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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카에게
유즈키 아사코 지음, 김은모 옮김 / 리프 / 2020년 10월
평점 :
미카에게
실로 아름다운 책이다. 표지도 아름답고 내용도 아름답다.
나는 이 작가 님의 책 ‘모르는 여자가 매일 아침 지하철에서 말을 건다’를 정말 우연히 읽었고 그 뒤로 그 작품의 전편 격인 ‘나는 매일 아침 직장상사의 도시락을 싼다’를 찾아 읽었다.
10년도 더 된 작품이지만... ‘무지개 곶의 찾집’... 그 책을 참 좋아했다. 전혀 비슷하지 않지만 나는 아 작가 님의 두 작품이랑 요 책이 참 느낌이 비슷했다. 살짝 낯간지럽기도 한데 아기자기 예쁘고 따뜻하고 착한 사람들의 동화같은 이야기....
이 책을 읽기 전에 작가 님 작품을 찾아보니 작품이 더 있더라구....찾아봐야지.
암튼 작가님을 좋아하게 되면 웬만하면 그 작가 님 작품은 다 좋아하는 나의 경험에 비추어 가뜩이나 멋진 표지에 제목까지 이쁜 책.... 어떻게 안 읽을 수 있겠는가?
여기서 ‘미카’는 사람 이름이다.
이 작품에는 많은 이가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결혼 후 시어머니 카페 ‘미쯔’에서 임신을 준비하며 일을 돕고 있는 영양사 출신 사치코. 그들의 조용한 카페에 이웃으로 독신 생활 하다 돌아가신 나미에 님이 유품으로 기증한 뻐꾸기 시계가 들어온다. 매 시간 부지런히 나타나 울리며...특유의 소리도 나는 그 시계를 보던 사치코의 절친 미카가... ‘나도 이제 시간이 얼마 없어’.... 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지난 10년동안 인기 아이돌 그룹 ‘데이트 클렌징’을 키워낸 미카는 흔하디 흔한 소모성 걸그룹이 아닌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면모의 그룹을 끌고 가며 어린 시절 아이돌을 꿈꿨던 순간처럼 매순간 열정적으로 살아왔었다. 그러나 그 그룹은 해체되었고 미카는 예전 그렇게 싫어했던 사회적 시선과 규칙, 틀에 맞춘 삶.... 남들 하니까, 이 나이에 해놓은 것이 없다며... 결혼이 인생의 목표라도 되는 양 열정적으로 혼활(결혼 준비 활동)에 돌입한다.
아이돌을 정말 사랑했던 미카, 자기 일에 열정적이었던 그녀, 사회가 만들어낸 틀을 벗어던지고자 하던 반짝반짝 빛나던 미카를 기억하는 사치코는 그녀의 변화가 안타깝고 그런 가운데 혼활마니아로서 사치코가 맘에 안 들어하는 이상한 여성상으로 친구를 유도하며, 걱정하는 사치코를 가진 자의 여유 운운하며 여기저기 기분 나쁜 말만 하는 시바타랑 함께 있는 미카를 보며... 자기가 부족해서 미카랑 멀어지는 것 같아 많이 속상하다... 그러다 임신, 그리고 극복하는 과정에서 우정 클렌징도 했다가 스크랩북 만들고 다시 덕질을 시작하는... 그녀.
보면서 너무 공감 가는 이야기가 많았다.
십여년 전 나랑 나의 친구가 겪었던 그런 이야기들.
예전에 그런 조사를 했었다. 남자들은 기억도 안 나고 여자들이 결혼을 결심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가 ‘친구’라고 했다. 실제 나도... 절친이 결혼하고... 얼마 뒤 결혼을 했었고.... 또 다른 절친도 내 결혼 이후....급히 결혼을 했었다.
결혼... 그다지 크게 생각이 없었던 나인데... 어느 순간 조바심이 나던 그 때.. 30대 초반이 뭐가 급해서.. 쫓기듯 결혼했고.... 주변에서 의아해하며... 말리고 싶어했던 언니들과 친구들(나는 주변에 비혼이 참 많았고.. 지금도 많다.)
아이돌을 덕질하며 살던 미카, 그녀를 덕질했던 사치코....
(읽다보니 나에게도 사치코의 미카같은 친구가 있었다.)
이게 아니구나 덕질을 중단하며 회피하기 급급했던 나와는 달리 계속 노력하던 사치코의 모습이 참 기특했다.
‘여자들은 결혼하면 친구와 멀어지게 된다는 게 사실인가요?’
나는 초반에 그런 이야기를 믿지 않았다. 실제 제법 오래도록 나의 친구관계는 결혼했다고 해서 달라지지 않았다. 생각해 보니 남편이 참 많이 이해해 주었던 것 같네.. 고맙군.
근데... 결혼해서라기보다.... 어느 순간 애 키우고 살다보니... 다른 지역에 살다보니... 서로 다른 관심과 일상이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멀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가까이 있는 경우는 지속적인 경우가 많았지만... 나도 한때는 그렇게 친구에 목을 메었던 사람인데... 지금은 코로나의 특수성인가 싶을만큼 ... 여기저기 거리를 두고 사는 것도 같고..
아... 글 읽는 중간중간 약간 낯간지러웠던 순간이 있었지만 너무 예쁜 사람들과 아기자기 일상들과 귀여운 모습들이 참 기분 좋았다. (여기 다 착한 사람들만 있어. 밉상같던 시바타도 안 밉고... 심지어 결론도 다 좋았다. 너무 이상적이지만... 글에서라도 우리 기분좋게 그러면 왜 안 되겠나)
덕질... 나는 좋아하는 게 참 많은데... 공연도 골고루 보고 좋아하는 작가도 많고 ....하나를 파는 건 잘 못 하는데.... 괜히 스크랩북으로 뭐라도 만들고 싶은 이 기분은 뭐지?
반짝반짝 빛났던... 나의 친구들이 그리워지는 밤... 사실 이 책을 읽을 여건이 전혀 못 되었는데.. 괜히 보다가 밤에 잠을 못 잤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다가... 날밤 세웠다. 그래도 나는 행복하다.^^)
행복한 독서... 친구들이 유독 그리워지는... 연락을 해보자고 결심을 하던... 이만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