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에서 혼자 살던 함민복 시인이 결혼을 했다. 그의 나이 50이다. 오금의 주름이 다림질로도 전혀 펴질 것 같지 않은 츄리닝 바지 입은 모습을 보다가 턱시도 차림의 모습을 보니 딴 사람같다. 다른 사람보다 많이 늦었지만 늦은만큼 그의 결혼생활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자 위


성기는 족보 쓰는 신성한 필기구다 

낙서하지 말자, 다시는 

 

이미 오래전에 다짐했었지만, 이제 시인은 이런 시는 더 이상 쓰지 않을 것이다.  결혼을 하지 않았을 때 시인은 이미 <부부>라는 시를 쓴 적이 있다. 

 

부부 

 

긴 상이 있다
한 아름에 잡히지 않아 같이 들어야 한다 
좁은 문이 나타나면
한 사람은 등을 앞으로 하고 걸어야 한다
뒤로 걷는 사람은 앞으로 걷는 사람을 읽으며
걸음을 옮겨야 한다
잠시 허리를 펴거나 굽힐 때
서로 높이를 조절해야 한다
다 온 것 같다고
먼저 탕 하고 상을 내려놓아서도 안 된다
걸음의 속도도 맞추어야 한다
한 발
또 한 발 

   

부부가 어때야 하는지 이미 시인은 다 알고 있었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다만 결혼 후에 시인의 시가 어떻게 변화할지 못내 궁금하다.

 

 결혼식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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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1-03-12 0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름다운 결혼식이었네요. 일본 지진 소식에 멍해 있었는데 덕분에 웃었습니다^^

반딧불이 2011-03-12 01:31   좋아요 0 | URL
아름다운 시인이기도 하죠. 저도 일본의 지인이 연락이 안되어서 걱정하고 있습니다. 별일 없어야 할텐데요.

프레이야 2011-03-12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쁜 소식이군요. 쉰살의 두분 얼굴이 참 좋아보입니다.
뒤로 당기지않고 서로를 향해 앞으로, 거꾸로된 줄다리기를 하며
살겠다는 말을 한 시인, 참 미더워 보이네요.

반딧불이 2011-03-12 22:11   좋아요 0 | URL
미더워 보인다는 말, 참오랜만에 듣는 반가운 말씀이네요. 잘 사실것 같죠?
프레이야님께서 기뻐해주시니 틀림없이 행복하게 사실거에요.

노이에자이트 2011-03-12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함민복 씨가 저렇게 생겼군요...아담하고 귀엽게 생기셨네요.

반딧불이 2011-03-12 22:11   좋아요 0 | URL
웃는모습도 아이처럼 맑고 귀엽더군요.

릴케 현상 2011-03-12 2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래도 <선천성 그리움>을 덧붙여야 좀 더 흐뭇할 것 같네요. 축하합니다^^*

사람 그리워 당신을 품에 안았더니

당신의 심장은 나의 오른쪽 가슴에서 뛰고

끝내 심장을 포갤 수 없는

우리 선천성 그리움이여

하늘과 땅 사이를

날아오르는 새떼여

내리치는 번개여.....

반딧불이 2011-03-13 00:15   좋아요 0 | URL
앗, 여기까지는 미처 생각을 못했네요. 고맙습니다. 우리끼리 뒤늦게 마구 축하하는 분위긴데요. 평안하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