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평화 4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48
레프 톨스토이 지음, 박형규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11월
평점 :
절판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 마지막 4권에 대해 이야기를 해줄게. 책에 대한 내용을 모르고 읽었기 때문에, 4권을 읽다가 깜짝 놀랬단다. 점점 이거 뭐지? ‘이런 생각을 들게 했거든… <전쟁과 평화>가 소설로만 규정할 수 없다고 하는 평론가들의 말들도 생각이 났단다. 1, 2, 3권에서도 소설 외적인 지은이의 사상이 담겨 있는 부분도 있었지만, 4권은 논문 수준의 글이 엄청 길게 담겨 있었단다. 그런 톨스토이의 수준 높은 글을 아빠가 평하는 것을 어려울 것 같구나. 일단 우리의 주인공들이 어떻게 되는지 먼저 이야기부터 하고, 이어지는 논문에 대한 것은 어떻게 이야기할지 좀 이따 생각해봐야겠구나.

때는 1812. 3권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유럽 역사에 있어서 역사적인 해인 1812년이란다. 서쪽에서 동쪽으로 쾌속 질주하던 나폴레옹의 프랑스군은 모스크바를 점령하고는 목표를 다 이룬듯한 모습을 보였어. 그들은 몇 주 뒤에 펼쳐질 비극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듯했어. 그건 러시아 사람들도 마찬가지였어. 그들에게는 모스크바가 프랑스에게 점령당한 사실이 당장의 비극이었을 뿐이지. 당시 러시아 제국의 수도 페테르부르크모스크바의 함락 소식은 여러 가지 소문으로 페테르부르크에 전달되어 온 도시를 불안하게 만들었단다.

그런 와중의 주인공의 한 명이 죽었단다. 사교계의 여왕이었던 피예르의 아내 옐렌이 갑작스런 협심증으로 죽고 말았단다. 옐렌의 죽음은 사교계에 큰 충격이었어. 피예르는 아내의 죽음을 모른 채 영창에 갇혀서 모스크바 대화재의 용의자로 심문을 받고 있었단다. 심지어 스파이라는 혐의까지 받기도 했어. 스파이라는 혐의는 받기는 했지만, 쉽게 풀려나지 못했고 그는 포로수용소에 갇히게 되었단다.

….

중상을 입은 안드레이 공작. 3권에서 나탸샤가 안드레이 공작에게 용서를 빌고, 안드레이 공작을 정성스럽게 간호했다고 했잖아. 하지만 호전되지 않았어. 안드레이의 여동생인 마리야는 안드레이의 소식을 알게 되어 안드레이의 어린 아들 니콜루시카를 데리고 안드레이가 있는 곳으로 왔단다.  안드레이는 결국 회복하지 못하고 얼마 뒤 죽고 말았단다.


1.

나폴레옹의 군대는 모스크바에 머물고 있다고 했잖아. 천재라는 별명이 무색할 정도로 이후에 대한 대비를 하지 않았어. 그저 승자로써의 약탈을 했을 뿐이야. 하지만, 그 약탈로 인해 나폴레옹 군대를 퇴각을 할 수 밖에 없었어. 한 달 동안 약탈하다가 말들의 식량이 떨어지고 군인들의 식량이 떨어지고, 날씨는 추워지고 앞으로 전진할 수가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단다. 천재 나폴레옹은 왜 모스크바에서 한 달 가까이 아무것도 안하고 있었을까. 미스터리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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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

식량과 무기, 포탄, 수많은 물자로 가득한 모스크바는 나폴레옹의 손안에 있었다. 프랑스군 병력의 절반밖에 되지 않던 러시아군은 한 달 동안 단 한 번도 공격을 시도하지 않았다. 나폴레옹의 지위는 더없이 눈부셨다. 두 배의 병력으로 러시아군의 잔군을 습격해 섬멸하고 유리한 강화 조건을 제시해 만약 거절당하면 페테르부르크에 위협 공격을 가하거나, 또 만약 그것이 실패하더라도 스몰렌스크나 빌나로 돌아가든가 모스크바에 머물면 그만이어서 당시 프랑스군이 차지했던 빛나는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천재성도 필요치 않았던 것으로 생각된다. 이것을 위해서는, 군대에 약탈을 허용하지 않고, 모스크바에서 충분히 조달할 수 있었던 전군의 동복을 마련하고, 반년 이상 전군에 공급할 수 있는 있을 만큼 풍부한(프랑스의 역사가는 이렇게 말한다) 모스크바 내 식량을 확실하게 수집하는 등의 극히 간단하고 쉬운 일만으로 충분해 보였다. 그러나 역사들이 역설하듯, 천재 중의 천재이자 군의 통솔권을 쥐고 있던 나폴레옹은 그런 일을 전혀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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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식량 확보를 할 수 있는 곳까지 퇴각을 해야 하는데, 그것이 어디가 될지 몰랐어. 퇴각하는 프랑스군들을 그냥 보내줄 러시아군도 아니었단다. 여전히 수적으로 적다 보니 러시아군은 게릴라 전을 벌였어. 전면전은 피하고 가끔씩 치고 빠지기프랑스 군대는 전면전 같은 제대로 된 전투에는 강할 지 몰랐지만, 이런 변칙에는 능숙하지 못했단다. 톨스토이는 이런 상황을 펜싱 경기에 비유했는데, 적절한 비유인 것 같구나. 규칙대로 하려는 프랑스군과 규칙은 필요 없이 이기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러시아군. 전쟁에 무슨 규칙이 있겠니, 어쩌면 규칙 없는 것이 규칙일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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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192)

펜싱의 모든 규칙에 따라 결투하려고 하는 검은 든 두 사람이 있다고 상상해보자. 승부는 꽤 오랜 시간 계속된다. 갑자기 한쪽이 자신이 상처 입은 것을 알아채고, 이것은 장난이 아니라 목숨과 결부된 일이라 깨닫고는 검을 버리고 옆에 있던 몽둥이를 집어들고 휘두르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목적 달성을 위해 가장 확실하고 가장 단순한 방법을 합리적으로 사용했다고 하고, 또한 가사도 전설에 고무되어 사건의 진상을 감추고자 가신은 검도의 모든 규칙에 따라 검으로 승리를 얻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일어난 결투를 이런 식으로 기술할 때 어떤 혼란과 모호함을 일으킬지 쉽게 상상할 수 있다.

규칙대로 결투할 것을 요구한 검객은 프랑스인들이고, 칼을 내던지고 몽둥이를 집어든 상대방은 러시아인들이고, 펜싱의 규칙에 따라 모든 것을 설명하려는 것은 이 사건을 기술한 역사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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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나폴레옹의 처신 때문인지, 톨스토이는 나폴레옹에 대한 평가를 우연들이 만든 천재라고 평가절하했던 것 같구나. 톨스토이는 나폴레옹에 대한 여러 평가를 했는데, 그가 전쟁의 영웅, 천재로 불렸던 것은 역사의 많은 우연들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다고 평가를 했단다. 나폴레옹 자신이 훌륭했던 것이 아니라 말이야.. 그런데 그의 우연들이 그에게 사라지자, 그는 퇴각 장군이 되어 버린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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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8-379)

우연, 수백만의 우연이 그에게 권력을 주고, 모든 사람은 합의라도 한 것처럼 이 권력의 확립에 힘을 보탰다. 우연은 그에게 종속되도록 당시 프랑스 위정자의 성격을 만들었고, 우연은 그의 권력을 승인한 파벨 1세의 성격을 만들었다. 우연은 그에게 해를 끼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그의 권력을 확립해준, 그를 반대하는 음모를 만들어주었다. 우연은 앙기앵 공을 그의 수중에 던져 뜻하지 않게 그를 죽이게 함으로써, 그가 힘을 가졌기 때문에 옳다는 것을 다른 어떤 수단보다 더 강력하게 군중에게 납득시켰다. 우연은 그에게 분명 파멸을 초래했을 영국 원정에 전력을 쏟게 했지만, 결국은 그 계획을 실행시키지 않고 뜻밖에도 마크가 인솔한 오스트리아군을 공격하게 해 싸우지도 않고 항복시켰다. 우연과 천재성은 아우스터리츠 전투에서 그에게 승리를 안겼고, 우연히도 프랑스인뿐만 아니라 지금부터 일어나려는 사건에 참가하지 않은 영국을 제외한 전 유럽 모든 사람이 품었던 그의 범죄에 대한 과거의 공포와 혐오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그에게 그의 권력, 그가 스스로에게 준 칭호, 위대와 영광이라는 그의 이상까지 승인해주었으며, 그 이상은 만인에게 무엇보다 훌륭하고 현명한 것으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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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니콜라이와 나타샤의 동생이었던 페탸도 프랑스군을 추격하는 러시아군에 합류하고 있었단다. 니콜라이의 친구인 데니소프, 돌로흐프와 함께 했단다. 그런데, 페탸가 너무 적극적으로 전투에 나섰다가 그만 유탄에 맞고 죽고 말았단다. 그냥 몸 사리면서 추격해도 이기는 전쟁인데, 왜 그리 뛰쳐나갔을까. 니콜라이와 친한 데니소프는 친구 동생의 죽음을 슬퍼했지만, 그를 되살릴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단다.

데니소프는 프랑스군을 추격하여 전투에서 승리하여 프랑스군에 붙들려 있던 러시아 포로들을 구출했단다. 그 포로들 중에는 피예르도 있었단다. 구사일생 탈출한 피예르는 집으로 돌아왔고, 오랜 전에 죽은 아내의 사망 소식을 듣게 되었단다. 워낙 사이가 좋지 않았던 지라 크게 슬퍼하지도 않았어.

페탸가 죽었다는 소식은 나타샤의 집에 전해졌단다. 얼마 전에는 안드레이가 죽고, 또 페탸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고... 슬픔의 눈물이 마를 날이 없구나. 나타샤는 안드레이의 사망 때문에 마리야와 더 친하게 지냈단다. 프랑스가 러시아 국경 밖으로 도망가면서, 전쟁은 끝이 났단다. 그리고 전쟁에 참가했던 이들도 하나 둘 돌아왔어. 니콜라이도 돌아왔단다. 니콜라이와 마리야는 서로 마음을 다시 확인하고 결혼을 하게 된단다. 불쌍한 소냐

시간은 7~8년이 흐르고그 사이에 피예르와 나타샤도 결혼을 해서 아이들이 있었어. 니콜라이와 마리야도 아이들이 있어 행복하게 지내고 있었단다. 전쟁으로 많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기도 했지만, 또 새로운 사랑이 싹트고, 새로운 생명이 싹트고, 다시 세상은 평화의 시대로 나아가고 있었단다.


3.

이 책의 에필로그는 2부로 구성되어 있었단다. 에필로그 1부는 앞서 이야기한 주인공들의 이야기이고, 2부는 톨스토이의 역사에 대한 사상과 철학에 대한 이야기란다. 에필로그라서 해서 짧게 끝나는 것이 아니란다. 에필로그 2부만 약 백 페이지 정도 되는데, 왜 인간들은 전쟁을 하는가? 권력이란 무엇인가? 역사란 무엇인가? 등에 대한 깊이 있는 글들이 이어진단다. 편지의 맨 앞 부분에서도 이야기한 것처럼 이 글에 아빠가 평을 할 수준은 아닌 것 같단다. 집중해서 읽지 않으면 흐름도 놓치게 되어, 앞 페이지를 다시 넘겨 봐야 할 때도 있었어. 모든 페이지의 글들을 새겨 들어야 하지만, 몇 가지만 발췌하고 오늘 독서편지를 마쳐야겠구나.

아래 글은 톨스토이가 직접 쓴 ‘<전쟁과 평화>에 대한 몇 마디란 글에 실린 글이란다. 톨스토이는 이 방대한 소설에 대한 설명을 서문의 형식으로 기록하기도 했는데, 그 글의 제목을 ‘<전쟁과 평화>에 대한 몇 마디라고 했단다. 이 글은 4부가 끝난 뒤에 실려 있단다. 서문의 형식이라고 해서, 소설을 읽기 전에 읽어도 될 것 같구나. 아무튼, 이 글에서는 톨스토이는 전쟁이 왜 일어나는지에 대한 글도 실려 있는데, 톨스토이도 명확하게 단정짓지 못한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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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4-545)

수백만의 사람이 서로를 죽이고 100만의 절반이 죽은 사건의 원인이 한 사람의 의지일 리 없고, 한 사람이 자기 혼자 산을 파서 무너뜨릴 수 없듯 한 사람이 50만을 죽일 수는 없다. 그렇다면 대체 무엇이 원인일까? 일부 역사가들은 프랑스인의 정복욕과 러시아인의 애국심이 그 원인이라고 말한다. 다른 역사가들은 나폴레옹의 대군이 퍼뜨린 민족주의적 요소나, 러시아가 유럽에 연대해야 했던 점 등등에 대해 말한다. 하지만 대체 왜 수백만이 서로를 죽이고, 누가 그들에게 그런 명령을 내렸는가? 모두가 좋아지기는커녕 더 나빠질 것이 분명했는데도 그들은 왜 그 일을 했을까? 이 무의미한 사건의 원인에 대해서는 무수한 회고적 추론이 가능하고 실제 이것을 하고 있지만, 방대한 수익 설명과 그 모든 것이 하나의 목적에 맞춰지고 있다는 것은, 그 원인이 한없이 많아서 그중 어느 하나도 원인이라고 꼽을 수 없다는 것을 반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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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옹이든 알섹산드라 1세든 두 나라의 장군들이든 권력을 차지하려고 애를 썼단다. 도대체 권력이란 무엇일까? 톨스토이는 권력을 이렇게 말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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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2)

권력이란 대중에 의해 선출된 통치자들에게 명시적 혹은 암묵적 동의에 의해 표명된 대중 의지의  총화다.

국가와 권력을 어떻게 구성하느냐, 구성할 수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 하는 문제의 논의로 성립되는 법에 대한 과학 분야에서 이 모든 것은 아주 명백하다. 그렇지만 역사에 적용할 경우 권력의 정의에는 명확한 설명이 필요하다.

법에 대한 과학은 마치 고대인들이 불을 절대적으로 존재하는 것으로 고찰하던 것과 마찬가지로 국가와 권력을 고찰한다. 그런데 역사에서 국가와 권력은 마치 현대 물리학에서 불은 자연력이 아니라 현상인 것과 마찬가지로 한낱 현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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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1)

역사적 사건의 원인은 무엇인가? – 권력이다. 권력이란 무엇인가? – 권력은 어느 인물에게 옮겨진 대중 의지의 총화다. 대중의 의지는 어떤 조건에서 한 인물에게로 옮겨지는가? – 그 인물에 의해 모두의 의지가 표현된다는 조건 아래서다. 고로 권력은 권력이다. 고로 권력은 우리가 의미를 파악할 수 없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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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아빠는 또 하나의 타이틀이 생겼구나. ‘전쟁과 평화를 완독한 사람이라는 타이틀 ㅎ 비록 벌써 기억력에서 사라지고 있고, 이해하지 못한 부분도 있지만, 한 장 한 장 넘겨서 끝을 봤으니 이 또한 칭찬할 만한 일이 아니겠는가, 내년 겨울에는 어떤 러시아 소설을 읽을까. 톨스토이의 3개 장편 중 하나 남은 <부활>에 도전을 해볼까? 1년은 휙 가버리니 내년 겨울이 되면 생각해 보자꾸나.


PS:

책의 첫 문장: 페테르부트 상류사회는 루먄체프와 프랑스인들파, 마리야 페오도로브나파, 황태자파, 그 박의 파로 나뉘어 그들 사이의 복잡한 갈등이 여느 때처럼 궁중 수벌들의 잡음에 묻히면서도 여느 때보다 더 격렬하게 일어나고 있었다.

책의 끝 문장: 첫째 경우에는 공간 내에 존재하지도 않는 부동성을 의식하는 것을 그만두고 우리가 감지할 수 없는 운동을 인정해야 하는 것이었고, 오늘날의 경우도 이와 마찬가지로, 존재하지도 않는 자유를 의식하는 것을 그만두고 우리에게 감지되지 않는 의존성을 인정해야만 하는 것이다.


‘사랑? 사랑이란 무엇일까?’ 그는 생각했다. ‘사랑은 죽음을 방해한다. 사랑은 생명이다. 내가 이해하는 모든 것은, 사랑하기 때문에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내가 사랑하기 때문에 모든 것이 있고, 모든 것이 존재하는 것이다. 모든 것은 사랑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사랑은 신이고, 따라서 죽음은 사랑의 일부인 내가 보편적이고 영원한 근원으로 돌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생각에 그에게는 위안이 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이것은 생각에 불과했다. 거기에는 뭔가 부족하고, 뭔가 일방적이고 개인적이고 이성적이며, 불분명한 것이 있었다. 불안과 모호함이 있었다. - P101

눈덩이를 순식간에 녹이기는 불가능하다. 일정한 시간의 한도가 있기 때문에 아무리 열을 가하더라도 그보다 빨리 녹일 수는 없다. 오히려 열을 가할수록 남은 눈은 더 단단해진다. - P183

프랑스군은 보로디노에서 승리한 후, 중대한 전투는 고사하고 다소나마 주목할 만한 전투도 한 번 없었는데 그 존재가 사라지고 말았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것이 만약 중국의 역사에서 끌어낸 실례라면, 우리는 이것은 역사적인 현상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이것은 자기 척도에 맞지 않는 일이 생겼을 때 역사가들이 빠져 나가는 구멍이다). 또한 소규모의 군대만 참가한 일시적인 충동이라면 우리도 이 현상을 예외로 생각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은 우리 조상의 눈앞에서 벌어졌고, 또 그들에게는 조국의 생가가 걸린 대사건이었으며, 더구나 역사상 알려진 전쟁 중에서도 최대의 전쟁이었다. - P190

1812년에 퇴각하던 프랑스군은 전술상 각기 분산해서 방어해야 한다는 규칙을 무시가호 뭉쳐 다녔는데, 군의 사기가 떨어져 집단이 아니면 그들을 하나로 지탱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와 반대로 러시아군은 전술상 집단적으로 공격해야 한다는 규칙을 무시하고 분산 행동을 했다. 이는 각자가 명령도 기다리지 않고 프랑스군을 공격할 만큼 군의 사기가 높았고, 곤경과 위험에 뛰어들도록 강제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 P196

사람은 죽어가는 동물을 볼 때 그 자신인 것, 즉 그의 본질이 눈앞에서 분명히 소멸하고 존재하기를 멈추기 때문에 공포를 느낀다. 그러나 죽어가는 그것이 인간이라면, 더욱이 자신이 사랑하는 인간이면, 생명의 소멸에 대한 공포 외에도 단절감과 정신적인 아픔을 느끼며, 그것은 육체적인 상처와 마찬가지로 때로는 생명과 결부되기도 하고 때로는 치유되기도 하지만, 어떠한 경우에도 그 상처는 아프고, 외부의 자극적인 접촉을 두려워하게 만든다. - P269

쿠투조프는 유럽과 세력 균형과 나폴레옹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는 그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적이 적멸하고 러시아가 해방되어 영광의 정점에 이르자, 러시아 민족의 대표자이자 가장 러시아인다운 러시아인이었던 그에게는 이제 아무 할 일이 없었다. 국민 전쟁의 대표자에게 죽음밖에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죽었다. - P317

새로운 역사학은 신이 권력을 부여하고 신의 의지에 직접 인도되는 사람들 대신 비범한 초인간적 능력을 가진 영웅, 혹은 위로는 군주에서부터 아래로는 저널리스트에 이르기까지 대중을 인도하는 온갖 성질의 인간을 선택했다. 이전에는 신의 뜻에 맞는 목적이라고 여겨졌던 민족들, 즉 인류 운동의 목적으로 여겨졌던 유대 민족, 그리스 민족, 로마 민족 대신에 새로운 역사학이 설정한 목적은, 프랑스와 독일과 영국 민족의 복지였으며, 가장 추상적인 의미에서의 전 인류 문명의 복지였지만, 이 인류란 대개 북서부의 작은 한구석을 차지한 민족들을 의미했다. - P466

인간의 자유는 그 힘이 인간에게 의식된다는 점에서 다른 모든 힘과 다르지만, 이성에게는 그 힘도 다른 힘과 다르지 않다. 인력, 전기력, 화학적 힘이 각기 다른 것은 이성이 그 힘을 여러 가지로 규정하기 때문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인간의 자유의 힘도 이성이 그것에 부여한 정의 때문에 다른 자연의 힘과 구별될 뿐이다. 필연이 없는 자유, 즉 이것을 정의하는 이성의 법칙이 없는 자유는 인력이나 열이나 식물이 생장하는 힘과 조금도 다르지 않은데, 그것은 이성에게 정의할 수 없는 찰나적인 삶의 감각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 P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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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01-19 00:2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북홀릭님 드디어 전평 완독자😄
아들과 딸은 십년 뒤 대를 이어 전평완독 🤗

bookholic 2022-01-20 03:24   좋아요 0 | URL
네, 책을 깨끗하게 잘 보관해두겠습니다~~^^

새파랑 2022-01-19 00:1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전독남 북홀릭님이군요 ^^ 안드레이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전 혹시 살아나지 않을까 기대했었는데 ㅜㅜ
이 책은 정말 방대하다는 느낌이 확 들더라구요. 완독 축하드립니다~!!

bookholic 2022-01-20 03:26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저 방대한 작품을 삼십대에 썼다니... 믿기지가 않아요...
아마 톨스토이는 외계인???^^

바람돌이 2022-01-19 00:1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와우 축하드립니다. 저 벽돌책을 완독하시다니, 심지어 안나 카레리나도 읽으셧군요. 대단한 북홀릭님에게 부러움의 박수를 보냅니다. 저는 톨스토이 장편은 부활 딱 하나 읽었는데 워낙 어렸을 때 읽은지라 솔직히 공감이 잘 안가더라고요. 이제 저도 나이를 먹을만큼 먹었으니 톨스토이를 제대로 읽어도 될 나이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북홀릭님 글 보니까 드네요. 닉네임을 전평 완독자로 바꾸셔도 될듯해요. 자랑스럽게 말이죠. ^^

bookholic 2022-01-20 03:32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벽돌이긴 하지만 스토리가 탄탄해서, 잘 읽어졌던 것 같아요..
사람 이름과 낯선 배경과 저의 부족한 사전지식 때문에 좀 애를 먹었지만...
바람돌이 님도 톨스토이의 세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