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백세희 지음
작년에 이 책이 제법 오랜시간 베스트셀러였어. 그리고 표지도 예쁘고 제목도 눈에 띄어서...읽고 싶은 목록에 올려두었다가 반가운 기분과 가벼운 맘으로 책을 들었다.
헉... 별로 내용이 가볍지가 않다.
이 작가는 예민하고 우울한 부분이 있는 착한 사람으로 기분부전장애(가벼운 우울 증상이 지속되는 상태)을 가지고 있으며(이거이거 병명을 궂이 붙이자면 이런 거고, 좀 일반적인데 조금 예민한 사람), 여러 가지 사회생활과 인간관계가 좋기도 했다가 어려움이 있어 병원을 찾았고 그 병원에서 정신과 전문의와 실제 상담한 대화가 책으로 엮여 나오게 되었다. 어떻게 보면 상당히 개인적이고 감추고 싶은 자신의 내면을 세상에 공개하면서 ‘나는 왜 이럴까?’ 이런 생각 많이 했을 것 같은데.... 그게 이상한게 아니었고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이 존재하고 다양한 성격의 다양한 상황이 있으니 그런 걸 까발리고 공론화 하면서 건강하게 치유를 해 보자는 의미인지.. 뭔지 몰겠지만...(대화체는 정말 가독성이 낮다. 재미는 그냥 딴 나라 이야기다.)
암튼 나는 이 책이 하나도 재미가 없었다. 못된 마음이지만... 나는 성격이 그다지 예민하지 않아서... 그래 낙천적이기도 하고 허술하기도 해서... 평소 심각하거나 우울하지 않은 편에 속하는 밝은 축에 속하는 사람이다. 주변에 예민한 사람, 우울한 사람.... 사실 난 좀 그들이 힘들더라. 그런 사람이 있으면 슬쩍 피하곤 한다. 그리고 다른 부분보다 우울한 사람을 대하는게 가장 어렵다. (학생을 만날 때 우울하거나 입을 안 여는 아이가 나는 가장 대하기 힘들더라. ) 또는 예민해서 맨날 화내거나 짜증이 많은 사람은 이해하려고 하기 보다는 또... 저런다..... 피하자..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개인적으로 그 사람들이 안쓰럽기도 하지만 그들 스스로 극복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그들이 스스로 못 이겨내는 부분을 내가 해 줄 수도 없으며 나도 내가 소중하고 내 행복이 중요하기 때문에 불편한 마음으로 세상을 살고 싶지 않다.-> 물론 이건 지나친 경우이고 저자가 말하고 있는 가벼운 우울이야 누구든 있다니까... 그걸 얘기하기 보다는 ..... 아마 직장에서 너무 까칠한 사람들이 제법 있는 환경에 살고 있다보니 괜히 기분이 요런 거겠지.
물론 누구나 가벼운 우울을 계속 안고 가는 걸 수도 있고...저자의 사적인 부분의 대담한 공개라는 용기를 높이 사지만 ..... 저자의 아주 사적인 부분의 공개가 과연 본인을 행복하게 했을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난 남 걱정이 취미인가? ) 2편이 시중에 나온 걸 보면 긍정적인 부분이 많기도 했겠지. (실제 베스트셀러였던 걸 보고... 서평 중 자기랑 너무 비슷해 공감하고 감탄하는 분도 많고 인생책을 만났다는 사람도 많았던 걸 보면 확실히 많은 이들의 공감과 위로가 되어준 좋은 책인가 보다.) 암튼, 나는 다시는 보고 싶지 않고 비슷한 책도 속편도 전혀 읽지 않으련다. 나는 공감 위로보다...나는 이런거 읽는게 스트레스를 유발했다. 지속적 우울이 그들의 잘못이란게 아니고 도저히 공감도 이해도 안 되니까. 정신과 의사는 어떻게 견딜까? 그러니 비싼 돈 받으시는게 맞다. 나는 이런 걸 돈 내고 시간 내며 다시는 읽고 싶지 않다.
어떻게 보면 무심하고 예민성 떨어지는 나의 감성에 감사하고 이렇게 단단해지기까지 많은 고민과 눈물이 있었던 내 노력도 인정하면서.... 떡볶이는 먹고 싶지만 약간은 우울하더라도 죽고 싶은 마음은 자주 먹지 않는 우리들 모두이기를, 조금 더 모두가 행복하기를 바라며... 이만 총총
책속으로 ----
참을 수 없이 울적한 순간에도 친구들의 농담에 웃고, 그러면서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허전함을 느끼고, 그러다가도 배가 고파서 떡볶이를 먹으러 가는 나 자신이 우스웠다. 지독히 우울하지도 행복하지도 않은 애매한 기분에 시달렸다. 이러한 감정들이 한 번에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해서 더 괴로웠다. --- p.8
감정의 양 끝은 이어져 있기에 의존성향이 강할수록 의존하고 싶지 않아 하죠. 예를 들어 애인에게 의존할 땐 안정감을 느끼지만 불만이 쌓이고, 애인에게서 벗어나면 자율성을 획득하지만 불안감과 공허감이 쌓여요. 어떻게 보면 일에 의존하고 있는지도 몰라요. 성과를 낼 때 나의 가치를 인정받고 안도할 수 있으니 의존하지만, 그 만족감 또한 오래가지 않으니 문제가 있죠. 이건 쳇바퀴 안을 달리는 것과 같아요. 우울함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하지만 실패하고, 또 노력하고 실패하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주된 정서 자체가 우울함이 된 거죠. --- p.21
극과 극은 오히려 통한다고 하죠. 굉장히 자존심이 세 보이는 사람이 오히려 자존감이 낮아요. 자신이 없으니까 다른 사람이 나를 우러러보게끔 하려고 하죠. 거꾸로 자신에 대한 만족감이 높으면, 누가 나에게 뭐라고 하든 크게 영향받지 않을 거예요(결국 난 자존감이 낮은 거라는 말) --- p.30
제가 허물어지는 어떤 모습을 보이면, 그 부분 때문에 주위 사람들이 저를 싫어하고 떠날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저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을 알고 있어요. 못난 부분, 멋진 부분, 소심한 부분 등등……. 부정적인 부분이 있어도 그냥 그 사람이기에 좋아하죠. 그러면서도 저 자신은 아주 작고 부분적인 측면으로도 금세 버려질 수 있다고 생각하고 불안해해요 --- p.99
그렇게라도 진짜 나를 표출해야죠. 좀 더 주도적으로 사람들을 의식하지 말고 내가 하고 싶었던 것들을 하세요. 지금은 관계가 좁고 삼각형 같아서 마음을 많이 찌르겠지만, 팔각형보다 십육각형이 원에 더 가깝잖아요? 다양하고 깊은 관계가 많아질수록 원처럼 동그랗고 무뎌져서 마음을 덜 찌를 거예요. 괜찮아질 거예요. --- p.101
갑자기 제 피해의식이 발동했어요. 저번 주에 남자애들 두 명이 제 친구한테만 더 잘해주는 거 같은 거예요. 그 친구는 원래 인기가 많으니까 ‘쟤네 둘 다 친구를 좋아하는 것 같아’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나는 안 좋아하네? 내가 매력이 없고 못생겨서 그런가 봐’ 이런 자괴감에 혼자 빠져서 괴로운 거예요(아 정말 쓰기 괴롭다. 너무 미친 애 같다). 이런 생각하는 제가 너무 싫었어요.
진짜 이상한 게, 새로운 모임을 갔는데 아무도 제게 관심이 없으면 미칠 거 같아요. 제 가치의 기준을 이성에게 두고 제가 그들을 평가하는 게 아니라 평가를 기다려요. 더 웃긴 건 제가 남자들한테 아무런 이성적 관심이 없는데도 나를 좋아했으면 좋겠다는 거죠. 아, 제 자신이 너무 싫고 별로예요. --- p.117
그리고 자존감 이야기하니까 생각난 건데, 저는 ‘그놈의 자존감’이라는 생각을 많이 하거든요? ‘자존감이 높으면 어떻고 낮으면 어떻다고 이렇게 난리들일까?’ 하면서요. 그런데 책을 보면 ‘자기 자신을 사랑해야 타인에게도 사랑을 주고 자신도 사랑을 받을 수 있다, 자기 자신을 무시하면 타인도 나를 무시하게 된다’는 글이 많잖아요. 그게 말이 안 된다고 느껴졌어요.
--- p.1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