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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좋아했던 것 ㅣ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12
미야모토 테루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우리가 좋아했던 것 (미야모토 테루,
작가정신, 2011(2007))
사랑이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 건지의 한 예를 보여주는 소설이다. 가장
욕망에 끌려 다니기 쉬운 남녀간의 사랑에서 조차도 사랑의 이타적 본성에 충실하기 위해 노력하기만 한다면, 그
관계가 어떻게 끝나든 아름다운 시간을 만들고 그 시간을 평생의 재산으로 소유할 수 있다는 걸 깨닫게 해준다. 그러니까
사랑은 상대가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 설령 상대가 내 곁을 떠난다 해도 상대의 성장을 지켜보는
기쁨을 맛본 것 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상대의 결점과 어리석음을 보듬어 안는
성숙함을 통해서만 진짜 사랑을 알게 된다는 것.
사실 이렇게 도식적으로 요약한 말들은 우리의 마음을 크게 움직이지 못하지만, 설득력
있게 잘 쓰여진 소설은 우리의 삶의 태도를 조금은 바꾸어놓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본다면 이 소설은 중간 이상은 되는 것 같다. 나도 그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조금은 들게 만들었으니까. 그런데
여기 나온 네 남녀는 다 너무 착하다. 자신의 꿈을 위해 공들여 모은 돈을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타인에게 선뜻 내어줄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그런데 여기 모인 네 젊은이들이 모두 그런
캐릭터다. 그래서 동화 같은 느낌이 들고 마치 천상의 이야기를 듣는 것 같다. 하지만 한동안 너무 진지하고 무거운 소설만 읽어 좀 지친 마음이었는데, 이 소설을 읽는 동안만큼은 무척 편안하고 상쾌한 느낌이었다. 때로는
이렇게 마쉬멜로우처럼 말랑말랑하고 부드럽고 달달한 소설을 읽고 삶에 대해 낙관적으로 느껴보는 일도 정신건강에 도움이 되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