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들 펭귄클래식 109
조르주 페렉 지음, 김명숙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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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제멋대로 흐르게 놔둔 시큰둥한 성향이 어디로 자신들을 이끌지 알지 못했다. 시간이 그들을 대신해 선택해 주었다. 물론, 그들도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무엇인가에 온전히 자신을 바치고 싶었을 것이다. 흔히 사람들이 천직이라 부르는 내부의 강력한 이끌림을 느끼며, 그들을 뒤흔들 만한 야망, 충만케 해줄 열정을 느끼며 자신을 쏟아 붓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어쩌란 말인가, 그들은 단 하나만을 알았다. 더 잘살고 싶다, 이 욕망이 그들을 소진했다. (32)


엑스프레스는 그들에게 안락함의 모든 기호를 제공했다. 두툼한 목욕 가운, 재기 넘치는 탈신성과, 유행하는 해변 휴양지, 이국적인 요리, 유용한 노하우, 지적인 분석, 높은 자리 사람들 사이에 일어난 일의 내막, 돈을 별로 안 들이고 휴가를 보낼 수 있는 장소, 다양한 견해, 새로운 아이디어, 예쁜 원피스, 냉동식품, 우아한 소품, 요령껏 전달하는 스캔들, 최신 유행에 대한 조언. (45)


(운이 좋다면 프랑스로 돌아와 재취업에 성공해서) (...) 지위에 걸맞을 정도, 실크 셔츠와 검은색 멧돼지 가죽 장갑을 누릴 정도의 부스러기 부를 차지할 것이다. (...) 체스터필드 소파, 이탈리아 자동차 시트처럼 부드럽고 고급스러운 천연 가죽 안락의자, 전원풍 테이블, 책 받침대, 양탄자, 비단 걸개, 밝은색 떡갈나무 책장을 장만할 것이다. (137쪽)


소비주의에 잠식당해 방향을 상실해가는 현대인의 삶을 군더더기 없이 강렬하게 보여준다. “그들은 몽유병자나 다름없었다.” 카프카의 표현을 빌려 말하자면, 내게는 정수리를 내리치는 책 가운데 하나다이 책은 정말이지 청년들의 필독서로 지정해야 한다어쩜 이렇게 짧으면서도 구체적이고 선명하고 예리하게, 한 젊은이가 사회 질서에 편입되어가는 모습을 묘사해낼 수 있을까애잔하고 아름다운 소설이다.  

 
2013. 0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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