 허드렛일을 하며 나를 키웠지. 스무 살이 되기 전부터 내 학비를 내 손으로 벌면서 살았어. 사는 시현이를 사랑하면서도 한편으론 참을 수 없이 답답한 거야. 저 아이는 좋은 학교에 다니고 과외 선생님까지 있는데 이렇게 쉬운 수학 문제를 틀리다니. 제 방 가득히 책이 있는데 읽지 않다니. 외국에서 온 원어민 선생님에게 영어를 배우는 데 영어가 싫다니. 나는 그 모든 걸 혼자 힘으로 다 해냈는데, 이 아이는 이렇게 서투르다니! 하나도 이해할 수 없었단다. 그래서 나는 화가 났고, 그 아이가 점점 미워졌던 거야. 그래, 나는 그 아이를 사랑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렇게 미워했단다.”

 

(244)

시현이 이모네 집에서 살아보면 어떨까. 나는 시현이네 집에서 살아보았지만 시현이는 이모네에서 산다는 게 어떤 것인지 모른다. 허름함의 첫 충격을 극복하기만 하면 시현은 스마트폰 아니라 그 무엇이라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이곳을 좋아할 것이다. 하루 종일 유튜브를 들여다보며 춤동작을 연구할지도 모른다. 곽은태 선생님 부부가 꿈꾸는 시현의 미래와는 전혀 다른 길로 가게 될지도 모르고, 나는 그런 시현의 미래에 대해 아무 책임도 질 수 없다. 하지만 나는 이 달콤한 무심함을 시현에게 한 숟갈만 떠먹여주고 싶었다. 내가 가진 가장 좋은 것, 최고의 가정에서 자란 시현이 단 하나 가지지 못한 바로 그것, 허술하고 허점투성이인 부모 밑에서 누리는 내 마음대로의 씩씩한 삶 말이다.

 

(269-270)

만약 고양이를 키워도 된다면 나는 시현의 집에서 살 것이다라는 문장은 잠시 다녔던 영어 학원에서 늘 들었던 지겨운 조건법 시험 문제를 떠올리게 한다. If는 최고로 골칫덩어리라서 일단 그것이 달리면 문장의 시제는 4차원 시공간처럼 마구 뒤틀리고 아이들의 미간은 고통스럽게 찡그려진다. 삶에서도 마찬가지다. ‘만일 수학 공부를 열심히 한다면 시현은 강아지를 키울 수 있을 것이다같은 문장이 성립되고 강아지의 이름은 벡터가 되며 약속이 깨지는 순간 강아지는 쫓겨난다. 강아지는 수학과 아무 관계가 없다는 걸 아버지학교가 곽은태 선생님에게 단단히 가르쳐주었을까? 호랑이 같은 눈을 가질 내 고양이에게 나는 결코 그런 이름을 지어주지 않을 것이다.

 

(270)

곽은태 선생님의 반석 같은 어깨 위에서 엉덩이춤을 추며 자랐을 시현을 한없이 부러워한 시간이 있었다. 그곳에서는 도깨비방망이처럼 뚝딱 두드리기만 하면 무엇이든 이루어지는 줄 알았다. 하지만 부모의 어깨 위도 알고 보니 멀미 나게 흔들리는 곳이었다. 이 세상에 흔들리지 않는 어깨는 없다. 그렇게 당연한 사실을 까맣게 몰랐다. 한때 시현이 악마처럼 사악한 아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지만, 그 아이도 나처럼 격렬한 어지러움에 비명을 내지르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 사실을 알고 나서 더 이상 시현을 미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타인의 부러워하는 시선 속에서, 남들은 모르는 어깨 위의 흔들림을 견뎌야 했던 시현이 나보다 더 외로웠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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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강의 철학 입문 - 최강의 진리를 향한 철학 격투
야무차 지음, 한태준 옮김 / 동녘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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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공대 출신인 아빠이지만 철학에 늘 관심을 가지고 있단다. 하지만 철학책은 늘 읽기가 어려워. 그냥 글씨가 써 있으니 읽고, 다 읽고 나서도 뭔 소리인가 하는 경우가 많아. 그러다 보니 철학책 읽기가 꺼려지게 된단다. 그러다가 가끔 쉽게 써진 것 같은 철학책이 눈에 띄면 겁도 없이 관심을 갖게 된단다. 이번에 읽은 <사상 최강의 철학 입문>도 그렇게 알게 된 것이란다.

책 겉표지에 제목이 없었다면, 이 책이 철학책이라는 것을 상상하기는 쉽지 않았을 거야. 마치 만화책 표지와 같았어. 그리고 이 책의 표지와 제목을 보자마자 뜨는 생각은 일본에서 나온 책일 거라는 생각이었는데, 역시 일본 작가가 쓴 책이란다. 겉표지에 그려진 그림이 일본풍인 것도 있었지만, 일본에는 이 책처럼 철학에 관한 책을 쉽게 풀어 쓰려는 노력들이 있는 것 같았어. 아빠가 작년에 읽은 <대논쟁! 철학 배틀>이라는 책도 비슷한 성격의 책이었거든. 겉표지에 그런 그림의 성격도 비슷하고 말이야. 그래서 혹시 지은이도 같은 사람인가 보니까, 지은이는 다른 사람이었단다.

이번에 읽은 <사상 최강의 철학 입문>은 야무차라는 사람이 썼어. 야무차라는 이름은 필명이고, 그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다가 사업을 해서 성공한 사람이래. 작가이자, 경영자이고, 만화가 지망생이라고 하는구나. 그 동안 철학, 과학, 수학 등을 재미있게 설명하는 책들을 만들었다고 하는구나. 이번에 읽은 <사상 최강의 철학 입문>은 말 그대로 철학 입문서란다. 철학이라고 하면 철학자가 꼭 등장하게 돼. 고대부터 현대까지 유명한 서른 한 명의 철학자들을 비슷한 주제로 묶고 그 철학자들이 주장한 내용을 간단하게 소개해 주는 형식으로 되어 있단다. 아빠가 기억력이 좋다면 참 유용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쉽게 썼다고 했지만, 그보다 간단히 요약해서 썼다고 해야 옳을 것 같구나. 각 철학자들의 사상들을 주제별로 엮어서 요약한 그런 책. 기억력이 좋거나, 이 책을 시험공부 하듯이 열심히 공부한다면 이 책에 나온 서른 한 명의 철학자들에 대한 아는 척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하지만 아빠는 한번 정독을 했지만, 기억력은 그리 길지 않아서 이미 누가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구나. 그래서 책의 내용을 설명해 주기는 쉽지 않을 것 같고, 지금까지 주절주절 책이 어떻게 구성된 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 거야.

 

1.

아빠가 책을 읽을 때 쪽지에 메모를 하면서 읽으려고 해. 기억력을 조금이라도 더 보존하기 위한 이유이고, 너희들에게 독서 편지를 쓸 때 도움을 받기 위한 이유이지. 그런데 이 책을 읽을 때는 그런 메모를 하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있었어. 그렇게 메모 없이 책을 읽는 경우도 있거든. 독서 편지를 너희들에게 쓰려고 책을 쭉 훑어봤는데, 이런,,, (많지는 않지만) 메모를 해 둔 게 있더구나. 다시 한번 아빠의 기억력에 대실망. 아빠는 분명 메모를 한 기억이 전혀 없었는데 말이야. 나이를 먹으면 진짜 기억력은 급속도로 감퇴하는 슬픈 현실을 받아들여야 하는지더 나이 먹기 전에 열심히 읽고 열심히 너희들에게 이야기를 해주어야겠구나.’

진리란 무엇인가. 결국 철학이라는 것은 진리를 찾아가는 길이 아닐까 싶구나. 그럼 진리는 것이 무엇인가. 절대적인 진리가 있을까. 철학자들도 주장이 서로 달랐어. 인간이 다다를 없는 절대적인 진리가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고, 진리는 상대적인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었어. 프로타고라스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상대주의 일인자라고 했어. 절대적인 진리가 있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어. 인간이 만물이 척도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고 했어. 사람들마다 진리가 다르다고 했어. 어떻게 생각하면 유연한 것 같지만, 위험한 발상일 수도 있었지. 당시 프로타고라스의 상대주의가 온 세상을 점령하고 있어서 반대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었는데 용감하게 반대의 목소리를 낸 사람이 바로 소크라테스였단다. 소크라테스는 절대 진리가 있다고 주장했고, 자신을 모르는 것을 인정하고 시작해야 한다고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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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우선 자신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네!”

이것이 소크라테스의무지의 지의 진정한 의도다. 결국 그는 특별히 무지를 자각하고 있는 자신이 위대하다고 겸허함을 자랑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다. 그는 무지를 자각해야만진리를 알고 싶다는 강한 열망이 가슴 속에서 끓어오른다고 모두에게 알리고 싶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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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유명한 정치인들과 철학자들과 대화를 통해 그들의 모순을 이끌어냈어. 요즘 말로 하면도장 깨기를 했다고 해야하나. 그런 소크라테스는 다른 이들에게 미움을 사서 결국 억울한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지.

기독교가 등장하고 나서는 오랫동안 절대 진리를 주장하는 이는 없었어. 그러다가 중세를 지나 데카르트가 출현했지. 최근에 아빠가 데카르트를 자주 이야기하게 되는구나. 얼마 전에 읽은 수학책을 이야기하면서 이야기를 두어 번 했었는데오늘은 수학자가 아닌 철학자로서 데카르트야. 데카르트는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말로 유명한데, 너희들도 이제 조만간 학교에서 배우게 되지 않을까 싶구나. 그가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의심할 수 없는 진리를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하는구나.

책은 이렇게 진리를 찾아가는 철학자들의 이야기를 꼬리에 꼬리를 무는 식으로 이야기하고 있어. 아빠가 앞서 이야기한 프로타고라스, 소크라테스, 데카르트로 시작하는 진리의 진리라는 이야기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홉스 등으로 이어지는 국가의 진리에 관한 이야기. 에리쿠로스, 예수 그리스도 니체 등이 출현하는 신의 진리에 관한 이야기. 헤라클레이토스, 파르메니데스, 데모크리토스, 뉴턴 등이 출현하는 존재의 진리 이야기이렇게 크게 4가지로 구성되어 있단다.

그 중에 아빠가 가장 관심이 갔던 분야는 국가의 진리에 관한 글들이었어. 국가가 필요하다는 것은 아빠도 인정해. 법의 테두리로 아빠의 신변을 보호해 줄 수 있으니까 말이야. 하지만 국가의 권력이 국민들의 신변을 위협하고 희생을 강요하는 경우를 역사 속에서도 현실에서도 볼 수 있는데, 그것을 보면서 과연 국가는 왜 존재해야 하고 어떤 국가가 가장 이상적인 국가일까? 하는 생각을 평상시에도 자주 했었거든. 국가를 리바이어던이라는 가상 괴물로 정의 내린 홉스의 이야기에 많이 공감이 갔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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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

“타자를 죽이는 자유를 포기한 보상으로 안전을 얻는다. 다시 말해 국가란 개인의 자유를 포기해서 손에 얻은 안전보장 체계다.”

홉스는 <리바이어던>이라는 책에 이런 말을 썼다. 리바이어던이란 성서에서 나오는 무서운 짐승의 이름으로, 절대적인 공포의 대상이다. 홉스는 리바이어던의 모습이야말로 국가의 본질이라 생각했다.

, 인간의 끝없는 파멸적인 욕망을 제한하기 위해 인간은 스스로 리바이어던(국가, )이라는 가상 괴물을 만들어 그 괴물을 두려워하고 복종함으로써 어쨌든 서로 죽이지 않고 살아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안전보장 체계가 국가의 정체라고 홉스는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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홉스라는 사람은 이름만 알고 있던 사람이었는데, 이 책을 통해서 그의 사상을 조금이라도 알게 되어 좋았단다. 아빠가 그의 저서를 읽을 철학적 역량을 갖추지는 못했지만, 한번 읽고 보고 싶다는 생각도 살짝 들었어.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이 책에 서른한 명의 철학자들(사실 과학자들도 일부 포함되었어.)을 한 명씩 이렇게 정리해서 이야기하면 좋겠지만, 아빠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아. 이 책에 관해서는 이 정도로만 하고, 너희들이 좀 더 커서 이 책을 읽을 수준이 되면 그때 책을 통해 직접 서른한 명의 철학자를 만나기를 바란단다.

오늘은 이만메리 크리스마스.

 

PS:

책의 첫 문장: 철학을 처음 접하는 분이나 철학을 배우려고 했지만 몇 번이나 좌절했던 사람을 위한 입문서가 있으면 좋겠어요..

책의 끝 문장: 끝으로 이 책을 제 둘째와 잭 한마씨에게 바칩니다..


‘신화’라는 절대적인 가치관이 붕괴된 시대에 상대주의를 대표한 철학자가 프로타고라스다. 그는 "인간은 만물의 척도다"라고 주장했다. - P27

샤르트르는 "인간은 자유라는 형벌을 받고 있다"라고 말한 철학자로도 유명한데, 그는 왜 ‘자유를 형벌’이라고 했을까? 일반적으로 자유라고 하면 모두가 추구하는 훌륭한 상태를 말한다. 그러나 사르트르는 그렇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는 자유를 다음과 같이 해석했다.
"자유란 무엇이 올바른지 알지 못하는데 알아서 하라며 내팽개쳐진 불안정한 상태를 말하네." - P85

동양은 왜 역사에 그런 대략적인 방식을 취했을까? 동양에서 역사란 영원히 돌고 도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만약 시간에 끝이 없고 역사가 영원히 계속된다면 몇만 년 전 아주 오래전부터 같은 일은 몇 번이고 되풀이됐을 것이고, 앞으로 몇만 년 후 미래에도 몇 번이고 되풀이될 것이다. 어떤 남자가 여성에게 빠져 멸망하는 일은 몇만 년 전에 존재했던 남자도 겪었고, 몇만 년 후의 남자도 겪을 것이 분명하다. 다시 말해 시간이 움직이고 장소가 바뀌어도 인류의 일상은 바뀌지 않는다. - P96

니체는 자신의 저서에서 종말의 시대, 즉 모든 가치관이 붕괴된 세계를 사는 종말인이라 불리는 자의 모습을 묘사한다. 종말인이란 그 무엇도 목표하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을 말한다. 그들은 그저 건강과 좋은 잠자리만을 원하며, 원만하게 인생을 보내기 바라는 평범하게 살아갈 뿐인 존재다.니체는 가까운 시일에 신이 죽은 세계가 도래하고 종말인이 나타날 것이라고 백 년도 훨씬 전에 예언했다. 이런 종말인의 삶이 현대를 사는 우리와 정말 다를까. - P274

이러한 관점으로 생각해보면, 만약 당신에게 결코 양보할 수 없고 가장 소중한 ‘가치가 있는 무어가’가 존재한다 해도 당신이 죽으면 그 존재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당신이 바라보는 세계는 당신 특유의 가치로 재단한 세계이며, 이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당신 특유의 가치로 재단한 존재다. 그렇기 때문에 당신이 없는 세계는 당신이 생각하고 있던 세계 그대로 결코 존재하지 않고 지속되지도 않는다.
존재란 그 존재의 가치를 발견하는 존재가 있어야 비로소 존재하기 때문이다. - P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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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9-12-24 18: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bookholic님, 2019년 서재의 달인 북플마니아 축하드립니다.
올해도 좋은 이웃이 되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크리스마스 되세요.^^

bookholic 2019-12-25 01:25   좋아요 0 | URL
서니데이님도 2019년 서재의 달인 북플마니아 되신 거 축하합니다~~
그리고 때마다 인사해 주셔서도 감사합니다... 복 받으실 거예요^^
서니데이님도 즐거운 크리스마스 되시고,
내년에도 좋은 글들 부탁드려요... 좋은 이웃 되어 주시고요...
늘 행복하세요~~~
 
귀신나방
장용민 지음 / 엘릭시르 / 2018년 9월
평점 :
절판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장용민이라는 분의 <귀신나방>이라는 책을 읽었단다. 아빠가 장용민님의 책을 읽은 건 이번이 두 번째였단다. 첫 번째 읽은 책은 <궁극의 아이>라는 책인데, 읽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구나. 우리나라에도 이런 장르 소설을 이 정도로 흥미진진하게 쓰는 작가가 있다니 말이야.. 당시 읽었던 <궁극의 아이>는 이야기가 얽히고 설켜서 줄거리 이야기해주기 힘들었던 기억이 있구나.

이번에 읽은 <귀신나방>이라는 소설도 스토리텔링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단다. 다만, 아빠가 군대에 있을 때 읽었던 <모레>라는 소설과 살짝 모티브가 같아 보였고, 약간은 예상되는 반전이 있었어. 하지만 전체적으로 재미있었단다. 소재도 기발했고, 이따가 이야기하겠지만 예전에 <녹색평론> 등 다른 책에서 읽었던 미국 연방준비은행의 강력한 파워의 진실도 알 수 있었어.

1.

오토 바우만이라는 유태인이 있었어. 때는 1960년대. 장소는 미국. 오토는 뮤지컬을 감상하고 있는 어떤 열일곱 살 소년을 총으로 죽였단다. 오토는 그 자리에서 경찰에 잡혔고, 사형 선고를 받았지만, 그의 눈에는 드디어 일을 해냈다는 성취감을 보이고 있었단다. 열 일곱 살 소년을 무자비하게 죽은 오토 바우만. 그는 어쩌다 그런 흉악한 범죄를 저지르게 되었을까.

오토 바우만의 지난 날을 이야기해줄게. 오토 바우만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독일에서 연합군의 시설 복구팀으로 일하고 있었어. 그에게는 슬픈 과거가 있었단다. 아우슈비츠에서 모든 가족을 잃고 혼자 살아남았던 거야. 오토는 연합군 비밀조직 아디 헌터의 마커스 소령의 통역을 우연히 도와주었다가 팀원이 되었단다. ‘아디 헌터라는 비밀 조직의 임무는 바로 진짜 히틀러를 찾는 일을 있다고 했어. 뭐라고? 히틀러라고? 독일 어느 한 벙커에서 죽은 히틀러는 진짜가 아니라는 거야. 그 사람은 가짜 히틀러이고, 진짜 히틀러는 어딘가 생존해 있다는 거야. 당시 실제로 그런 소문들이 있었나? 아무튼 아우슈비츠에서 가족을 모두 잃은 그였으니 히틀러는 철천지원수였어.

아디 헌터의 팀장은 마커스 소령으로 그들은 비밀리에 임무를 수행하다가 1949년 재정적인 이유로 팀이 해체되고 말았단다. 결국 진짜 히틀러의 정체는 밝혀내지 못했단다. 마커스 소령의 도움으로 오토는 미국으로 이민을 왔단다.

2.

비록 팀은 해체되었지만, 오토는 여전히 히틀러의 뒤를 쫓고 있었어. 그에게 히틀러는 한 세상에 같이 존재할 수 없는 존재니까아디 헌터에 있으면서 가지고 있던 정보들을 가지고 뒤를 쫓았지. 큰 성과 없이 시간이 지나갔어. 그는 경찰이 되었어. 1962년 우연히 아디 헌터의 옛 멤버들을 알아보다가 마커스 소령을 빼고 모두 의문사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오랜만에 마커스 소령을 만났는데, 그 자리에서 마커스 소령도 괴한의 습격을 받아 죽고 말았단다. 죽기 전에 마커스 소령이 한 이야기…. “애덤 휘슬러를 찾아라.” 그 다음 이야기도 하지 못하고 죽고 말았어.

마커스 소령은 어떤 비밀을 말하려던 것일까. 당연히 히틀러와 관계된 이야기였겠지. 오토 바우만은 애덤 휘슬러라는 사람이 히틀러와 연관성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린츠라는 시골 마을에서 애덤 휘슬러라는 사람을 찾는 광고를 냈어. 오토는 그 시골 마을을 갖고, 그곳에 얼마 전까지 애덤 휘슬러가 그곳에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 애덤 휘슬러는 외지에 온 마음씨 착한 청년인 것처럼 마을 사람들의 마음을 샀지만, 이에 이간질을 시켜 조용한 시골 마을을 풍비박산으로 만들었어. 서로 살인을 하게 말이야. 그들을 이간질 시킨 근본적인 것은 바로 자본주의의 본질을 이용한 것이었어.

오토 바우만은 애덤 휘슬러를 쫓기 시작했어. ? 그가 바로 그니까 말이야. 무슨 소리냐고? 그게 바로 장용민 작가가 이번 소설에게 선보인 비장의 카드라고 할 수 있단다. 아주 핵심적인 내용이라서 스포가 될까 이야기를 하지 말아야 하겠지만, 이 소설을 읽는 이라면 소설의 앞부분부터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있단다. 지은이도 그 사실을 크게 숨기지 않았어. 읽는 이로 하여금 애덤 휘슬러가 바로 히틀러라는 것을 눈치채게 되어 있지.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은 아우슈비츠에서 생체실험을 했어. 너무 잔인한 짓이었지. 그리고 그 생체실험을 통해서 위험한 실험이 성공시켰단다. 뇌를 다른 사람에게 이식하는 실험. 무슨 이야기인지 알겠지? 히틀러의 뇌를 애덤 휘슬러라는 사람의 몸에 이식을 했던 거야. 물론 수술을 하고 나면 후유증으로 한창 동안 괴로워 한단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휘슬러라는 사람의 몸에 적응을 하게 되면 생활하는 데 큰 지장이 없었어. 늙은 몸은 버리고 아주 쌩쌩한 젊은이의 몸을 얻었으니…. 그리고 생존해 있는 그의 옛 측근들도 몰래 다시 모여들었어. 그렇게 미국 내에서 세력을 만들어갔지.

….

미국에 정착한 애덤 휘슬러, 아니 히틀러가 노리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자신이 못다 이룬 꿈을 실현하는 거야. 완전한 세계를 만드는 것. 어떻게? 자본주의로 말이야. 미국식 자본주의를 점령하는 것이란다. 그렇기 위해서 그는 연방준비은행에 접근을 했단다. 이름과 달리 연방준비은행은 정부 소속이 아니고 철저하게 사기업과 같은 조직이었단다. 그런 조직이 미국, 나아가 전세계의 경제를 쥐락펴락 하고 있는 거야. 연방준비은행의 권한을 억제하려는 대통령들이 있었는데, 그들 중 의문의 죽음을 당한 사람들도 있다고 이야기들은 적 있단다. 그 배후에 연방준비은행이 있다는 썰도 있어. 그렇게 죽은 대통령 중에는 바로 케네디 대통령도 있었다.

감 잡았지? 이 소설에 케네디 대통령의 암살 장면도 나온단다. 히틀러가 애담 휘슬러의 몸에 들어갔고, 애담 휘슬러가 연방준비은행의 최고 수장인 밀턴에게 신임을 얻게 되고, 미국의 대통령을 제거하는 거지. 이보다 미국을 접수하기 위한 가장 좋은 시나리오가 어디 더 있겠니?

….

3.

이야기는 그런 줄기를 가지고 흘러간단다. 연방준비은행의 수장이었던 밀턴도 늙고 병든 노인이었는데, 애담 휘슬러가 어떻게 그를 꼬셨겠니? 바로 뇌이식이겠지그런 늙은이의 뇌를 가진 젊은이는 두 명이 되겠지. 아참, 애담 휘슬러는 20대 청년인데, 소설의 시작 부분에서 오토가 히틀러라고 죽인 이는 열일곱 살 소년이었잖아. 어떻게 된 거냐고? 몇 년 전에 사실 오토가 애담 휘슬러을 드디어 찾아내서 죽였단다. 죽였다고 생각했지. 하지만 그의 총은 그의 뇌를 겨냥하지 않았던 거야.

이해하겠지? 다시 다른 사람의 몸으로 갈아 탄 것이야. 이 사실을 나중에 눈치챈 오토가 다시 추격을 했고, 그렇게 알아낸 이가 열일곱 살의 소년이었던 거야. 결국 가족들의 복수에 성공한 오토 바우만. 이번에는 정확하게 뇌에 총을 쏘았지. 비록 사형을 당했지만, 행복하게 죽을 수 있었어.

... 오토가 죽은 후 또 한번의 반전이 일어난단다. 오토가 죽인 뇌는…. (누구였을까?)

아빠가 거의 끝까지 다 이야기해주었구나. 완전 스포일러. 나중에 너희들이 이 글을 읽을 때는 이 소설을 읽고 난 다음이기를 바라며 오늘은 이만 마칠게.

이 책의 제목 귀신나방은 아래와 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는 나방이라고 책에 나와서, 진짜 있는 곤충인줄 알았는데, 아니라는구나. 지은이가 만들어낸 곤충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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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 귀신나방이라고 들어봤나?”

그놈들은 천둥이 가까워오면 약속이나 한 것처럼 한 나무에 내려앉는다. 그러면 놀랍게도 그 나무에 벼락이 치는데, 녀석들은 벼락을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기에 마지막 순간 죽음을 향해 비행한다. 우기가 끝나면 아침 햇살과 함께 부화한 유충들이 나타나 어미가 생을 마감했던 나뭇등걸로 모여든다. 그곳에 둥지를 틀고, 또다시 반복될 생애 가장 아름다운 죽음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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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책의 첫 문장 : 날이 저물고 있었다.

책의 끝 문장 : 기억상실증이라는 칵테일에 취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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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23 11: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2-24 14:3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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