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처음 방문을 잠근 날 - 자존감, 효능감을 높이는 독서처방전
최희숙 지음 / 아름다운사람들 / 2019년 5월
평점 :
절판


아이가 처음 방문을 잠근 날

 

최희숙 지음

 

이 책은 한참을 잊고 있었다. 나는 사실 실용서나 자녀 교육서 등은 거의 읽지 않는다. 나는 책을 순전히 재미 추구를 위해 읽고, 나 좋을라고 읽고, 행복하려고 읽기 때문에... 실용서는 뭔가 재미없을 것 같기에, 자녀 교육서는 내가 잘 못 하고 있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되는게 두렵고 짜증이 나서 접하지 않는 편이다. 고백하자면.. 아마도 나는 이 책을 그냥은 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서평단에 응모를 하게 되었고 당첨이 되었다. (정말 감사한 일이다.) 보통은 서평 책이 빨리 오는 편인데... 이 책은 한 달 정도 만에 온 거 같다. 그래서 거의 잊고 있었던 게 맞다. 표지가 이쁘지 않았다. 제목도 우울하고.. 그렇지만 나는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 서평하기로 한 책은 항상 꼼꼼히 보려고 노력하는 편이다.(몇 년 전에 서평을 많이 하던 시절이 있었다. 무조건 응모하고 무조건 열심히 했는데... 그 때 너무 힘들었다. 내가 왜 이래야 하나.. 일도 해야하고 아이도 키워야하고 살림도 살아야 하는데 숙제처럼 쌓여있는 책으로 내 삶에 기쁨을 주던 존재였던 이 짐이 되었고 행복하지 않았기에... 서평단은 다시 안 하리라 마음 먹었다. 올해 본의 아니게 시간이 나고 마침 좋은 책도 많았기에 다시 서평단을 도전하지만 이번에는 정말 읽고 싶은 책만, 좋아하는 책만 도전하기로 마음 먹었고 그나마 도전한다고 다 되는 것도 아니기에... 부담되지 않을 정도의 책을 보고 즐겁게 서평을 하고 있다. 또 나도 사서 읽거나 도서관에서 빌려 읽는 책도 만만치 않기에 이 정도가 딱 좋고 행복하다. ) 이 책도 책임감과 사명감을 가지고 책을 펼쳤다. 그냥 자녀 교육서나 심리학자의 이야기인 줄 알았던 나의 첫인상은 책 제목을 보면서 바로 깨졌다.

자존감, 효능감을 높이는 독서처방전’... 책의 저자는 심리상담사이자 독서지도사라고 하신다. 20년간 아이들을 가르치는 학교 선생님은 아니시고 사설 독서`논술 선생님이신 것 같다.

머리말을 읽고부터 이 책이 끌렸다.

-어찌해야 할지 모를 때 책을 읽었다. 갈 곳이 없을 때 도서관에 갔다. 잘 살고 싶어서 나를 훼손시키지 않고 터널을 지나고 싶었다. 외로움이 몰아쳐서 누구라도 붙잡고 싶을 때, 릴케의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는 내게 고독하라고 말했다. 고독 속에서만이 성장한다고 모든 중요한 일은 어려운 거라고 말해주었다. 답을 몰라 헤멜 때는 잠시 그 생각을 서랍 속에 넣어두라고, 어떤 문제를 겪고 있다는 건 그걸 해결할 능력이 지금은 내게 없다는 것이니 잠시 서랍 속에 그 문제를 넣어두라고 했다. 서랍 속에 넣어두었다는 걸 잊지만 않고 있으면 언젠가 답이 찾아온다고. 그렇게 릴케는 나의 품위를 지켜주었다.~~~ 아이의 걸어 잠근 문이 열리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방문을 열기 위해 방문 앞에 서 있지 말고 내가 커야 한다는 것이다. ~~ 먼저 내가 채워져야 했다. 내게 없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줄 수 없고, 없는 걸 주려고 하니 지치고 거칠어졌다. ~~내게 성장이란 지식의 덧붙여짐이라기보다 기존의 무지가 깨지는 과정이었다. 무지와 왜곡된 생각이 깨지는 만큼 성장했고, 성장은 가벼워지고 자유로워지는 선물을 주었다.- 머리말에서...

 

저자는 수업 때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모두 살림노트를 쓴다고 한다. 이 노트에는 무엇이든 살리는 이야기를 적는데 그것이 나를 살리는 격려의 말도 되고, 몸을 살리는 건강한 먹거리를 찾아 먹는 것도 되는데 이러한 것들을 매일매일 3가지씩 기록한다고 한다. 그리고 그것만큼이나 저자는 죽음에 주목한다.(실제 죽음 뿐 아니라 기운 빠지게 하는, 풀 죽게 만드는, 작아지게 만드는 것들... 우리를 살고 싶게, 또는 죽고 싶게 만드는 것들은 큰 일이 아니라 작은 말, 표정, 기억들이라고...) 어느 아파트 옆에 무덤이 있다는 말에... 자신은 그 곳에서 살고 싶다고... 매일 이런저런 고민하며 빠듯하게 살다가 집에 들어오며 무덤을 보면 모든 것이 죽지 않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오래동안 독서 지도를 해 오시고 논술을 가르치셔서 그런지 몰라도 정말 글들이 좋았다. 내가 읽어왔던 많은 책들이 있었지만 이 책에서 본 것들은 다시 읽고 싶어졌고 봤던 영화인데도 새로운 관점과 새로운 이야기들로 다시 보고 싶게 했다. 읽는 내내 서평을 위해 줄일 수 없을만큼 자체로 좋은 문구가 많아 평소 책에 줄치거나 표시해두는 것을 굉장히 싫어하는 나지만... 너무 좋은 곳이 많아 이거.. 어떡하나... 망설여졌다.

아이에게 선택, 결정하게 하라는 말도 좋았고.... 마지막 글 [당신이 옳다]에서 보았듯 나도 내 아이에게 나 스스로에게 자유를 주고 싶기도 했다.

얇은 책이지만 서평은 그 어떤 책보다 쓰기가 어려운 편에 속하는 참 생각 거리 많고 읽을 거리 많고 곱씹을 것 많은 좋은 책을 읽게 되어 정말정말 감사하다.

급한대로 좋았던 구절... 급히 옮겨본다

 

내게 없는 것을 주려 하니 거칠어졌다.

p.40

책이 주는 선물

책 읽기가 주는 혜택도 부모가 먼저 맛보았으면 좋겠다.

 

무엇이 나를 달리게 하는가?

질투는 나의 힘이라는 기형도 님은 질투 덕에 그렇게 아름다운 글을 남겼고 저자의 딸이 어느 순간 놀랍게 성적이 오른 것은 가정의 위기라는 불안과 공포였기에 행복하지 않았다고 하였고 현재 먹고 살기가 괜찮은 친구지만 가난했던 과거 때문에 항상 돈을 좇는다고 한다는 그녀의 글을 보고 과연 나를 달리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다.

 

p. 57

결핍, 나를 온전한 존재로 믿는다는 건 뭘까?

~~ 아이의 온전함을 믿는다는 것은 잘 살고 성공한 것을 믿는다는 것이 아니다. 무탈하게 살아갈 것을 믿는다는 것도 아니다.

어떤 삶을 살든 아이가 삶의 주인이고 그 모든 것을 겪어낼 가치가 있다는 걸 믿는 것이다. 그것이 믿어지니 한 발짝 물러나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아이보다 앞서던 발걸음의 속도를 늦추는 것은 꽤 어렵지만 필요한 일이었다. 그것은 빼앗은 왕관을 돌려주듯 아이는 삶의 주인이 되고 나는 내 삶의 주인이 되는 일이었다.

 

자살을 시도한 아이에게 ~~[캐스트 어웨이]영화를 보고... 그 아이의 인생영화는 이 것이란다. 비행기 조난사고를 당했던 척이 무인도에 갖혀 다양한 방법으로 탈출을 시도하고 포기할 무렵 파도에 실려온 판넬을 돛으로 이용해 탈출 4년 만에 돌아왔을 때 살아야했던 이유였고 그리워했던 연인 켈리는 이미 결혼해서 애까지 있는 상태... 걱정하는 친구에게 척은 말했단다. 켈리도 자신도 정확히 계산했기에 켈리는 잊기로, 자신은 섬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거센 파도가 판넬을 가져다주었고, 켈리를 다시 잃은 지금, 너무나 슬프지만 또 살아갈 거라고. 파도가 무엇을 가져다줄지 알 수 없기 때문에.... “Who knows what the tied could bring?”....이 이야기 덕분에 아무리 힘들어도 무조건 버티자고 자신을 다독인다고...

 

P.108

사랑과 수용, 그것이 그렇게 자녀 삶의 발목을 잡게 될 것이란 걸 알았다면 부모는 밥을 먹이듯 아이를 사랑하고 감정을 읽어주는 것에 열심을 냈을 것이다. ~~~ 한 가지 좋은 소식은 나이 들면서 지혜도 함께 자란다는 것이다.

~~[앵무새 죽이]에 또래 아빠보다 나이가 많은 50살 가까운 아빠를 아쉬워하는 딸아이에게 옆집 아줌마는 말한다. “너희들은 행운인 줄 알아야 한다. 네 아버지 나이의 철학을 단단히 누리고 있으니까. 만일에 말이다, 네 아버지가 지금 삼십 대라면 너희들의 삶도 무척이나 달라져 있을 게다.”

지금은 부모로서 부족한 것 같고 아이와 힘든 관계에 있을지라도 지금의 모습이 끝은 아니다. 우리는 모두 과정 중에 있는 것이다. 과정 속에서 피하지 않고 오늘을 충분히 경험하다 보면 보너스로 나이가 주는 철학도 덤으로 얻는다. ~~~ 긍정이라는 말은 좋은 쪽으로 생각한다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보고 인정하는 것이다. ‘그것이 그러한 것을 보고 받아들이는 모습이 긍정이다. 우리는 자녀에 대해서도 자신에 대해서도 편견 없이 긍정할 필요가 있다.

 

p. 115

치히로처럼 우리가 성장했을 때를 되돌아보면 혼자 무언가를 책임져야 할 때였던 것 같다. 아무도 의지할 곳 없이 혼자 고뇌하고 결정하며 책임을 감당할 때 폭풍성장을 한다. 그러니 좋은 환경만을 주려 너무 애쓸 필요도 없고 부족한 환경이라고 너무 주눅들 것도 없다. 어려서 결정하는 경험을 해보지 않고 어른이 되면 무엇을 어떻게 결정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주변 의견에 따라가거나 누가 대신 결정해주기를 바라는 어른 아이가 되기도 한다.

 

~ 아이가 TV를 보고 있는 동안 잔소리하는 건, 화면 뒤에 숨어 있는 전문가 1,000명과 싸우는 것과 같다고 한다. 마케팅 전문가, 소비 심리학자, 행동 심리학자, 기획 전문가 등이 화면 뒤에서 아이의 마음을 유혹하는데 TV를 끄라고 하는 것은 무리다. 시간을 두고 아이가 공부나 TV, 핸드폰 등에 대해 얘기할 때까지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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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생은 망했다고 생각될 때 - 실수에서 시작하는 자존감 회복 프로젝트 십대를 위한 자존감 수업 1
양지열 지음 / 자음과모음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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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가볍고 얇은 책이다.

 

제목이 '이번 생은 망했다고 생각될 때' 라고 하고... 십대를 위한 자존감 수업이라고 하여 관심을 가졌던 책이다.

 

 

읽기도 쉬웠고 보기도 편했다. 책도 얇고 글자는 아이들 책처럼 제법 컸고 내용이 많지 않았다. 마음 먹고 읽으면 두시간 정도면 충분히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은 '양지열'이라는 변호사가 쓰신 책이다. 한 때는 중앙일보 기자로 8년 정도 근무하셨고 서른 중반에 사법시험에 도전하여 40이 넘어 변호사가 되신 분...

연배는 나보다 많은 편이신 것 같고....

일반적인 자존감과 관련된 심리 에세이일 줄 알았는데... 이 책은 약간 자서전 같은 책이다. 성장기와 어려웠던 시절을 겪어 본 분이 '이번 생은 망했다고.. 하는 ' 젊은이들이 안타까워 따뜻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곁들여 용기를 주려고 쉽게 쓰신 책.

초등학교 졸업 즈음 뇌출혈로 크게 수술한 일, 중 고등학교 시절 특별하지 않아서 존재감 없었던 학창시절, 다른 공부는 곧잘 했지만 수학은 엉망이었던 일, 학창시절 이유도 모르지만 비난 받았던 일, 공부는 해야하는데 너무 놀고 싶어 놀고 후회한 일.. 등등을 따뜻하게 얘기해주시는데 그래도 이 분의 삶 자체가 '이번생은 망했다...'는 것과 거리가 먼 삶이기에 아이들에게 공감이 갈 수 있을지 걱정이 되는 부분도 있다. 기자도, 변호사도 되는 과정이 힘들었을지언정 아무튼 지금 사회적 지위가 어느 정도 있는 분이니까..

그런 생각을 남기며 아무튼 따뜻한 선배님의 말씀을 듣는 좋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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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 혼자도 결혼도 아닌, 조립식 가족의 탄생
김하나.황선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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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혼자도 결혼도 아닌, 조립식 가족의 탄생)

김하나*황선우

 

이 책은 출간 때부터 알고 있었다.

제목이 너무 눈에 띄었고 아마도.... 부러움 반, 궁금증 반에다가 너무 부러우면 지는 거니까 사실 읽으려고 하지 않았다.

그치만 기회가 왔으니 안 읽을 수 있나..

 

결과 ... 너무 재미있었다.

작가 두 분의 나이가 나랑 비슷하다. 고향도 같다.

(물론, 나는 이 동네에서 쭈욱 살고 있지만... 광안리, 해운대... 다 우리 동네다.)

 

집을 벗어나 혼자 살아본 적이 단, 한번도 없고 나는 결혼이라는 형태로 또 다른 가족을 구성하며 산다.

 

외지에서 혼자 살아본 적이 없지만... 나는 혼자 살기를 잘 했을 인간이다. 별로 외로움도 안 타고, 혼자력이 제법 높은 인간이고 남 못지 않게 내 삶을 누리는 걸 좋아하는 인간인 나는 그렇게 안 살아봐서인지 혼자 생활, 그리고 이런 친구와의 단체 생활... 에 대한 동경이 아주 높은 편이다.

 

처음 두 사람의 만남과 같이 살게 되기까지의 과정, 집을 구하고 둘이 맞춰가는 과정을 다 읽기 전까지는....역시 결혼의 형태가 아니라서 서로 기대치가 없고 의무가 없기에 아마도 싸움도 없을 것이고, 서로 조심하니까 완벽한 주거 형태이며... 매일 너무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사람과 사람이 만나 같이 살아가는 것은 그야말로 그 사람의 인생 전부가 같이 오는 것이기에 꼭 결혼이 아니더라도 사람이 한 공간에서 같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정말 많은 조정 과정이 필요했을 밖에 없었을 거라는 걸 글을 읽다가 알게 되었다. 특히, 김과 황 두 분은 달라도 너무 다른 분들이기에 (책이나 문화적 취향, 삶에 대한 긍정적 에너지와 활기, 혼자력....등 아주 많은 성향이 닮았으나 삶의 습관, 소유 방식, 생활 태도 등은 달라도 너무 달라) 맞춰가는 모든 과정들이 부부들의 부부싸움과 닮아 신기했다. 무소유에 심플하고 단순한 삶의 방식과 소유 습관으로 깔끔하고 정리도 잘 하고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삶을 살고 있는 김작가, 뭐든 과하게 많고 정리도 안 되고 버리지도 못 하지만 요리가 특기인 황작가..... 둘의 삶의 습관과 주거지 활용 방법, 정리 개념이 달라도 너무 달라 아마 부부였다면 벌써 이혼하고 사생결단이 나도 몇 번 났을 것만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익숙해진 지금은 둘은 서로 의무감이 없는 동거인으로서 상대방의 집에 책임감이나 효도에 대한 압박은 없이 딸과 함께 있어주는 든든한 동거인으로서 부모님께 나름의 부담없고 책임없는 사람좋은 사위 역할을 하고 있다 하니 그 세월 잘 이겨내셔서 기특하다.

두 작가님들이 둘다 글발이 좋고 글도 재미있게 쓰셔서... 책 읽으면서 얼마나 많이 웃었는지 모른다. 재미있는 책들은 많이 읽었지만 최근 들어 깔깔거리면서 읽은 책은 이 책이 유일한 거 같다.

김작가님과 황작가 님을 보면 ... 나는 정말 황작가 님과 비슷한 유형의 인간이다. 내 얘기 하나 싶어 깜짝 깜짝 놀라서 반성하고 공감하면서 읽으면서... 김작가 님 유형의 남편에게 많이 죄송했다. 나는 그렇게 더럽게 느끼지 않는데... 항상 답답해 하며... 그 사람의 취미가 정리이고 청소라고 생각하는데... 자주 짜증을 내던 그가.. 사실 나 때문에 많이 힘들었을 것 같아 이 자리를 빌려 사과하고 싶다.

 

아무튼... 이 분들의 이야기를 통해 잠시나마 행복했다. 한동안은 주변에 이 책 이야기 많이 할 것 같다. 물론, 이 두 분 같이 좋은 동거파트너를 만나는 건 결혼보다도 힘든 일인지도 모르겠다. 글이야 유쾌하게 쓰셨지만 어찌 좋은 일만 있었겠으며 차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사소하면서 중요하고 예민하고 민감한 일들이 얼마나 많았을까....

 

WC라는 가족 형태에서 생활방식이 전혀 다른 두 여자, 4마리 고양이.... 살림 합치면서의 정리, 생활 습관 맞추기, 일 분담하기... 나중에 그녀들이 이별할 때의 일들.. 많은 일들이 있겠지만 현명하게 행복하게 잘 해내실 겉 같아.

망원 스포츠 클럽도 좋았고, ‘hawaii delivery’도 유튜브에서 찾아 봤다.

김하나 님의 책읽아웃도 볼 생각이다. 나중에 혹시 나이 드셔서 부산의 바닷가에 가게 내시면.. 단골도 될 의향이 많다.

 

다들 행복하고 건강하시길...

책 뒷표지에 타임머신이 있다면 20대의 결혼 전 자신에게 이 책을 주고 싶다고 했지만... 모든 삶은 살아보지 않았기에 좋아 보일 수 있겠지... 아무튼 변화된 사회의 다채로운 가족들에 대한 다양한 이해는 필요한 부분인 것도 같다.

 

p. 078

이 나이가 되도록 결혼을 안 하고 있어서 좋은 점은, 세상이 말해주지 않는 비밀을 하나 알게 되었다는 거다. 그게 뭐냐면, 결혼을 안 해도 별일 아니라는 사실이다. 내가 결혼 안 해봐서 아는데, 정말 큰일 나지 않는다.

 

p.109

사람이 온다는 건/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그는/그의/과거와/현재와/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정현종, [방문객]에서

 

 

p. 113~115

나중에 심리학에서 나 같은 사람의 애착관계 형성 양상을 회피 유형으로 분류한다는 걸 알았다. 공격적으로 말하기보다 부드럽게 둘러서 얘기하고, 마찰이 생길라 치면 상황을 외면해버리기에 독립적이고 쿨해 보이는 이런 사람들은 실은 비겁한 부류다. 실망하기 싫어서 기대하지 않은 척하고, 부딪치기 싫어서 크게 중요하지 않은 척하는. 인격이 성숙해서 잘 안 싸우는 사람이 전혀 아니라, 오히려 미숙해서 잘 못 싸우는 사람에 가까웠던 거다. 다투더라도 기분이 상했을 때 내 집으로 돌아와 동굴 같은 그곳에서 휴식을 취하면 되었으니까. 하지만 이번에는 통하지 않았다. 함께 사는 사람과 싸운다는 건 도망갈 곳이 없어진 거다. 지금까진 누구와의 갈등도 이렇게까지 깊게 제대로 해결할 필요까진 없었다면 이제 절벽을 뒤에 둔 느낌으로 최선을 다해 임해야 한다. 제대로 잘 싸워야 한다.

~

내가 이제야 배운 싸움의 기술은 이런 것이다. 진심을 담아 빠르게 사과하기,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내 입으로 확인해서 정확하게 말하기, 상대방의 기분을 헤아려 어떨지 언급하고 공감하기, 누군가와 같이 살아보는 경험을 거치고서야 이런 기본적인 것들을 배울 수 있다.

~사람은 혼자서도 행복할 수 있지만 자신의 세계에 누군가를 들이기로 결정한 이상은, 서로의 감정과 안녕을 살피고 노력할 수 밖에 없다. 우리는 계속해서 싸우고, 곧 화해하고 다시 싸운다. 반복해서 용서했다가 또 실망하지만 여전히 큰 기대를 거는 일을 포기하지 않는다. 서로에게 계속해서 기회를 준다. 그리고 이렇게 이어지는 교전 상태가, 전혀 싸우지 않을 때의 허약한 평화보다 훨씬 건강함을 나는 안다.

 

 

p.188~p.189

최근에 바깥양반이 주말에 집안일을 보상 차원으로 가사 도우미를 부르기 시작했다. 평소 황선우의 지론은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건 큰 문제가 아니다이므로 가사 불균형의 문제도 일단 돈을 투자해서 해결할 수 있는지를 실험해 본 것이다. 가사 도우미가 첫 출근하는 날, 나는 나보다 나이 많은 분이 우리 집안일을 하는데 옆에서 같이 하기도, 하지 않기도 어색할 것 같아서 철군의 집으로 피신했다. 황선우는 난 괜찮아라며 집에 있겠다더니 결국 어색함을 견디지 못하고 도우미분과 함께 청소를 했다고 한다. 하하 꼬숩다. 바깥양반이 자발적으로 도우미를 부르고 가사 불균형을 맞춰보려고 시도하는 것만으로도 꽁해 있던 나의 마음은 풀려 버렸다. 게다가 도우미가 다녀간 깨끗한 집에 들어서는 건 안사람이자 집요정 도비인 나에게 정말이지 큰 선물이다. ... 각 집안의 바깥양반들이여, 돈을 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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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머리 앤을 좋아합니다 - 초록 지붕 집부터 오건디 드레스까지, 내 마음속 앤을 담은 그림 에세이
다카야나기 사치코 지음, 김경원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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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머리 앤을 좋아합니다.

많이요....

 

16년 전 ... 큰 마음 먹고 캐나다를 갔었다. 프린스 에드워드 섬을 가려고.. (못 갔다. 캐나다 가면 근처에 ... 아주 쉽게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나는 그야말로 바보였다.) ...그치만 못 갔지만...그래도 행복했다.

그 때도 관련 상품들을 많이 사들였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정말 열풍이 몰아치듯... 빨간 머리 앤 ... 관련 책과 굿즈들이 쏟아지게 나오더라.

그래서.... 많이 샀지.^^

 

가방까지는 못 샀고(차마 들고 다닐 용기가 안 나서.. 에코 백은 제법 있지..) 파우치는 6~7개 샀다.  컵이랑 접시... 등을 많이 샀고... 펜이랑...아무튼 보이면 산다.(다 비싼게 함정.)

 

책은... 내가 살 수 있는 건 사는 편이다.

 

이 책은 아들에게 선물 받았다. (강제로... 생일 기념하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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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책을 아끼는 편이라 이렇게 메모 남기는 걸 좋아하지 않지만 영원히 소장할 것이고 울 애의 기억을 남기고 싶어서.. 강제로 적게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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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너무 너무 이쁘다. 정말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다. 덕질하는 동료를 만나서 기쁘고 이렇게 예쁘게 만들어 주셔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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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빨간 머리 앤의 많은 장면과 이야기 거리들을 좋아하지만....

항상 그녀의 옷이나 방들이 궁금했는데... 여기서 만나서 정말 즐거웠다.

 

사라사가 뭔지 버깅이 뭔지... 특히나 궁금했던 모슬란이랑 퍼프 소매, 오간자 드레스... 이런 이야기들이 작가의 노력으로 다시 그림으로 나와서 ... 항상 애니로 만난 빨간 머리 앤과는 또다르게 앤스러운 수수한 앤을 만나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작가 님의 글을 보고 반성했다. 그렇게 좋아한다면서.. 나는 앤 말고 몽고메리 여사님 다른 글은 읽지 않았다. 있는 줄도 몰랐어..ㅜㅜ  ... 찾아 봐야지.

 

비슷한 사람을 만나 행복하고 많이 공감했던 시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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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고르듯 살고 싶다 (해피뉴이어 에디션) - 오늘의 쁘띠 행복을 위해 자기만의 방
임진아 지음 / 휴머니스트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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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빵 고르듯 살고싶다.

 

일러스트레이터 임진아... 글 그림.

 

오늘의 쁘띠 행복을 위해.....

 

빵 책인 줄 알고 읽은 책...

사실 말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고 행복해지는데 여기 일러스트는 내 취향이다.(나는 이렇게 심플하고 착하고 귀여운 그림체를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빵 책 아니다. 빵이 나오지만... 빵을 고를 때....같이 행복한 순간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책이 너무 얇고 귀엽다. 진짜 금방 읽히고 내용도 참 사랑스러운 책이다.

 

자기만의 방이라는 출판사랄까 브랜드도 귀엽고...이 책은 [자기만의 방] 스타일 Room No.501에 해당하는 ... 그러니까 5번째 책인가 보다. 이런 책 출판도 제법 괜찮다. 두께에 비하면 좀 책값이 비싼가?

다이어리나 문구 디자인 회사에 다닌 그녀의 에피소드나, 회사 그만두고 카페에서 아르바이트 했던 이야기, 고등학생 시절 어머니 가게가 있었던 광화문 까페와 근처 교보문고와 관련된 추억들이 참 예쁘다.

일러스트를 그리는 분이라 그런지 감성이 아기자기하고 글도 어렵지 않았고 공감이 되면서 사랑스럽다.

 

나도 그녀의 대답에 답해 볼까?

가장 좋아하는 빵은 무엇인가요?

...... 나는 단팥빵!!!

거친 빵, 딱딱한 빵, 앙꼬없는 빵, 무맛의 빵은... 못 먹는다....

나는 달콤하고 행복한 맛난 빵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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