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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손원평 지음 / 은행나무 / 2020년 9월
평점 :
프리즘
손원평
‘아몬드’를 통해 알게 된 작가 손원평.. 그녀의 작품이어서 읽었다.
‘아몬드’는 따뜻했다. 그래서 그녀의 작품이 좋았다. 젊은 작가들의 작품들을 읽고 있는 요즘, 그냥 딱 땡기는 작품이 정말 드물다. 작가님들이 글을 잘 쓰시는 건 맞지만 공감이 잘 안 되고 주인공들이 매력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아서.... 상처 많은 사람만 작가가 되는지, 작가가 되면 심각해지거나 특이한 상황이 되는지... 특별한 경우에만 글을 써서 발표해야 책을 낼 수 있는 상황인지 나는 잘 모르겠지만 일상적인 이야기 --- 남녀 간의 엇갈린 ‘그냥 사랑이야기’가 너무나 반가웠다.
모든 사랑의 이야기가, 연애소설이, 등장인물들의 연애 성사 여부에만 천착하는 이야기는 쓰고 싶지 않았다는 작가님의 의지가 반영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사랑이라는 흔하고도 특별한 감정을 통과하며 자신을 확장해가고 세상을 향해 손을 내미는 사랑의 본질과 효과를 그려내셨다는 작가의 말이 참 좋았다.
나는 소설 작품 마다의 ‘작가의 말’을 참 좋아하는 편인데 이번 작품은 특별히 더욱 좋았다. 정리가 안 되던 머리 속에 맴돌던 느낌과 단어들이 작가님의 정확한 단어들로 진정이 되고 자리를 잡아갔다. 역시 작가님은 작가다!
여기에는 네 명의 인물들이 주인공이다.
효고동이라는 배경의 한 건물.. 그 건물 완구회사에 다니는 반짝반짝 예진(잠들지 못 하는 왈라비), 그 건물 지하에서 영화 후반작업 음향을 담당하는 좋은 남자(?) 도원
그 동네 어디매쯤 있는 작은 빵집 이스트 플라워 베이커리의 차분한 사장님 끊어내기를 못 하는 재인, 그 곳의 알바생이자 왈라비와 같은 동호회에서 만났고 다이어리 주어준 인연으로 관계를 맺게 된 사회성 떨어지는 호계
요 네 명의 쓸쓸하고 엇갈리면서 심심한 듯 안타깝고 답답하면서 담백한 사랑의 이야기들.
작가님의 의도대로 네 사람은 나도 절대 친해지기 힘든 사람들이다. 너무 해맑기만 해서, 너무 복잡해서, 너무 음침해서, 너무 상처가 많아서... 등 일부러 그렇게 설계를 하셨다니...(네 명 다 그런 설정 쉽지 않은데... 참 잘 하셨네요.)
예진 .... 한 번도 죽음을 경험하지 못 하여.. 죽음처럼 흔한 것도 멀리 있다면 이 세상의 숱한 위험들을 더 멀리 있는게 아닐까.. 여겨 해맑다는 그녀.... 그냥 그녀는 해맑게 살다 해맑게 행복하기를 바란다. 호계랑 잘 되길 바라는 거 욕심일까?(빛과 어둠의 대척점.. 너무 다른가?)
도원... 멋있는 오빠같은데.... 조금 더 행복해지길
재인... 좋아할 수 없는... 이해 안 가는... 유형... 좋은 분을 만났으니 좀 자신을 사랑하며 자존감이 높아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