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
우리는 우리만의 천국과 지옥을 만들어요. 그는 일이 나쁘게 돌아가는
것처럼 보일 때도 우리가 처한 상황에 생각을 적용해서 상황을 바꾸어나갈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우리가
지옥에 있다면 그것은 우리 잘못이에요. 밀턴이 그 글을 썼던 시기에는 급진적인 생각으로 보였겠죠. 악마는 모든 것을 예정하는 하느님을 믿는 대신, 어떤 면에서는 우리가
스스로의 신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으니까요. 그건 운명에 대한 결정권을 갖지 못하고 정해진
운명을 따르는 피창조물을 넘어서서 스스로를 창조할 수 있는 특권을 부여하는 거죠.
(198)
너무 이상해. 헬레가, 말한다. 제대로인 게 아무것도 없어. 우리 어렸을 때 기억나, 비트? 상황이 아무리 나빴어도 우린 늘 똘똘 뭉친 팀이었잖아? 나는 계속 그 천이. 펠트가 기억나. 스웨터나 뜨개질 조각에 비누칠을 해서 계속 비비다보면 실이 줄줄이 뒤섞이면서 도저히 풀 수 없는 하나의 덩어리가
되잖아. 그런데 지금 우리는 각자 자기 멋대로 뜨개질을 하는 수백만 명의 미친 사람들 같아. 이 남자는 벨트를 만들고, 이 여자는 자기가 냄비 장갑이나 뭐 그런
걸 만들고 있다고 생각해. 그래서 우리는 역사상 가장 크고 흉하고 거지 같은 담요를 갖게 되었는데, 그걸로는 우리를 다 덮을 수도 따뜻하게 할 수도 없는 거야. 헬레는
말을 멈추고 웃더니 나지막이 혼잣말을 한다. 참 지랄맞은 비유다. 헬레.
(247-248)
비트는 각진 얼굴에 주먹이 다부진 건장한 아이들을 바라본다. 가장
오래된 유토피아주의자들이야. 언젠가 해나가 추수를 도와주러 온 아미시 남자들을 보며 말했었다. 저 사람들은 그들이 믿는 가장 완벽한 삶을 몇 세대에 걸쳐 살고 있어. 비트는
동물 고기로 만든 음식과 힘든 노동, 엄청난 대가족, 얌전한
드레스를 입은 여자 사촌들을 상상한다. 늘 가족과 함께 살면 얼마나 안심이 될까. 나와 닮은 사람들,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행동을 하고, 같은 신 – 고통을 줄 만큼 화를 내고 선물을 줄 만큼 사랑을 하는
신, 내가 속삭이는 모든 비밀을 다 귀담아들을 수 있을 만큼 커다란 귀가 있는 신, 나 자신을 비우고 나의 삶으로, 무한히 더 가벼운 삶으로 돌아가게
해줄 그런 신 – 을 사랑하고 두려워하는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얼마나 안심이 될까. 그는 그가 평생 알지 못했던 무언가를 잃어버린 상실감을 느낀다.
(280-281)
그는 학교에서 암실을 청소하며 그의 꿈은 어디로 간 것인지 생각해본다. 그리
큰 꿈도 아니었다. 짊어지고 가기에 그리 무거운 꿈도 아니었다. 아르카디아에서
받은 유산 하나는 그가 추구하는 행복이 세상의 행복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의 야망이란 그저
안전, 안정, 음식과 쉴 곳과 돈이 넉넉한 생활, 책과 사랑, 예술을 통해 진실을 추구할 수 있는 사치, 그 정도였다. 더 깊이 바라보는,
공감으로 곧자 이어지는 길을 걷는 사치. 그것은 충분히 얻을 수 있는 것들로 보였다. 도시에서, 재능 있는 수많은 예술가들이 있는 곳에서 그의 조용하고
느린 추구는 야망 없음의 한 형태로 간주되었다. 그리고 그나마 그것조차 헬레가 떠난 후엔 사라졌다.
(409)
둘 다 갖길 원하면 실패하게 되어 있어. 글로리가 말한다. 그녀가 비트를 쳐다본다. 난 당신들이 여기 살던 때를 기억해요. 우리 가족들 사이에서도 큰 논쟁거리였죠. 어떻게 할 것인가를 놓고요. 우리는 공포에 질린 채 지켜봤어요! 나체족, 마약, 요란한 음악! 당신네들은
아기들 같아서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었어요! 밭을 갈 줄도 몰랐죠. 우리는 당신들이 굶게 내버려둘 수 없었어요. 마침내 우리는 회의를
열고 당신들이 먹고살 수 있을 정도로만 도와주자고. 그러다 스스로 해체되도록 내버려두자고 의견을 모았어요. 그리고 당신들이 결국 해체되었을 때, 우리 중에는 우리가 아주 현명했다고
느낀 사람들도 있었죠. 자유가 너무 많으면 공동체는 썩기 마련이에요,
그것도 아주 빨리. 그게 아르카디아의 문제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