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금서
김진명 지음 / 새움 / 200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어느 날, 한 여교수의 주검이 발견된다. 과학분야의 연구자로 평소 말없이 조용히 연구에만 몰두하던 미진. 그녀의 죽음앞에 한 형사가 의문을 품게된다. 그리고 그의 주변인물들,,, 정서와 은원이 차례로 등장하며 이야기는 점점 흥미를 더해간다.

 

소설의 범주에 속하는 이 책은 묘하게도 '역사'를 논한다. 역사학자인 은원이 '한'을 역사서가 아닌 문학 및 과학으로 밝혀내듯이 김진명은 소설이라는 가면 속에서 '대한민국'의 잃어버린 뿌리가 숨어있다.

 

<천년의 금서>를 통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점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대한민국의 역사는 과연 언제부터인가. 소설 속에서는 '대한민국'의 유구한 역사를 부정하는 음모들이 등장한다. 시경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있다고 한다. '한후가 수도에 들자 宣王은 경계를 논하였으며 조카딸을 시켜 밤시중을 들게 하였다.(311p)' 이 구절이 선왕때 적힌 것이고, 주나라의 재위 기간을 고려했을 때, '한후'라는 곳은  진이 나뉘어져 이루어진 한나라가 아닌 것이다. 즉, 우리나라의 '한'인 것이다. 중국의 역사나 대한민국의 뿌리에 대해 문외한 인 만큼 충격과 감흥이 크진 않지만, 학창시절 내내 대한민국의 시작을 고조선으로 배웠던 것을 생각해 보면, 절반의 대한민국만 논했다는 한탄을 금할 길이 없다.

 

둘째, 역사를 고증하는 학자들의 자세. 이를 논하게 하는 중심인물은 바로 펑타오. 펑타오는 '유한집'이라는 역사서에 대한 열망으로 정서를 믿게 된다. 하지만 삼대공정 본부에 속한 자신의 위치를 인식하며 그를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한다. 그러나, 그에게는 삼대공정의 일원보다도 역사학자라는 본연적 자아세계가 더 확고했다. 결국, 진짜 '유한집'의 등장에 역사를 조작하고 진실을 감춰뒀던 자신을 고백하기에 이른다. 이런 펑타오의 행동변화를 눈여겨 봐야 한다. TV속 다큐멘터리 물이나 인터넷 논객들을 보면 진실을 향한 바른 소리를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그런 자들도 속세적 가치에 몰두하는 순간, 진실을 앞도하는 허영에 사로잡혀 어떤 비중의 '진짜'도 왜곡하기에 이른다. 우리는 이런 사례를 굳이 소설 속 인물로 확대하지 않더라도 쉽사리 떠올릴 수 있다.

 

작가 김진명은 국호인 '한'이 어디서 왔는지 알고 싶었다고 했다. 그리하여 여러 문헌을 추적하던 중, 고조선 이전의 어떤 나라의 실체에 대해 깨닭게 되어 이 책을 썼다했다. 즉, 이 소설 속 상황이 허구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진짜 시작은 어디일까? 김진명이 알려 준 그 뿌리가 과연 시작일까? 우리가 모르는 사이 왜곡되고 재가 되어버린 더 깊은 뿌리가 있지는 않을까?

 

'사서삼경에 목이 메어 죽은 미진. 그리고 역사학도인 은원의 실종. 또 다른 학자인 정서. 중국과 일본을 넘나드는 학자들의 음모. 정부의 힘. 그리고 학계의 고지식함.' 짧은 몇개의 문장들로 요약할 수 있는 <천년의 금서>는 숨가쁘게 흥미로운 미스테리물 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의 가치는 작가 김진명의 바람처럼 우리의 잃어버린 역사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데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만의 스타일로 공부하라 - 성공하고 싶다면
다케나카 헤이조 지음, 나지윤 옮김 / 비즈니스세상 / 2009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람은 살아가면서 많은 공부를 하게된다. 학창시절의 수학능력공부부터, 직장생활의 업무공부, 또 사람공부까지,,, 그런데 이런 다양한 공부를 하는 동안, 진정한 '공부법'에 의심을 품은 기억이 누구나 한번쯤은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 다케나카 헤이조는 자신의 방법을 알려준다.  살아가는 방법이 사람마다 다르듯, 자신에게 적합한 공부법도 다양할 것이고, 따라서 정답은 없겠지만, 소위 말하는 '성공'의 범주에 들어간 다케나카의 공부법을 익히는 것은 앞으로의 삶에 있을 공부에 좀 더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방법이 될것이다.

 

다케나카는 자신에게 주어지는 공부들의 기준을 정해서 성취해 나간다. 바로 '매트릭스 공부법'을 통해! 이는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무기'와 '교양을 쌓고 인격을 수양하는 지혜'의 가로축과 '천장이 있는가, 없는가'를 세로축으로 한 공부법이다. 무의식적으로 행하고 있는 수많은 습관들도 '공부'라는 범주로 묶일 수 있는데 신중하게 매트릭스를 작성하다 보면 그 성격과 목표가 다른 많은 공부들을 내가 행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더불어 그 중요도에 따라 우선순위를 정하는 지름길을 찾을 수 있다.

 

또, 매트릭스 공부법을 기준으로 다케나카는 자신의 일반 공부비법, 암기공부비법, 영어공부비법, 경제공부비법, 나아가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공부비법까지 설명하고 있다. 이 중에서 가장 인상깊은 부분은 '다케나카식 영어공부 7대기법'이다. 이 방법은 - 1.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다. 2.암송하라. 3.사전을 찾아보라. 4.모방하라. 5.기꺼이 시련을 받아들여라. 6.가장 앞자리에서 듣고 제일 먼저 말하라. 7.거침없이 질문을 퍼부어라. - 이다. 특히, "발음보다 무엇을 말하는지가 중요하다."는 그의 말은 눈여겨볼 만 하다. 어릴적부터 오랫동안 영어란걸 공부해온 한국 사람으로서, 영어에 대한 나름의 자부심이 있었다. 따라서, 그때그때 부딪혀 고치기보단 일단, '완벽'해져야 말하려 들었다. 문법, 발음, 그 어떤 요소도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면 하려들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당연히 영어를 할 일은 점차 줄어들 었고, 내 실력은 더 하향세를 걷고 있었다. 나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도 이런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다케나카의 말은 시사점이 크다.

 

이런 그의 공부법들 외에도 우리가 이 책에서 얻을 수 있는 바는 많다. 특히, '두뇌체조'. 창의력이라는 말로 확장된 사고를 할 줄 아는 이들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주입식 교육과 획일화된 학습방법의 폐단으로(?), 한참 신선함이 솟구쳐야할 지금 나이에 나에게 '창의'라는 말은 참 어렵다. 책에 써있는데로 외우고, 교수님께 들리는 데로 생각할 줄만 알았지, 폭넓은 배경지식으로 다른 관점들로 생각해보는 버릇을 들이지 않았던 것이다. 바로 다케나카가 말하는 '생각하는 작업'을 게을리했던 것이다. 이에 대해 다케나카는 고이즈미 총리와 자신이 존경에 마지않는 선배를 예로 '두뇌체조'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그가 설명하는 이 두뇌체조를 책으로 꼭 확인해보고, '점에서 점으로, 선에서 선으로, 또 공간으로 확장되는' 사고법을 꼭 체득해야 할 것이다.

 

서두 말한 바와같이, 다케나카의 방법이 꼭 정답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다양한 경험과 성장경로를 통해 세계의 석학 범주에 든 사람의 이야기라면 귀기울여 보고 생각해 볼 가치가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그의 방법중 자신에게 적합한 것들을 취사선택하여 일상에 적용해 본다면, 몸에 꼭 맞는 옷을 입듯, 우리에게 최적화된 공부법을 알고 있을 것이고, 어느샌가 '고효율'의 공부를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상에 환상을 입혀라 - fun한 세상을 꿈꾸는 테마파크 디자이너 이야기
니나 안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테마파크', 소위 말하는 놀이공원은 꿈과 희망의 다른 표현이다. 헨델과 그레텔이 나올 것 같은 빵모양 집, 얼큰이 인형들, 달콤한 향기를 풍기는 먹거리,,, 놀이공원은 도시 속 환상의 세계임이 틀림없다. 이런 놀이공원은 도대체 어떻게 만들어질까?  테마파크를 만들어내는 마법사,니나 안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니나 안의 이야기 - <세상에 환상을 입혀라> - 는 두 파트로 나뉘어진다. 한 한국인 여성이 미국에서 저명한 테마파크 디자이너가 되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그 삶 속의 희노애락이 그 첫번째이며, 외국에서의 시간이 더 길었던 외국인같은 내국인으로서의 한국 실정에 대한 그녀의 생각이 두번째이다.

 

그 첫번째 파트에서, 우리는 자신의 흥미와 경험의 값어치에 대해 알 수 있다. 니나 안은 문학에 깊이 매료되어 자연스레 외국어에 흥미를 갖게 되었다. 결국, 그 적성을 살려 대학전공을 선택하고 사회진출의 첫 직장도 그 흐름을 이어간다. 사회적 지위와 부를 좇기보다 마음이 원하는 일을 선택하여 즐길 줄 아는 젊은 시절의 니나 안의 자세가 아마도 그녀의 현 위치를 만들어준 초석이 되었을 것이다. 더 나아가 젊은시절의 불같은 사랑을 통해 감정에 대처하는 자세도 익히며 좀 더 니나 안, 그녀 자체에 몰입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끊임없는 노력으로 한국인이라는 편견을 무너뜨리고 당당하게 미국 사회에 흡수되어 간다. 그 과정에서 그녀 역시 일과 사람에 찌들어가며 살아간다. 하지만 니나 안은 할 수 있다는 믿음과 원하는 바에 대한 노력을 그만 두지 않는다. 특히, 롯데월드를 만들어 내기까지의 고군분투기는 읽는 이까지 눈물짓게 만든다.

 

두 번째 파트에서는 테마파크 디자이너다운 면모를 톡톡히 발휘한다. 대한민국은 전 세계 어느 곳과도 뒤지지 않는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갖춘 곳이다. 하지만, 경제성장과 물질에 눈이 먼 우리들은, 그런 아름다움을 지키는데 소홀하다. 니나 안은 그런 점들을 객관적인 시각으로 묘사한다. 고향과도 같은 목포, 대한민국의 중심 서울, 한국의 보물섬 제주도, 그리고 숨겨진 매력도시 부산까지,,, 그녀는 그 옥석을 가려내지 못한 한국인들을 질책한다. 특히, 부산 해운대에 대한 그녀의 이야기는 너무 냉철해서 읽는 내내 혼나는 느낌이었다. 해변가에 들어와 있는 많은 유흥가들, 손님들에게 끊임없이 호객행위를 하는 장사꾼들,,, 굳이 캘리포니아와 비교하지 않더라도, 자연의 경이 앞에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상업적 목적을 먼저 생각하는 통념만 보더라도 반성할 점이 너무 많다. 니나 안의 말처럼 우리의 자연에게는 renovation이 아닌 enhancement가 더 필요한 걸 깨닭아야 한다.

 

이런 이야기 외에도 니나 안은 '테마파크'라는 사업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일본과 미국, 그리고 한류라는 문화상징물로 표현되는 한국의 위상까지. 생명 연장의 꿈이 점차 실현 되어 가면서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점점 증가되어 가고 있다. 이런 실정에 맞는 슬로건이 바로 'fun'이며, 그것을 구체화시킨 장소가 바로 '테마파크', 그리고 비지니스적으로 이끌어 간 산업군이 바로 '관광산업'일 것이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작은 땅 덩어리 대한민국이라고 비난하지 말자. 어쩌면 우리는 관광국가의 면모로 거듭날 수 있는 잠재 에너지를 갖고 있는지 모른다. 이를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가꾸고 발전시켜야 한다. 바로 니나 안의 시각을 갖고 말이다. 이 책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그런 시각을 얻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흔에 잘린 뚱보 아빠
나이절 마쉬 지음, 안시열 옮김 / 반디출판사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직장인과 학생들의 가장 큰 차이점은? 이라는 질문에 가장 먼제 '방학!!'이라고 말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밥 먹고 살기 위한 것이든, 자아성찰을 위한 것이든, 어떤 목적에서 연유하는 활동이든 간에 '직업'이란 것에 의한 '직장인'은 한없이 피곤하다. 그래서 종종 학창시절의 '방학'을 꿈꾸곤 한다. 하지만  쥐꼬리만한 봉급이 주는 안락함에 못이겨, 또 곤궁한 앞날에 대처하는 현명한 자세를 아직 득하지 못하여 그 '방학없는' 직장생활에 안주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나이절 마쉬는 달랐다.

 

그는 늘어나는 수입과 반비례하여 자신의 가족과 가정에 대한 애정, 그 속에서의 즐거움을 잊은지 오래다. 아니, 그 즐거움을 맛본 기억이 없다. 그렇게 땡~ 머리에 종이 울렸다. 도대체 무엇을 위해? 왜? 이렇게 살고있지? 결국 나이절은 케이트의 음식주문하는 전쟁같은 시간을 견뎌내며 일을 그만두겠다는 결심을 밝힌다. 그리고 듣는다. "그렇게 해서 당신이 행복해진다면 난 좋아." So Cool~

 

그렇게 자의적 백수가 된 나이절은 백수가 되자마자 주부들의 노고를 느끼는 시간을 갖도록 강요받지 않는다. 케이트는 쿨한것도 모자라 현명하기 하다! 나이절은 자신의 목표지향적 행동양식에 따라 바다 수영, 가족에 대한 충실 등 작은 목표들을 갖게 된다. 그 첫번째 스텝, 아이들 학교에 데려다 주기! 차에 태워 목적지에 내려주면 끝?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리틀런치, 캔틴데이, 굿바이 윈도우, 캔디 짐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동안 일과 살아가느라 아이들의 소중한 감정의 산물들을 미처 따라잡지 못해 아이들 마음에 스크래치를 낼 수 밖에 없었던 나이절! 그렇게 첫 시작은 요란했다.

 

백수로서의 두번째 목표 바다수영! 물장구치기가 적을 수록 잘 나아가는지 나이절은 몰랐다. 스트로크와 호흡이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나이절은 몰랐다. 성한 몸뚱이와 적당한 수영장소만 있으면 가능한 줄 알았던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문제는 더 심각했다. 나이절은 성한 몸뚱이가 아니였다. 결국, 근본적 원인에 도달한 나이절은 '나이절 마쉬는 혼자 힘으로 내 체형을 바꿀 것이며 베스트셀러를 써서 다이어트 업계의 지형을 영원히 바꾸어놓고 셀 수 없이 많은 세상 사람들을 도와 그들이 결코 해내지 못한 방식으로 체중감량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할테다.'라는 결심과 동시에 엑스트라라지 프라이와 치즈 쿼터 파운더를 산다.

 

그리고 나이절의 백수기간 동안 얻은 가장 큰 보물, 케이트와의 둘만의 여행이다. 결혼식 참석이 그 목적이었지만, 아이들을 현명한 보모 - 부모보다 아이들이 더 좋아하는 - 에게 맡기고 갖고 오로지 둘이, 첫날에 여행비의 절반이상을 소모했을 지언정, 행복하고 알찬 시간을 보낸다. 마일리지로 이루어진 비행은 불편하고 승무원은 퉁명스러웠지만, 그리고 부부가 가장 아끼는 그림에 아이들이 영광의 그림들을 그려놨지만, 일에 떠밀려 잊고 지냈던 아내와 아이들, 가족, 형재에 대한 마음을 다잡기엔 그에게 너무 복된 시간이었다.

 

이렇게 행복한 백수생활을 보내며, 그는 돈이 슬슬 바닥나고 있고, 아이들이 굴뚝 청소를 하기엔 여전히 너무 어리다는 사실에 봉착했다. 결론은 취칙으로 수렴했다. 그리고 그의 행복하고 여유로운 (직장의)방학은 어떤 면에서 그가 방학전 가정을 내팽겨치고 일에만 몰두했던 시절과 다름이 없다는 깨닭음까지 얻게 된다. 바로 일과 생활의 균형이 아닌, 일이나 가정이냐의 선택의 문제에 따른 결과였다는 것이다. 그가 진정 원했던건? '균형'이 아니었나? 그렇게 나이절은 환상적인 스카웃 제의에 응하며 일하는 아빠의 또 다른 세상에 뛰어들게 된다.

 

나이절의 이 일년의 방학생활이 보통 사람들이 쉬이 선택하지 못하는 것을 미리 체험한 샘플이라고 본다면,- 물론, 반대의견도 있을 수 있다. 나이절은 나와 같은 일반회사의 보통사원이 아닌, 광고회사의 CEO이며 중역이고, 일을 그만두면 스카웃 제의를 받을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 결론은, 일과 가정이라는 선택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찌보면 우리네 생각이 참 이분법적이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의 삶은 일과 가정이라는 두 요소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삶 속에서 우리는 두 요소외에도 많은 일을 행하고, 그렇기 때문에 시간관리라는 용어까지 등장하는것 아닌가! 둘중 하나의 선택보다 둘을 포함한 많은 것들의 균형이 그 해답이다. 그리고 그 균형은 각자의 시선과 상황에 맞추어 가는 것임을 잊지말자.

 

나이절이 발견한 '와인젤리'의 진리를 우리는 곱씹어 볼만 하다. 와인젤리는 누구나가 빨강과 검정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시중에는 초록, 주황, 노랑 와인젤리가 같이 섞여서 판다. 그러던 중, 나이절이 걷기 여행을 준비하면서 빨강과 검정만 그득한 와인젤리를 발견하고 기뻐하며 열일곱 패킷을 산다. 그러나 여행의 하루를 마치고 나이절은 발견했다. 다른 먹을거리는 모두 동이 났지만 빨갛고 검은 와인젤리는 열두 패킷이나 남아있었다. 그가 빨갛고 검은 와인젤리를 좋아했던건, 초록, 주황, 노랑 와인젤리가 함께 있었기 때문이었다.

 

바로 삶도 색색이 와인젤리가 함께 들어있는 시중 젤리와 같다. 초록, 주황, 노랑 와인젤리 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빨갛고 검은 와인젤리가 부족해 보인다. 하지만 그 초록,주황,노랑의 젤리가 곁에 있어야 빨갛고 검은 젤리가 제일 맛있고 좋아하는 것임을 안다. 가정이 일 때문에 소홀하고 부족해 보인다. 초록,주황,노랑 젤리가 바로 우리의 일이다. 빨갛고 검정 젤리는 가정이다. 와인젤리를 고를 때 한가지 색만 가득한 젤리봉투에는 우리 손이 가지 않는다. 여러 가시 맛이 골고루 있는 중에 내가 좋아하는 맛이 더 값어치 있는걸 우린 이제 알 수 있다.

 

설령 나이절이 다시 일을 시작하고 열두번의 케이트와의 저녁 약속을 모두 취소시켜야 했지만~

우린 양 손 그득히 초록,주황,노랑 젤리와 빨갛고 검은 젤리를 모두 쥐고 있다. 무슨 맛을 선택하는지는 내 몫인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레이브야드 북
닐 게이먼 지음, 나중길 옮김, 데이브 매킨 그림 / 노블마인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Graveyard, "묘지?!"

묘지책? 묘지라는 어두운색 단어와 다른 핑크빛 하드커버,,,

손에 잡은 <그레이브야드북>에 대한 첫 인상은 언발란스 그 자체였다.

문학이라는 카테고리가 주는 자유로움 때문일까, 예상치 못한 이야기들이 펼쳐질 것 같은 호기심과 기대감으로 나는 한껏 부풀었다. 

 

'활동하는 심장의 산물인 인간의 삶'의 기준으로 봤을 경우,'묘지'란 삶과 죽음의 경계선이 된다. 심장이 활동을 멈추고 인간으로서의 기능이 불가능 하게 되면, 묘지라는 곳에 묻히게 되므로,,, 하지만, 주인공 노바디 오언스는 갓난 아기 시절, 즉 삶을 막 시작하는 단계에 '묘지'에 들어가게 된다. 생의 시작인 그와 생의 마감인 묘지. 이렇게 또 한번 <그레이브야드북>은 언발란스함을 선사한다.

 

어떤 사건에 의해 묘지에 들어오게 된 보드. 그곳에서 보드의 삶의 1막이 열린다. 산 사람이지만 묘지의 영혼들과 함께 하는 생활을 시작한다. 오언스 부부의 아들로 사랑을 받으며, 다양한 삶을 살았던 자들로부터 역사를 배우고, 묘지를 놀이터 삼으며 성장해 간다. 오언스 부부의 아기로, 사일러스의 가르침을 받는 아이로, 스칼릿을 좋아하게 되는 청소년으로, 그리고 자신을 스스로 지킬 줄 아는 청년이 되어간다. 

 

생의 장소에서 살아있는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일반아이들과 달리 죽은 사람들과 죽음의 장소에서 살아간 보드는  생의 곳으로 나아가고 싶은 욕구를 참을 길이 없다. 그렇게해서 선택하게 된 곳이 학교! 하지만 보드가 자라는 동안 그가 알지 못했던 사실이 하나 있다. 보드는 어릴 적 어떤 자에게 의문의 죽음을 당할뻔 했다는 것. 또 그 자에 의해 보드의 가족이 모두 몰살됐다는 것. 묘지에서 삶의 장소로 나온 보드는 그 자의 추격을 다시 받게 된다.

 

쫓고쫓기는 추격전 사이에 벌어지는 진실. 보드가 왜 죽음을 당해야 했는지. 그들이 그를 왜 좇는 건지. 사일러스 아저씨는 무엇때문에 떠나고 돌아옴을 반복했는지. 하나, 둘 진실이 밝혀지며 보드는 또 다른 자신을 깨닭아간다. 자신의 뿌리를 알고, 자신의 존재를 인식하게 되며, 그는 성장통을 겪게해준 묘지를 벗어난다. 이렇게 보드의 삶에 2막이 열린 것이다. 

 

불교의 윤회설은 삶은 항상 순환한다고 한다. 죽음이 곧 시작이고, 시작이 곧 죽음이라는 것이며, 우리의 현세는 내세에 영향을 주는 또 다른 출발이라는 것이다. 보드 역시 윤회설을 입증하듯 죽음의 묘지에서 생으로의 삶의 실마리를 얻어 새로 시작하게 된다. 마치, 우리네 현실이 묘지이고, 마음먹음에 따라 달라지는 삶이 우리네 삶이라는걸 말하고 싶은 듯이. 그렇다. 우리도 어쩌면 노바디 오언스 - 보드 - 처럼 묘지에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은 묘지생활. 배울것도 할것도 해야할것도 많다. 나를 아껴주는 가족도 있고, 가르쳐주는 선생님도, 친구도 있다. 하지만 항상 2% 부족하다. 그러다가 내 삶의 의미를 찾아나선다. 나는 누구일까? 어디서 왔을까? 진정 바라는게 뭘까? 그런 자아성찰의 시간 후 우리는 또 다른 삶을 시작한다. 보드가 묘지를 벗어난 것처럼,,, 하지만 그 끝은 정해져 있지 않다. 우리가 마음을 먹을때마다, 또 새로운 다음 '3막'을 또 다시 시작할 수 있으니까.

 

문학상이라는 타이틀이 왜 이 소설에 붙었는지 알것 같다.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묘지에 대해 마녀, 구울, 화산 등으로 묘사하여 풍부하게 표현해내고, 보드가 삶을 다시 시작하듯 우리의 모습을 다시금 되돌아보게 한다. 닐 게이먼이라는 저자의 삶을 나타내는 방식이 참으로 심플하면서도 웅장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떤 CF처럼, '꿈과 희망의 나라로~'가고 싶은 사람이면 한번쯤 손에 집어야 할 책이다. 우리도 보드처럼 지금 묘지에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