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리 4 : 리플리를 따라간 소년 리플리 4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지음, 홍성영 옮김 / 그책 / 201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리플리> 4권을 읽었단다. <리플리> 시리즈 5권을 아빠가 연달아 읽고 있지만, 퍼트리샤 하이스미스는 이 시리즈를 완성하는데 1955년부터 1991년까지 36년이 걸렸다고 하는구나. <리플리> 4권은 1980년에 출간되었구나. 꽤 오래된 소설이구나. 책소개를 다시 읽어보니 리플리가 현대 문학사에서 가장 카리스마 넘치는 사이코패스로도 부른다고 하는구나. 카리스마와 사이코패스를 같이 쓸 수 있다니독특한 캐릭터는 독특한 캐릭터야.

3권까지의 책을 읽어보면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그런데 4권에서는 조금 변한 모습을 볼 수 있어. 범죄를 저지른 소년을 감싸는 행동을 보였어. 범죄를 저지른 이를 감싸는 행동이 착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읽다 보면 리플리가 선한 이인가? 싶은 생각마저 들었단다. 3권부터 그런 조짐이 조금씩 보였는데 말이야. 리플리가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하는 생각도 들었단다.

 

1.

그럼 줄거리를 짧게 이야기해줄게. 미국 식료품업계 재벌 존 피어슨이라는 사람이 벼랑에서 추락해서 죽은 사고가 일어났단다. 존 피어슨은 평생 휠체어 생활을 하는 장애인이었지만, 사업 수완이 좋아서 업계 최고의 재벌이 될 수 있었어. 그가 벼랑에서 떨어져 죽은 것이 자살인지 타살인지 또는 실수에 의한 사고인지 확실치 않았는데, 결국 사고사로 잠정 결론지어졌단다. 그에게 두 명의 아들이 있었는데, 큰 아들은 조니이고 둘째 아들은 프랭크였어. 사고가 일어나고 난 후, 둘째 프랭크가 사라졌는데, 형의 여권을 가지고 프랑스로 잠적을 했단다. 언론에서는 아버지의 죽음에 충격을 받은 둘째 아들이 잠적한 것으로 보고 있었어.

하지만, 사실은 달랐단다. 프랭크가 아버지를 벼랑으로 밀어 버린 것이란다. 그리고 프랭크가 프랑스로 온 이유는 바로 톰 리플리를 만나러 온 거야. 서로 알고 있는 사이는 아니고, 프랭크는 예전 신문 자료 등에서 톰 리플리의 존재를 알고 있었고, 의문의 죽음들 곁에 톰 리플리가 있었지만, 그는 범인이 아니다그런 기사를 통해서 톰 리플리에 묘한 존경심마저 일었던 거야. 프랭크는 가명으로 톰 리플리를 찾아왔지만, 존 피어슨 사고와 프랭트의 잠적을 뉴스로 접한 뒤여서 인지 톰은 곧 그가 프랭크라는 것을 알아챘어.

프랭크도 톰 리플리 앞에서 숨길 것이 없다고 생각했는지 자신의 범행 사실을 이야기했단다. 자신이 아버지를 벼랑에서 밀어서 죽였다고톰은 마치 자신의 옛모습을 보는 듯했어. 프랭크를 도와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사고 당시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것은 완전범죄가 될 수 있으며, 프랭크에게 안심하고 자연스럽게 행동하라고 했단다. 미국으로 돌아가라면서 자기 돈을 써가며 가짜 여권도 만들어주었어.

 

2.

형 조니는 자신의 여권이 프랑스에 발견되어 동생을 찾으러, 사설탐정과 함께 파리로 날아왔단다.

톰 리플리는 프랭크를 설득해서 미국에 돌아가도록 했지만, 아직 마음에 확신을 하지 못한 프랭크에게 베를린 여행을 제안하고, 베를린 여행 다음에 프랑스로 돌아온 후 미국으로 가기로 했어. 그런데 베를린에서 프랭크가 납치범들에게 납치를 당했어. 납치범들의 순전히 프랭크의 몸값을 받아내려는 놈들이었어. 톰은 파리에 도착한 조니와 사설탐정인 셜로와 연락해서 프랭크의 납치 소식을 알려주었고 그들과 함께 프랭크를 구하기로 했어.

납치범들로부터 전화가 왔어. 거금을 요구하는 것이었어. 그런데 납치범들은 아마추어였단다. 프로급의 사이코패스인 톰 리플리를 상대할 수준이 아니었지. 약속한 거금을 들고 톰 리플리는 약속장소에 나갔다가 납치범들 중 한 명이 혼자 오는 것을 보고, 몰래 그를 죽였단다. 납치범들이 여럿이라 한 명이 죽었다고 그들이 돈을 포기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어. 납치범들은 다시 연락이 왔어. 두 번째 약속에서는 톰 리플리가 여장까지 하면서 그들의 아지트까지 쫓아가서 프랭크를 구출하게 된단다. 돈도 잃지 않고..

프랭크를 데리고 프랑스로 돌아왔어. 형 조니와 셜로를 만나 프랭크를 인계했단다. 톰 리플리는 왜 그렇게 프랭크를 도와주려고 했을까. 자신의 불우한 어린 시절이 떠올랐던 것은 아닐 거야. 프랭크는 부잣집 아들이었으니까아무래도 자신의 후계자로 키우려는 마음이 있지 않았을까. 잘만 궁리하면 완전범죄는 언제든 가능하다는 것을 프랭크에게 일깨워주려고? 이번에는 처음이라서 불안하지만, 두 번째부터는 좀더 쉽다고 말이지참 무서운 사람이구나.

톰 리플리는 끝까지 프랭크를 감쌌단다. 프랭크가 미국에 같이 가 달라는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어. 미국 고향으로 돌아온 프랭크.. 그런데 톰이 생각했던 것보다 프랭크는 정신력이 강하지 않았어. 계속 아버지를 죽인 것에 죄책감과 자신의 삶에 대한 자괴감 같은 것을 가지고 있었어. 결국 아버지가 죽은 벼랑에서 자살을 시도했단다. 그것을 눈치챈 톰 리플리가 극적으로 막았고, 톰 리플리는 프랭크에게 안심시키고 설득시켰어. 프랭크가 어느 정도 안정을 찾는 것 같아, 안심한 리플리하지만 프랭크는 리플리가 될 수 없었단다. 결국 그는 죄책감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을 했단다. 그런 프랭크를 본 리플리의 마음은 어땠을까? 그가 마음먹으면 사람을 죽일 수도, 사람을 살릴 수도 있다고 생각했을 텐데그 마음에 큰 흠집이 나지 않았을까. 반성하고 자신의 범죄들을 자수하면 좋으련만이 똑똑한 사이코패스는 5권에서 어떤 이야기를 하며 마무리를 지을까. 과연 그의 저지른 범죄들이 만천하에 드러날런지

5권도 이야기도 해줄게

 

PS:

책의 첫 문장 : 톰은 소리를 최대한 죽이고 마룻바닥을 기어서 욕실 문간을 지나 가만히 귀를 기울였다.

책의 끝 문장 : 프랭크에게 시간은 이제 더 이상 아무 의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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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

우리는 우리만의 천국과 지옥을 만들어요. 그는 일이 나쁘게 돌아가는 것처럼 보일 때도 우리가 처한 상황에 생각을 적용해서 상황을 바꾸어나갈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우리가 지옥에 있다면 그것은 우리 잘못이에요. 밀턴이 그 글을 썼던 시기에는 급진적인 생각으로 보였겠죠. 악마는 모든 것을 예정하는 하느님을 믿는 대신, 어떤 면에서는 우리가 스스로의 신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으니까요. 그건 운명에 대한 결정권을 갖지 못하고 정해진 운명을 따르는 피창조물을 넘어서서 스스로를 창조할 수 있는 특권을 부여하는 거죠.


(198)

너무 이상해. 헬레가, 말한다. 제대로인 게 아무것도 없어. 우리 어렸을 때 기억나, 비트? 상황이 아무리 나빴어도 우린 늘 똘똘 뭉친 팀이었잖아? 나는 계속 그 천이. 펠트가 기억나. 스웨터나 뜨개질 조각에 비누칠을 해서 계속 비비다보면 실이 줄줄이 뒤섞이면서 도저히 풀 수 없는 하나의 덩어리가 되잖아. 그런데 지금 우리는 각자 자기 멋대로 뜨개질을 하는 수백만 명의 미친 사람들 같아. 이 남자는 벨트를 만들고, 이 여자는 자기가 냄비 장갑이나 뭐 그런 걸 만들고 있다고 생각해. 그래서 우리는 역사상 가장 크고 흉하고 거지 같은 담요를 갖게 되었는데, 그걸로는 우리를 다 덮을 수도 따뜻하게 할 수도 없는 거야. 헬레는 말을 멈추고 웃더니 나지막이 혼잣말을 한다. 참 지랄맞은 비유다. 헬레.


(247-248)

비트는 각진 얼굴에 주먹이 다부진 건장한 아이들을 바라본다. 가장 오래된 유토피아주의자들이야. 언젠가 해나가 추수를 도와주러 온 아미시 남자들을 보며 말했었다. 저 사람들은 그들이 믿는 가장 완벽한 삶을 몇 세대에 걸쳐 살고 있어. 비트는 동물 고기로 만든 음식과 힘든 노동, 엄청난 대가족, 얌전한 드레스를 입은 여자 사촌들을 상상한다. 늘 가족과 함께 살면 얼마나 안심이 될까. 나와 닮은 사람들,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행동을 하고, 같은 신 고통을 줄 만큼 화를 내고 선물을 줄 만큼 사랑을 하는 신, 내가 속삭이는 모든 비밀을 다 귀담아들을 수 있을 만큼 커다란 귀가 있는 신, 나 자신을 비우고 나의 삶으로, 무한히 더 가벼운 삶으로 돌아가게 해줄 그런 신 을 사랑하고 두려워하는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얼마나 안심이 될까. 그는 그가 평생 알지 못했던 무언가를 잃어버린 상실감을 느낀다.


(280-281)

그는 학교에서 암실을 청소하며 그의 꿈은 어디로 간 것인지 생각해본다. 그리 큰 꿈도 아니었다. 짊어지고 가기에 그리 무거운 꿈도 아니었다. 아르카디아에서 받은 유산 하나는 그가 추구하는 행복이 세상의 행복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의 야망이란 그저 안전, 안정, 음식과 쉴 곳과 돈이 넉넉한 생활, 책과 사랑, 예술을 통해 진실을 추구할 수 있는 사치, 그 정도였다. 더 깊이 바라보는, 공감으로 곧자 이어지는 길을 걷는 사치. 그것은 충분히 얻을 수 있는 것들로 보였다. 도시에서, 재능 있는 수많은 예술가들이 있는 곳에서 그의 조용하고 느린 추구는 야망 없음의 한 형태로 간주되었다. 그리고 그나마 그것조차 헬레가 떠난 후엔 사라졌다.


(409)

둘 다 갖길 원하면 실패하게 되어 있어. 글로리가 말한다. 그녀가 비트를 쳐다본다. 난 당신들이 여기 살던 때를 기억해요. 우리 가족들 사이에서도 큰 논쟁거리였죠. 어떻게 할 것인가를 놓고요. 우리는 공포에 질린 채 지켜봤어요! 나체족, 마약, 요란한 음악! 당신네들은 아기들 같아서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었어요! 밭을 갈 줄도 몰랐죠. 우리는 당신들이 굶게 내버려둘 수 없었어요. 마침내 우리는 회의를 열고 당신들이 먹고살 수 있을 정도로만 도와주자고. 그러다 스스로 해체되도록 내버려두자고 의견을 모았어요. 그리고 당신들이 결국 해체되었을 때, 우리 중에는 우리가 아주 현명했다고 느낀 사람들도 있었죠. 자유가 너무 많으면 공동체는 썩기 마련이에요, 그것도 아주 빨리. 그게 아르카디아의 문제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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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류시화 지음 / 더숲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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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읽기만 해도 힐링이 되는 류시화님의 산문집을 읽었단다. 류시화님은 시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아빠는 류시화님의 산문들을 시보다 좋아한단다. 그의 글들을 읽다 보면, 위로가 되고 격려가 된단다. 그의 산문집에 가장 좋았던 것은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였어. 이번에 읽은 산문집은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만큼은 아니었지만, 역시 류시화님이라는 생각이 들었단다.

이 책 역시 여러 산문들을 모아 놓았는데, 책 제목은 산문들 중의 하나인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로 했단다. 제목을 읽고 곰곰이 생각해 봤어. 지금 안 좋은 일이 일어났다고 해도 결국 그것이 좋게 변할 수도 있다는 뜻. 그러니 실망하지 말라는 이야기힘든 일이 닥칠 때나, 회사 일로 곤궁에 빠졌을 때, 이 말을 명심해야 했구나. 류시화님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파도는 그냥 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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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삶의 여정에서 막힌 길은 하나의 계시이다. 길이 막히는 것은 내면에서 그 길을 진정으로 원하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우리의 존재는 그런 식으로 자신을 드러내곤 한다. 삶이 때로 우리의 계획과는 다른 길로 우리를 데려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길이 우리 가슴이 원하는 길이다. 파도는 그냥 치지 않는다. 어떤 파도는 축복이다. 머리로는 이 방식을 이해할 수 없으니 가슴은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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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류시화님의 산문집들을 보다 보면 다른 사람들의 명언을 잘 인용하신단다. 자신의 글의 흐름에 썩 어울리는 명언들 말이야. 이런 명언들은 어디서 다 찾아내는 것일까. 평상시에 책을 읽다가 좋은 구절들을 적어 놓으실까. 궁금하더구나. 이번 책에서도 여러 좋은 명언들을 많이 인용하셨고, 아빠는 다시 그 글들을 발췌해 보았단다. 그 중에 몇 개를 너희들한테도 이야기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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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41)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에 대해 페라이어는 가슴 시린 해석을 내린다.

많은 학자들이 <월광 소나타>는 달빛과는 상관없다고, 사람들이 만들어 낸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한 경매에서 이 곡을 작곡하기 직전 베토벤이 쓴 에올리언 하프를 사야겠다는 메모가 발견되었다. 바람이 하프의 현에 닿아 소리를 만들면, 바람의 신 아이올리스가 음악을 연주하고 있다고 생각되는 것이 에올리언 하프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젊은 연인이 세상을 떠나면 달빛만 있는 행성에 간다는 전설이 있다. 이들이 사는 고독한 섬과 같은 슬픔이 에올리언 하프를 울려 우리에게 전달된다는 생각을 베토벤은 <월광 소나타>에 담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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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영적 교사 페마 초드론은 말한다.

안전하고 확실한 것에만 투자하는 데 관심이 있다면 당신은 행성을 잘못 선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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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미국 시인 마야 안젤루는 썼다.

사람들은 당신이 한 말과 당신이 한 행동을 잊지만, 당신이 그들에게 어떻게 느끼게 했는가는 잊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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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180)

소설가 보르헤스는 썼다.

우리 삶을 스쳐 지나가는 모든 이들은 각각 특별한 존재이다. 누구든 항상 그의 무언가를 남기고, 또 우리의 무언가를 가져간다. 많은 것을 남긴 사람도 적은 것을 남긴 사람도 있지만, 무엇도 남기지 않고 지나가는 사람은 없다. 이것은 누구든 단순한 우연에 의해 만나게 되는 것이 아니라는 분명한 증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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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

티베트 속담은 말한다.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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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사람마다 다르긴 하지만, 아빠는 걱정이 많은 편이란다. 우리가 하는 대부분의 걱정이 한달 이상 가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위에서 이야기한 티베트 속담처럼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다는 것도 알고 있단다. 하지만, 아빠의 본성 때문인지 아빠의 유전자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아빠는 걱정을 많이 편이고, 걱정거리가 생기면 잠도 잘 못 자곤 한단다. 그런 아빠에게 도움이 되는 이야기가 한편 있었단다. 집 앞에 걱정을 걸어 두는 나무에 관한 이야기란다. 예전에 너희들과 함께 읽었던 동화 <걱정을 걸어 두는 나무>가 생각나기도 하는 이야기인데, 그것과는 다른 이야기란다. 어떤 사람의 집 앞에 나무가 하나 있다고 했어. 그 나무는 걱정을 걸어두는 나무인데, 회사에서 생각 걱정을 그 나무에 걸어두고 집에 들어간다는 거야. 그리고 다음날 다시 회사에 갈 때 가지고 가고 말이야. 그런데, 신기하게도 밤새 바람에 걱정이 많이 날아갔다고책의 내용을 그대로 다시 적어둘 테니 한번 읽어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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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125)

, 이 나무는 걱정을 걸어 두는 나무입니다. 일하면서 문제가 없을 수 없다는 걸 압니다. 하지만 그 문제들을 집 안의 아내와 아이들에게까지 데리고 들어갈 순 없습니다. 그래서 저녁때 집에 오면 이 나무에 문제들을 걸어 두고 들어갑니다. 그리고 아침에 다시 그 문제들을 가지고 일터로 갑니다. 그런데 아침이 되면 문제들이 밤사이 바람에 날아갔는지 많이 사라지고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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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가끔 회사에서 문제가 생기면 수심 가득한 얼굴로 집에 올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이 이야기를 생각해야겠구나. 우리는 아파트에 사니까 현관문 앞에 나무는 없지만, 다르게 생각해 보지 뭐.. 현관문 앞에 걱정을 벗어서 잘 쌓여 놓고 집에 들어오는 것으로 말이야. 그리고 다음날 아침 다시 걱정을 들고 회사로 간다고 말이야. 간혹 늦잠을 자서, 급하게 출근을 하다가 걱정을 챙기지 못하고 회사로 가면 더욱 좋고 말이야.

류시화님은 한 권의 책을 끝내면 꼭 여행을 가신다고 하는구나. 이번에는 인도로 가신다고 했어. 류시화님의 책을 많이 읽은 이들은 알겠지만, 류시화님은 인도에 관한 책들을 많이 쓰셨는데, 다음 이야기도 인도와 관련된 책일까 기대되는구나. 다음 책이 어떤 책이 되든 또 기다려보자꾸나.


PS:

책의 첫 문장 : 티베트 고원에 우뚝 솟은 카일라스산은 여러 종교의 성지로, 만년설 덮인 산 정상에 시바 신이 산다고 사람들은 믿어 왔습니다.

책의 끝 문장 : 원하는 것을 말씀해 주시면 구해 가지고 오겠습니다.


경험을 통해 스스로 가짜와 진짜를 알아보는 눈을 갖는 일은 어떤 조언보다 값지다. 직접적인 경험을 통해 자신의 판단력을 갖게 된 사람은 남을 의심하거나 절망하느라 삶을 낭비하지 않는다. 다만 자신의 길을 갈 뿐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이 그 길에 이르는 과정을 섣부른 충고나 설익은 지혜로 가로막지 말아야 한다. 경험하지 않고 얻은 해답은 펼쳐지지 않은 날개와 같다. 삶의 문제는 삶으로 풀어야 한다. - P22

삶은 설명을 듣는 것이 아니라 경험하는 것이다. 경험은 우리 안의 불순물을 태워 버린다. 만약 그 친구가 필요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면 랑탕 트레킹은 내 혼에 그토록 깊이 각인되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그때 그 길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믿는다. 경험자들의 조언에 내달려 살아가려는 나를 직접 불확실성과 껴안게 하려고. 미지의 영역에 들어설 때 안내가 아니라 눈앞의 실체와 만나게 하려고. 결국 삶은 답을 알려줄 것이므로. ‘새는 날아서 어디로 가게 될지 몰라도 나는 법을 배운다’는 말을 나는 좋아한다. - P24

지금 내 마음에 얼마나 많은 생각의 눈송이들이 소리 없이 쌓이고 있는가. 생각만큼 우리를 무너뜨리는 것은 없다. 마음은 한 개의 해답을 찾으면 금방 천 개의 문제를 만들어 낸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모두는 뛰어난 상상력을 가진 작가이다. 마음이 자기와 전쟁을 벌이지 않을 때 완전히 다른 세상을 경험한다. - P30

누군가를 안다는 것은 얼마만큼 아는 것을 의미할까? ‘안다’처럼 정반대의 말과 같은 의미인 단어가 또 있을까? 가까운 관계라 해도 어떤 사람을 안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류에 가깝다. 섣부른 판단으로 우리는 누군가를 잃어 간다. 관계가 공허해지는 것은 서로를 모르기 때문이 아니라 안다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경우 상대방이 향하는 방향만 볼 뿐, 그가 어떤 지하수를 길어 올리는지 알려고 하지 않는다. 누군가를 안다는 것, 진실한 관계를 맞는다는 것은 자신의 편견을 깨고 그와 함께 계단 끝까지 내려가는 숙제를 안는 일이다. - P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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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외국어의 평화를 잠식하는 것은 대체로 동사라는 막강한 빌런의 공이 크다. 마치 공부를 잘해도 수학을 못하면 크게 힘(?)을 쓰지 못하는 것처럼, 언어를 잘한다는 것은 동사를 잘 구사한다는 뜻과 많이 다르지 않다. 우선 동사가 제 역할을 하려면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 많다. 주어가 하나인지 둘인지 남자인지 여자인지가 중요하고,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의 관계도 중요하고, 무엇보다 시간이 매우, 중요하다. 영어에서 완료시제를 배울 때, ‘have+pp’라는 공식을 암기했던 사람들은 과거-현재-미래 말고도 또 다른 시간의 영역이 있다는 것을 이론적으로나마 경험했을 것이다. 외국어를 배울 때 고생문이 열리는 지점은 그러니까 바로 이런 순간, 시제를 배울 때다.


(72)

나는 강박적으로 모호함을 싫어하는, 융통성 없는 이 언어를, ‘어제의 세계를 기억하는 말들을, 좀더 알고 싶어졌다. 츠바이크의 작별 인사를 언젠가 독일어 원문으로 읽어보고 싶은 소박하지만 영 허황된 바람도 생겼다. 무엇보다 독일어를 공부할 때는 이 언어가 나에게 실질적인 효용을 가져다주지 않는다는 것이 분명해서인지, 교양이 올라가는(?) 느낌마저 든다. 대단한 대가가 되는 일 같은 건 애초에 기대할 수 없는 일, 열심히 해도 잘하기는 쉽지 않은 일, 무엇보다 꼭 내가 하지 않아도 되는 일에 매달리고 싶어지는 그런 때가 있다. 요약하면 그것이 바로 쓸데없는 일의 필요충분조건이기도 하다.


(88~89)

정말로 스페인어는 정다운 언어 같다고 생각한다. ‘이라는가 이라는 정서, 혹은 라는 개념이 우리한테만 있는 특산품처럼 여기는 사람들이 있지만, <코코>만 봐도, 거기도 있을 거 있다. 한도 있고, 정도 있고, 심지어 그 효도 있고 그렇다. 스페인어를 들으면, 정말이기 독일어는 세상 무뚝뚝하고, 프랑스어는 살짝 간질거리는 것 같고, 영어는 새삼 밍밍하다. 왜 그런지 잘 모르겠지만, 스페인어는 확실히 모음으로 끝나는 단어가 많아서인지 부드럽기도 한 느낌이다. 그래서 노래하기에도 좋은 언어인 것 같다.


(162)

그러므로 쓸 일도 없는 불어를 기억하려고 애쓰고, 뜬금없이 독일어 관사와 씨름을 해대고, 일드의 명대사를 반복하거나 스페인어 노래를 따라 부르거나 중국어 성조를 외우며 고개를 위아래로 올렸다 내렸다 하는 것은 떠나지 않고, 떠난 척해보고 싶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과도 같다. 키에르케고르 원서를 읽어보겠다고 무심하게 네덜란드어를 하나 마스터하신 서강대 철학과 강영안 교수님이나, 혹은 그 바쁜 스케줄에도 중국어, 영어, 일어로 유창하게 비즈니스를 이끌어가는 빅뱅의 승리 씨처럼 언어 감각이 탁월하거나 부지런하지는 못한 까닭에, 나의 외국어들은 대체로 그저 아장아장 수준에 머물러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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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플리 3 : 리플리의 게임 리플리 3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지음, 홍성영 옮김 / 그책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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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리플리 세 번째 이야기를 읽었단다. 사실 읽은 지는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 그 동안 우리가 무척 바빴잖니? 그래서 너희들에게 이야기해줄 독서 편지가 무척 밀렸구나. 그래서 한 동안은 밀린 독서 편지를 따라잡기 위해 좀 짧게 써보려 한단다. 미안~

리브스라는 톰 리플리의 지인은 그에게 은밀히 청부살인 관련된 의뢰를 해왔단다. 주변에 그런 일을 할 만한 사람이 없느냐고 말이야. 1권과 2권의 이야기를 읽었다면, 톰 리플리 자신이 할 수 있을 것이라 독자는 생각할 거야. 그만큼 톰 리플리가 착한 주인공은 아니니까 말이야. 톰은 문득 어떤 사람을 떠올렸어. 얼마 전 동네 파티에서 만난 조나단이라는 사람인데, 조나단이 톰에게 기분 나쁜 질문을 던졌단다. 그것이 의도적인지 모르겠지만 말이야. 그 앙금이 톰에게 남아 있었어. 리브스가 청부살인을 할 사람으로 톰은 그 조나단을 떠올렸단다. 어떻게 그런 이야기가 가능할까? 재능 있는 톰 리플리가 이번에는 무슨 재능을 벌이는지 한번 보자꾸나.

1.

조나단이라는 사람에 대해 이야기해줄게. 톰은 6년 전에 백혈병 선고를 받았어. 그러니까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것이지. 하지만, 그 상태가 그리 나쁘지 않아서 여전히 건강한 삶을 살고 있었단다. 아내 시몬도 톰이 병에 걸린 것을 알면서도 결혼을 했고, 그들은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었어. 조나단은 액자 가게를 하고 있어서 넉넉한 돈은 아니지만 그들이 생활하는 데는 문제 없었어. 조나단의 건강만 지금처럼 잘 유지되면 그들의 행복은 영원할 것처럼 보였어.

그런데 톰은 조나단의 삶이 얼마 안 남았다는 거짓 소문을 퍼트렸단다. 그 소문이 조나단에게 전해졌고, 조나단은 의사에게 가서 물어보았지만, 의사는 괜찮다고 했어. 하지만 조나단은 의사가 자신에게 거짓을 말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고, 소문을 믿고 불안해했단다. 그 와중에 스위터라는 사람이 조나단에게 위험한 제안을 했단다. 독일로 건너가서 이탈리아의 마약 조직범을 죽이면 거금을 주겠다고 했어. 어차피 삶도 얼마 안 남고 가족들을 생계를 꾸려가려면 돈이라고 남겨야 한다고 생각에 갈등을 했지만, 거절했단다.

스위터라는 사람은 어떻게 알고 조나단에게 그런 제안을 했을까. 스위터는 리브스의 가명이었고, 그런 편지를 보내게 된 것은 바로 톰 리플리의 생각이었단다. 자신에게 기분 나쁜 말을 해서, 리플리는 조나단을 그런 위험한 게임에 발을 딛도록 유혹을 한 거야. 조나단이 거절했지만, 리브스와 톰은 몰래 그를 설득했어. 어차피 얼마 남지 않은 인생이고, 그가 죽일 사람은 범죄자이고 살려두면 더 많은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고 했어. 그리고 독일 함부르크의 유명한 의사가 있는데, 그 진료도 무료로 받게 해주고 교통비도 주겠다고 했어.

조나단은 독일의 전문 의사의 말에 솔깃했어. 그래서 일단 진료만 먼저 받겠다고 생각했어. 함부르크의 의사도 이미 리브스의 사주를 받은 사람이었어. 조나단의 진료 결과는 이미 정해진 거나 다름없었지. 리브스는 독일에서 조나단을 만나 다시 설득했어. 그의 시한부 인생을 무기로 말이야. 그리고 충분히 완전범죄가 가능하다고 했어. 결국 그는 그 일을 하기로 했어. 생판 모르는 비앙카라는 마약조직범을 죽였어. 완전범죄였어. 다음날 파리로 돌아왔단다. 그리고 거금의 돈도 입금되었어. 하지만, 독일 의사로부터 날아온 검사 결과는 좋지 않았단다. 물론 톰과 리브스가 그렇게 조작한 것이야. 그리고 조나단이 실제로 그런 일을 한 것을 보고 톰은 약간 놀랐단다. 그리고 조나단에 대한 감정도 좀 바뀌게 된 계기가 된 것 같았어. 이젠 같은 편이라는 느낌이랄까.

2.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어. 리브스는 조나단에서 마지막이라면서 두 번째 제안을 했어. 이번에는 좀더 어려운 미션이었어. 마피아 거물을 교살하는 것이었어. 물론 돈도 더 많이 준다고 했어. 조나단은 이번에도 완강히 거절을 했어. 톰은 이제 조나단에게 직접 접근해서 얼굴을 익혔어. 모르는 척 하면서 두 번째 제안도 하도록 부추겼단다. 톰의 부추김 때문인지 조나단은 일단, 마피아 거물이 탄 기차에 탑승했단다. 그리고 그 마피아 거물을 죽일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보았지만, 도저히 답을 얻을 수 없었어. 더욱이 마피아 거물은 보드가드가 둘이나 있었거든. 관두어야겠다고 생각한 순간에 톰이 그 기차에 나타났어. 톰은 아주 작은 생긴 틈을 이용하여 기차 화장실에서 그 마피아 거물을 죽여서 기차 밖으로 던져버렸고, 눈치채고 찾아온 보드가드 한 명도 격투 끝에 기차 밖으로 던져버렸어. 그리고 다음 기차역에 내려서, 톰과 조나단을 다른 경로로 각자 파리로 왔단다.

다음날 신문기사를 조마조마하게 기다렸는데, 그 보드가드는 중태에 빠졌지만 살았다고 했어. 그 보드가드로 인해 톰과 조나단의 정체가 드러나는 것은 시간 문제 같았어. 조나단은 이 뉴스를 접하고 톰에게 연락을 했단다. 한편, 착하디 착한 조나단의 아내 시몬은 조나단이 톰과 어울리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어. 조나단이 무슨 꿍꿍이를 벌이는 것도 싫었어.

….

톰은 이제 본격적으로 조나단을 도와주었어. 평범한 삶을 살았던 조나단은 톰이 건넨 위험하면서 달콤한 유혹에 빠져든 거야. 빠져나올 수 없는 늪과 함께... 이젠 마피아들의 추격을 받게 되었어. 리브스도 마피아의 공격으로 집이 폭탄테러를 받고 은신을 했어. 점점 마피아의 손길이 톰과 조나단에게 옥죄어 오고 있었어. 톰의 정체가 먼저 밝혀졌고, 톰은 조나단에게 도움을 청했어. 무방비로 찾아온 마피아 두 명을 죽이고, 깊은 숲에 차와 함께 마피아 두 시신을 불태웠어. 그들이 발견되지 않길 바랬지만 금방 발견되어 다시 뉴스에 대서특필되었단다. 톰과 조나단은 완벽한 팀웍을 보이는 것 같았어. 시몬은 조나단에게 실망을 하고 별거를 하자고 했어. 톰이 조나단의 집에 와서 시몬에게 설명해 주려고 했어. 조나단을 변호해 주려고 했지. 그런데 그 순간 예상치 못했던 마피아의 공격을 또 받았단다. 총격전. 결국 조나단도 총상을 입었어. 총격전이 끝이 나고 조나단을 병원에 데리고 갔지만, 결국 조나단은 죽고 말았단다.

….

톰 리플리는 영리하게 마피아의 손아귀에 벗어나게 되고, 조나단의 아내 시몬은 조나단이 남긴 돈청부살인을 해서 번 돈시몬이 극도로 싫어했던 그 돈으로 결국 집도 새로 사고 새로운 생활을 시작했어. 결국 시몬도 돈에 대한 유혹을 이기지 못했지.

이번 <리플리 3>은 지난 <리플리1> <리플리2>와는 사뭇 달랐단다. 톰 리플리 자신의 범죄를 이야기한 것이 아니라, 평범하게 살고 있던 조나단이라는 사람을 그의 약점을 이용하여 범죄에 끌어들인 이야기란다. 그것도 아주 쉽게 말이야. 나의 삶이 시한부라서 얼마 살지 못하고, 내가 죽고 나면 남은 사랑하는 가족들이 힘들게 살아갈 것이 눈에 뻔하고, 누군가 어려운 부탁을 하면서 거금을 준다고 할 때비록 사람을 죽이는 것이지만, 그 대상이 아주 나쁜 사람이고, 심지어 다른 사람들을 죽이는 살인마라고 할 때, 그 제안을 어떻게 할까.

짧게 이야기한다고 하면서 할 이야기를 다 한 것 같구나.^^

PS:

책의 첫 문장 : “완전 범죄 같은 건 없어요.” 톰이 리브스에게 말했다.

책의 끝 문장 : 남편이 살아 있었다면, 그녀는 남편보다는 양심의 가책을 덜 느끼며 살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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