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교과서 작품 읽기 중1 시 (최신판) 국어 교과서 작품 읽기 시리즈
김규중 외 엮음 / 창비 / 201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올해부터 중학교 1학년 국어교과서가 국정에서 검정으로 바뀌었다. 예전처럼 전국의 학생이 똑같은 책으로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23종이나 되는 국어교과서 중에서 선택해서 공부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학습목표가 같고 학년을 고려한다면 모두 비슷한 수준의작품들이 실릴 것이지만 각 교과서마다 실려 있는 지문은 다를 수밖에 없다. 공통적으로 실리는 작품들도 많고 오직 하나의 교과서에만 실린 작품도 더러 있는 것 같다.

1학년에서 배우는 문학영역은 시, 소설, 수필, 시나리오, 고전소설 등 그 영역도 다양하다. 예전에는 희곡이 실려 있었던 것 같은데 이번 교과서에서는 시나리오를 다루는 것을 보니 시대의 변화를 교과서에서도 실감할 수 있다. 내가 중고등학교 다닐 때의 교과서를 떠올려보면 지금의 책들은 거의 도록에 가깝다. 종이의 질도 좋고 화려한 컬러의 그림들이 많아서 이거 교과서 맞아? 하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그런데 국어교과서의 종류가 이렇게 다양하다보니 아이들이 읽어야할 책들이 당연히 늘어났다. 1920-30년대 작품은 김소월, 김영랑, 정지용, 김유정 정도뿐이고 안도현, 이시영, 문정희, 박완서, 정호승, 전성태 등 대부분 현재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의 작품들이 많이 수록되어 있다. 교과서에 실리는 작품에 대해서 작가들은 저작권료는 물론 통보조차 받지 못하는 모양이다. 얼마 전 소설가 김영하의 <교과서에 실리지 않을 권리는 없는가?>라는 글은 이런 내용을 담고 있다. 그는 국가가 문학교육에 개입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라는 원론적인 의문에서부터 자신의 글이 발췌, 편집되어 작품의 완결성을 살리지 못하는 것, 문제집의 지문이 되어 입시교육의 도구로 전락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그의 작품은 이미 중학교 1학년 2학기 교과서에 수록되어 전국에 배포된 상황이라고 한다.  

원문보기 http://kimyoungha.textcube.com/89

교과서 사업에 뛰어든 창비는 23종이나 되는 국어교과서 중에서 꼭 읽어보았으면 하는 작품들과 함께 읽으면 좋은 시 90편을 모아서 <국어교과서 작품읽기 중1시>라는 이름으로 엮어냈다. 소설과 수필도 각각 1권씩 <국어교과서 작품읽기 중1소설>, <국어교과서 작품읽기 중1수필> 모두 세권이 한 셋트다. 모든 교과서를 찾아내는 것도, 그것에 수록된 작품을 골라내는 수고도 덜 수 있어서 독자들은 유용하게 사용할 것 같다.

<중학교 교과서 작품읽기 중1 시>는 동물원, 도서관, 식물원, 미술관 등의 소제목 아래 그와 관련한 작품을 적게는 12편에서 많게는 16편까지 수록하였다. 각 작품에는 시의 이해를 돕기 위한 짧은 설명도 곁들였다. 아이들에게 시를 읽혀보니 설명이 없었다면 무슨 내용인지 몰랐을 시가 더 많았다. 물론 이 책에 실린 시들은 그 대상을 고려했기 때문에 대부분 짧고 그 의미가 다양하게 변주되는 그런 작품들은 거의 없다. 시보다 설명이 더 좋았다는 얘기도 한다. 설명을 읽고서야 비로소 이해가 되었다는 얘긴데 이해되지 않아도 왠지 가슴에 얹히는 시들은 많다. 아이들의 얘기를 들으며 가슴으로 시를 읽는 것이 아니라 머리로만 시를 읽으려고 한다는 데서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닌가 자문해보았다. 가장 일차적인 문제는 물론 시와 친해지지 않은 것이리라. 아이들이 모두 좋아하는 시는 박성우 시인의 <신나는 악몽>과 김용택의 <이 바쁜 때 웬 설사>였다.


신나는 악몽

 

기말고사 보려고 학교에 갔는데

고릴라가 교실을 비스킷처럼 끊어 먹고 있다

 

고릴라 곁에 있던 염소가

기말고사 시험지를 깡그리 먹어 치우고 있다

 

운동장에서는 능구렁이가

선생님들을 능글능글 가로막고 하품 중이다

 

쩔쩔매던 우리들은 어쩔 수 없이

삼삼오오 모여 실컷 놀다가 집으로 간다

 

형용모순의 제목임에도 아이들은 이것을 어려워하지 않고 완벽하게 이해했다. 아이들은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욕망을 꿈에서 대리 충족한다고 말한 사람은 프로이트였다. 아이들은 좋아했지만 우리 아이들의 현실을 보는 것 같아 정작 나는 같이 기뻐하지 못했다.

 

이 바쁜 때 웬 설사

 

소낙비는 오지요

소는 뛰지요

바작에 풀은 허물어지지요

설사는 났지요

허리끈은 안 풀어지지요

들판에 사람들은 많지요

 

생각만 해도 편하게 앉아있을 수 없는 상황이다. 시라면 왠지 근엄하고 심각한 것으로만 알고 긴장하던 녀석들의 안면근육이 순식간에 풀어졌다. 그리고 오랜만에 아이들이 환하게 웃는 모습을 봤다. 오탁번의 <폭설> 같은 시를 읽히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못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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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고세운닥나무 2010-09-10 2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시리즈 조카처럼 아끼는 6학년 아이에게 선물했는데 읽었는지 모르겠어요. 교회에서 한 번 보면 물어봐야겠네요. 일종의 선행 학습을 시켰는지도 모르겠네요.
시간이 되면 제 전공이니 가르쳐주면 좋겠는데, 아이가 별로 반길 것 같지도 않구요.
이제 찬 바람이 부는 듯 해요. 환절기에 건강 유의하시고, 좋은 글들로 또 뵐게요^^

반딧불이 2010-09-10 21:49   좋아요 0 | URL
예전에 닥나무님 페이퍼에서 보고 찜해두었더랬어요. 6학년이면 지금 보면 딱 좋을 때 같아요. 시,소설, 수필,시나리오 이렇게 장르별로 읽혔는데요. 아이들 반응은 좋았어요.

공부를 시작하셔서 바쁘시리라 짐직해봅니다. 환절기는 제가 좋아하는 계절이기도 해요. 닥나무님께서도 건강하셔요.
아참..일전에 보내주신 영화를 코닥인가 하는게 없어서 안된다고 해서 여태 못보다가 어찌어찌 어제 해결이 되었어요. 고맙게 보겠습니다.

2010-09-19 23: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20 02: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라로 2010-09-20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딧불이님~~~
벌써 명절이 다가왔어요.
그런데 오늘 날씨도 비가 와서 그런지 가을 분위기가 완연합니다.
늘 바쁘신 분이시니 명절이라고 예외는 아니겠지만
즐거운 시간이 되시길 바랄께요~.^^
풍성한 시간 보내시길요.

반딧불이 2010-09-20 17:08   좋아요 0 | URL
나비님. 일부러 이렇게 찾아오셔서 인사주시니 황송합니다. 저는 자꾸만 습관처럼 나비님이라고 부르게 되네요. 점점점님이라고 부를 수는 없잖아요. 수족관에서 찍은 헤든이 사진이 보니 제법 성숙해(?)보인던걸요~ 나비님 가족분들 모두 보름달처럼 환하고 행복 가득한 명절 보내시기 바래요. 고맙습니다. 꾸~벅

비로그인 2010-09-20 2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딧불이님~~
어느 해보다 즐겁고 여유롭고 풍성한 한가위 보내세요~~~
꼭이요^^

반딧불이 2010-09-21 00:35   좋아요 0 | URL
ㅎㅎ 넵. 후와님 말씀대로 하겠사옵니다. 그래야 후와님의 글을 올라올 때마다 때맞춰 볼 수 있을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