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집권플랜>을 읽고 리뷰를 남겨주세요
진보집권플랜 - 오연호가 묻고 조국이 답하다
조국.오연호 지음 / 오마이북 / 201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조국 교수를 알게 된 건 아마도 텔레비전 토론 프로그램을 통해서였을 것이다. 텔레비전을 보지 않은지 오래 되어서 별 기억은 없다. 하지만 그의 수려한 외모에 시선을 빼앗기며 대체 누군고 하는 의문이 생겼던 듯하다. 그러나 궁금증은 텔레비전을 끄는 순간 사라졌다. 잘생긴 남자들이 있어봐야 다 화중지병이니 크게 마음 쓰지도 않았다. 책을 읽는데 자꾸만 그의 얼굴이 나온다. 그의 외모보다도 그의 말에 귀 기울이고 싶은데 말이다. 조국 교수의 얼굴은 크게 클로즈업되어 있는데 오연호 기자는 등을 보여주거나 옆모습이고 상대적으로 크기도 작다. 이런 의도적인 사진배치가 재미있다는 생각도 들면서 내게는 좀 거슬린다. 이건 왜일까? 대한민국이라는 정치공동체에 사는 사람은 그 누구도 정치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그의 말처럼 애교 있는 정치행위(?)로 보여서일까?

에둘러가지 말자. 요즈음 이 책에 대한 얘기가 지나치게 많다. 트위터에 조국 교수를 팔로우 해놓은 탓일까? 이 책에 대한 반응과 그 반응에 대한 저자의 반응까지 한꺼번에 보기 때문일까? 연이어 나오는 그의 다른 책들 때문일까? 내년으로 다가온 대선 때문일까? 그 이유야 어떠하든 폭설과 맹추위가 우리의 생활에 깊이 관여하듯이 이 책이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정치를 바라보는 새로운 안목이 생기면 좋겠다는 바람은 있다.

그 까닭은 4대강 사업, 삼성문제, 서울대 폐지, 반값등록금, 무상의료, 무상급식, 통일, 괴물 검찰, 출산파업 등 사회곳곳의 문제들을 책 한권으로 거칠게나마 훑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제목인 ‘진보집권플랜’이 모든 것을 얘기해주고 있지만 이 책은 차기 대선에서 진보진영이 집권하기 위해 공약으로 내세워야할 그리고 실천해야할 사항들이 각 분야별로 다루어지고 있다. 저런 공약들, 플랜들 다 환영한다. 어쨌든 졸업을 해야 했기 때문에 학자금융자를 받았고 빚쟁이가 되어버린 내겐 너무나 유혹적인 플랜들이다.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오마이뉴스 대표기자, 즉 정치전문가가 나누는 정치 이야기이니 정치에 관해 내가 덧붙이는건 뱀발이다. 그러니 내가 할 수 있는 말만 하자.

내 눈에 가장 먼저 띈 것은 그가 적절한 곳에 인용하고 있는 시인의 이름이었다. 윌리엄 블레이크, 로버트 프루스트 등의 외국 시인뿐만 아니라 이상, 정희성, 이원규 등 우리나라 시인들의 이름과 시가 인용되고 있었다. 사실 번역되어 나온 외국의 과학 서적이나 사회 정치서적을 보면서 내가 가장 부러웠던 부분이 이렇게 적재적소에 시가 인용되는 것이었다. 과학도들이 그들의 이론에 시를 인용하거나 문학적 표현까지 곁들이면 내게는 그들이 기계를 다루는 기계적 인간이 아니라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꽤 괜찮은 학자로 보이기도 했다.

두 번째 눈에 띈 것은 그가 개념정리를 정확하게 하고 논의에 들어가는 것이었다. 좌파-우파는 빨갱이 콤플렉스를 활용하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이니까 그보다는 수구·보수 대 진보·개혁이라는 구분법을 사용했다. 법학자이기 때문인지 원래 성정이 그러한지 분명하고 깔끔해보였다. 그러나 이런 그가 ‘출산파업’이라는 용어를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하고 있었다. 언제부터 아이를 낳는 일이 여성의 직업이 되었나? 그리고 또 언제부터 여성이 파업을 하게 되었나? 언론에 떠도는 말을 그대로 가져다 썼다고 해도, 좀 양보해서 인구감소의 심각성을 실감나게 표현한 말이라고 해도, 정치적 용어는 정확하게 정의하시는 분이 어째서 대한민국의 전 여성을 대리모로 몰아가나 싶었다.

또 삼성 P&A의 3교대근무제를 다루는 부분에서도 그것의 좋은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해고를 하지 않고 너도 나도 윈윈 하자는 의도는 알겠다. 그러나 3교대를 하면 작업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에 일정부분 급여도 줄어드는 것으로 알고 있다. 급여가 조금 줄어들어도 이것을 감수하고 참여할 때 상생의 진정한 의미가 있다면 굳이 이 내용을 말하지 않아야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나름대로 나는 이 책을 통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책을 읽는 내내 얼마 전 읽엇던 마이클 샌델의 <왜 도덕인가?>가 자주 떠올렸다. 그는 정치철학자로 하버드대 교수다. 그는 보수와 진보의 정책들을, 과거와 현재의 정책들을 비교분석하고 있었다. 과거의 정책이 낳은 결과를 분석하고 주어진 상황에서 보다 도덕적이기 위해서는 어때야 하는가를 끊임없이 학생들에게 질문하고 있었다. 그런 질문을 던짐으로써 다음세대를 짊어질 청년들이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한 답을 찾아가고 있는 셈이었다.

조국은 서울대법학전문대학원 교수다. 그는 정치인보다 학자로서 자신의 임무를 다하겠다고 한다. 그런 그에게 당장 내년에 치를 대선이나 총선에서 집권해야하는 진보의 집권플랜도 중요하겠지만 정치를 어떻게 할 것인가, 바람직한 시민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어떤 정책을 수립할 것인가 하는 거시적 안목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












댓글(4)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파고세운닥나무 2011-01-27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역시 트위터에서 조국 교수를 팔로우하고 있지요.
아직은 이 분의 진가를 잘 알지 못하겠어요. 법학자로서 이 분이 쓴 책들을 우선 찾아볼 계획이랍니다.
서평 잘 봤습니다^^

반딧불이 2011-01-27 17:23   좋아요 0 | URL
저도 잘 모르기는 마찬가지에요. 책 한권 읽고 사람을 판단할 수는 없지요. 기회가 되는대로 저도 좀 관심가져보려구요.

blanca 2011-01-27 1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엄친아드라구요. 그런데 이런게 태생적 한계도 될 수 있다는 걸 본인이 알고 있다는 내용을 인터뷰에서 본 것 같아요. 가장 우파적일 수 있는 여건에서 진보를 택하고 표방하는 것이 용기라고 생각했었어요. 이 책을 언젠가 꼭 읽어 봐야겠어요. 반딧불이님, 좋은 리뷰 잘 읽고 갑니다.

반딧불이 2011-01-28 11:49   좋아요 0 | URL
속이야 알 수 없지만 겉으로 보기엔 부족한게 없으신 분 같아요. 블랑카님 말씀처럼 용기도 있어뵈구요. 저와는 아무 상관도 없지만 제가 너무 완벽한 인간을 원하는 건지도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