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에 잘린 뚱보 아빠
나이절 마쉬 지음, 안시열 옮김 / 반디출판사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직장인과 학생들의 가장 큰 차이점은? 이라는 질문에 가장 먼제 '방학!!'이라고 말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밥 먹고 살기 위한 것이든, 자아성찰을 위한 것이든, 어떤 목적에서 연유하는 활동이든 간에 '직업'이란 것에 의한 '직장인'은 한없이 피곤하다. 그래서 종종 학창시절의 '방학'을 꿈꾸곤 한다. 하지만  쥐꼬리만한 봉급이 주는 안락함에 못이겨, 또 곤궁한 앞날에 대처하는 현명한 자세를 아직 득하지 못하여 그 '방학없는' 직장생활에 안주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나이절 마쉬는 달랐다.

 

그는 늘어나는 수입과 반비례하여 자신의 가족과 가정에 대한 애정, 그 속에서의 즐거움을 잊은지 오래다. 아니, 그 즐거움을 맛본 기억이 없다. 그렇게 땡~ 머리에 종이 울렸다. 도대체 무엇을 위해? 왜? 이렇게 살고있지? 결국 나이절은 케이트의 음식주문하는 전쟁같은 시간을 견뎌내며 일을 그만두겠다는 결심을 밝힌다. 그리고 듣는다. "그렇게 해서 당신이 행복해진다면 난 좋아." So Cool~

 

그렇게 자의적 백수가 된 나이절은 백수가 되자마자 주부들의 노고를 느끼는 시간을 갖도록 강요받지 않는다. 케이트는 쿨한것도 모자라 현명하기 하다! 나이절은 자신의 목표지향적 행동양식에 따라 바다 수영, 가족에 대한 충실 등 작은 목표들을 갖게 된다. 그 첫번째 스텝, 아이들 학교에 데려다 주기! 차에 태워 목적지에 내려주면 끝?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리틀런치, 캔틴데이, 굿바이 윈도우, 캔디 짐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동안 일과 살아가느라 아이들의 소중한 감정의 산물들을 미처 따라잡지 못해 아이들 마음에 스크래치를 낼 수 밖에 없었던 나이절! 그렇게 첫 시작은 요란했다.

 

백수로서의 두번째 목표 바다수영! 물장구치기가 적을 수록 잘 나아가는지 나이절은 몰랐다. 스트로크와 호흡이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나이절은 몰랐다. 성한 몸뚱이와 적당한 수영장소만 있으면 가능한 줄 알았던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문제는 더 심각했다. 나이절은 성한 몸뚱이가 아니였다. 결국, 근본적 원인에 도달한 나이절은 '나이절 마쉬는 혼자 힘으로 내 체형을 바꿀 것이며 베스트셀러를 써서 다이어트 업계의 지형을 영원히 바꾸어놓고 셀 수 없이 많은 세상 사람들을 도와 그들이 결코 해내지 못한 방식으로 체중감량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할테다.'라는 결심과 동시에 엑스트라라지 프라이와 치즈 쿼터 파운더를 산다.

 

그리고 나이절의 백수기간 동안 얻은 가장 큰 보물, 케이트와의 둘만의 여행이다. 결혼식 참석이 그 목적이었지만, 아이들을 현명한 보모 - 부모보다 아이들이 더 좋아하는 - 에게 맡기고 갖고 오로지 둘이, 첫날에 여행비의 절반이상을 소모했을 지언정, 행복하고 알찬 시간을 보낸다. 마일리지로 이루어진 비행은 불편하고 승무원은 퉁명스러웠지만, 그리고 부부가 가장 아끼는 그림에 아이들이 영광의 그림들을 그려놨지만, 일에 떠밀려 잊고 지냈던 아내와 아이들, 가족, 형재에 대한 마음을 다잡기엔 그에게 너무 복된 시간이었다.

 

이렇게 행복한 백수생활을 보내며, 그는 돈이 슬슬 바닥나고 있고, 아이들이 굴뚝 청소를 하기엔 여전히 너무 어리다는 사실에 봉착했다. 결론은 취칙으로 수렴했다. 그리고 그의 행복하고 여유로운 (직장의)방학은 어떤 면에서 그가 방학전 가정을 내팽겨치고 일에만 몰두했던 시절과 다름이 없다는 깨닭음까지 얻게 된다. 바로 일과 생활의 균형이 아닌, 일이나 가정이냐의 선택의 문제에 따른 결과였다는 것이다. 그가 진정 원했던건? '균형'이 아니었나? 그렇게 나이절은 환상적인 스카웃 제의에 응하며 일하는 아빠의 또 다른 세상에 뛰어들게 된다.

 

나이절의 이 일년의 방학생활이 보통 사람들이 쉬이 선택하지 못하는 것을 미리 체험한 샘플이라고 본다면,- 물론, 반대의견도 있을 수 있다. 나이절은 나와 같은 일반회사의 보통사원이 아닌, 광고회사의 CEO이며 중역이고, 일을 그만두면 스카웃 제의를 받을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 결론은, 일과 가정이라는 선택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찌보면 우리네 생각이 참 이분법적이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의 삶은 일과 가정이라는 두 요소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삶 속에서 우리는 두 요소외에도 많은 일을 행하고, 그렇기 때문에 시간관리라는 용어까지 등장하는것 아닌가! 둘중 하나의 선택보다 둘을 포함한 많은 것들의 균형이 그 해답이다. 그리고 그 균형은 각자의 시선과 상황에 맞추어 가는 것임을 잊지말자.

 

나이절이 발견한 '와인젤리'의 진리를 우리는 곱씹어 볼만 하다. 와인젤리는 누구나가 빨강과 검정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시중에는 초록, 주황, 노랑 와인젤리가 같이 섞여서 판다. 그러던 중, 나이절이 걷기 여행을 준비하면서 빨강과 검정만 그득한 와인젤리를 발견하고 기뻐하며 열일곱 패킷을 산다. 그러나 여행의 하루를 마치고 나이절은 발견했다. 다른 먹을거리는 모두 동이 났지만 빨갛고 검은 와인젤리는 열두 패킷이나 남아있었다. 그가 빨갛고 검은 와인젤리를 좋아했던건, 초록, 주황, 노랑 와인젤리가 함께 있었기 때문이었다.

 

바로 삶도 색색이 와인젤리가 함께 들어있는 시중 젤리와 같다. 초록, 주황, 노랑 와인젤리 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빨갛고 검은 와인젤리가 부족해 보인다. 하지만 그 초록,주황,노랑의 젤리가 곁에 있어야 빨갛고 검은 젤리가 제일 맛있고 좋아하는 것임을 안다. 가정이 일 때문에 소홀하고 부족해 보인다. 초록,주황,노랑 젤리가 바로 우리의 일이다. 빨갛고 검정 젤리는 가정이다. 와인젤리를 고를 때 한가지 색만 가득한 젤리봉투에는 우리 손이 가지 않는다. 여러 가시 맛이 골고루 있는 중에 내가 좋아하는 맛이 더 값어치 있는걸 우린 이제 알 수 있다.

 

설령 나이절이 다시 일을 시작하고 열두번의 케이트와의 저녁 약속을 모두 취소시켜야 했지만~

우린 양 손 그득히 초록,주황,노랑 젤리와 빨갛고 검은 젤리를 모두 쥐고 있다. 무슨 맛을 선택하는지는 내 몫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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