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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류시화 지음 / 더숲 / 2019년 3월
평점 :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읽기만 해도 힐링이 되는 류시화님의 산문집을 읽었단다. 류시화님은 시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아빠는 류시화님의 산문들을 시보다 좋아한단다. 그의 글들을 읽다
보면, 위로가 되고 격려가 된단다. 그의 산문집에 가장 좋았던
것은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였어. 이번에 읽은 산문집은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만큼은 아니었지만, 역시 류시화님이라는 생각이 들었단다.
이 책 역시 여러 산문들을 모아 놓았는데, 책 제목은 산문들 중의 하나인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로 했단다. 제목을 읽고 곰곰이 생각해 봤어. 지금 안 좋은 일이 일어났다고
해도 결국 그것이 좋게 변할 수도 있다는 뜻. 그러니 실망하지 말라는 이야기… 힘든 일이 닥칠 때나, 회사 일로 곤궁에 빠졌을 때, 이 말을 명심해야 했구나. 류시화님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파도는 그냥 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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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삶의 여정에서 막힌 길은
하나의 계시이다. 길이 막히는 것은 내면에서 그 길을 진정으로 원하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우리의 존재는 그런 식으로 자신을 드러내곤 한다. 삶이 때로 우리의
계획과는 다른 길로 우리를 데려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길이 우리 가슴이 원하는 길이다. 파도는 그냥 치지 않는다. 어떤 파도는 축복이다. 머리로는 이 방식을 이해할 수 없으니 가슴은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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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류시화님의 산문집들을 보다 보면 다른 사람들의 명언을 잘 인용하신단다. 자신의 글의 흐름에
썩 어울리는 명언들 말이야. 이런 명언들은 어디서 다 찾아내는 것일까.
평상시에 책을 읽다가 좋은 구절들을 적어 놓으실까. 궁금하더구나. 이번 책에서도 여러 좋은 명언들을 많이 인용하셨고, 아빠는 다시
그 글들을 발췌해 보았단다. 그 중에 몇 개를 너희들한테도 이야기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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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41)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에 대해 페라이어는 가슴 시린 해석을 내린다.
“많은 학자들이 <월광
소나타>는 달빛과는 상관없다고, 사람들이 만들어 낸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한 경매에서 이 곡을 작곡하기 직전 베토벤이 쓴 ‘에올리언 하프를 사야겠다’는 메모가 발견되었다. 바람이 하프의 현에 닿아 소리를 만들면, 바람의 신 아이올리스가
음악을 연주하고 있다고 생각되는 것이 에올리언 하프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젊은 연인이 세상을 떠나면
달빛만 있는 행성에 간다는 전설이 있다. 이들이 사는 고독한 섬과 같은 슬픔이 에올리언 하프를 울려
우리에게 전달된다는 생각을 베토벤은 <월광 소나타>에
담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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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영적 교사 페마 초드론은
말한다.
“안전하고 확실한 것에만 투자하는 데 관심이 있다면 당신은 행성을 잘못
선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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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미국 시인 마야 안젤루는
썼다.
“사람들은 당신이 한 말과 당신이 한 행동을 잊지만, 당신이 그들에게 어떻게 느끼게 했는가는 잊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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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180)
소설가 보르헤스는 썼다.
“우리 삶을 스쳐 지나가는 모든 이들은 각각 특별한 존재이다. 누구든 항상 그의 무언가를 남기고, 또 우리의 무언가를 가져간다. 많은 것을 남긴 사람도 적은 것을 남긴 사람도 있지만, 무엇도 남기지
않고 지나가는 사람은 없다. 이것은 누구든 단순한 우연에 의해 만나게 되는 것이 아니라는 분명한 증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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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
티베트 속담은 말한다.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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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사람마다 다르긴 하지만, 아빠는 걱정이 많은 편이란다. 우리가
하는 대부분의 걱정이 한달 이상 가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위에서 이야기한 티베트 속담처럼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다는 것도 알고 있단다. 하지만, 아빠의
본성 때문인지 아빠의 유전자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아빠는 걱정을 많이 편이고, 걱정거리가 생기면 잠도 잘 못 자곤 한단다. 그런 아빠에게 도움이
되는 이야기가 한편 있었단다. 집 앞에 걱정을 걸어 두는 나무에 관한 이야기란다. 예전에 너희들과 함께 읽었던 동화 <걱정을 걸어 두는 나무>가 생각나기도 하는 이야기인데, 그것과는 다른 이야기란다. 어떤 사람의 집 앞에 나무가 하나 있다고 했어. 그 나무는 걱정을
걸어두는 나무인데, 회사에서 생각 걱정을 그 나무에 걸어두고 집에 들어간다는 거야. 그리고 다음날 다시 회사에 갈 때 가지고 가고 말이야. 그런데, 신기하게도 밤새 바람에 걱정이 많이 날아갔다고… 책의 내용을 그대로
다시 적어둘 테니 한번 읽어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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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125)
“아, 이 나무는 걱정을 걸어 두는 나무입니다. 일하면서
문제가 없을 수 없다는 걸 압니다. 하지만 그 문제들을 집 안의 아내와 아이들에게까지 데리고 들어갈
순 없습니다. 그래서 저녁때 집에 오면 이 나무에 문제들을 걸어 두고 들어갑니다. 그리고 아침에 다시 그 문제들을 가지고 일터로 갑니다. 그런데 아침이
되면 문제들이 밤사이 바람에 날아갔는지 많이 사라지고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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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빠가 가끔 회사에서 문제가 생기면 수심 가득한 얼굴로 집에 올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이 이야기를 생각해야겠구나. 우리는 아파트에 사니까 현관문 앞에 나무는 없지만, 다르게 생각해 보지 뭐.. 현관문 앞에 걱정을 벗어서 잘 쌓여 놓고
집에 들어오는 것으로 말이야. 그리고 다음날 아침 다시 걱정을 들고 회사로 간다고 말이야. 간혹 늦잠을 자서, 급하게 출근을 하다가 걱정을 챙기지 못하고 회사로
가면 더욱 좋고 말이야.
…
류시화님은 한 권의 책을 끝내면 꼭 여행을 가신다고 하는구나. 이번에는
인도로 가신다고 했어. 류시화님의 책을 많이 읽은 이들은 알겠지만, 류시화님은
인도에 관한 책들을 많이 쓰셨는데, 다음 이야기도 인도와 관련된 책일까 기대되는구나. 다음 책이 어떤 책이 되든 또 기다려보자꾸나.
PS:
책의 첫 문장 : 티베트 고원에 우뚝 솟은 카일라스산은 여러 종교의 성지로, 만년설 덮인 산 정상에 시바 신이 산다고 사람들은 믿어 왔습니다.
책의 끝 문장 : 원하는 것을 말씀해 주시면 구해 가지고 오겠습니다.
경험을 통해 스스로 가짜와 진짜를 알아보는 눈을 갖는 일은 어떤 조언보다 값지다. 직접적인 경험을 통해 자신의 판단력을 갖게 된 사람은 남을 의심하거나 절망하느라 삶을 낭비하지 않는다. 다만 자신의 길을 갈 뿐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이 그 길에 이르는 과정을 섣부른 충고나 설익은 지혜로 가로막지 말아야 한다. 경험하지 않고 얻은 해답은 펼쳐지지 않은 날개와 같다. 삶의 문제는 삶으로 풀어야 한다. - P22
삶은 설명을 듣는 것이 아니라 경험하는 것이다. 경험은 우리 안의 불순물을 태워 버린다. 만약 그 친구가 필요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면 랑탕 트레킹은 내 혼에 그토록 깊이 각인되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그때 그 길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믿는다. 경험자들의 조언에 내달려 살아가려는 나를 직접 불확실성과 껴안게 하려고. 미지의 영역에 들어설 때 안내가 아니라 눈앞의 실체와 만나게 하려고. 결국 삶은 답을 알려줄 것이므로. ‘새는 날아서 어디로 가게 될지 몰라도 나는 법을 배운다’는 말을 나는 좋아한다. - P24
지금 내 마음에 얼마나 많은 생각의 눈송이들이 소리 없이 쌓이고 있는가. 생각만큼 우리를 무너뜨리는 것은 없다. 마음은 한 개의 해답을 찾으면 금방 천 개의 문제를 만들어 낸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모두는 뛰어난 상상력을 가진 작가이다. 마음이 자기와 전쟁을 벌이지 않을 때 완전히 다른 세상을 경험한다. - P30
누군가를 안다는 것은 얼마만큼 아는 것을 의미할까? ‘안다’처럼 정반대의 말과 같은 의미인 단어가 또 있을까? 가까운 관계라 해도 어떤 사람을 안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류에 가깝다. 섣부른 판단으로 우리는 누군가를 잃어 간다. 관계가 공허해지는 것은 서로를 모르기 때문이 아니라 안다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경우 상대방이 향하는 방향만 볼 뿐, 그가 어떤 지하수를 길어 올리는지 알려고 하지 않는다. 누군가를 안다는 것, 진실한 관계를 맞는다는 것은 자신의 편견을 깨고 그와 함께 계단 끝까지 내려가는 숙제를 안는 일이다. - P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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