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이기호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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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란 모름지기 웃기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면서 재미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신나게 그 이야기에 빠져있다가 마침내 이야기가 끝나고 나면 고개를 갸우뚱 하면서 뭔가 생각해 보게 되는 그런 이야기가 좋은 이야기다.' 작가 이기호가 이 단편집을 통해 하고싶은 말이 바로 이런 말이라면 그는 어느정도 성공한 거라고 생각한다. 작가는 계속해서 소설이 무엇인지에 대한 자뭇 진지한 질문을 던지고 있지만 유머와 익살을 빼면 이기호표 소설이 아니다. 오쿠다 히데오와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로망스가 특별한 인간이 성공하는 판타지 같은 이야기라면, 소설은 정의가 자기편이 아닌 사람, “꿈은 반드시 이루어 진다따위의 말이 해당되지 않을 실패자, 소외된 사람들, 인생에서 가진 패가 별로 없는 보통 인간들의 실패담이라고 한다. 그러니 성공하고 싶은 사람은 소설을 읽을 필요가 없다. 뭐 소설가로 성공하고 싶은 경우는 예외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소설은 진짜 가치 있는 삶이란 어떤 삶인지, 진짜 치명적인 실수란 어떤 건지를 볼 수 있는 혜안을 길러준다고 나는 믿는다. 나락으로 한없이 미끄러져 내리는 기분이 들 때 소설은 친구처럼 내 곁에 앉아서 가만히 용기를 북돋워준다. 내가 대체 어찌하면 좋은 건지, 다시 일어설 수는 있는 건지에 대해서도 슬며시 힌트를 주면서 말이다. 인간이 숭고해지는 순간에 대해, 고귀한 삶이란 게 어떤 건지에 대해 궁금하다면 오백 원도 필요 없다. 그냥 도서관에 가서 소설을 한 권 빌려보면 된다. 어릴적 동네친구가 그립거나 좀 웃고싶은 어느 날엔 이기호 소설을 집어들면 되고.

 

2013. 0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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