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이달에는 독서량이 약간 저조했다. <팔코너>, <뉴욕3부작>, <댈러웨이 부인>이 좋았다. <팔코너>는 깊은 울림이 있는 작품이고, <뉴욕3부작>은 글쓰기의 본질에 대한 작가의 지적인 성찰을 따라가는 재미가, <댈러웨이 부인>은 중년에 접어든 버지니아 울프의 쓸쓸하면서도 따듯한 내면 세계와 공감하는 재미가 있었다. <댈러웨이 부인>은 울프의 소설 가운데 가장 쉽게 읽히는 대중적인 작품이라고 생각하지만, 나의 기대를 충족시켜주지는 못했다.(내가 너무 큰 기대를 했던 것인지...) <올랜도>는 별로 재미가 없고, <줄곧 오름길>이라는 제목으로 묶여나온 그녀의 단편 소설들은 오늘날의 시각으로 보면 내용이 너무 협소하고 대체로 구식이 되어버렸다는 느낌.... 그래서 두 책 모두 읽다가 중단. 역시 울프의 대표작은 <자기만의 방>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수긍하게 되었다. 다시 읽어보고픈 책은 <팔코너>. 읽다가 중단한 책들 외에도 이달에 독서량이 저조했던 또다른 이유는 영어로 된 소설 읽기에 도전한 탓도 있다. 그레이스 페일리의 단편들을 조금씩 읽고 있다. 삶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과 아이러니도 있고 무엇보다도 재미있다. 그런데 번역하기가 무척 까다로울 것 같다. 포스트모던한 작품들이라 문장과 문장이 연결되는 방식이 명료하지 않고, 시적인 모호함을 함축한 문장들이 많다. 아마도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이유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 언젠가 번역해보고싶다....
* 비소설
평전 <하루키 하루키>는 하루키에 관해 몇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되어 재미있었고, <책인시공>은 정수복이라는 좋은 작가를 발견하는 즐거움을 흠뻑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책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필독서. 향기롭고 달콤한 휴식같은 책, 산들바람같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