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의 공중부양 - 이외수가 처음으로 공개하는 실전적 문장비법
이외수 지음 / 해냄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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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가장 인기 있는 트위터리안 중 한 사람이라는 생각부터 떠올리게 하지만, 수많은 베스트셀러와 좋은 작품들을 끊임없이 세상에 내놓아온 작가 이외수가 소개하는 창작적 글쓰기의 비법은 과연 무엇일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가 공개한 비법의 핵심은 의외로 간단했다. 좋은 글을 쓰는 비법이란 좋은 인간이 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 데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좋은 인간이란 도대체 어떤 인간을 말하는가? 작가 이외수가 생각하는 좋은 인간이란 바로 만물을 사랑할줄 아는 감성을 가진 인간이다. 나쁜 사람은 자신 밖에 모르는 인간, 즉 '나뿐인 사람'이고. 사랑, 정의, 용기 등등 인간이 지녀야할 덕목 가운데 으뜸은 사랑이라는 예수님과 부처님의 가르침에서 그도 벗어나지 않는다.  


나쁜 놈은 좋은 글을 쓰지 못한다. 나쁜 놈은 바로 나뿐인 놈이다...남들이야 죽든말든 자기만 잘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부류들은 무조건 나쁜 놈에 속한다.(52쪽)


그런데 사랑은 아름다움을 느끼는데서 생겨나는 것이므로 모든 사물에서 아름다움을 느끼는 감성을 키우는 것이 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가장 기본이 된다고 한다. 그래서 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은 마음을 활짝 열고 대상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글은 쓰는 자의 인격을 그대로 반영한다. 사물의 속성을 파악하는 일은 사물과의 소통을 시도하는 일이며 사물과의 소통을 시도하는 일은 사물과의 사랑을 시도하는 일이다. 얼마나 거룩한 일인가. 나뿐인 놈들에게는 절대로 기대할 수 없는 일이다.(53쪽) 


(육안이 아니라 마음의 눈, 즉) 심안과 영안으로 보면 세상에 추악한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사랑은 아름다움으로부터 출발한다.(56쪽) 


따라서 대상을 아름답게 바라보는 마음 공부가 가장 중요하다. 이렇게 지속적으로 사물을 사랑하고 사물에서 아름다움을 느끼는 영적 수양을 게을리하지 않으면 누구라도 깨달음의 경지에 오르게 된다고 한다.저자에 따르면, 깨달은 자들은 가장 작고 하찮은 것들에 눈물겨워 한다고 한다. 그래서 깨달음을 얻으면 저절로 시가 터져 나오는데, 대부분 자연(달빛, 강, 산)을 노래한다.


그대가 만약 심안과 영안으로 사물을 바라볼 수만 있다면 천하만물들이 모두 보석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68쪽)


두번 째로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예술가가 되고 싶다면 창조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우선 저자는 모방이 창조를 낳는다는 널리 알려진 말을 믿지 말라고 한다. 창조적인 글을 쓰고 싶다면 창조적 시각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창조적 시각은 사물을 감각적으로 인식하는 훈련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한다. 사물을 감각적으로 인식한다는 것은 머리로 인식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것으로, 상상력을 발휘하여 사물의 상태를 자유자재로 변화시켜 보는 시도에서부터 사물들(단어들)에 감성을 부여하려는 끊임없는 노력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예컨대 배꼽 달린 개구리를 상상한다던지, 위기감을 표현하는 단어들을 쭉 적어본다던지 하는 식으로. 저자는 또한, 스스로 달라지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내가 달라지기 이전에 세상이 달라지는 법은 없다. 내가 달라지면 반드시 세상도 달라진다. 그대는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그대는 아직 달라져 본 적이 없는 하수다. 인격과 문장은 합일성을 가지고 있다. 문장이 달라지면 인격도 달라진다. 인격이 달라지면 문장도 달라진다. 그대가 조금이라도 격조 높은 인생을 살고 싶다면 현재의 자신에서 탈피하라.(97쪽)


셋째, 저자는 글쓰기의 필수요건으로 진실, 소망, 감성, 애증을 꼽는다. 글로써 타인을 감동시키거나 설득시키고 싶다면 끊임없이 자신의 내면을 갈고 닦아 진실하라는 것이다. 진실은 사실과 다른데, 사실을 통해 얻은 감정이 진실이다. 또 글에는 초자연적 힘이 들어 있기 때문에 꼭 미래일기를 쓰라고 권한다. 자기 영혼과의 약속은 의외로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며, 힘겨운 상황에 처할 때마다 굳건히 일어서게 만드는 힘이 되어줄 것이므로. 감성을 기르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마음 바깥에 있는 것들과의 교감을 시도하라고 강조한다. 만약 어떤 대상을 사랑할 수 없다면 증오라도 하란다. 사랑이나 증오는 글을 쓰게 만드는 원동력이므로. 그러나 방관만은 금물이다. 방관은 인간의 모든 감성을 말라 죽게 만들고 모든 소망을 말라 죽게 만들기 때문이다. 저자는 아직도 세상에는 증오해야 마땅한 것들이 너무 많이 남아 있기에 열심히 증오하라고 충고한다. 


넷째, 문장의 치명적인 병폐들을 조심해야 한다고 한다. 가식, 욕심, 허영을 버리고 순수한 문장을 만들라는 것이다. 현학적인 문장, 미사여구가 가득한 문장, 본심과 반대인 문장 모두 감동을 주지 못하고 글쓴이의 정신적 빈곤만을 드러낼 뿐이므로, 오로지 진실에 입각해서 써야한다고. 


다섯째, 사물을 바라볼 때 관습적인 관점을 벗어나서 모든 오감을 동원해서 감각하라는 것이다. 즉, 대상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대상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바라보라는 것이다. 사물들을 일상적이고 습관적으로 바라보면 대상이 전혀 글을 쓰고싶은 충동을 자극하지 못하므로. 


사물을 대하는 감각이 둔한 사람들은 언어에 대한 감각도 둔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쓰는 일에도 읽는 일에도 무관심한 것이다. 하지만 노력하면 둔감한 감각을 예민한 감각으로 얼마든지 되돌릴 수 있다. 사물을 온몸으로 감지하라. 모든 촉수를 곤두세우고 사물들이 간직하고 있는 진실을 탐지하는 습관을 기르라. 아무리 뛰어난 재담가라도 자신이 감동받지 않은 소재로 타인을 감동시킬 수는 없다. 진실하게 써라. 가슴으로 써라. 그러려면 사물에 대한 애정이 기본이다. 사물에 대한 거부감이나 혐오감부터 몰아내 버려라(139-140쪽)


 글쓰는 자로서 사물과 인간에 대한 그대의 편견은 일종의 죄악이다.(153쪽)   

  

여섯째, 글을 쓰기 위해서는 다양한 방식의 조사와 공부가 필수적이다. 


그대가 비록 천재라 하더라도 오로지 그대 자신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지식이나 재능만으로 글을 쓰겠다는 생각을 버려라. 인터넷 검색창을 이용하고 전문가들에게 조언을 구하고 관계서적을 찾아보는 행위와 그것들을 응용하는 요령까지가 그대의 능력이다.(194쪽)


지금까지 요약한 글쓰기의 기본 자세나 태도 외에도 저자는 단어와 문장, 수사법 등을 활용하는 구체적인 방식에 관해 많은 예문들을 곁들여 상세하게 설명해주기도 한다. 그러나 가장 와닿는 부분은 역시 글쓰는 이의 인간됨과 기본 마음가짐에 대한 강조 부분이었다. 저자는 틈만 나면 주변 사람과 사물에 대한 사랑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후회 없는 인생이란 많은 것들을 사랑하면서 살아온 인생이다. 우리는 수시로 우리들 자신이 얼마나 많은 것들에게 눈길을 주면서 그것들에게 사랑을 느꼈는가를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가슴 안에 사랑이 간직되어 있지 않은 인간은 결코 예술을 느낄 수도 없으며 예술을 행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214쪽)


일곱번째, 사랑에 대한 강조에 더하여, 좋은 작가, 좋은 예술가, 보다 나은 인간이 되기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 즉 절대고독에 대한 이야기도 아름답고 깊은 감동을 준다.

 

번데기는 12일 동안 꼼짝달싹도 못한 채 캄캄한 고치 속에 갇혀서 절대고독을 감내해야 한다. 그리고 날개를 가지기 위해 등껍질이 찢어지는 아픔도 감내해야 한다... 번데기의 과정을 한마디로 대신할 수 있는 단어는 절대고독밖에 없다. 절대고독은 유시형곤충들(날개를 가진 곤충들)이 날개를 가지기 위해 필수적으로 감내해야 하는 통과의례다... 절대고독이 두렵고 등껍질이 찢어지는 아픔이 두렵다면 무시형곤충을 선택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대는 오로지 먹고사는 즐거움 하나로 만족하면서 밑바닥을 기어 다닐 각오를 해야한다. 그러나 날개를 가진 공충들은 거의가 아주 소량의 먹이만으로 생명활동을 영위한다. 그것들은 먹이를 최상의 즐거움으로 삼는 단계를 벗어난 생명체들이다. 기어다니는 생명체들과는 차원이 다른 존재들이다. 그것들에게는 하늘을 날아다니는 즐거움이 있다... (220쪽)


우리가 날기를 포기하는 순간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지를 암시해주는 다음 이야기는 섬뜩하다.


날개가 없는 곤충들은 대부분 집단적으로 먹이를 공격하거나 남이 잡아놓은 먹이를 훔치거나 상처 입은 먹이를 찾아 헤매거나 다른 동물의 몸에 기생하거나 함정을 만들어놓고 먹이가 지나가기를 끈질기게 기다려야 한다.(220쪽)


어떻든 인간은 날개 달린 존재가 되기위해 절대고독을 감수해야 하는 윤리적 사명을 띄고있는 존재라는 생각마저 들게 하는 이야기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어떤 분야든 장인이 되기 위해서 반드시 요구되는 고도의 집중력과 끈질긴 인내심이 작가가 되기위해서도 반드시 요구되는 자질이라고 말한다. 결국 글쓰기의 성패는 기술의 탁마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정신의 탁마로 결정되는 것이라는 저자의 말에 깊이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집중력과 인내심을 기르는 일 역시 정신적 탁마의 일부일 것이므로.


사족 한 마디. 음양오행의 범주에 따른 인물 구성 방법에 관한 저자의 독특한 관점이 재미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어떤 인물도 이 음양오행의 범주를 떠나서 존재할 수는 없다고 단언하면서 그 특성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놓고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이 책은 다른 창작방법론 서적과는 다른 차별성을 지닌다고 할 수 있겠다. 


12. 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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