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에서 혼자 살던 함민복 시인이 결혼을 했다. 그의 나이 50이다. 오금의 주름이 다림질로도 전혀 펴질 것 같지 않은 츄리닝 바지 입은 모습을 보다가 턱시도 차림의 모습을 보니 딴 사람같다. 다른 사람보다 많이 늦었지만 늦은만큼 그의 결혼생활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자 위
성기는 족보 쓰는 신성한 필기구다
낙서하지 말자, 다시는
이미 오래전에 다짐했었지만, 이제 시인은 이런 시는 더 이상 쓰지 않을 것이다. 결혼을 하지 않았을 때 시인은 이미 <부부>라는 시를 쓴 적이 있다.
부부
긴 상이 있다
한 아름에 잡히지 않아 같이 들어야 한다
좁은 문이 나타나면
한 사람은 등을 앞으로 하고 걸어야 한다
뒤로 걷는 사람은 앞으로 걷는 사람을 읽으며
걸음을 옮겨야 한다
잠시 허리를 펴거나 굽힐 때
서로 높이를 조절해야 한다
다 온 것 같다고
먼저 탕 하고 상을 내려놓아서도 안 된다
걸음의 속도도 맞추어야 한다
한 발
또 한 발
부부가 어때야 하는지 이미 시인은 다 알고 있었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다만 결혼 후에 시인의 시가 어떻게 변화할지 못내 궁금하다.
결혼식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