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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금서
김진명 지음 / 새움 / 200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어느 날, 한 여교수의 주검이 발견된다. 과학분야의 연구자로 평소 말없이 조용히 연구에만 몰두하던 미진. 그녀의 죽음앞에 한 형사가 의문을 품게된다. 그리고 그의 주변인물들,,, 정서와 은원이 차례로 등장하며 이야기는 점점 흥미를 더해간다.
소설의 범주에 속하는 이 책은 묘하게도 '역사'를 논한다. 역사학자인 은원이 '한'을 역사서가 아닌 문학 및 과학으로 밝혀내듯이 김진명은 소설이라는 가면 속에서 '대한민국'의 잃어버린 뿌리가 숨어있다.
<천년의 금서>를 통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점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대한민국의 역사는 과연 언제부터인가. 소설 속에서는 '대한민국'의 유구한 역사를 부정하는 음모들이 등장한다. 시경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있다고 한다. '한후가 수도에 들자 宣王은 경계를 논하였으며 조카딸을 시켜 밤시중을 들게 하였다.(311p)' 이 구절이 선왕때 적힌 것이고, 주나라의 재위 기간을 고려했을 때, '한후'라는 곳은 진이 나뉘어져 이루어진 한나라가 아닌 것이다. 즉, 우리나라의 '한'인 것이다. 중국의 역사나 대한민국의 뿌리에 대해 문외한 인 만큼 충격과 감흥이 크진 않지만, 학창시절 내내 대한민국의 시작을 고조선으로 배웠던 것을 생각해 보면, 절반의 대한민국만 논했다는 한탄을 금할 길이 없다.
둘째, 역사를 고증하는 학자들의 자세. 이를 논하게 하는 중심인물은 바로 펑타오. 펑타오는 '유한집'이라는 역사서에 대한 열망으로 정서를 믿게 된다. 하지만 삼대공정 본부에 속한 자신의 위치를 인식하며 그를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한다. 그러나, 그에게는 삼대공정의 일원보다도 역사학자라는 본연적 자아세계가 더 확고했다. 결국, 진짜 '유한집'의 등장에 역사를 조작하고 진실을 감춰뒀던 자신을 고백하기에 이른다. 이런 펑타오의 행동변화를 눈여겨 봐야 한다. TV속 다큐멘터리 물이나 인터넷 논객들을 보면 진실을 향한 바른 소리를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그런 자들도 속세적 가치에 몰두하는 순간, 진실을 앞도하는 허영에 사로잡혀 어떤 비중의 '진짜'도 왜곡하기에 이른다. 우리는 이런 사례를 굳이 소설 속 인물로 확대하지 않더라도 쉽사리 떠올릴 수 있다.
작가 김진명은 국호인 '한'이 어디서 왔는지 알고 싶었다고 했다. 그리하여 여러 문헌을 추적하던 중, 고조선 이전의 어떤 나라의 실체에 대해 깨닭게 되어 이 책을 썼다했다. 즉, 이 소설 속 상황이 허구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진짜 시작은 어디일까? 김진명이 알려 준 그 뿌리가 과연 시작일까? 우리가 모르는 사이 왜곡되고 재가 되어버린 더 깊은 뿌리가 있지는 않을까?
'사서삼경에 목이 메어 죽은 미진. 그리고 역사학도인 은원의 실종. 또 다른 학자인 정서. 중국과 일본을 넘나드는 학자들의 음모. 정부의 힘. 그리고 학계의 고지식함.' 짧은 몇개의 문장들로 요약할 수 있는 <천년의 금서>는 숨가쁘게 흥미로운 미스테리물 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의 가치는 작가 김진명의 바람처럼 우리의 잃어버린 역사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