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몸이 말을 안들어 책을 읽지 못하고 있다. 처음 이삼일은 어떻게해서든 읽어보려고 애를 썼다. 누운 자세에서 책을 들고 읽는 것이 그나마 가능한데 읽어야할 책 (나쓰메 소세키의 <명암>)이 너무 크고 무거워 들기도 힘들다. 인간의 몸이 유기적이라는 것을 실감하는 날들이다.
소파위를 뒹굴면서 그나마 가벼운 시집을 읽거나 알라딘 서재나 뉴스를 보는 날들이 벌써 여러날 째다. 마음산책 이벤트가 있다는 것도 목이 마비된 덕분에 알았다. 출판사는 거의 신경쓰지 않고 책을 보던지라 내가 갖고 있는 책이 어느출판사의 책인지 정확히 아는 것이 별로 없다.
이벤트에 참여한답시고 찾아보니 마음산책의 책이 10권이나 된다. 깜짝 놀랐다. 그런데 에밀 아자르의 가면의 생은 어디갔는지 못찾겠다. 그리고 마음산책이라는 이름이 마음+산이 아니라 마음산+ 책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책을 통해 마음의 산을 쌓는다는 뜻이라고 한다. 참 마음에 드는 이름이다.
책을 찾다보니 출판사의 성향을 어느정도 짐작하게 되고 고종석의 책이 거의 이 출판사에서 나온 것도 알게 되었다. 당첨이 되면 책을 한 권 준다고 하는데 선착순 50명이라고 한다. 50명은 훨씬 지난듯하지만 책 못보는 날의 증거로 남기려 적어둔다. 고종석의 책을 시에도 써먹은 적이 있어 함께 옮겨둔다. 혹시라도 출판사측에서 아픈사람의 노고를 가엾게 여겨 책을 한권 주신다면 고규홍의 <나무가 말하였네>를 받고 싶다.
情夫들
『사랑의 기술』 한 체위 배워보려고
급한 대로 소파에 누워 동침했던
사내에게 나는 농락당했다
『모국어의 속살』을 사랑한
사내가 있어 그가
헤집어 놓은 속살을 애무하며
밤낮으로 몸이 달았더니
『사랑은 지독한 그러나
너무나 정상적인 혼란』이라고
위로해주는 사내도 있었다
뭇 사내들의 장작 같은
이론의 허벅지 더듬으며
현란한 혀가 흘려놓은
페로몬의 행간을 따라
밤 마실 가는 일 잦았고
그런 날은 소처럼
생각의 풀을 되새김질하기도 했다
언제부터였나, 말씀이 멀고
공허가 어깨위에서 뻐근한데
글자들이 교묘히 비껴간 자리에
보인다.
뼈도 없고 머리도 꼬리도
분명치 않은 채
우글거리는 구더기 떼
어지러워라!
내 욕망이 기어 다닌 몸 자국들.