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고 레슨 - 느끼고, 사랑하고, 충추라!
화이 지음 / 오푸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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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탱고 인구가 몇 명이나 될까? 카더라 통신에 의하면 300-500명 정도 된다고 한다. 이들은 주로 동호회를 중심으로 활동을 하는 것 같다. 친목을 우선으로 하는 동호회는 뒤풀이 자리가 종종 마련되는 모양이다. 서울 강남의 신사동을 중심으로 동회회의 성격을 지니면서 강습을 병행 하는 곳이 몇 군데 있는 것 같다. 이런 동호회 활동에 익숙하지 못한 내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선택한 곳은 신사동에 자리한 엘불린이라는 탱고 아카데미이다. 이름이 의미하는 바와 같이 이곳은 탱고를 배우고자하는 사람들을 위한 강습이 목적이기 때문에 친목을 위주로 하는 곳과는 분위기가 다른 것 같다. 이 책의 저자는 엘불린의 운영자 이면서 이곳에서 부군과 함께 탱고를 지도하고 있다.

 

저자는 발레를 전공했다. 모든 춤에 능한 그녀는 뮤지컬 배우로서 이름도 얻었다. 그런 그녀가 탱고와의 사랑에 빠져 아시아인으로써는 처음으로 부에노스아이레스 세계 탱고대회에서1위를 하고, 그야말로 운명이 바뀌어 탱고에 정착하게 되기까지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엿볼 있다. 또 서울 탱고 페스티벌 등 굵직한 행사를 개최하기도하고 레슨을 하면서 경험한 많은 이야기들을 편안하게 풀어놓았다. 우리가 경험해보지 못했던 이질적인 문화를 받아들이는데 필요한 사항들을 조목조목 안내해주고 있다. 편안하게 쓴 에세이 같으면서도 전문가의 깊이가 느껴지는 글이다. 한국에서 탱고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이거나 이미 탱고를 배워 즐기고 있는 사람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내용이다. 그러나 탱고 자체를 책으로 배울 수는 없다. 책을 읽기 전에 이미 저자와 저자의 남편인 헝얏의 강습을 받아왔던 나는 그들이 강습 시간에 보여주는 사랑스러운 몸짓들이나, 설명을 위해 예로 드는 적절하고도 유머러스한 비유들이 떠올라 책을 읽는 기쁨이 배가 되었다.

 

탱고 강습을 받기 위해 처음 엘불린에 갔을 때의 뻘쭘함을 잊을 수 없다. 나는 학교 다닐 때 구령에 맞춰 행진이나 체조는 해봤어도 리듬에 맞춰 스텝을 밟아본 기억이 없다. 막춤조차도 추어본 적이 없고 신나는 음악에 맞춰 어깨조차 흔들어 본적이 없었던 것 같다. 이런 내가 어쩌자고 여기와 있단 말인가,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하지만 내가 가진 가장 큰 자산인 뻔뻔함이 이런 뻘쭘함을 금방 해결해 주었다. 그래, 모든 배움에서 학습지진아에 다름 아닌 내게 탱고라고 빗겨가겠는가, 갈 때까지 가보자, 뻔뻔함이 부추기니 나는 곧 막가파의 큰 형님이 되어버린 것 같았다.

 

만 하루 이상을 비행기로 날아가야 간신히 닿을 수 있는 남미의 문화에 접속하는 일은 지진아이면서 국가 대표급 저질 체력인 내게 참으로 버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탱고의 용어는 모두 스페인어로 되어있기 때문에 뒤늦게 스페인어 사전을 뒤적이고 스마트폰에 어플을 깔아놓고 짬짬이 단어공부를 해야 했다. 그런데 이 스페인어 강좌가 모두 영어로 되어있어 한번 들어서는 도무지 알아들을 수가 없다. 음악 들으랴 스페인어 공부하랴 영어 공부하랴 지진아의 하루는 고단하기 짝이 없다.

 

그 뿐이랴. 이름도 성도 모르는 사람과 가슴을 밀착시키고 덥석 덥석 안아야하는 아브라소의 공포를 극복하는 일은 정말 힘들었다. 보다 못한 선생님은 군대에 간 남동생이라 생각하라고, 위로하듯 따듯하게 안으라고 거듭 말씀을 하셨고 나는 파트너 앞에 설 때마다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어야했다. 최면은 주효했다. 지금도 낯선 사람 앞에서 여전히 긴장하고 뻣뻣해지지만 심리적으로는 많은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

 

짧은 생각이지만 탱고에서는 아브라소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큰 것 같다. 이것을 해결하고 나니 모든 것이 편안해졌다. 동작이야 배우고 연습하면 되는 것이니 큰 문제가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곧 새로운 문제에 당면했는데 그것은 주제넘게도 탱고로 아름답고 싶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름다움은 동작을 정확하게 하는 데서 오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음악을 해석하고 표현하는 남성과 그 남성의 몸의 언어를 표현하는 여성. 이것들의 삼위일체가 아름다움의 조건이 되는 것 같다. 나는 그동안 탱고의 아름다움이 여성의 화려한 동작에 있는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그 동작을 이끌어내는 사람이 남성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자 파트너의 수고스러움이 새삼 고맙게 여겨진다.

 

무엇이든 몰아서 해치우는 성향이 강한 내게 탱고도 예외는 아니었다. 토요일 오후 6시간 이상을 9cm 높이의 힐을 신고 놀았다. 탱고는 발뒤꿈치보다 발가락에 체중을 실어야 하기 때문에 발볼이 현격하게 넓어지더니 평생 부어본 적 없던 발이 붓기 시작했다. 새끼발가락은 까맣게 멍이 들었고 오른발의 발가락들은 쥐가 난 것처럼 감각이 없어졌다. 침 한 번 맞으면 낫겠지 간단하게 생각했는데 4,5번 경추에 문제가 왔다나 뭐래나....... 도대체 이놈의 몸뚱이는 써먹을 곳이 아무 곳도 없는 거냐고 따져 물었더니 선택은 잘 했는데 공주의 몸을 갖고 태어났으니하고 말끝을 흐린다.

 

: “몸은 공준데 무수리처럼 몸을 굴린다는 말씀을 하고 싶으신 거지요? 근데 탱고 추는 무수리 보셨어요?”

의사 : “공주님은 왕자님하고 딱 한번만 추는 거예요. 당분간 굽 높은 구두 신지 마시고 두 시간 이상 춤추지 마세요.”

 

영국의 BBC에서 만든 탱고에 관한 프로그램을 보았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있는 탱고 살롱 La Confiteria Ideal에 찾아오는 많은 사람들과 인터뷰한 내용이다. 한 남자에게 탱고를 못 추게 되면 어떻게 할 거냐고 물었더니 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자신의 다리를 잘라버리겠다고 한다. 나는 아직 이런 말을 할 수 있을 만큼 탱고에 미치지는 않은 것 같지만 아픈 몸이 무서운 것이 아니라 탱고를 좀 더 오래 추기 위해서라도 다리는 좀 보호해 줘야할 것 같다.

 

그런데 문제가 몸에만 있는 건 아니다. 내가 탱고에 빠지자 가 뒷전이 되어버렸다. 대체 원고는 언제 들여다보나? 정신은 시에 끄달리면서 몸은 탱고에 빠져있다. 그런데 시와 탱고는 닮았다. 우선 쉽지 않다는 것, 그렇지만 아름답다는 것, 두 가지 모두 영혼을 위로한다는 것이 닮았다. 또 시와 탱고는 다르다. 시가 언어를 매개로 한다면 탱고는 육체를 매개로 한다. 시가 영혼을 더 많이 담고 있다면 탱고는 육체를 더 많이 담고 있다. 탱고는 몸으로 쓰는 시다. 그러니까 나는 시를 뒷전에 두고 있는 것이 아니라 몸 시를 쓰고 있었다는 건가? 탱고의 힘은 위대하다. 모든 것이 합리화 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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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3-04-12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딧불이 공주님께 부러움과 흠모의 박수를 보냅니다~~~Estoy enamorado de ti!!!!

반딧불이 2013-04-12 20:06   좋아요 0 | URL
읔...시아님께서도 사전을 찾게 만드시네..고맙습니다.
근데 혹시 나비님이신가요?

vita 2013-04-12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탱고는 언제나 바라보아도 추어도 좋기만 해서, 살아있는 게 그렇게 좋아지더라구요.
즐거운 봄날 되세요 반딧불이님~

반딧불이 2013-04-12 20:11   좋아요 0 | URL
앤님..땅고를 추시는 군요^.~ 반가워요. 곧 피어날 아름다운 꽃들과 탱고와 함께 아름다운 봄날이시길 바랄께요.

2016-05-14 15: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15 20:5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