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프라하가 사랑한 천재들 - 카프카에서 스메타나까지 ㅣ 도시가 사랑한 천재들 2
조성관 지음 / 열대림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동유럽 여행을 준비하면서 이 책을 처음 만났다. 이 책은 맛있는 먹거리나 훌륭한 쇼핑센터를 소개하는 책이 아니다. 여행 안내서라면 반드시 있어야할 그 흔한 지도도 한 장 없다. 그런데도 이 책은 프라하를 여행할 때 반드시 챙겨가고 싶은 책이다. 여행과는 아무런 관련 없이도 가끔씩 들여다보는 책이기도 하다.
프라하는 한국인이 가고 싶어 하는 유럽도시 1순위라고 한다. 그 이유가 뭘까? 강대국의 틈바구니에 끼어있는 약소국이고 과거 한때 식민지였다는 동질감 때문일까? 만약 그런 이유라면 지리적 혹은 역사적 동질감의 확인을 목적으로 여행을 떠나는 아주 예외적 인물이 넘쳐나는 나라에 나는 살고 있음에 틀림없다. 여행하고 싶은 도시 1순위는 짐작하건대 체코라는 나라이름보다도 프라하라는 도시 이미지가 강하게 작용 한듯싶다. 우리나라에서 프라하가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데에는 ‘프라하의 연인’이라는 드라마가 단단히 한 몫 했으리라 짐작된다.
그러나 이미 오랜 전에 ‘프라하의 봄’이라는 영화도 있었다. ‘프라하의 봄’은 또 체코 국민음악의 아버지 스메타나를 추모하는 음악축제의 이름이기도 하다. 영화는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 원작이고, 축제는 매년 5월 12일에 개막해 6월 초순까지 계속된다. 프라하나 체코의 이름이 알려진 데는 밀란 쿤데라나 스메타나 외에도 『변신』의 프란츠 카프카, <뻐꾸기 둥지로 날아간 새>의 밀로스 포먼 감독, <신세계 교향곡>의 드보르자크, 벨벳혁명을 이끌었고 전직 대통령이며 극작가인 하벨 등 많은 예술가들이 기여했다.
프라하에는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도 연합군의 폭격피해를 거의 입지 않은 중세의 건축물들이 그대로 남아있다. 프라하는 합스부르크 제국시절에는 식민지의 중심도시였고, 1989년 벨벳혁명이 일어나 공산정권이 붕괴할 때까지 사회주의 국가였으므로 상업자본주의의 흔적도 거의 없다. 내로라하는 예술가들은 프라하를 사랑했고 프라하는 또 천재를 알아보고 키워낼 줄 아는 도시였다. 가히 예술의 도시라 할만하다. 가보고 싶은 도시 1순위로 자리매김 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해 보인다.
기자출신의 저자는 여섯 명의 예술가들의 탄생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족적을 따라 프라하를 소개하고 있다. 각 예술가들의 짧지만 애정 어린 평전을 읽는 듯도 하고 반드시 찾아보아야할 여행지를 안내해 주는 듯도 하다. 카프카가 글을 썼던 지붕 밑의 다락방과 묘지, 스메타나의 연작 교향시 ‘나의 조국’을 들으며 거닐면 좋을 블타바 강과 카를교, 토론과 집회의 메카였지만 ‘프라하의 봄’이 짓밟힌 바츨라프 광장,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모차르트의 집으로 여러 번 등장했던 흐라드찬스케 광장 7번지의 주택 등이 깔끔한 사진과 함께 소개되고 있다. 살다간 시기는 비록 달랐지만 어디에선가 그들의 발자국이 겹치기도 했을 것만 같다. 품격 있는 여행안내서로 영혼을 살찌우는 책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