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도덕인가>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왜 도덕인가?
마이클 샌델 지음, 안진환.이수경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2004년 미국의 대통령 선거에서 조지 W. 부시는 재선에 성공했다. 출구여론조사에 따르면 사람들은 ‘도덕적 가치’에 기준을 두고 투표를 행사했다고 한다. 한마디로 ‘도덕적 가치’가 표심을 좌우했다는 얘긴데 테러리즘이나 이라크 전쟁 같은 주요현안은 도덕과 무관한 것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이 같은 투표결과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겠으나 CNN의 한 기자는 ‘언제부턴가 우리 모두는 도덕적 가치의 이슈를 놓치고 있었다.’고 토로했다. 이 책의 저자 역시 ‘공공의 목적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없는 상태에서 미국의 유권자들은 테러의 망령에 사로잡힌 채 현직 대통령이 풍기는 안정적 이미지와 도덕적 확실성에 손을 들어주는 선택을 내린 것’으로 판단한다. 『왜 도덕인가?』에 대한 저자의 문제의식은 여기에서부터 촉발된 듯하다.

이 책은 현대사회에서 문제시되고 있는 다양한 사안들, 즉 온실가스 배출권의 거래, 배아복제, 존엄사, 낙태, 동성애, 교육의 시장논리, 공공기관의 상업적 브랜드화 등을 다루고 있다. 그러니까 저자는 정치, 경제, 사회, 종교, 교육 등 다양한 영역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중요한 잣대로 도덕적 가치를 들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운영하는 복권사업과 카지노에서의 도박의 예는 비교적 명료하다.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에서는 총수입금액의 90%를 손님에게 돌려주는데 정부가 독점 운영하는 복권은 50%정도만을 되돌려 준다고 한다. 그러나 문제는 이익을 얼마만큼 환원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정부가 적극적으로 복권을 홍보하고 그것의 구매를 부추긴다는데 있다. 또 그 대상이 노동자계층, 소수민족, 빈민층을 상대로 하고 있다는 것은 더욱 놀라운 일이다. 인생을 역전시킬 수 있다는 한탕주의를 정부가 앞서서 조장하고 있는 것에 다름 아니다. 저자는 여기에서 복권이 야기하는 가장 중대한 해악은 공공영역의 타락이라고 진단한다.

1997년 교토 기후변화협의회에서는 세계 각국이 모여 온실가스 배출 규제협약을 맺었다. 이때 미국은 온실가스배출권 거래제를 시행하는 것이 오염을 줄이는 효과적인 방식이라고 주장한다. 한마디로 배출한계량 이상 온실가스를 내게 되면 배출량이 적은 나라로부터 배출권을 사서 배출하자는 얘기다. 지구전체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전지구적 목표를 잠시 잊고 어떻게 해서든 의무감축량을 피해가려는 행태로밖에 볼 수가 없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생각할 수 있다. 저자는 세 가지 이유를 들어 이것을 반대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가 말하는 세 가지란 배출권 거래제가 선진국들이 의무 감축량을 피해갈 수 있는 구멍을 만들어 준다는 것, 배출권이 매매의 대상이 되면 지구오염행위에 수반되어야할 도덕적 죄책감을 덜 느끼게 된다는 것, 갈수록 국제사회 공조가 늘어나는 오늘날 인류공동의 책임감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된다는 것 등이다. 저자가 미국정부의 주장을 반대하기위해 내세운 도덕적 가치는 타당성을 지닌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이다. 나머지는 기후변화협의회에서 다시 강구해야 하는 것이다. 새로운 대안이 제시되면 그것은 만족스러울까? 모를 일이다. 도덕적 가치라는 것이 어떤 고정된 불변의 법칙은 아니잖은가.

존엄사에 대한 저자의 해결책은 ‘죽음을 돕는다는 행위의 도덕성을 유지하고 생명에 대한 경외감을 지키면서 존엄사를 존중해줄 방법을 찾는 것이다.’ 이 모든 조건을 만족시켜줄 만한 방법이 있기는 한 걸까? 나는 하루빨리 방법이 찾아지기를 바라는 것 외에 달리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저자가 미국정부나 정책을 대상으로 할 때는 비교적 명료해지던 사안들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나 개인적 문제로 돌아오면 그 답을 어디에서 구해야할지 오리무중이다. 나만 이런 걸까?

미국의 학자가 미국에서 일어난 법적문제들을 예로 들어서 하는 설명들은 비교적 잘 읽혔다. 또 공화당과 민주당의 정책들을 비교하는 것, 실현되지 못한 케네디의 정책, 경제세력을 민주주의의 통제하에 두려는 시도 등은 내 관심의 영역을 넓혀주었고 나름대로 미국사회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내나라에 대해서는 공부도 하지 않으면서 미국 정부의 정책이나 도덕에 대해 공부한 셈이다. 그러고보니 이 책이 내게 도움이 되었다면 내나라에 대해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했다는 것이다. 2부의 도덕적 가치의 원류를 찾아가는 부분은 내 능력의 한계 를 벗어난 이야기이므로 저자에게 맡겨두기로 한다.
 

 자유와 공동체를 말하는 3부에서는 우리나라의 정치인과 정치의식을 자꾸만 떠올리게 되었다. 정부는 정책이나 법률을 제정하면서 그것이 어떤 부류의 시민을 만들어낼지 고민을 했을까? 옳음은 과연 좋음에 우선하는가? 국가와 정부가 제한할 수 있는 개인의 자유는 어디까지인가? 대의란 과연 무엇인가? 논술교재에서나 다루었던 문제들이 꼬리를 무는 끝없는 질문으로 확장 연결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었는지 모르겠다. 아니 얼마나 많은 정치인들이 이 책을 읽었는지 궁금하다. 도덕적 가치라고는 들이댈 곳이 없는 요즈음 일부 정치인들의 모습이 오버랩되는 것을 단지 이 책 때문만이라고 말하지는 말자. 저자는 전통적 공동체가 사라진 지금 개인주의를 넘어선 새로운 공동체를 위한 통찰력을 제시했다.그가 제시한 몇가지 사항들이 실현되어 내가 실감할 수 있을때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할까를 생각하니 나는 왠지 떠돌이처럼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는 세상의 유목민이 된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0-12-27 01: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반딧불이 2010-12-27 10:00   좋아요 0 | URL
공감하는 부분이 있으시다니..고맙습니다.

파고세운닥나무 2010-12-28 1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의란 무엇인가>를 띄엄, 띄엄 보고 있습니다. 센델은 윤리학자라 봐도 무방할텐데요, 여자친구와 함께 번역하고 있는 책이 센델과 비슷한 부류의 윤리학자입니다. 두 사람 모두 존 롤스의 영향을 크게 받았죠. 같은 대학에서 가르침을 받았구요. 물론 센델은 롤스를 비판하고 나섰지만, 큰 테두리 안에선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결국 문제는 '우리'겠죠. 저도 더불어 공부해야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반딧불이 2010-12-29 00:10   좋아요 0 | URL
이런책 자꾸 읽으면 만수무강에 지장있을것 같아요. 저도 모르게 자꾸 비교하게 되거든요. 이거 읽고나니까 문학작품 읽고 싶다는 생각이 물밀듯이 밀려오더라구요. 내친김에 사르트르 책을 모조리 꺼내놓고(그래봐야 몇권되지도 않지만요)문학작품에 버금가는 <말>부터 다시 보고있어요.

파고세운닥나무 2010-12-29 15:03   좋아요 0 | URL
저도 새해엔 <말>을 서둘러 읽어봐야겠네요^^ <구토>는 읽다 정말 '구토감'을 느꼈던 소설인데요^^; <문학이란 무엇인가>가 제겐 가장 기억에 남네요. 영향도 많이 받았구요.

반딧불이 2010-12-30 00:01   좋아요 0 | URL
저도 구토는 던져두었어요. <문학이란...>도 밑줄 그어놓은 부분만이라도 다시봐야할까봐요.

라로 2011-01-06 0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정의란 무엇인가]를 읽고 있는데 그동안 생각하지 못하고 살았던 제 자신을 다시 돌아보게 하더군요. 뭐 아직 다 읽지도 못하고,,아니 다 읽기는 커녕 지금 초반부를 읽으면서 이런 말 하기 뭐하지만,,ㅎㅎㅎㅎ
암튼 님의 이 리뷰를 읽으면서 든 생각은 님이 어서 빨리 [정의란 무엇인가]를 읽고 리뷰를 써주시면 그 리뷰를 읽고 정의란,,을 읽고 싶다는,,,,음,,늘 이렇게 쉽게 길을 가려고 하는 근성부터 새해엔 없앨 각오를 해야겠지요??^^;;
님은 새해에도 열심히 글을 써주시고 저는 열심히 읽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제 애정을 이렇게 밖에 표현하지 못해서 그래요,,,)

반딧불이 2011-01-06 01:11   좋아요 0 | URL
최근 천정배의원 발언관련과 관련지어 예전 한나라당 의원들이 노무현 전대통령을 모델로 한 '막 말'연극 동영상을 보았는데요. 이 나라의 '정의' '도덕'관련책은 몽땅 딴나라당 의원들한테 던져주고 싶었어요. 언제다시 샌델의 책을 보게 될지..쩝

제 글은 별 재미도 없어요 나비님. 우중충하잖아요? 나비님 글이 훨씬 발랄해서 기분좋아지니까 바쁘시다라도 혼자만 귀여워하지 마시고 가끔 해든이 소식이라도 전해주셔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