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옥 전집 2권에는 <봉성문여>에 실린 글 67편이 수록되어 있다. 2편을 제외한 모든 글이 삼가현으로 귀양갔을 때의 풍속을 정리한 글이다. 지방마다 다른 사투리, 경상도에서는 여자 이름에 심(心)자를 많이 쓴다는 것, 사당패와 도둑의 이야기, 다리가 여섯 달린 쥐이야기 등 보고 겪은 모든 일을 낱낱이 적어두었다. 당시로서는 아무런 쓸모가 없었을 것이지만 민속연구자들에게는 자료로서 톡톡한 값을 하지 않을까 싶다.
재미난 글들이 많지만 특히 마음에 관한 글들이 도드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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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이란 마음 가운데 있는 것인데 마음이 몸에 있으면 몸을 걱정하고, 마음이 처하는 곳에 있으면 처하는 곳을 걱정하고, 마음이 만난 때에 있으면 만난 때를 걱정하는 것이니, 마음이 있는 곳이 걱정이 있는 곳이다. 그러므로 그 마음을 이동하여 다른 곳으로 가면 걱정이 따라오지 못한다. 지금 내가 술을 마시면서 술병을 잡고 흔들어보면 마음이 술병에 있게 되고, 안주를 덜어 목구멍으로 넘기면 마음이 안주에 있게 되고, 손님에게 잔을 돌리면서 나이를 따지면 마음이 손님에게 있게 되어, 손을 펼칠 때부터 입술을 닦는 데에 이르기까지 잠시 걱정이 없다. 신변에 걱정이 없어지고 처한 곳에 걱정이 없어지고 때를 잘못 만난 것에 대한 걱정이 없어지니, 이것이 내가 술을 마시면서 걱정을 잊는 방법이요, 술을 많이 마시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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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란 한 몸을 주재하는 군주이다. 매어두지 않으면 달아나고, 막지 않으면 허둥거린다. 지인(至人)은 그것을 융해시키고, 성인(聖人)은 그것을 억제한다. 평범한 사람은 쉽게 움직이므로 잘 간직하지 않으면 잃어버려서 모든 병이 이로부터 나와 허를 엿보고 실을 덮친다. 마음을 존양하는 방법은 반드시 일(一)에 속해 있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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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꾸미는 것은 그 몸을 꾸미는 것만 못하고, 그 몸을 밝게 하는 것은 그 정신을 밝게 하는 것만 못하다. 그 집이 얼음같이 맑더라도, 그 마음은 먼지와 같이 탁할 수 있다. 또 나는 우리 시골 사람이라, 기(氣)가 그 거처에 따라 변하는 것임에 본래 비루하고 가난하나, 한 개의 경연(벼루의 일종)을 쓰고 하나의 부들자리를 깔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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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동안 마음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았을것이지만 특히 이옥은 이 충군의 기간동안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려 몹시 애를 쓴 듯하다. 마음이 어디에서 생겨나는지 그 마음을 어떻게 간직해야 하는지, 먹고 입는 육체의 평안보다 또 정신보다도 마음을 맑게 하는 일에 혼신의 힘을 쏟았던 듯 싶다. 그가 이렇게 마음에 집착했던 까닭은 무엇이었을까. 임금에 대한 원망의 말은 한마디로 나오지 않지만 밖으로는 자신의 욕망을 다스리는 노력의 일환이었으리라. 그리고 안으로는 마음을 비워 천지만물이 자신을 통과해 표현되고 활동되는 것으로 믿었던 때문일 것이다.
이옥에게 있어 글은 자신이 주체적으로 쓰는 것이 아니라 천지만물이 자신의 몸을 빌어 쓰여지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