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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8개월 28일 밤
살만 루슈디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12월
평점 :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각 출판사 별로 책회원을 운영하는 경우가 있단다. 아빠도 처음으로
문학동네라는 출판사의 북회원에 가입해 보았단다. 연회비가 있긴 했지만,
북회원에 주는 여러 가지 혜택이 있어 가입해 보았단다. 북회원에게 주는 혜택 중에 생일을
즈음하여 책을 선물해 준단다. 리스트 중에 마음에 확 와 닿는 책이 없어서, 신간이고 저자가 유명한 사람이라서 이 책을 골랐단다. 살란 루슈디. 이 사람은 <악마의 시>라는
작품의 저자로 이 책으로 한때 도피 생활을 하고 자신의 모국인 인도에서 입국 금지를 당했다는 이야기를 예전에 본 적이 있단다. 그리고 대표작으로는 <악마의 시> 이외에 <한밤의 아이들>이란
작품이 있는 것까지만 아빠가 알고 있단다. 그의 책을 읽어 본 적도 없어. 한 번 읽어보겠다고 이 책을 선택했단다.
며칠 뒤 생일 축하 메시지와 함께 책이 도착을 했고, 이제서야 읽었단다. 책 제목 <2년 8개월 28일 밤>. 이 기간을 날수로 하면 1001일이 된다고 하는구나. 그러니까 1001일의 밤. 어디선가 익숙하지?
그래, 바로 그 유명한 ‘천일야화’에서 모티브를 따 온 책 제목이란다. 천일야화라고 해서 어떤 이들은 1000일로 잘못 알고 있는데, 천일은 1001을 이야기하는 것이라, 천일야화는 천 하룻밤의 이야기라는 뜻이
된단다.
그런데 아빠는 문득 그런 생각을 했어. 2년 8개월 28일에서, 2년에는
윤년이 끼지 않은 365일짜리 2년이라고 쳐도 8개월은 시작하는 날짜에 따라서 날 수가 달라진다고 말이야. 1월 1일부터 시작한 2년 8개월 28일하고, 3월 1일부터
시작한 2년 8개월 28일이
날 수가 다르다는 거지… 아빠가 더해보니까 1월 1일부터 시작한 2년 8개월 28일(윤년이 끼면 안됨)은 1001일이지만, 3월 1일부터 시작한 2년 8개월 28일은 1003일이구나. 아빠가
딴지를 걸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니고, 직업병인 것 같구나. 별거
아닌 것을 의심하는 병. 제목을 보고 1001일을 저렇게도
쓸 수 있구나, 작은 놀라움을 느낄 수도 있지만, 아빠는
‘굳이…’ 이런 생각이 들었어. 아마도 책이라도 아빠의 취향에 맞아 재미있게 읽었다면, 제목 가지고
딴지를 안 걸었을 텐데, 책도 아빠의 취향에도 맞지 않았단다.
읽기도 힘들었어. 아빠의 독서 능력이 뛰어나지 못해서 작가의 의도가
잘 모르겠더구나. 그 유명하다고 하는 위에서 이야기한 그의 대표작들을 읽어보고 싶은 생각도 확 줄어들었단다. 이 책을 재미있게 잘 읽은 이들도 많이 있더구나. 그 분들이 읽고
쓴 리뷰를 읽어보면서, 아빠가 파악하지 못한 작가의 의도를 파악해 보기도 했단다.
1.
이 책의 이야기는 1195년에서 시작한단다. 이븐 루시드라는 위대한 철학자의 이야기로 시작하는데, 나중에 어떤
분의 리뷰를 보니, 이븐 루시드라는 인물은 실존 인물이라고 하더구나.
이븐 루시드가 원래는 나랏일을 했는데, 뭔가 잘못을 해서 유배 생활 같은 것을 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열 여섯 살의 소녀 두니아가 찾아왔단다. 사실 이 두니아의
정체는 사람이 아니었어. 마계라고 부르는 상계에서 사는 마족(魔族)이었어. 그들에게
있어 지구는 아랫세상, 하계였지. 더 정확히 이야기하면 두니아는
마족의 공주였단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신과 같은 존재라고 생각하면 되겠구나.
둘은 사랑을 했고, 2년 8개월 28일 동안 아이들을 참 많이 낳았단다. 인간의 기준으로 보면 많아야 3번 임신할 수 있는 기간이지만, 두니아는 마족이기 때문에 인간과는
달랐어. 아무튼 많이 낳았다고 했어. 이슬람 국가의 왕이라고
할 수 있는 칼리프가 루시드에게 사면복권을 해주어 그는 두니아를 버리고 다시 왕궁으로 떠났단다. 그리고
그 후 일 년 뒤 이븐 루시드는 죽고 말았지. 하지만, 두니아는
인간이 아니고 마족이니, 영생의 몸을 가지고 있어 쭉 살았단다.
세월은 흘러 흘러 현재까지 흘렀어. 두니아와 그의 후손들이 세계 곳곳에
살고 있었어. 그 후손들은 자신의 조상이 마족이라는 것을 몰랐어. 그들에게
신체적 특징이 있는데, 귓불이 없는 것이 특징이었단다. 이
소설의 전체적인 내용은 책 전반부에 간단히 요약되어 설명이 되어 있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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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이 책은 마족의 위대한
공주였던 어느 여마신, 벼락을 마음대로 부려 번개공주라 불리며 오래전에, 우리가 12세기라고 부르는 시대에 한 인간 남자를 사랑했던 여인에
대한 이야기이며, 그녀의 수많은 후손에 대한 이야기이며, 기나긴
세월이 흐른 후 그녀가, 이 세상에 돌아와 잠시나마 다시 사랑에 빠졌다 전쟁에 나서는 이야기다. 또한 여러 마족, 남성이든 여성이든, 날아다니든 기어다니든, 선하든 악하든 도덕 따위에는 무관심이든, 아무튼 온갖 마족에 대한 이야기이며, 2년 8개월 28일 밤, 다시
말해서 천 날 밤 하고도 하룻밤에 걸쳐 이어졌던 위기의 시대, 혼란의 시대, 우리가 괴사(怪事)의
시대라고 부르는 그 시대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렇다, 그
시대가 끝난 후 이미 천 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러나 그 시대가 우리 모두를 영원히 변화시켰다. 다만 그것이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는 우리의 미래가 말해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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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자, 이제 그럼 두니아의 후손들이 살고 있는 현재 세상의 이야기를
해 보자꾸나. 전 세계에 엄청나게 큰 홍수가 일어나서 곳곳에서 피해를 많이 입고, 사람들도 많이 죽었어. 60대 노인 정원사 제로니모가 있었어. 그런데 대홍수가 지나간 다음, 제로니모의 몸에 이상한 현상이 일어났단다. 지표면에서 아주 살짝 떠 있는 거야.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떠 있는 높이가 높아졌단다. 이게 사는 데 보통 불편한 것이 아니었어.
늘 10센티미터를 떠서 다닌다고 생각해보렴.. 화장실에서
큰일을 볼 때도 얼마나 불편하겠니… 상상만 해도…
…
대홍수 다음에 이상한 능력이 생긴 건 제로니모뿐만이 아니야. 지미라는
나트리지 히어로의 작가는 자신의 그림이 실제 형상이 되어 나타나곤 했어. 그리고 어느날 자신의 방에
웜홀이 생겨서 그곳을 통해 두니아가 찾아왔어. 그리고 지미에게 그의 정체를 알려주었지. 위대한 철학자 이븐 루시드와 마족의 후예라고… 제로니모, 지미를 비롯한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앞서 이야기한 마족 공주 두니아의 후손들인 것이란다. 그런데 이 웜홀이라는 것을 통해 두니아만 온 것이 아니고, 마계의
다른 마족들도 지구로 몰려 들었단다. 지미가 살고 있는 곳이 뉴욕인데,
뉴욕 한복판에 웜홀을 통해 마족들이 온 것이었어. 그 마족들이 그런데 착한 애들이 아니야. 마계에서 못된 짓만 하는 흑마족들이었어. 그 흑마족들은 웜홀을 통해
지구, 그러니까 하계에 와서 전쟁을 선포했단다. 마계(상계)와 지구(하계)의 전쟁. 일명 이계 전쟁.
이 부분을 읽다 보면 어떤 영상이 하나 떠오르더구나. 너희들도 아빠랑
비슷한 장면이 떠오를 것 같은데, 어떠니? 그래, 영화 <어벤져스>가
떠오르더구나. 티노스의 후예들이 뉴욕 하늘에 만들어진 구멍을 통해 물밀듯이 내려왔잖아. 어벤져스 맴버들이 온갖 노력으로 무찔렀지. 그것처럼 이 소설에서도
흑마족들이 지구를 점령하려 온 것이야. 그러면서 그들은 온갖 자연 재해를 만들어냈고, 사건 사고를 일으켰고, 미스터리한 사건을 만들었단다. 어쩌면 지금 온 세계를 일 년 넘게 휩쓸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도 그들의 짓일지 몰라.
두니아는 마족의 공주라고 했잖아. 그리고 두니아는 마족의 착한 쪽인
백마족이었단다. 이후 소설은 흑마족과 두니아를 비롯한 백마족과 두니아의 후손들이 힘을 모아 흑마족과
전쟁을 겨루는 이야기가 펼쳐진단다. 그 와중에 두니아와 정원사 제로니모는 사랑에 빠지고 말이야.. 그리고 이 전쟁의 승리는 두니아가 이끄는 백마족의 승리로 끝나지…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아빠는 크게 감명 받지 못했던지라, 아주 간단히
이야기를 해주는 것으로 독서 편지를 마치마. 한 작품으로 작가를 평가하면 안 되겠지? 다시 알라딘 인터넷 서점에서 이 책을 검색해 보니, 평점이 무려
9.4로구나.. 아, 아빠가
뭘 잘못 읽은 것인가… 독서 내공이 아직 너무 부족한 것인가. 저
평점에 공감을 못하겠구나.
PS:
책의 첫 문장 : 진(jinn), 즉 마족(魔族)의 본성에 대란 기록은 허다하지만 정작 알려진 사실은 매우 적다.
책의 끝 문장
: 그리고 괴팍한 일면을 완전히 없애버리지는 못했기에 때로는 악몽이라도 꾸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